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이태원을 피해 한강진과 경리단길로 발걸음을 옮기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그 발길을 해방촌으로 넓히고 있다. 경리단길의 초입에서 길 하나를 건너, 한신아파트 뒤편으로 들어가는 거리를 가리키는 해방촌은 영어로 된메뉴판과 고바우 슈퍼의 큼지막한 간판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창 너머로 천천히 지나가는 초록색 마을버스가 들어오는 해방촌은 이태원이 잃어가는 이태원의 정서를 간직한, 진짜 동네다. 그 동네를 걸으며 발견한 카페와 레스토랑들.

모던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카페 해크니. 단골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귀염둥이 탄이가 당신을 반긴다.

모던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카페 해크니. 단골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귀염둥이 탄이가 당신을 반긴다.

 

1. 파티용 공간으로 딱 좋은 안쪽의 방 2. 날씨가 풀리면 한층 더 진가를 발휘할 해크니의 테라스. 해방촌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동네다. 3. 5가지 다른 빵을 한데 섞어 만든 해크니만의 메뉴, 브레드 푸딩.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일 것.

1. 파티용 공간으로 딱 좋은 안쪽의 방 2. 날씨가 풀리면 한층 더 진가를 발휘할 해크니의 테라스. 해방촌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동네다. 3. 5가지 다른 빵을 한데 섞어 만든 해크니만의 메뉴, 브레드 푸딩.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일 것.

 

카페 해크니

해크니는 지금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해방촌 카페 중 하나다. 카피라이터와 바리스타가 의기투합해 차린 카페 해크니는 해방촌이 가진 지역적 매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가게 이름도 여러 인종이 섞여 살고,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런던의 해크니에서 가져왔다. 땅이 굴곡 없이 고르고 남산을 향해 쭉 뻗은 해방촌의 길이야말로 삼청동길과 가로수길처럼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는 이들의 말에서 거리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묻어난다. 벽면과 문, 창틀과 외관에 진회색과 아이보리색을 과감하게 배치한 해크니의 실내는 모던하지만 온기가 느껴진다. 온기의 근원지는 부드러운 빵냄새. 5가지 종류의 빵을 한데 뭉친 후 커스터드 크림을 바르고 계절마다 다른 과일을 올려 내는 브레드 푸딩은 미국 남부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쫄깃하니 씹는 재미가 제법이다. 브레드 푸딩이 아니더라도 해크니는 ‘빵’ 가지고 자랑할 게 많은 가게다. 천연발효종 반죽을 이틀 동안 숙성시켜 만든 빵은 촉촉한 식감에 새콤한 풍미가 매력적으로 샌드위치의 속재료와 함께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해크니의 자랑이다. 세심한 취향의 두 남자들은 차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아서 세계 차 경연대회에서의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유기농 수제차 리쉬 티를 사용한다. 가게 안쪽에는 별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해크니에서 준비한 샴페인을 터뜨리며 파티를 즐기기 딱 좋다.
가격 브레드 푸딩 6천원, 크렘브륄레 4천5백원 문의 02-794-2668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11시까지

1. 아르데코풍과 빈티지풍이 한데 섞인 르 베르의 내부. 2. 르 베르의 대표 메뉴는 르 베르 버거다. 3. 곳곳에 눈길을 사로잡는 소품이 자리한다.

1. 아르데코풍과 빈티지풍이 한데 섞인 르 베르의 내부. 2. 르 베르의 대표 메뉴는 르 베르 버거다. 3. 곳곳에 눈길을 사로잡는 소품이 자리한다.

 

르 베르

르 베르는 어떤 공간이냐는 질문에 “서양식 김밥천국 같은 곳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말끔하게 페인트칠한 에메랄드 색깔의 벽, 삐뚤빼뚤 제멋대로인 나무 테이블, 라탄 소재부터 원목, 철재 등 다양한 재료와 디자인을 뽐내는 의자들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김밥천국치고는 너무 예쁘지만 두툼한 메뉴판을 넘기다 보면 수긍이 간다. 샌드위치, 버거, 와플, 오리엔탈 누들, 샐러드, 파스타, 피자, 피시앤칩스, 각종 브런치까지. 우리로 치면 김밥과 설렁탕 같은 먹거리를 잔뜩 준비했기 때문이다. 버거에 들어가는 허브마요와 특제 바비큐소스는 물론 디저트인 케이크까지 직접 만드는 부지런한 르 베르에서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구운 고기와 베이컨, 토마토, 치즈와 달걀이 들어간 르 베르 버거다. 5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칵테일을 맛볼 수 있고 생맥주는 3천원인 르 베르는 저녁 무렵 가볍게 한잔하기 좋은 동네 술집이기도 하다.
가격 르 베르 버거 1만원, 레모네이드 6천6백원 문의 02-6401-7705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월요일 휴무)

1. 다녀간 손님들의 추억으로 가득한 디 에스프레소 룸의 벽. 2. 쫀득한 브라우니와 스페셜 계절 메뉴인 딥초콜릿. 3. 경매에 직접 참여해 낙찰받은 원두를 사용한다.

1. 다녀간 손님들의 추억으로 가득한 디 에스프레소 룸의 벽. 2. 쫀득한 브라우니와 스페셜 계절 메뉴인 딥초콜릿. 3. 경매에 직접 참여해 낙찰받은 원두를 사용한다.

 

디 에스프레소 룸

디 에스프레소 룸의 아침은 일찍 시작한다. 사람들의 출근길을 함께하는 디 에스프레소 룸이 해방촌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8월. 커피회사에 다니는 남자친구와 요리 솜씨 좋은 바리스타 여자친구가 차린 아담한 카페다. 해방촌의 아침을 책임지는 호박치즈타르트와 브라우니, 그리고 베이글 샌드위치와 모닝세트만으로도 훌륭한 동네카페로서 부족함이 없는데 커피에는 그보다 더한 정성을 기울인다. 디 에스프레소 룸이라는 이름만큼의 책임을 지기 위해 직접 해외 옥션에 참여해 낙찰받은 원두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 조만간 브라질의 작은 농장에서 자연건조된 고품질의 원두를 들일 예정이라고 한다. 로스팅과 추출까지 책임지는 커피는 언제나 신선하다.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해방촌.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에 살고 있지만 따뜻한 커피 한잔과 소소한 정을 원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일 거라고, 디 에스프레소 룸은 믿는다. 카페의 한쪽 벽에 가득한 다양한 얼굴이, 옆자리 짝꿍처럼 느껴졌던 건 그런 마음 때문일 거다.
가격 딥초콜릿 4천3백원, 호박치즈타르트 4천원 문의 070-7774-4168 영업시간 아침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수요일 휴무)

1. 2월 정식 개업을 앞두고 있는 슈가 대디의 분주한 테이블. 2. ‘피칸파이와 진저 쿠키. 3. 어떤 디저트 메뉴든지 다 만들 수 있는 것이 자랑이다. 4. 샘이 호주에서 가져온 소품으로 가득한 수납장.

1. 2월 정식 개업을 앞두고 있는 슈가 대디의 분주한 테이블. 2. ‘피칸파이와 진저 쿠키. 3. 어떤 디저트 메뉴든지 다 만들 수 있는 것이 자랑이다. 4. 샘이 호주에서 가져온 소품으로 가득한 수납장.

 

슈가 대디

본격적인 오픈을 앞두고 있는 슈가 대디의 아빠는 바로 ‘국내 외국인 개그맨 1호’로 불리는 샘 해밍턴이다. 이태원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샘의 여자친구인 정유미 대표가 솜씨를 부리고, 샘이 맛을 감수하고, 인테리어를 책임진 슈가 대디는 테이크아웃 디저트 전문점이다. 마시멜로부터 컵케이크, 파이, 쿠키 등 온갖 디저트를 뚝딱 만들어내는 정유미 대표는 이미 해방촌에서 맛집으로 성공을 거둔 이력이 있다. 직접 개발한 고기 양념과 맛깔 나는 밑반찬으로 프랜차이즈 진출까지 성공한 ‘고깃집’이 바로 그녀의 전작. 가장 원초적인 먹거리인 고기와 섬세한 손길과 꾸밈새를 요구하는 컵케이크 사이는 태양과 명왕성만큼이나 멀어 보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손맛일 것이다. 좋은 재료는 그만큼 보답을 한다는 믿음으로 치즈와 버터, 바닐라 에센스 등 가장 좋은 제품만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맛있는 디저트에는 좋은 음료수도 함께해야 하는 법. 호주의 허브티 브랜드인 T2의 차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디저트는 주문 가능하니 먹고 싶던 꿈의 디저트가 있다면 슈가 대디에게 말할 것.
가격 머그컵케이크 3천5백원, 피칸파이 1천5백원 문의 010-3630-0723 영업시간 평일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여기도 좋아요

1. 알 마또 해방촌에 가장 최근에 생긴 이탤리언 레스토랑. 빈티지한 원목을 소재로 한 인테리어와 넓지 않은 공간이 따뜻한 느낌이다. 파스타와 피자가 가장 많은 목록을 차지하지만 칵테일 등 음료 리스트도 훌륭한 편이다. 디저트인 푸딩도 맛있다. 기대 만큼을 정확히 충족하는 보기 드문 레스토랑이다. 문의 02-794-4616
2. 더 로컬 해방촌은 여름과 겨울이 참 많이 다르다. 새벽까지 들썩이는 한여름 밤과 달리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맞춰 고향으로 돌아가는 외국인이 많은 겨울의 해방촌은 상대적으로 쓸쓸하다. 작은 바인 더 로컬은 해방촌의 여름밤을 책임지는 곳으로 한여름에는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피자를 비롯한 간단한 먹거리도 갖췄다.
3. 노아 이범철 오너셰프의 레스토랑 노아는 국적에 상관없는,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는 곳이다. ‘재료보다 뛰어난 요리사는 없다’가 철칙이지만 버섯피자와 샐러드, 한우와 토마토파스타, 이천쌀로 만든 리소토 등 노아의 노력이 듬뿍 들어간 메뉴가 가득하다. 요리재료와 도구로 꾸며놓은 공간도 요리만큼 독특하다. 문의 02-796-0804
4. 인디고 해방촌에 가게가 몇 개 없던 시절, 인디고는 해방촌 사람들의 끼니를 책임져왔다. 레드벨벳케이크같이 소울푸드에 가까운 디저트류는 물론, 오리엔탈 누들, 샌드위치, 버거, 브런치 등 국적과 종류를 가리지
않은 풍성한 리스트를 자랑하는 인디고는 언제 가도 배부르게 한 상을 차려주는 친정집 같은 곳이다. 문의 02-74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