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분다. 봄볕을 양껏 빨아들이는 꽃나무처럼 축제가 선사하는 풍요로운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당신을 위해 봄의 축제들을 알린다.

그린 얼루어 캠페인

환경과 축제는 사실 함께 어울리기 어려운 말이다. 사람이 모여드는 축제는, 그 취지가 어떻든간에 불순물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패션 라이프스타일 잡지가 친환경을 이야기할때의 어색함과도 닮았다. 잡지는 소비문화와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가 가장 대중적인 인쇄매체라면, 좋은 생각과 취지는 알려야 된다는 것이 <얼루어>의 생각이다. 그렇게 준비한 그린 얼루어 캠페인이 올해로 4회를 맞이한다.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이 되기 위하여 2011년부터는 녹색연합과 함께 멸종위기에 처한 울진군의 산양을 보호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고 작년, 2천5백만원의 기부금을 산양지킴이 활동에 기부했다. 올해 그린 얼루어 캠페인에서는 송자인, 최지형, 고태용, 이석태 등 국내 디자이너와 올드독 정우열, 275C 등 일러스트레이터가 협업한 다양한 모습의 ‘산양 티셔츠’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적인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도 부스를 활짝 열고, 패션 피플이 함께 하는 플리마켓도 당신을 기다릴 작정이다. N서울타워 점등과 함께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에코 콘서트는 행사를 한층 뜨겁게 달굴 예정이니, 봄날, 남산에서 초록빛 기운을 한껏 들이마시고 싶다면 언제든지 들러도 좋다. 4월 24일. N서울타워. www.style.co.kr/allure

부산국제연극제

사람들은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부산은 10회 가까이 국제연극제를 성공리에 개최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연극제는 뉴질랜드, 대만, 벨기에, 이탈리아, 일본의 작품을 비롯 국내 작품 18점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연극제의 슬로건은 바로 ‘아시아의 재발견’. 개막작도 40년 전통에 중국에서 1급 예술극원으로 선정된 사천성천극원의 천극 <수유기>가 선정됐다. 중국의 전통극이자 동양의 오페라로 불리는 천극은 북경의 경극, 소주지역의 곤극과 함께 중국 3대 전통연희의 하나로 꼽힌다. <수유기>는 당나라 시대의 연애 소설인 <이와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인 기생 이아선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 폐막작은 뉴질랜드에서 온 <이방인>으로 정해졌다. 동명의 그림책을 소재로한 작품인 만큼 정교한 무대와 소품, 배우들의 마임 연기가 아름답다. 부산국제연극제는 일주일간, 5개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올봄에는 부산을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겠다. 5월 4일부터 13일까지. www.bipaf.org

비아페스티벌

서울에 봄의 절정을 알려주는 축제를 하나 꼽아야 한다면 단연 여의도 봄꽃축제를 꼽겠다. 이때의 여의도는 꽃만큼이나 많은 사람으로 붐비지만, 연인과 친구,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부의 다정한 표정, 거리를 가득 채운 아름다운 꽃들은 이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또 다시 봄의 여의도를 찾게 하는 원동력이다. 축제의 밤하늘에 촘촘히 번지는 불꽃만큼이나 축제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축제 속의 축제, 비아페스티벌이다. 여의도 봄꽃축제의 메인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비아페스티벌은 야외무대인 하늘무대, 소리무대와 꽃잎길과 꽃잎마당 등 길을 점령하는 거리극 축제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친근하게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퍼포먼스와 현대 무용이 직접 거리로 찾아가는 페스티벌로, 참여하는 예술가와 극단은 초청이 아닌, 참여 접수를 통해 선별되는 만큼, 적극적인 몸짓을 기대해도 좋겠다.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www.viaf.or.kr

뷰티풀 민트 라이프

겨우내 경직돼 있던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봄바람의 따뜻함을 가슴 깊이 들이켤때, 봄이 참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봄의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뮤직 페스티벌이다. 매년 10월마다 그랜드민트 페스티벌이라는 근사한 가을 축제를 선사하고 있는 민트 페이퍼가 봄을 위해 만든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큰 규모의 축제는 아니다. 올림픽공원을 통째로 빌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15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주는 안정감 때문에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팬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인디 음악, 홍대 밴드라는 단어의 의미가 갈수록 모호해져 가는 지금이지만 지금의 인디 음악 신에 가장 밀착해 있는 음악인을 선별해내는 안목도 여전하다. 10cm와 페퍼톤스가 화사한 봄기운을 전한다면, 킹스턴 루디스카와 칵스가 겨우내 찌뿌드드했던 몸과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줄 거다. 1차 티켓 오픈은 이미 매진된 상황, 여분의 티켓도 조기 매진이 예상된다고 하니 서두르자. 4월 28, 29일. 고양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 www.mintpaper.com

춘천마임축제

‘마임’ 하면 90%의 사람들은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지 않을까? 보는 이는 크게 소리 내며 웃지만 정작 스크린 속의 그 자신은 고요했던, 철저하게 계산된 몸짓으로 연기했던 채플린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춘천마임축제는 몸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에 주목한다. 서커스와 인형극 등 한동안 ‘예술’의 범주에서 소외된 듯 보였던 공연들도 춤과 무용, 마당극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서커스, 춤, 인형극까지 보여주는 쿠에르도 쇼와 즉석에서 다양한 동물로 변신하는 야마모토 코요의 마임 라이브 등이 ‘도깨비난장’이라는 이름으로 수변공원에서 펼쳐진다. 본격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겠다는 춘천마임축제의 각오가 돋보이는 것은 개막식과 폐막식이다. 아예 개막 ‘난장’, 폐막 ‘난장’이라고 이름 붙인 행사는 각각 물과 불을 테마로 삼았다. 개막 난장에는 시민들이 서로 물총을 쏘고 물폭탄을 터뜨려 도심 속의 일탈을 노리고, 폐막 난장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만든 공지어 9,999마리를 태워 올리며 소원을 빌 예정이다. 춘천마임축제의 단골 소재인 공지어는 춘천의 공지천 설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물고기다.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www.mimefestival.com

월드디제이페스티벌

5월, 가장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다면 양평으로 가자. 지난해, 난지지구에서 양평으로 거처를 옮긴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은 새로운 장소가 썩 맘에 든 모양이다. 올해도 축제의 장소로 넓고 쾌적한 양평을 선택한 것을 보면 말이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올해에도 세계 각국의 디제이들이 들려줄 음악들은 다채롭다. 하드코어 테크노부터 감성적인 트랜스까지, 언더그라운드 플레이어부터 하이브리드 퍼포먼서까지. 질릴 틈 없이 다양한 디제잉은 토요일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이어진다. 국내 뮤지션들의 공연도 펼쳐진다. 하우스 룰즈, 이상은, 야광토끼 등이 양평의 봄밤에 깊이를 더할 거다. 지하철 경춘선과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다닌다고 해도 양평은 여전히 멀다. 페스티벌 장소에서 숙박시설이 몰려 있는 역 주변까지 15분은 걸어야 하니 파티 후 연소된 몸을 한시라도 빨리 누이고 싶다면 캠핑권을 구매하는 게 좋다. 4종류의 다양한 텐트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단, 캠핑을 하더라도 덮을 것과 도톰한 옷은 꼭 챙길것. 5월이라지만 여전히 땅의 한기는 무시하기 어렵다.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양평상상체육공원. www.worlddjfest.com

서울 국제 즉흥춤축제

예술의 감정과 사상의 발로라면, 즉흥춤은 예술의 근본에 가장 근접한 행위가 아닐까. 해외 문화예술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국내 예술가들의 해외진출과 공연예술의 국제무대진출을 도모하는 IPAP(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Project)에서 주최하는 서울 국제 즉흥 춤축제는 올해로 5회를 맞이했다. 서울 국제 즉흥춤축제의 공연 시간표는 당혹스럽다. 정확한 작품명 대신 오프닝 즉흥, 9시간 즉흥 난장, 7명의 무용수가 1명의 뮤지션과 춤을 추는 컨택 즉흥, 그룹 즉흥 등 ‘즉흥’이라는 단어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공연 시간만 정해져 있을 뿐, 그 외에는 어떤 정보도 드러나지 않으니 도무지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엄연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지만 즉흥춤은 아직까지 우리에겐 생소한 장르다. 한국에서는 2000년에 처음으로 극장 무대에 올랐을 정도니까. 하지만 참가자의 순발력과 즉흥적인 발상, 순간의 에너지와 감정, 기술이 폭발하며 관객과 교감하는 즉흥춤은 결말이 열려 있는 영화처럼 자유롭다. 네덜란드, 프랑스, 슬로베니아 등 6개국이 참여하며 14일, 서울에서 막을 내린 무대는 이후 부산으로 내려가 17일까지 계속된다. 4월 10일부터 1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www.ipap.co.kr

페스티벌 봄

이제 세상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게 남아 있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건방진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부지런히 몇 개의 갤러리를 돌고 공연을 챙겨 본 다음에는 더욱 그렇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페스티벌 봄’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조차 놓쳤을지도 모르는 예술의 틈새를 샅샅이 살피는 축제다. ‘국내외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아우르는 국제다원 예 술 축 제’ 라고 소개하는 페스티벌 봄에는 말 그대로 공연도 있고 전시도 있다. 대부분 신인인 국내외의 작가들은 흥미롭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피자 만드는 방법을 촬영한 동영상을 북한 암시장의 한국 드라마 배포 루트를 따라 배포한 후 주민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내용으로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모두를 위한 피자>에 이어 올해에는 라면과 과학, 예술을 접목하는 <라면 앙상블>과 같이 일상을 비튼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진 안무가 대니얼 리너핸(Daniel Linehan)과 2001년, 독일 최고의 연극인으로 선정된 연출가 르네 폴레슈(Rene Pollesch), 독일의 대표적인 극단인 쉬쉬팝(She She Pop)의 공연은 현대 예술이 무대와 현실을 어떻게 잇고 반영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지난해 ‘페스티벌 도쿄’에서 주목받았던 네지 피진(Neji Pijin)의 작품을 비롯 일본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3월 22일부터 4월 18일까지. www.festivalbo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