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와 옷을 ‘입히는’ 스타일리스트, 그들이 손을 잡았다. 그 덕분에 아이돌 그룹의 무대의상과 배우의 스크린 속 의상은 한층 더 멋진 스타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곽현주 & 스타일리스트 김하늘

과감한 프린트와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 곽현주와 화려하기만 한 무대의상의 편견을 깨보고 싶다는 스타일리스트 김하늘. 이 둘의 노력이 틴탑의 <향수 뿌리지 마>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처음 만남
김하늘 어시스턴트 시절부터 곽현주 실장님을 알고 지냈어요. 그러다가 틴탑의 <향수 뿌리지 마> 앨범 스타일링을 맡게 되면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났어요. 디자이너 곽현주의 옷은 기본적으로 광택감이 있고 테일러링도 완벽하죠. 곽현주 컬렉션의 옷이라면 마냥 화려하기만 한 아이돌 무대의상의 고루함을 깰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곽현주 예전부터 스타일리스트 김하늘은 저랑 코드가 맞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틴탑의 의상을 같이 해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잘 모르는 신인 그룹이었지만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흔쾌히 승낙할 수 있었어요.

둘이어서 더 좋은 점
김하늘 신인 그룹이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디자이너 곽현주에 대한 믿음이었죠. 그림을 참 못 그리는데 대충 스케치해서 무작정 들고 갔더니 그 느낌을 잘 해석해주었어요. 게다가 소재와 부자재 등 스타일리스트가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디자이너가 있어 든든했어요.
곽현주 결론적으로 내 옷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기회를 마련해줬어요. 아이돌 의상은 멋있게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춤을 추려면 활동성이 있어야 하고, 조명, 화면 구도 등에 따라서도 옷이 다르게 보일 수 있어요. 새로운 무대의상을 준비할 때마다 하나씩 더 배웠어요. 팬츠 뒷주머니에 장식을 단 것도 안무 중에 뒷주머니에 손을 넣는 장면이 있어 나중에 수정한 거예요.

기억에 남는 협업 의상
김하늘 스트라이프 의상. 패턴을 넣었을 뿐인데 남성스러우면서도 발랄해 보였죠. 또 검은색 슈트에 흰색으로 포인트를 준 의상도 멋있었어요.
곽현주 저도 둘 다 좋았어요. 제가 원래 패턴이나 소재의 믹스매치를 즐기는데, 제 느낌이 잘 묻어나면서도 남자친구로 삼고 싶은 틴탑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줬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곽현주 틴탑 멤버들이 옷을 피팅하러 왔어요. 아무래도 실루엣이 날렵하다 보니 춤출 때 걱정이 됐나 봐요. 멤버 중 한 명이 “선생님, 이거 안 뜯어지겠죠?”라고 물었어요. 스판 덱스 소재도 넣었고, 봉제도 튼튼히 했으니 걱정 없었죠. 절대 안 뜯어진다고
단언했는데, 글쎄 격한 동작 하나를 했더니 우두둑 소리가 나는 거예요. 이후로 봉제에 더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나네요.

디자이너 홍혜진 & 스타일리스트 서수경

소녀시대 아홉 명의 멤버는 더 스튜디오 케이의 디자이너 홍혜진과 스타일리스트 서수경을 만나 각자의 매력을 한층 더 드러내게 되었다. 소녀들의 아름다움 뒤에는 <더 보이즈> 앨범을 함께 작업하며 지금까지 무려 80여 벌의 옷을 함께 만든 이 두 여인의 노고가 있었다.

처음 만남
홍혜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 컬렉션에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쇼 스타일링을 맡아서 해주는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죠. 서로 취향도 잘 알고 오랜 친구, 자매 같은 끈끈한 정이 있어요.
서수경 작년 5월부터 소녀시대를 맡게 됐고, 당시 일본에서 열린 콘서트 의상을 준비하면서 처음 같이 작업을 하게 됐어요. 인터넷에서도 유명했었는데, 윤아가 봉춤을 추다가 마지막에 옷을 찢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의 의상이 시작이었어요. 그 후 이번 앨범인 <더 보이즈> 전체 의상을 함께하게 되었어요.

<소녀시대> 의상의 작업 과정
서수경 처음부터 의상 콘셉트를 함께 의논했어요. 커피숍에 앉아서 수없이 많은 그림을 그리고 많은 수정을 거쳤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에만 그랬던 게 아니라 중간중간 끊임없이 수정을 거듭했어요.
홍혜진 콘셉트와 디자인 방향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옷을 만들기 시작해요. 옷을 만들고 각 멤버의 사이즈에 맞추는 피팅 작업을 거치죠. 피팅을 하면서 멤버별로 좀 더 추가했으면, 뺐으면 하는 요소가 있으면 그것도 수정 작업에 반영해요. 처음엔 그래서 굉장히여러 번 피팅 작업을 거쳤어요. 그러고 나서 최종적으로 장식을 다는 작업을 마치죠.

어려웠던 점
홍혜진 원래 제 옷 스타일은 단순한 실루엣이 특징이에요. 그리고 울 소재를 무척 좋아하는데, 격렬한 안무를 위해서는 울이 아닌 적합한 소재를 찾아야 했죠. 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 일주일에 음악 방송을 세 번만 나가도 만들어야 하는 옷이 27벌이었으니까요.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더 완벽한 옷을 만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죠. 그래도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민첩함을 배웠어요.

<소녀시대> 멤버별 의상 콘셉트
홍혜진 예전에는 멤버들이 거의 똑같은 옷을 입었죠. 이번 앨범에서는 멤버 각자의 매력을 부각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옷차림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기본적으로 체형과 분위기에 맞는 옷을 입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매번 무대마다 한 사람의 멤버가 돌아가며 돋보일 수 있도록 작업했어요.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 디자이너 이주영

마냥 귀여웠던 티아라를 <너 때문에 미쳐> 앨범을 기점으로 세련되고 섹시한 아이돌로 끌어올린 변신의 귀재들. 자신만의 철학을 이어가는 레쥬렉션의 디자이너 이주영과 그 고집을 이해하고 해석할 줄 아는 스타일리스트 김우리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남
이주영 오랫동안 봐왔어요. 언제나 제 옷을 좋아하고 제 디자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줘서 자연스럽게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어요. 그러다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김우리 <너 때문에 미쳐>는 아메리칸 팝 느낌이 강한 곡이에요. 검은색을 바탕으로 고스룩의 느낌과 팝아트적인 감성을 섞고 싶었고, 디자이너 이주영의 옷이 제격이다 싶었죠.

협업의 성공 비결
김우리 디자이너는 모두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누나는 그중에서도 독창성이 분명하고 그걸 꾸준히 이끌어온 디자이너예요. 티아라가 단번에 스타일리시한 아이돌로 변할 수 있었던 건 디자이너 이주영의 그런 면모 때문일 거예요.
이주영 제 옷은 대부분 남자 옷이잖아요. 그걸 마냥 예쁜 여자 아이돌이 입는다고 했을때, 사실 좀 걱정했어요. 그런데 예상 밖이었어요. 내 고유의 색을 좀 더 섹시하고 힘있게 끌어올렸다고 할까요. 이건 분명 스타일리스트의 힘이에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을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
김우리 그럼요. 앞으로 이런 방식의 협업은 계속될 거라 확신해요. 신화나 핑클 등의 스타일링을 담당할 때만 해도 모든 의상을 제작했는데, 이제는 스타일링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진 거죠. 한 5년 후에는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직업이 보다 세분화되면서 각 분야가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이주영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일이에요. 특히 요즘은 한류 열풍을 타고 반응도 빠르게 와요. 제 의상은 색이 강해서 외국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데 이런 작업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이름을 알리게 되는걸요. 앞으로도 흥미로운 작업이라면 참여해보고 싶어요.

서로를 표현한다면
김우리 디자이너 이주영은 ‘디자이너의 꿈을 만들어주는 디자이너’다. 변하지 않는 방향으로 한결같이 밀고 나가요. 디자이너들이 닮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이주영 스타일리스트 김우리는 ‘해결사’다. 어떤 일에 대한 판단을 빠르게 내려줘요. 제가 고민하고 있을 때 바로 말해주죠.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콕 짚어주기도 하고요.

디자이너 김지은 & 스타일리스트 남궁철

취향도 성격도 서로 다르지만 옷에 대한 신념만큼은 닮았다. 개성 있으면서도 여자가 예뻐 보이는 옷 말이다. 이런 신념을 공유하는 둘은 사랑스러운 색감과 프린트의 옷을 만드는 프리마돈나의 디자이너 김지은과 무대를 넘어 일상에서도 충분히 멋진 옷을 연출하는 에프엑스의 스타일리스트 남궁철이다.

처음 만남
남궁철 프리마돈나 룩북 작업을 오랫동안 함께 했어요. 에프엑스의 스타일링을 맡게 되면서 협찬도 많이 받았죠. 그러다 어느 순간 멤버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한 팀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의상을 같이 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감하면서도 여성스러운 프리마돈나의 감성이 에프엑스와 잘 어울리거든요. <피노키오> 앨범부터 지금까지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둘이어서 더 좋은 점
남궁철 혼자 옷을 준비했을 때는 시간에 쫓기다 보면 부자재나 소재 등 완성도에 신경을 못 쓸 때가 있었어요. 제작을 하면 완성도가 떨어지고, 협찬을 받으면 한 팀의 분위기를 맞추기 어려웠죠. 지금은 큰 그림을 그리면 세세한 것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지은이가 해줘요. 효율적으로 무대의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죠.
김지은 디자이너는 모두 자기만의 색깔이 강하기 때문에 고집이 좀 센 편이에요. 하지만 고집만 부리다 보면 정작 봐야 할 큰 틀을 보지 못할 때가 있죠. 그런 것들을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해줘서 좋아요. 또 스타일리스트는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옷을 보니까 덩달아 유행에 훨씬 민감해질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기억에 남는 협업 의상
남궁철 SM타운의 뉴욕 콘서트에서 입었던 보석 프린트 의상. 같이 개발한 프린트를 각 멤버의 분위기에 맞게 색깔을 정해 입혔어요. 엠버는 노란색, 설리는 핑크, 크리스탈은 블루, 빅토리아는 레드, 루나는 오렌지색이었죠. 각각의 개성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하게 한데 어울려 다섯 명이 함께 발산하는 에너지가 좋았어요.
김지은 저도 그 보석 프린트 의상이 좋았어요. 멤버들이 보석처럼 빛나 보이더군요. 그리고 얼마 전 SBS 가요대전에서 입었던 블랙 의상이요. 검은색을 기본으로 레이스와 시퀸 등을 섞어서 섹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큰 무대이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였죠. 발랄한 느낌의 의상을 많이 입는 편인데 이날만큼은 무게감이 느껴져 좋았어요.

앞으로의 계획
남궁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스타일리스트가 되길 원해요. 스케줄에 쫓겨 놓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좀 더 시스템을 갖춰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김지은 나이가 들어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나이가 들면 또 변하는 부분이 있겠죠? 그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