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디자이너, 패션 에디터, 스타일리스트로부터 패션책을 추천받았다. 그리고 패션 브랜드에서 내놓은 새 책도 모았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작은 패션 도서관이 되었다.

사진가가 존경하는 사진가의 책을 추천함

1. <Ueda Yoshihiko>
인물이건 사물이건 생김이 있다. 모든 것의 생김을 담백하게 담아낸 그의 감성에 끌려 어시스턴트 시절 구입한 책이다. 지금은 일본의 유명한 상업사진가가 되었지만, 오래전 그의 사진은 인물과 오브제를 모두 찍는 나에게 다양하게 사물을 볼 수 있는 감성을 키워줬다. 20대 시절의 어린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집이다. – 사진가 어상선

2. <Hopper>
사진집보다 그림책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소중한 사진집들이 많지만 이미 눈에 많이 익은 느낌 때문이다. 요즘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다른 분야의 작품들, 그 가운데에서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며 많은 영감을 받는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묘한 감정이 생기면서 앞뒤 상황을 혼자 상상하게끔 만든다. – 사진가 최용빈

3. <Los Alamos>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윌리엄 이글스턴. 컬러 사진이 상업사진으로 천대를 받던 시기에 그것을 예술사진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든 사진가이기도 하다. 컬러 풍경사진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수히 많은 사진가는 물론이고 미술, 영화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사진집 <Los Alamos>는 보면 볼수록 그의 면목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 사진가 유영규

4. <William Eggleston>
윌리엄 이글스턴의 등장 이후 사진을 보는 시각의 변화가 일어났다. 담백한 사진이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는 많은 컷을 찍지 않고, 찍고 싶은 장면을 포착해 한 컷씩만 찍는다고 한다. 단 한 번 셔터를 눌러 이렇듯 특별한 무언가를 담아내는 작업이 존경스럽다. – 사진가 박지혁

5. <Informal Arrangements> & <Juergen Teller>
건물이나 풍경을 피사체로 선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피터 비알로브제스키. 그의 사진은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원경의 피사체를 독특한 색감으로 보게 만들어준다. 아프리카 집들의 내부 모습을 찍은 <인포멀 어레인지먼츠>는 팍팍한 삶 속에서의 생명력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는 참으로 그다운 책이다. 개성 있는 사진구성과 감각적인 색감의 유르겐 텔러의 광고 사진들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고의 사진집이다. – 사진가 신선혜

6. <Les Demoiselles>
보일 듯 말 듯한 아스라한 느낌을 잡아내는 데이비드 해밀턴. 롤리타적 미를 간직한 소녀들을 담은 그의 사진집은 남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예쁜 책이다. 작가적 고민에 빠졌을 때 그의 사진집을 보면서 나의 사진을 생각하곤 했다. 정형화된 사진과 달리 무언가를 상상하게 한다. – 사진가 오중석

7. <Helmut Newton’s Illustrated>
존경하는 사진가를 묻는다면 주저 없이 헬무트 뉴튼을 꼽는다. 그의 사진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패션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시대의 사진가임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클래식한 회화 그림에서 볼 법한 독특한 앵글감도 헬무트 뉴튼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다. – 사진가 윤석무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에게 추천함

1. <The Complete Costume History>
자료조사 때 참고도서로 유용한 복식사 책. 우아하고 흥미로운 이미지가 가득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서양을 막론한 전 세계 국가의 복식사가 시대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옷 이외에도 그 시대의 패션 액세서리와 건물 양식, 식기류까지 모든 것을 총망라해 소개하고 있다. ‘컴플리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이다. – 디자이너 최지형

2. <여자란 무엇인가>
어렸을 적, 나의 개념을 바꾸어버린 의미 깊은 책이다. 내가 무엇인지 파고들어 정의를 내리기까지 절대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는 자신을 파악하는 일이다. – 디자이너 예란지

3. <어느 나무의 일기>
이 책은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가 써 내려간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다시 한번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 디자이너 송자인

4. <100 Designers, 10 Curators>
처음 디자이너로 데뷔할 때 선배 디자이너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100명의 디자이너의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는 점도 좋지만, 그 작품들을 10명의 큐레이터가 그들의 시각으로 해석한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접근 방식이다. ‘나중에 이런 책이 또 만들어진다면 나도 그 중에 한 명이 되어야지.’ 하고 꿈을 꾸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 디자이너 고태용

5. <Postmodernism Style and Subversion, 1970~1990>
한 시대를 반영하는 아트 사조는 패션, 음악, 문화와 함께한다. 이 책은 시대적인 영감과 더불어서 패션이 어떻게 아트 사조에 조화롭게 스며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한때를 풍미한 예술을 살짝 들여다보는 것은 마치 옷장 한구석에 처녀적 어머니의 드레스를 발견할 때의 기분이다. – 디자이너 요니 P

6. <History of Modern Art>
모던 아트의 역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 대학 때 많이 활용했던 두툼한 교재이기도 하다. 현대 미술사의 이해야말로 어떤 디자인 분야에서도 기본이 되는 법이다. – 디자이너 윤원정

7. <Vionnet>
커팅의 귀재, 소재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마들렌 비오네의 작품집.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의 작품은 너무나 현대적이다. 몸을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의 몸의 실루엣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디자이너다. 여성복의 근대화에 노력한 그녀의 책을 꼭 한번 펼쳐보길 바란다. – 디자이너 임선옥

패션 에디터가 영감 받는 책을 추천함

1. <Audrey Hepburn>
때로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것보다 기본에 충실한 클래식 스타일이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이 책에는 데뷔 시절부터 주름이 깊게 파인 모습까지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운 인생과 스타일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말갛게 세련된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 <얼루어> 패션 디렉터 박선영

2. <Guitar Eros>
장 밥티스트 몬디노의 사진집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깊은 접근 방식에서 여러 가지 영감을 준다. 타고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뮤지션 특유의 애티튜드와, 피사체를 향한 무한한 애착과 진심이 담긴 몬디노의 시선이 좋다. – <보그> 패션 에디터 송보라

3. <The Gentlewoman>
이 잡지는 때론 여배우들의 뒷모습만을 보여준다. 향수 리스트를 나열하기보다는 향수 뿌리는 방식에 따른 사회문화적 현상을 이야기하고, 근사한 여자들의 개인적인 취향과 정서를 담는다. 패션에 관한 지적인 관점이 배어 있는 글, 짙은 잔향과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사진은 잡지의 제목처럼 정중하다. – 패션 에디터 정진아

4. <Maison Martin Margiela>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은 채 20년간 컬렉션을 선보인 뒤 은퇴하고, 11개의 라인을 숫자로 명명하고, 해체주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성향을 바탕으로 때론 편집증적이고, 또 기괴하고, 가끔은 몽환적인 쇼를 선보인 마르탱 마르지엘라. 그의 쇼, 작업 노트, 패션지 화보와 기사 등 다양한 것들을 모아놓은 비주얼 북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펴게 되는 책이다. 스냅 사진조차도 비범한 컷들이 담겨 있다. – <코스모폴리탄> 패션 에디터 이경은

5. <헬무트 뉴튼. 욕망과 관음의 연금술사>
이미지 북을 보며 영감을 얻기보다는 사진 혹은 사진가에 대한 책을 읽는 편이다. 헬무트 뉴튼의 삶과 사진에 대한 이 책은 창의적 발상에 큰 도움을 준다. 어떤 가치관을 담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싶게끔 말이다. – <나일론> 패션 에디터 강효진

6. <Take Ivy>
1960년대, 아이비 리그로 불리는 미국 8대 명문대 캠퍼스를 탐방하며 아이비 룩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이 책은 놀랍게도 1965년 일본 작가에 의해 일본에서 발행된 것이다. 아이비 룩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뒤늦게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지난 2010년, 영문으로 재발행하면서 45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면, 진정한 스타일이 존재했던 그 시절 속으로 들아가고 싶어진다. – <보그걸> 패션 에디터 주가은

스타일리스트가 패션의 기본을 담은 책을 추천함

1. <니나 가르시아의 머스트 해브 100>
몇 시즌이 지나도 여전히 필요한 패션 아이템들. 이 책은 스타일에 가장 기본이 되는 100가지 패션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한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과 스타일링 방법, 가장 예쁜 아이템을 고를 수 있는 쇼핑 장소, 스타일리시한 일러스트까지. 재미있게 읽어가기만 해도 공부가 되는 흥미로운 책이다. – 스타일리스트 정수영

2. <패션의 탄생>
패션 디자이너들의 역사를 만화로 꾸며놓은 재미있는 책이다. 다소 딱딱할 수 있지만 패션계에서 일하면서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풀어놓았다. 미우치아 프라다, 코코 샤넬 등 디자이너들이 자라온 환경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스토리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꼭 한번은 보라고 추천하는 책이다. – 스타일리스트 강은수

3. <페어 차일드 패션 대사전>
이 책은 백과사전이지만 만화책처럼 재미있게 틈틈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자기 전에 조금씩 펼쳐 읽곤 한다. 패션의 기초뿐만 아니라, 새롭게 변형된 패션 용어, 트렌드까지 모든 것을 알려준다. – 스타일리스트 최혜련

4. <리즈 틸버리즈가 만난 패션 천재들>
패션지 편집장이었던 리즈 틸버리즈가 패션업계의 속사정을 흥미롭고 유쾌하게 그려낸 책이다. 패션계에 입문하면서 겪게 되는 과정과 그녀가 만났던 수많은 저명 인사들, 그녀의 패션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쉽진 않겠지만 패션 에디터가 되고 싶거나,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싶다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이라도 구해서 꼭 한번 읽어보길. – 스타일리스트 김윤미

5. <페어 차일드 패션 대사전>
나는 클래식한 사람이라 무엇보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잡지나 패션 관련 미디어 프로그램이 워낙 다양해 여러 가지 트렌드를 접하기는 쉽다. 하지만 의외로 기본적인 패션 용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은 패션의 기본이다. 언어에도 사전이 있듯이, 패션에도 이러한 백과사전이 있다. –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6. <Fantastic Man>
다른 남성잡지에서 느낄 수 없는 풍부하고 심도 깊은 콘텐츠와 절제된 레이아웃의 책이다. 특히 인물 사진과 흑백 화보가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문학,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데, 이것들에서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패션 이외의 분야를 보고 배우는 것이 스타일리스트에게는 필수다. – 스타일리스트 이진규

New book list│최근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인 흥미로운 책들.

1. <L’odyssee by Cartier> by 까르띠에
까르띠에는 최근 2년여간의 준비 기간과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웅장하고 신비로운 영상을 발표했다. 그 영상과 더불어 까르띠에를 상징하는 팬더의 여행이 간결한 스케치로 그려진 책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넘길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한 소장가치 높은 책이다.

2. <Everything Has Its Own List> by 에이랜드
다양한 문화적 활동에 앞장서는 에이랜드의 첫 번째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디자이너,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사진가, 큐레이터, 목수 등 50여 명이 허를 찌르는 개인 리스트를 공개했다. 예를 들면 영화 <스타워즈>의 가장 유명한 10가지 대사, 이름에 컬러가 들어가는 뮤지션들 같은 것들이다.

3. <Faddic>> by 임선옥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이너 임선옥이 2012년 3월호를 시작으로 잡지를 창간했다. 패딕트는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과거의 반복과 재탄생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 첫 번째 이슈는 파츠파츠의 쇼퍼백. 그 흔한 글자 하나 없이 네모난 쇼퍼백 하나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비주얼로 꾸며져 있다.

4. <Push Button Mag> by 푸시 버튼
패션 디자이너 박승건이 잡지를 선보였다. 2012년 봄/여름 컬렉션을 주제로 런웨이와 백스테이지, 액세서리 화보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이번 시즌의 스타일링을 엿볼 수 있는 룩북의 형태도 갖추었다. 실용성과 비주얼적 감성을 모두 갖춘 매거진이다.

5. <Butler & Wilson 40> by 버틀러 앤 윌슨
영국의 액세서리 브랜드 버틀러 앤 윌슨의 4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화보집. 버틀러 앤 윌슨의 제품들은 국내에서 빅뱅의 주얼리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해골이나 입술, 미키 마우스 모양 등 40년 동안 탄생된 수백 개의 액세서리 디자인을 보는 재미가 있다.

6. <50 Contemporary Artists> by 프레드 페리
프레드 페리가 사진가 김현성의 잡지 <오!보이>와 함께 작은 책자를 발표했다. 이름처럼 50명의 작가에 대한 사진과 인터뷰가 담겨 있다. 다양한 분야와 성향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간결하고 담백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7. <스티브&요니’s 디자인 스튜디오> by 스티브 J 앤 요니 P
젊고 개성 넘치는 디자이너 듀오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패션 학도로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 브랜드를 만들고 런던 패션 위크에 진출, 한국으로의 브랜드 이전 등 생생한 경험담으로 꾸며져 있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8. <The Little Black Jacket> by 샤넬
칼 라거펠트와 카린 로이펠트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블랙 재킷에 관한 책. 클래식한 블랙 재킷이 각각의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연출되는지 보여주는 사진들로 꾸며져 있다. 바네사 파라디에게는 스웨터처럼, 사라 제시카 파커에게는 머리 장식으로도. 블랙 재킷의 다양한 변화를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