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와 떡국은 젓가락 한 쌍처럼 늘 함께여야만 한다. 40여 년의 역사를 담은 한 그릇부터 파인다이닝 식탁에 오른 떡국까지, 지금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12가지 떡국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1. 나물 먹는 곰 | 떡국소반
홍대 앞 예쁜 ‘밥집’으로 소문난 나물 먹는 곰은 요리에 일가견 있는 가족들이 차린 곳이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나물 먹는 곰의 대표 메뉴인 ‘가마솥차씨곰탕소반’의 주인공인 차씨 할머니가 바로 그 가족들이다. 겨울철에만 선보이는 나물 먹는 곰의 떡국소반에는 만두 두 덩이와 노란 지단을 곱게 올려 내온다. 경상도 출신 할머니의 손맛이 밴 오이소박이와 김치, 양념감자조림에 흰 쌀밥까지 푸짐하다. 곰탕으로 유명한 집이니 국물 맛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평일 점심에는 1천원 할인도 해준다. 가격 8천원 b>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95-199 문의 02-323-9930

2. 궁 | 조랭이떡국
언제나 사람이 많은 인사동이지만 점심시간마다 관광객이 아닌 인근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밥을 먹는 곳은 많지 않다. 3대째 운영하고 있는 궁은 그런 가게 중 하나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궁의 개성 만두가 가장 유명하지만 조랭이떡국의 인기도 그에 못지않다. 진한 사골 국물에 조랭이를 듬뿍 넣고, 든든하게 소고기를 고명으로 얹은 궁의 조랭이떡국은 깊고 진한 육수의 맛이 일품이다. 가격 8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0-11 문의 02-733-9240

3. 진진 | 손만두술국
여의도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믿을 수 있는 맛이라는 뜻이다. 1997년, 탁자 몇 개를 두고 조촐하게 시작했던 진진은 지금 100명은 너끈히 앉을 가게 두 개를 운영할 정도로 커졌다. 개성만두와 수육으로 유명한 진진의 손만두술국은 본디 손님들의 술안주로 나가던 것이었다. 얼큰한 음식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이다 보니 점점 찾는 손님이 많아졌고 결국 메뉴로 자리 잡았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육수에 떡, 한우 고명, 먹기 쉽도록 작게 빚은 손만두가 들어간다. 가격 1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3-20 문의 02-761-5454

4. 떡국정원 | 떡만둣국
모던한식이라는 이름표를 단 세련된 메뉴들이 가끔 낯설다. 떡국정원의 떡국은 육수도, 떡도 처음 보는 빛깔이지만 ‘떡국’이 맞다. 복분자, 쑥, 호박, 흑미, 홍국쌀, 백년초가루 등 천연 곡물을 이용해 단호박떡국과 팥떡국을 끓여내고 삼색깔 만두를 빚어내는 떡국정원의 메뉴판은 알록달록하다. 익숙한 모양새는 아니지만 어깨에 힘을 주지 않은 음식들은 ‘나도 한 번 만들어봐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하나같이 예쁘고 맛있고 친근하다. 가격 9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화동 138-12번지 문의 02-734-1661



5. 엘본 더 테이블 | 떡국수프
올 2월, 2주년을 맞이할 엘본 더 테이블의 최현석 셰프가 엘본의 전통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떡국이다. 매년 1월이면 코스 요리 중 하나로 식탁에 오르는 엘본의 떡국은 크림수프에 떡 세 개가 머리를 맞대고 떠올라 있는 모양새다. ‘크레이지 셰프’라는 오래된 명성에 걸맞게 떡 모양의 모차렐라 치즈라는 반전이 숨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사뿐히 올라앉은 지단이 모양새를 더욱 그럴싸하게 한다. 서울에서 가장 재미있는 떡국일 것이다. 가격 코스메뉴에 포함 영업시간 정오 12시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0-5 문의 02-547-4100

6. 깡통만두 | 떡만둣국
“깨끗하게, 좋은 재료 써서 맛있게 하면 되지.” 한남동 골목에서 19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깡통만두의 장수비결을 물으니 박태성 대표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물론 매일 400~500개의 만두를 빚고, 삶은 배추를 다져 만두 속을 채우는 부지런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두도 만두지만 떡만둣국에는 떡도 중요하기 때문에, 100% 국산 쌀을 쓰는 떡집에서 가져온 떡을 사용한다. 원래 단골손님 많은 가게지만, 1년 내내 떡만둣국만 먹는 손님도 있을 정도로 최고 인기 메뉴가 된 이유는 그 때문이다. 가격 8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동 741-19 문의 02-794-4243

7. 혜교 | 메밀떡국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메밀은 몸에 좋다. 당뇨도 예방하고 혈압도 낮춰준다. 까슬까슬한 식감과 갈색 빛깔이 낯설어서 그렇지 사실은 맛도 좋다. 담백하고 깔끔한 메밀 요리는 아무리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지혜로울 ‘혜’ 자에 메밀 ‘교’를 쓴 ‘혜교’는 메밀 요리 전문점이다. 매일같이 떡과 묵을 메밀로 만든다. 언뜻 소박한 혜교의 메밀떡국을 호사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은 매일 우려내는 한우 사골 국물이다. 100마리에 한두 마리꼴로 나온다는 1++ 등급 한우만 사용했다. 새해니까 이 정도 호사는 부려도 괜찮다. 가격 1만1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69 문의 02-518-9055

8. 서북면옥 | 사골떡국
1968년 문을 연 이래 한자리에서, 동일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서북면옥을 어떤 이들은 을지면옥, 필동면옥, 우래옥과 함께 서울의 4대 면옥으로 꼽기도 한다. 냉면과 만두의 유명세에 가려져 덜 알려져서 그렇지 사골 육수에 담긴 떡국 역시 40년 동안 누적된 맛을 자랑한다. 황해도가 고향인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수했다는 서북면옥의 떡국은 떡이 상하기 쉬운 5~10월을 제외한 추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다. 새해에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다. 가격 6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80-47 문의 02-457-8319



9. 모던밥상 | 사골떡국
가로수길과 한식이 썩 어울리는 조합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이 별로 없었던 때에, 이름 그대로 모던하게 밥상을 차려내던 모던밥상은 영리한 가게였다. 가로수길을 찾는 일본 사람들이 가장 자주 찾는 밥집이기도 한 모던밥상 메뉴판은 지금 봐도 제주도은갈치무침, 곱창 전골 1인분 등 어쩜 이렇게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 쏙쏙 뽑아놨을까 싶다. 물론 1월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는 떡국도 판다. 사골 국물에 푹 우려낸 떡국이 묵직한 놋그릇에 담겨 나온다. 가격 1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5-20 문의 02-546-6732

10. 달식탁 | 된장버섯떡국
분명히 떡국인데 구수한 된장 향기가 코에 닿는다. 동그라니 앙증맞은 달식탁표 떡국의 떡이 퐁당퐁당 몸을 던진 곳은 다름아닌 된장찌개이기 때문이다. 전남 순창에 계신 어머니가 직접 담가 서울로 올려 보내는 장맛으로 유명한 달식탁 유지영 대표의 자신감이 깊게 밴 메뉴이기도 하다. 짙은 된장찌개 국물 속에 숨은 하얀 떡을 건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찌개 국물은 보기보다 개운하다. 버섯도 듬뿍 들었다. 가격 9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1-11 문의 02-511-9440

11. 유가네 조림과 찌개 | 매생이떡국
매생이는 서해안과 남해안이 만나는 청정지역에서만 자란다. 머리카락 10분의 1의 굵기밖에 되지 않아 조금만 많이 끓여도 흐물흐물 녹아서 없어지는 까다로운 식재료다. 매생이의 등급은 무려 12등급으로 나뉘며, 몇 년 전 양식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일본에 수출됐다. 다른 해조류와는 다른 갯내음을 가진 매생이의 매력에 빠져 인천에서 매생이 전문 식당을 하기도 했던 유가네 조림과 찌개의 대표는 매생이 박사다. 인기 메뉴인 매생이떡국은 흰 떡과 부추, 그리고 매생이와 삼위일체를 이루는 굴과 참기름을 넣었다. 가격 6천원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85 문의 02-866-2691

12. 박가네 들깨칼국수 | 들깨조랭이
오목교역 근처에 자리한 박가네 들깨칼국수는 들깨, 팥, 콩 등 잡곡을 이용한 음식을 차려내는 곳이다. 곱게 썰어낸 떡국떡 대신 동그랗게 빚은 조랭이가 듬뿍 들어간 떡국의 맛을 내는 것은 8할이 들깨다. 경북 상주에 계신 형님이 일주일에 네 가마씩 올려 보내주는 들깨를 육수에 듬뿍 넣어 맛을 낸다. 떡국의 색깔이 우윳빛처럼 하얀 것은 들깨 껍질을 4번이고 5번이고 앗아냈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들깨조랭이는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가격 7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 양천구 신정2동 117-20 문의 02-2649-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