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여배우를 추억하는 듯한 영화가 하고자 한 이야기는 추억 이상의 것이었다.

1. 틸다 스윈튼의 전성기를 예고한  2. 위노나 라이더의복귀작이 된  3. 니콜 키드먼이 자식을 잃은 어머니를 연기한

1. 틸다 스윈튼의 전성기를 예고한 <아이 엠 러브> 2. 위노나 라이더의
복귀작이 된 <블랙 스완> 3. 니콜 키드먼이 자식을 잃은 어머니를 연기한 <래빗홀>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Searching for Debra Winger)>(2002)는 한때 할리우드를 지배했으나 지금은 은둔의 삶을 택한 여배우 데브라 윙거를 찾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은퇴한 여배우를 추억하는 듯한 영화가 하고자 한 이야기는 추억 이상의 것이었다. 여배우들이 젊음을 상실하는 그때부터 더 이상 그녀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여배우인 로잔나 아퀘트는 우피 골드버그, 다이안 레인, 홀리 헌터, 멕 라이언, 샤론 스톤 등 당대의 여배우를 만나서 그들에게 ‘나이 든 여배우로 산다는 것’을 묻는다. ‘데브라 윙거’는, 시간과 함께 사라진 여배우의 표상이었다. 여배우에게만 유독 젊음을 요구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앤 해서웨이와 캐리 멀리건,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너무 어리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딱 그 나이라서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으니까. 그러나 여배우의 자리는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2011년의 마지막에 걸린 영화 <래빗홀(Rabbit Hole)>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 자식을 잃은 여주인공이 달라진 삶에 적응하는 혼란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다. 니콜 키드먼이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연기한다. 이미 10년 전에도 어머니의 역할을 했지만, 어느덧 눈가에 주름이 잡힌 그녀가 진짜 어머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죽은 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하고, 그녀는 그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한다. 아들을 죽인 장본인인 청년에게 알 수 없는 모성애를 느끼는 섬세한 감정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조용히 연기하는 니콜 키드먼은 분명히 ‘예쁜 여배우’의 틀을 벗어나고 있었다. 니콜 키드먼의 다음 영화는 부패한 언론을 비꼬는 블랙코미디 <페이퍼보이(The Paperboy)>와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The Stalker)>다.

할리우드 여신의 계보를 잇다가 점점 연기파 배우로 무르익어가는 니콜 키드먼과 달리 틸다 스윈튼은 오히려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청춘 시절의 그녀는 너무 독특해서 이질적이기까지 한 존재였다. 1990년대 대표작인 <올란도(Orlando)>(1992)에서는 시대에 따라 남녀 성별이 바뀌는 인물이었고, 2000년대에는 <나니아 연대기>의 마녀였다. 그녀에게는 드라마보다 판타지가 어울렸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독특한 외모에 나이가 주는 우아함이 내려앉으면서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과 연기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부유한 여인이 사랑을 통해 정체성을 찾는다는, 특별한 것 없는 내용의 <아이엠러브(I am Love)>는 틸다 스윈튼의 연기 덕분에 특별해졌고, 이 영화로 뒤늦게 패션 아이콘의 소질도 발견했다. 개봉 대기 중인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에서는 아들의 비정상적인 성정을 가장 먼저 눈치 챈 어머니를 연기한다, 아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지켜보게 된 그녀의 시선은 영화 내내 불안했다.

40대를 넘어 60대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두 여배우 메릴 스트립과 글렌 클로스는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메릴 스트립은 <철의 여인(The Iron Lady)>에서 영국의 대처 수상을 연기한다. 1979년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라 90년 사임할 때까지 최장기 재임기록을 남겼던 마거릿 대처의 전기 영화로 2월 말에 개봉 예정이다. ‘대처리즘’으로 불리는 영국의 신자유주의를 이끈 ‘철의 여인’에 메릴 스트립보다 어울리는 여배우가 누가 있을까. 한편, 글렌 클로스는 <앨버트 놉스(Albert Nobbs)>에서 여성으로서 독립된 삶을 살 수 없었던 시대에 남자 행세를 해야했던 여인의 삶을 연기한다. 공교롭게도 틸다 스윈튼, 메릴 스트립, 글렌 클로스는 2월에 열리는 제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경쟁하게 되었다. 다섯 명의 후보자 가운데 비아올라 데이비스와 미셸 윌리엄스를 제외하면 모두 40대 이상의 여배우라는 점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아카데미에 다섯 번이나 노미네이트 되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글렌 클로스는 이번에는 오스카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을까? 여배우의 아름다움은 조금씩 퇴색한다. 소피 마르소나 줄리엣 비노슈처럼 부침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배우도 있고, 오래된 영화 잡지를 떠올려야 하는 사라진 배우도 있다. 사라진 듯 보였다가 재기한 배우도 있다. 위노나 라이더는 1990년대를 설명하는 아이콘이었고, 그녀의 옆에는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해적이 되기 한참 전의 조니 뎁이 있었다. 오래된 얘기다. 하지만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조니 뎁이 팔뚝에 새긴 ‘Winona Forever’ 문신은 지워졌고 위노나 라이더는 변했다.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후배에게 밀려난 프리마돈나를 연기한 위노나 라이더는 마치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듯했다. 시간을 입은 여배우는 이제 청춘이 아닌 인생을 연기한다. 아름답다.

1. <우먼 인 블랙> 마을의 아이들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이상하며, 묘령의 여인은 자꾸 나타난다. 고립된 공간과 비밀. 30년 동안 연극으로 사랑받은 소설을 영화화 했다. ‘해리 포터’를 졸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신작. 2월 개봉 예정.

2. <Happy New Movie> 기획전 복습하고 예습하는 영화제. <아티스트>, <아르마딜로>, <웜>을 미리 보고, <그을린 사랑>, <세상의 모든 계절>, <아이 엠 러브>, <사랑을 카피하다>를 다시 본다. 1월 19일~2월 1일. CGV 무비꼴라쥬.

3. <뱅뱅클럽>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 차별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4명의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열정과 사랑,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영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 장의 퓰리처 사진 이면에는 목숨을 건 이야기가 있다. 2월 2일 개봉.

4. <세이프 하우스> CIA에서 비밀 ‘세이프 하우스’가 범죄 조직들에게 노출되고, 일급 범죄자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임무를 신참 CIA 요원이 맡았다. 액션 스릴러 영화로 라이언 레이놀즈와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았다. 2월 개봉 예정.

5.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1982년, 비리 세관원은 마지막 한 탕을 위해 조직의 젊은 보스와 손을 잡지만, 국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최민식과 하정우, 마동석 등 연기파 배우들이 다 모였다. 2월 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