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주인공이거나, 윤회를 이야기하거나, 무자비한 개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지구의 아름다운 비경을 담았거나….

1. <네 번(The Four Times)> 2010 |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은 죽고 다시 태어난다. 2010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상영된 영화 <네 번>의 주인공들에게는 대사가 단 한 마디도 주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이탈리아 남부의 어느 시골 마을에 사는 늙은 목동과 아기 염소, 전나무와 숲을 따라간다.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던 목동은 조용히 숨을 거두고 아기 염소는 태어난다. 전나무는 베어지고 숯은 탄다. 마치 옴니버스처럼 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큐멘터리인지 영화인지도 헷갈리게 만드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무색할 정도로 정적인 롱테이크 화면을 보여준다. 아무리 외로운 삶이라도 혼자가 아니다. 생명이 순환한다는 사실, 일상이야말로 숭고하다는 진실, 아무것도 그냥 살다가 버려지는 일은 없다는 비밀이 영화 속에 있다. – <얼루어> 피처 디렉터 허윤선

2.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 (The Cove)> 2009 | 루이 시호요스
화려한 돌고래 쇼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잔인함을 파헤친 영화다. 돌고래 쇼를 전 세계로 유행시킨 1960년대 미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플리퍼>. 여기에 앞장섰던 돌고래 조련사 릭 오배리는 어느 날, 자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뒤 스스로 호흡을 끊고 자살을 선택한 돌고래를 보며 아무리 호화로운 수족관이라도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으로 인해 ‘번성’한 돌고래 산업을 종식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결자해지’의 노력이 눈물겹다. 또한 일본 타이치 해변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인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임순례 감독

3.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 2009 | 저스틴 셰인, 로라 가버트
요즘 우리의 삶을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까? 문제는 실천 여부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 임팩트 맨>은 환경에 문외한이었던 뉴요커 가족의 에코 라이프 도전기를 담았다.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TV 보지 않기 등 친환경적인 삶이 오히려 인간을 불행에 빠뜨리는 초난감 상황에 부딪힌다. 그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 카투니스트 올드독

4. <썸웨어(Somewhere)> 2010 | 소피아 코폴라
썸웨어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다. 여자, 명예, 돈 등 가질 건 다 가졌지만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던 아빠의 삶에 문득 들어온 11살의 딸. 그 행복한 시간을 나열하는 동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그리운 기억을 꺼내보게 하는 영화다. ‘친환경’과 직접적인 거리는 멀 수도 있겠지만 결국 환경을 생각하는 건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행복과 환경이 거리가 멀지 않음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또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아름다운 영상미에도 흠뻑 빠져보길. – 사진가 박지혁

5. <뷰티풀 그린(La Belle Verte)> 1996 | 콜린 세로
가끔 지독한 그리움에 마음 아플 때가 있다. 그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새로운 이상향과도 닮았다. 영화 <뷰티풀 그린>의 초록별을 보고, 그곳이 바로 저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구인보다 200년 앞선 지능을 가졌음에도 물질문명을 버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택한 뷰티풀 그린의 사람들. 그래서 지구와 닮았지만 점점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별 ‘뷰티풀 그린’. – 사진가 박기숙

6. <아름다운 비행(Fly Away Home)> 1996 | 캐럴 발라드
윌리엄 리쉬맨과 조셉 더프 일행이 실행하고 있는 ‘이주작전’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13세 소녀 에이미와 도시개발로 서식지와 어미를 잃은 16마리 기러기의 캐나다와 미국에 이르는 긴 여정을 그린 영화. 인간과 자연의 교감으로 이루어낸 이 감동적인 비행은 그 어떤 외침보다도 진하게 마음을 울린다. 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제는 잊혀진, 사라져가는 습지의 모습이 안타까워서일까? – 환경예술가 김정섭

7.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 | 스티븐 소더버그
이 영화는 가진 것 없는 애 딸린 이혼녀 줄리아 로버츠가 대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 성공하는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 내면에는 대기업 공장에서 유출되는 화학 성분이 환경뿐 아니라 인간을 병들고 죽게 만드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자행되는 뻔뻔한 현실이 자리한다. 결국 사람이 스스로의 목을 옥죄고 있단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 사진가 오중석

8. <아마존의 눈물> 2010 | 김진만, 김현철
말로만 듣던 아마존, 그 아마존의 사실적인 모습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자신만의 삶의 터전을 지키며 살아온 조에족의 순수한 모습, 그리고 도시로 나와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원시인의 모습을 통해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고 슬픈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무분별한 환경 개발과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영화. 광활한 대자연과 때묻지 않은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얼마만큼의 훼손을 더해야 할까? – 자연주의 브랜드 <이새> 대표 정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