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개 활짝 펴고 자유롭게 날고 싶은 나비 한 마리가 있어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는 간절하게 바라야 이룰 수 있는 소원이 되고 말았어요.



붉은점모시나비. 엄마가 붙여준 것도 아닌, 누군가 이름 모를 이가 붙여준 어색하고 낯선 나의 이름이에요. 나는 그 뜻도 모르겠어요. 그저 사뿐히 춤을 추던 그 많던 친구들이 어디로 갔을까 궁금할 뿐이에요.



그런 대단한 이름을 갖게 되면서 할 수 없는 게 많아졌어요. 달콤한 꽃 향기에 한껏 취하고 싶고, 두 날개를 햇살에 담가놓고 꽃그네 타면서 잠들고 싶고, 바람에 몸을 맡기고 친구들과 춤추고 싶은데.



꽃 위에 앉아서 흐느끼는 꼬마 꿀벌아가씨를 본 적이 있나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한참 눈물 흘렸어요. 그 아가씨는 잘 돌아갔을까요.



나의 날개를 탐내지 말아주세요. 사뿐히 날기 위해 필요한 나의 날개는 당신이 욕심 부릴 대상이 아니에요. 단지 내 몸의 일부일 뿐이라고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겠지만 나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요.



나에게서 따스한 햇살을 빼앗아가지 말아요. 햇살이 없으면 기린초도, 나도 행복할 수 없어요. 행복하고 싶어요. 가볍고 달콤한 꽃 향기에 맘껏 취하고 싶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꽃그네를 타고 싶고, 날개가 향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날고 싶어요. 그러니 특별하지도 않은 나를 찾지 말아요. 내가 좋아하는 꽃도 찾지 말아요.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나 비 를 도 와 주 세 요


붉은점모시나비는 한국적인 요소가 참 많아요. 날개의 질감은 잘 빠진 모시 같고, 그 안에 숨겨진 날개의 맥은 먹으로 힘차게 그은 것처럼 보이죠. 거기에 뒷날개는 새색시의 연지곤지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한복의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을 닮아서 나비 수집가들의 수집 욕구를 당기는 매력이 있어요. 문제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담은 모습 때문에 점점 개체수가 줄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그런 수집 욕구가 이 나비를 멸종의 위기로 몰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양지 바른 곳에서만 자랄 수 있는 붉은점모시나비의 먹이식물인 기린초가 식생의 변화(예를 들면 주변에 큰 나무가 생기면서 햇살을 가리는 것)로 인해 더 이상 자랄 수 없게 되거나 기후가 따뜻해져 활동에 지장을 끼치게 되는 것 등의 이유도 있으니까요. 사람의 먹거리 1/3 이상의 성장에 관여하는 꿀벌이 줄어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예요. 전자파와 지구온난화 등 꿀벌의 집단 폐사의 원인도 여전히 가설만 나와 있는 상태거든요. 아직까지 나비와 꿀벌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이제 나비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 놔둔다고 해서 보전될 수 있는 곤충이 아니에요.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장기적인 연구가, 그러니까 특징을 따서 이름을 붙여주고, 그 모습이 예뻐 고이 간직하려고 했던 관심과 노력을 이제 자연의 생존과 보전을 위해 기울여야 해요.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를 밝힐 수 있는 모델도 만들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나비를 잡는 것을 멈추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