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무한한 성찰과 관심, 아이디어, 집을 채우는 아름다운 것들을 담은 책을 천천히 골랐다. 당신과 나의 집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집의 틀을 세우다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게 쉽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넘겨봤다.

1. <아파트와 바꾼 집> 박철수, 박인석
언젠가 건축가 구만재는 말했다. “집을 지어달라고 이런저런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을 건네는 사람은 많지만, 어떤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어요.” 집을 짓는다는 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건축가들은 말한다. 이 책은 ‘살구나무 집’이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았지만, 때때로 한 사람이 집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로 옮기는 인생 극장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채의 집이 완성된다. 동녘

2. <내가 꿈꾸는 집 한옥> 오영실, 박진영
한옥을 꿈꾸는 사람은 많고, 한옥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책은 서울에 곳곳에 남아 있는 한옥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옥을 집으로 삼은 사람들과 한옥을 사무실로, 가게로, 스튜디오로 바꾼 사람들이 봄볕처럼 한옥의 문을 열어 보인다. 한옥에 산다는 건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일 거다. 하지만 편리한 아파트가 주지 못하는 은은한 멋이 있다. 한옥에 사는 사람들은 그 멋을, 매일 새롭게 발견한다고 한다. 그 어느 나라 집과도 닮지 않은 한옥의 속살. 동아일보사

3. <작아도 기분 좋은 일본의 땅콩집> 주부의 친구 편집부
장안의 화제인 ‘땅콩집’. 여기에 관한 한 선배임이 틀림없는 일본의 땅콩집을 차곡차곡 모았다.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작고 좁은 집을 크고 넓게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작은 집일수록 처음부터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영리하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티

4. <건축가>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이 상을 수상한 32명의 위대한 건축가가 남긴 말과 적은 글, 작품을 모두 모은 이 책은 두 손으로도 버거울 정도로 크고 두툼하다. 건축가는 작은 집부터 커다란 건물까지 모두 같은 ‘공간’ 개념으로 접근한다. 읽다 보면 우리가 사는 공간과 건축이라는 생활 예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까치

5. <철학으로 읽는 옛집> 함성호
옛날 옛적, 처마 하나로 건축이 대중과 많은 얘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건축평론가 겸 시인인 함성호는 이 책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인은 이언적과 윤선도, 퇴계 이황 등 직접 자신의 집을 지은 성리학자의 집을 찾아 나선다. 집과 집을 지었던 사람의 생각을 되짚어 옛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그 어느 책보다 한옥의 미학과 집을 둘러싼 철학을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전한다. 한옥의 추상적인 내포가 구체적인 문장으로 펼쳐진다. 열림원

아이디어, 아이디어

집을 꾸미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요람.

1. <파리지앵의 스타일 키친>
부엌을 완성하거나, 여자의 행복을 완성하는 건 결코 커다란 냉장고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파리에서 찾은 여자들의 부엌은 다채롭다. 평범한 것, 부산한 것, 뭔지 모르게 산만한 것, 모던한 것이 섞여 있다. 자기만의 방이 생기기 전에 부엌은 여자만의 공간이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최대한 유쾌하게 만들 일이다. 나무 수

2. <베란다 시작했습니다> 히라사와 마리코
환기를 하는 창, 빨래 너는 곳이 아니면 급하게 온 손님을 피해 잡동사니를 투척할 수 있는 긴급 창고. 베란다는 집의 버려진 빈틈일 때가 많다. 하지만 베란다는 가장 먼저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멋진 공간이다. 일본에서 한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이 책은 베란다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일과 베란다를 멋지게 꾸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화분 위에 비닐로 만든 허수아비를 매달고 온갖 과일을 말리며 볕 좋은 날 일광욕을 즐기는 곳이 베란다다. 페이퍼북

3. <안나리사의 가족> 홍성환
멋진 집을 갖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권한다. 유리 예술가인 홍성환과 북유럽에서 온 아내 안나리사는 남양주에 지은 조립식 건물과 다른 사람이 버린 잡동사니를 이용해 멋진 집을 만들었다. 외관보다 멋진 건 가족이 매일을 보내는 집 안이다. 그들의 자연스럽고 따듯한 삶은 사진 에세이집 <안나리사의 온넬라>에서도 구경할 수 있다. 시드페이퍼

4. <타니아의 작은 집> 가도쿠라 타니아
타니아는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전문가다. 독일식 실용주의와 일본식 실용주의를 멋스럽게 바꾼 라이프스타일은 동양의 문화를 가졌으되 서양식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알려준다. 그리고 아주 단순한 진리, ‘집에는 꼭 필요한 물건만’ 두고 항상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공짜로 주는 선물도 거절하라는 것이다. “일본은 여기저기서 공짜로 주는 것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것을 들이는 순간 애물단지가 되는 건 확실하다. 홍시

5. <유럽 벼룩시장 스타일> 에밀리 차머스, 알리 하난
멋을 아는 사람들일수록 빈티지를 사랑한다는 건, 틀린 명제는 아니다.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는 재능이 없다면 오래된 물건은 그냥 집안의 조화를 해치는 낡은 것이 된다. 벼룩시장에서 사거나 버려진 빈티지 물건으로 꾸민 이 책의 집들은 할머니의 집도 다시 뒤져보게 만든다. 이끼북스

채워야 할 물건들

물건을 고르는 건 취향을 자랑하는 일이 아니라, 동거인을 모집하는 일이다.

1.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권은순
‘만약 단 한 가지 가구로 집을 변화시켜야 만한다면?’ 이 질문 앞에서 많은 디자이너가 침대나 책상 대신 의자를 권했다. 눕든, 앉든 어딘가에 엉덩이를 붙여야 편안한 우리에게 의자는 휴식과 안정을 약속한다. 이 책에는 위대한 산업디자이너들이 창조해낸 50개 의자가 그때 그 모습으로 담겨 있다. 수없이 복제된 의자의 원형을 보다 보면 의자야말로 대단한 예술 작품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에 가격을 검색해보고 또 놀랐다. 홍디자인

2. <친절한 북유럽> 박루니 외
네 명의 작가가 북유럽의 디자인을 인터뷰했다. 헬싱키, 스톡홀름, 코펜하겐 등 북유럽의 도시는 혹독한 겨울 때문에 실내 문화가 더욱 발달했고, 실용적이고 따뜻한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몇 년 전부터 북유럽 코드가 대세다. 무작정 소비하기보다 그 안의 철학을 들여다보길. 아트북스

3. <제인 패커의 플라워 코스> 제인 패커
세계적 플로리스트로 우리나라에도 매장을 두고 있는 제인 패커가 꽃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 그녀의 플라워 스쿨 중 4주 커리어 코스 강의 내용을 책으로 담았다. 꽃을 고르는 방법과 간단한 꽃 처리 방법을 알려주고 간단한 부케부터 다양한 꽃병을 다루는 법, 계절을 담은 리스, 코르사주를 만들어나간다. 과정 컷을 보고 설명을 읽으면 정말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답답한 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제각기 아름다운 꽃의 향연의 펼쳐진다. 꽃이 부리는 공간의 마법. 시공사

4. <네덜란드, 나만의 DIY 인테리어> 에디션드파리
각 도시의 특징을 살린 얇고 가벼운 인테리어 핸드북을 출간하는 에드션드파리 시리즈. 실용적인 멋을 추구하는 네덜란드는 ‘DIY’를 주제로 만들어졌다. DIY라고 해서 재봉틀을 돌리거나 전기톱을 들어야 하는 벅찬 일은 아니다. 밖에서 주워온 나뭇가지에 전등을 걸고 옷걸이에 털실을 감아 폴 스미스 뺨치는 포근한 줄무늬를 만들어내는 일. 시드페이퍼

5. <1000 New Eco Lifestyle>
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해도 못생긴 것을 매일 보고 쓰는 건 내키지 않는 사람이라면, 에코와 디자인이 결합했을 때의 그 강력한 결과물 1천 개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친환경 소재는 물론,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이 모두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가구에서 티스푼까지, 카테고리별로 모은 예쁘고 멋진 녹색 물건들. ITC

6. <명품명장 통영 12공방 이야기> 조윤주
통영에는 유독 장인들의 공방이 많다.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온 유산을 지키는 그들의 손은 늘 거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완성된 공예품에는 레디메이드가 가질 수 없는 기품이 담겨 있다. 다른 게 아니라 이게 바로 명품인가 싶다. 디자인하우스

다른 곳으로의 초대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여행도 하고 다른 사람의 작업실도 구경한다.

1. <화가의 집> 제라르 조르주 르메르
화가의 집은 그대로 남아 전설처럼 사람을 불러 모은다. 윌리엄 모리스의 집은 사치스럽고 예의 우아한 패턴으로 가득하며, 르네 마그리트의 집은 직선적이고 단순하다. 부유한 집도, 가난한 집도 있다. 그래도 화가는 화가인지, <작가의 집>보다 보기 좋다. 화가의 삶을 닮은 집이 각 페이지마다 놓여 있다. 언젠가 우리가 떠난 자리도 그럴 것이다. 아트북스

2. <좀 더 가까이> 김태경
집 안에 책이 있다는 건, 고민거리가 하나 늘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쌓이고 쌓인 책은 이대로 살 수도, 그렇다고 내다 버릴 수도 없는 딜레마를 만든다. ‘어디에 어떻게 꽂아야 할까?’라는 문제다. <서재 결혼시키기>나 <책과 집> 같은 책은 애서가의 고민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달래주기도 한다. 이 책은 집과 사무실, 북 카페, 디자인 서점에서 책을 다루고 보관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분명 마음에 드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을 CD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있다. 동아일보사

3. <유럽낭만 탐닉> 세노 갓파
일본의 디자이너 세노 갓파는 집요하게 유럽식 삶을 파고든다. 호텔의 내부와 기차 객실, 열차 승무원의 제복. 마치 눈에 닿은 모든 것을 기록하려는 듯 펜은 정확하게 기억을 복원한다. 사진이 아닌 스케치로 옮겨놓은 공간은 마치 어떤 공간의 전개도 같다. 일본 예술인들의 작업실을 집요하게 그려놓은 <작업실 탐닉>도 나와 있다. 씨네21북스

4. <소박한 정원> 오경아
<소박한 정원>과 <영국 정원 산책>을 쓴 가든 스타일리스트 오경아는 정원이라는 게 타샤 튜더처럼 특별한 사람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주택이 아니어도 아파트 한쪽에 마음을 준 구석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나의 정원이 될 수도 있는 일. 언젠가 멋진 정원을 갖기를 소망한다면, 여행을 떠날 때마다 그 도시의 공원에 잠시 머무르는 일을 빠트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먼저 정원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길. 디자인하우스

5. <작업실> 이상현, 이안나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만의 방을 꿈꾸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기만의 작업실을 꿈꾸는 시대가 왔다. 사진가의 스튜디오나 예술가의 아틀리에가 아니라도 작업실은 사무실의 꿈이며 혼자만의 공간을 찾는 사람의 이상향이다. 그 작업실을 가진 운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우듬지

6. <프렌치 테이블> 제인 웹스터
언젠가 프랑스의 고성에서 공주처럼 살 거라던 어린 시절의 공상이 이루어진다면? 책의 가족은 전 재산을 털어 프랑스의 고성을 충동구매한다. 오래된 성을 때빼고 광내느라 하녀의 삶이 따로 없지만,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프런치 테이블’ 투어도 운영한다. 북노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