여행의 욕망이 햇볕처럼 반짝반짝, 바람처럼 솔솔 불어온다면 떠나야 할 때다. 작은 도시 켈로나에서 시작해 산 넘고 물 건너 밴쿠버까지 가는 로드 트립. 이준기와 <얼루어>가 누빈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여행 루트.

1. 밴쿠버 잉글리시 베이에 해가 진다. 2. 콜하버의 이준기. 3, 9 오카나간 지역의 와이너리와 과수원. 4, 8 캐틀 밸리 트레일 바이크에서 바이크를. 5. 동물의 천국 오소유스. 6. 미국의 국경, 보더크로싱 하이웨이. 7. 호수라기엔 너무 넓은 오카나간 호수. 10. 엔크밉 사막 문화센터.


켈로나에서 오소유스까지


켈로나(Kelowna)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일명 BC주의 소도시다. 소도시라고 하지만 물론 캐나다의 소도시이므로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밴쿠버로 날아오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밴쿠버 시민은, 켈로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 정말 모든 열매가 주렁주렁한 곳이죠.” 아니나 다를까, 켈로나와 펜틱턴(Penticton)은 딱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호수 그리고 과수원. 호수라고 절대 믿어지지 않는 바다만큼 큰 오카나간 호수가 끝도 없이 펼쳐지고 온갖 과일나무가 역시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마침 초여름을 맞은 과일나무는 한껏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복숭아, 체리 등이 많고 길가에는 직접 과일을 판매한다는 표지판이 집집마다의 개성으로 적혀 있다. ‘체리 블라섬’의 호사스러운 계절이었다. 펜틱턴은 와이너리의 도시다. 특히 이 지역은 달콤한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데, 호수를 배경으로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포근하게 펼쳐져 있다.

캐틀 밸리 트레일 바이크 100년 전, 이 산길 위로 기차가 다녔다. 지금은 철도는 사라지고 평평하게 다져진 길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그 길이 최고의 하이킹 코스가 되어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명소가 되었다. 나라마타(Naramata) 지역의 높은 지역까지 차로 올라간 뒤 길을 따라 펜틱턴까지 내려오는 코스를 타면, 내리막길이라 힘은 안 들고 기분만 신난다. 우거진 숲길에선 신기하게 바닐라 향이 난다. 호수와 나라마타 지역의 와이너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동굴 앞은 최고의 뷰포인트다. 아찔한 절벽이 펼쳐지기 때문일까? 이곳은 ‘캐나다에서 가장 키스하기 좋은 곳 No.10’에 선정되었다.

오소유스 캐나다에 사막이 있다니. 사하라 사막처럼 모래언덕이 쌓인 사막은 아니지만 이곳이 캐나다 유일의 사막지형이라는 건 분명하다. 독특한 기후환경 때문에 캐나다에서도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이 많다. 캐나다의 최고 남쪽인 이곳은 미국 국경과 맞닿아 있어 미국 여행자들의 휴양지가 되고 있다. 오소유스(Osoyoos) 스포티드 레이크(Spotted Lake)는 지구상의 불가사의한 장소로 종종 소개된다. 과거 캐나다 원주민(First Nation)은 이곳을 치유의 힘이 있는 곳으로 믿었고 지금도 신성시 여기고 있다. 이 호수는 강한 염분과 은과 티타늄, 마그네슘, 칼슘 등 여러 가지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여름의 강렬한 햇빛에 물이 증발되고 나면 아름답고 신비로운 색과 형태를 띤다. 마치 모래 위에 올리브오일을 가득 채우고, 발사믹 식초를 스포이트로 똑똑 떨어뜨린 것 같은 느낌이다.

엔크밉 사막 문화센터 오소유스 엔크밉 사막 문화센터(Nk’Mip Desert Cultural Centre)는 오소유스의 사막지형의 특징과 과거 원주민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엔크밉’은 선주민어로 ‘제일 밑의 땅’이라는 뜻으로 약 1천 년 전 오카나간 주변에서 터를 잡고 살던 7개 부족 중의 하나다. 뱀을 조심하라는 경고 표지판 옆에는 곰이 제일 좋아하는 베리나무가 자라는 유유자적한 곳. 문화센터 뒤로 뻗어 있는 광활한 산책길에는 아름다운 세이지 부시(SageBush)와 야생 꽃이 가득 피어 있다. 많이 커도 무릎 정도까지 오는 나지막한 세이지 부시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풍경은, 아마도 오소유스를 대표하는 모습일 것이다. 산책길을 걷는 동안 상쾌하고 신선한 향기가 줄곧 이어진다. 세이지 부시가 만들어내는 자유로움의 향기다. 이파리를 하나 따서 문지르면, 손에 강렬한 허브 향이 남는다. 만약 이곳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엔크밉 리조트에서 머물길. 거실의 벽난로부터 테라스에 바비큐 그릴까지 갖춘 북미식 리조트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밴쿠버 즐기기


개스타운&콜하버 개스타운(Gastown)은 밴쿠버의 올드 시티로 흔히 이곳을 밴쿠버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개스타운이란 이름의 유래가 된 ‘수다쟁이 잭’의 동상이 개스타운의 시작을 알린다. 15분에 한 번씩 증기를 내뿜는 시계와 좁은 모서리를 가진 건물은 개스타운의 랜드마크. 노천 카페와 앤티크숍, 디자이너숍, 레스토랑과 직접 제조한 맥주를 파는 펍이 늘어서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콜하버(Coal Harbour)와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에서는 바닷가 도시라는 밴쿠버의 장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럭셔리한 개인 소유의 요트가 늘어선 콜하버는 아침이면 조깅하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오후면 한가로운 여행자의 차지가 된다. 밴쿠버를 오가는 크루즈와 인근 도시로 향하는 경비행기도 모두 이곳을 지난다. 해변이 필요하다면 잉글리시 베이로! 바닷가에 밀려온 거대한 유목이 그대로 벤치가 되고 있다. 해 질 무렵 그 자연의 벤치에 앉은 사람들의 뒷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세 곳 모두 밴쿠버에서의 첫 발걸음을 떼는 곳으로 손색이 없다.

그랜빌 아일랜드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는 과거의 밴쿠버와 현재 밴쿠버의 조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과거 매연과 폐수를 방출하던 공장 지대가 지금은 친환경 농산물과 델리, 아티스트의 핸드 크래프트 아틀리에, 아트숍과 갤러리로 가득하다. 어느 도시에나 실용성보다 개성을 강조하는 시장이 있는데, 밴쿠버에서는 이곳 그랜빌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생산한 것이 아니면 살 수 없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간다. 프랑스에서 이주해 3대째 이어오는 햄과 살라미, 프로슈토 가게와 수북한 굴을 쌓아놓은 친절한 생선 가게, 진짜 메이플 시럽과 진짜 잼을 파는 곳. 바로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캐주얼한 식당에서 간식을 먹는것도 괜찮다. 세계적 스타 셰프 장 조지도 이곳에서 장을 본다고 하니 그 퀄리티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쇼윈도 뒤로 계속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장인의 공방은 볼수록 흥미롭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매력은 마켓 밖에서도 이어진다. 마치 요트의 주차장처럼 이어진 요트 선착상은 그림 같고, 바닷가에 최대한 바짝 다가서 있는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노을을 보며 저녁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



캐나다에서 머물기


스파클링 힐 리조트, 켈로나 켈로나에 도착해 곧바로 달려간 곳은 스파클링 힐 리조트(Sparkling Hill Resort). 스와로브스키 사가 참여한 이 리조트는 크리스털의 형태를 본떠 지었고 내부에도 곳곳에 크리스털이 장식되어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세워져 리조트의 모든 곳에서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촬영팀 모두 ‘구름 위에서 잠든 기분’이라고 외쳤던 최고의 매트리스를 가진 침대는 물론 통유리 앞에 놓인 커다란 욕조까지 마음에 드는 호텔이다. 특히 스파클링 힐 리조트에는 캐나다 최고의 스파 중 하나인 ‘쿠르스파(Kurspa)’가 있다. 스파 트리트먼트도 훌륭하지만 전망 좋은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 자쿠지를 보면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진다.

리스텔 호텔, 밴쿠버 밴쿠버의 리스텔 호텔(Listel Hotel)은 밴쿠버 다운타운의 중심인 롭슨 거리(Robson Street)에 있는 디자인 호텔이다. 밴쿠버에서 가장 예술적인 호텔로 꼽히는 이 곳의 문을 열면 컨템퍼러리 작품이 곳곳에 놓여 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에 아랑곳없이 24시간 안전한 밴쿠버를 즐기기엔 최고의 위치. 1층에 부클렌 모왓 갤러리(Buschlen Mowatt Gallery)와 오둘스 레스토랑(O’Doul’s Restaurant & Bar)이 있는데, 40년 된 이 레스토랑은 밴쿠버에서 가장 맛있는 아침 식사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니 이곳에 머물지 않더라도 꼭 들러보길. 캐나다는 풍성한 아침 식사로 유명하지만, 이곳의 ‘뉴 클래식’ 스타일의 아침 식사는 역시 한 수 위였다. 밤에는 재즈 공연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