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도 봄바람 대신 입김만 피어오르던 날, 열두 명의 뮤지션과 함께 봄을 기다렸다. 봄에 부르고 싶은 노래와 듣고 싶은 노래, 봄에는 끝내야 할 일. 봄 얘기만 실컷 했더니 문득 창밖의 햇살이 달라져 있다




몽구스


몽구스의 계절은 봄 그리고 여름이어야만 한다. 앨범마다 봄과 여름의 따스하고 신나는 기운을 담는 몽구스는 봄을 부르는 노래가 너무 많아서 회의가 필요했다.

봄에 들려주는 노래 ‘Pintos’. 몽구스 3집에 있던 곡이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셋이 함께 골랐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만든 모든 앨범에 봄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1집에는 ‘나비 봄을 만들다’, 2집에는 ‘나빗가루 립스틱’. 그리고 3집의 ‘Pintos’죠. 새로 시작하는 연애에 대한 설렘을 담은 노래예요.
나만 아는 이야기 청담동 녹음실에서 마지막 밤샘 녹음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그때도 봄이었어요. 마침 샤드 형이 차를 새로 뽑았어요. 녹음은 잘 끝났고, 깊은 밤이라 차도 막히지 않았어요. 새 차에 방금 녹음해서 나온 데모CD를 넣었는데, 우리도 처음 듣는 거였어요. 그리고 창문을 열고 영동대교를 건널 때 딱 이 ‘Pintos’가 나왔어요. ‘봄밤처럼 달콤하게 속삭이고 싶어’. 한강과 밤바람, 새 차, 새 노래. 모든 게 좋았고, 우리가 들어도 이 노래는 참 좋아! 하면서 집에 갔죠(몬구). 이 노래는 몽구스 베스트 3 안에 들어요(샤드). 나한텐 넘버원이에요(링구).
봄에 해야 할 일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몽구스가 되어야죠. 겨울에는 공연이 많지 않아서 뮤지션들은 보통 작업을 해요. 겨우내 작업해서 봄에 열심히 활동하죠.
흥미로운 일 한강변에 개인 작업실을 계약했어요. 꾸밀 생각을 하면 설레고,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두려워요(몬구). 난 어쿠스틱 기타, 어쿠스틱 사운드에 점점 더 빠져들어요. 포크 음악을 해보고 싶어졌어요(샤드). 기타를 잘 치는 ‘기타기타열매’를 구해와서 좀 먹고 싶네요. 기타는 ‘링구의 번외편’이랄까. 디제잉과 운동에도 관심 있고요(링구).
듣고 싶은 노래 우린 그냥 한 곡씩 얘기할게요. 나는 전자양의 ‘나와 산책을 하지 않겠어요?’(링구). 마츠다 세이코의 ‘Good Bye My Baby’(샤드). M83의 ‘New Map’과 야광토끼의 ‘조금씩 다가와줘.’(몬구)





“집에 돌아가면 메이크업을 지우고, 창문을 열어서 청소를 할 것 같아요.” 트레이드마크 같은 빨간 아코디언을 맨 뎁만큼은, 이미 봄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봄에 들려주는 노래 ‘4월 벚꽃’. <솔트 앤 페퍼>라는 책의 북 O.S.T에 실린 곡이에요. 실은 1집 노래들이 봄 노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재킷도 샛노란색이거든요. 소녀의 들뜬 마음을 노래한 ‘아스트로걸’도 봄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나만 아는 이야기 <솔트 앤 페퍼>는 일본 여행을 다룬 에세이예요. 작가분이 쓴 원고를 미리 받아서 읽어보고, 책에 실린 이야기와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작업이라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 곡은 떠나는 봄을 아쉬워하는. 봄의 뒷면을 담고 싶었어요.
봄에 해야 할 일 1월과 2월은 공연계의 비수기죠. 봄부터 일이 많아지기 시작해요. 3월에는 스티키몬스터랩과 함께한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와요. ‘우리 집에 놀러 와’라는 노래를 불렀어요. ‘남자 사람인 친구’에게 집에 놀러 오라고 하면 다른 뜻을 의심할 수 있잖아요. 오해하지 말고 심심하니 그냥 놀러와, 라는 노래예요. 3월 10일에 누구나 올 수 있는 파티가 공연을 곁들여 열려요. 놀러 오세요.
흥미로운 일 명상과 유기농 야채에 빠져 있어요. 먹는 음식이 몸이 되고 정신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식품 첨가물을 그렇게 많이 먹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좋은 것만 먹이려고 노력해요. 정신과 육체의 평화만큼 중요한 건 없잖아요.
듣고 싶은 노래 <리코와 치타>의 O.S.T를 듣고 브라질이나 쿠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어요. ‘카시오페아’의 베이시스트가 브라질 뮤지션을 모아서 낸 보사노바 앨범 <브라질에서 온 편지>도 엄청 좋아요.




이이언


5년이라는 긴 공백 끝에, 이이언이 돌아왔다. 밴드의 음악을 추구하는 MOT과 달리 이이언은 소리 자체에 집중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시간엔, 이 부분엔 이 소리여야만 한다고. 이이언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봄에 들려주는 노래 ‘창문 자동차 사과 모자.’ 나른한 봄날 오후 같은 시간에, 시선이 머무는 자리로 시작하는 곡으로 이번 새 앨범에 있어요.
나만 아는 이야기 늦봄 또는 초여름이었을 거예요. 지금은 이사했지만 사당동에 있던 작업실 베란다 테라스에 마이크를 놓고 나른한 오후의 동네 소리를 녹음했어요. 밖에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의 발 소리, 개 짓는 소리와 자동차 소리. 그 봄날의 하루를 녹음해서 음악의 배경에 쭉 깔아놓았어요. ‘창문 자동차 사과 모자’는 별 뜻 없이 부유하는 생각들이죠. 낮잠에 빠져들기 전에 멍해지면서 무의식과 의식의 왔다갔다하는 경계에서 의미 없는 환상과 공상을 했어요. 가사는 몇 마디뿐이지만 이 노래는 가사로부터 시작되었어요.
봄에 해야 할 일 회복. 앨범 작업하면서 손상되고 상실된 여러 가지 등 회복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체중이 많이 줄어서 일단 많이 먹어야겠고, 지친 정신은 여유가 필요해요. 연애를 한다거나.
흥미로운 일 타이틀 <Guilt-Free>는 ‘Guilt-Free Sin’에서 온 거예요. 죄의식과 죄책감 없는 아이러니한 단어를 생각했어요. ‘Shame’은 모든 사람이 괜찮다고 하면 사라지지만 ‘Guilt’는 나의 내면이 허락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아요. 내게도 ‘길티 플레저’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그걸 즐기지 못해요. 그것에서 자유롭고 싶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싶어요. 한마디로, 난 행복해지고 싶은 거예요.
듣고 싶은 노래 션 레논의 ‘Spectacle’. 어릴 적에 봄에 찍었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블로그 배경 음악이 이 노래였어요. 그래서 이 노래가 생각났는지도 모르죠.




원펀치


박성도는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서영호는 건반을 치고 노래를 부른다. 하는 음악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지은 이유를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그들은 순순히 답을 해준다. “음악과 밴드의 정서를 이름까지 일치시키는 건 너무 뻔하지 않아요?”

봄에 들려주는 노래 ‘푸른 스팽글’. 새 앨범이 3월 말에서 4월 초에 나올 예정인데, 그 안에 들어 있는 곡이에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프로듀서를 했지만, 이번엔 방준석 형이 프로듀서를 맡았어요.
나만 아는 이야기 ‘푸른 스팽글’은 파란 스팽글을 입은 그녀와 서울의 한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만들었어요. 좋아하던 아가씨가 물보다 맑은 사이다를, 맑은 스팽글을 입고서 들고 있는데 사진의 주인공이 그보다 더 맑고 아름답죠. 곡과 가사는 내가 썼어요. 지금은 없는 그녀를 위하여(박성도). 슬프다 못해 청승맞았어요. 그러니 오히려 밝게 가자고 했죠. 어떤 분위기를 담을지 함께 고민했어요(서영호).
봄에 해야 할 일 앨범이 봄에 꼭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 노래는 ‘봄 상품’이니까요. 그런데 봄은 언제까지예요? 어쩌면 늦봄에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우리 앨범이 나올 때까지는 늘 봄이어야만 합니다.
흥미로운 일 고구마 시세에 관심이 많아요. 고구마는 구황 작물이잖아요. 그런데 이제 고구마를 비싸서 못 먹게 됐어요. 신세경과 신민아 중에 누가 더 ‘핫’한지도 궁금해요.
듣고 싶은 노래 앨범을 준비하면서 영향 받은 많은 앨범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리틀 윌리스(Little Willys)의 새 앨범이에요.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 발매되지 않아서 유튜브를 통해서 듣고 있죠. 우린 노라 존스보다 그녀의 컨트리 프로젝트인 리틀 윌리스를 훨씬 더 좋아해요.




고희안


재즈밴드 ‘프렐류드’의 리더이자 재즈 피아니스트인 고희안. 이 봄,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바쁜 열 손가락이 될 것이다.

봄에 들려주는 노래 ‘Piccadilly Circus’. 프렐류드 5집에 들어 있고, 봄을 떠오르게 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유독 인기가 많았어요. KBS의 음악 어플에도 들어 있어요.
나만 아는 이야기 처음에는 보컬을 넣을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처음 작곡했을 땐 피아노곡이었죠. 런던의 골드스미스 대학교에 갔다가, 거기 피아노가 있길래 런던을 거닐면서 느꼈던 감정대로 만들었어요. 그 곡을 프렐류드를 위한 밴드 곡으로 바꾸면서 색소폰을 입혔는데, 색소폰의 느낌을 살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죠. 봄이면 보사노바가 가장 잘 어울리잖아요.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라그리마스 주니어의 우쿨렐레와 보컬을 얹어서 완성했죠. 그리고 이 곡의 제목인 ‘Piccadilly Circus’는, 아직 피아노곡일 때 여기 에디터가 직접 지어줬어요.
봄에 해야 할 일 6집 의 녹음을 최근에 끝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재즈 밴드로서의 길과 완성도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을 많이 했죠. 하지만 앨범은, 제목처럼 하루 쉬는 날 같은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예요. 그중 두 곡을 오지은과 함께 작업했는데, 그중 하나의 제목은 ‘After Breakfast’예요. 6집은 아마 앨범 전체가 봄과 잘 어울릴 거예요. 멜로디온으로 작업한 곡도 있는데, 그 곡은 정말 소풍 가는 분위기예요.
흥미로운 일 과연 프렐류드가 LG아트센터의 공연을 매진시킬 수 있을 것인가. LG아트센터 무대에 국내 재즈 밴드 연주팀이 서는 건 최초예요. 모두 1천60석인데 지금까지 공연해오던 것의 두 배쯤 되니 긴장되는 게 사실이에요. 또 고희안 트리오의 새 앨범도 나와요. 3시간 안에 12곡을 다 녹음했어요. 그게 정말 마음에 들어요. 듣고 싶은 노래 베보 발데스의 앨범. 음악을 들으면 라틴의 햇살이 떠올라요. 최고의 쿠반 재즈 뮤지션이죠. 최고!




심규선


‘에피톤 프로젝트’의 목소리이자 ‘루시아’라는 페르소나를 가진 심규선은 회색 코트 안에 노란 미니드레스를 입고 왔다. 봄이었다.

봄에 들려주는 노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줄 건가요’. 루시아 with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이에요. 디지털 싱글 음반으로 발매되기도 했었고, 또 첫 정규앨범인 <자기만의 방>에도 수록되어 있는 곡이에요. 봄이 되면 매년 어쩔 수 없이, 딱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들이 생겨나요. 이 노래 역시 그런 노래예요.
나만 아는 이야기 어느 늦봄의 밤에 동네를 산책하다가 불현듯 가사와 멜로디를 떠올리고 작곡했어요. 그때 지독한 짝사랑에 빠져 있었는데, 그날 밤에도 괴롭고 뜨거운 마음을 견디기 어려워서 새벽에 그 사람의 집 근처를 계속 서성이고 있었어요. 그때 덩굴 꽃이 담벼락에 매달린 채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나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봄에 해야 할 일 새 음반을 준비하고 있어요. 봄의 가장 찬란한 시기에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많이 있어요! 이 계절에 어디를 걸으며 누구와 무엇을 하든지, 이 노래들이 그 장면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BGM이 되기를 기대해요. 그래서 꼭 봄에 내고 싶어요. 이 시기를 놓치면 또 다음 봄을 기다려야 하니, 그래서 더 서두르고 있어요.
흥미로운 일 최근에는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일에 꽤 집중하게 되었어요.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신선한 재료를 산 뒤에 그날 바로 요리해서 맛있게 먹어 치우는 그런 과정 자체도 너무 기분 좋아요.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요. 다만 손이 커서 양 조절하기가 힘들어요. 듣고 싶은 노래 한희정의 ‘우리 처음 만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