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이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인사를 하며 다가왔을 때 겨울의 그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따뜻한 햇살이 왼쪽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는 좀처럼 말이 없었고 가끔씩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나른한 주말 아침, 한적한 공원 앞이었다.

회색 티셔츠는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 후드 카디건은 존 바바토스 (John Varvatos), 팬츠는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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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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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와 팬츠는 프라다(Prada)

스웨터와 팬츠는 프라다(Prada)

계속 부산에 있었죠? <네버엔딩 스토리> 촬영은 잘 마쳤나요.
네, 잘 끝내고 지난주 화요일부터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를 시작했어요. <1박 2일>은 꾸준히 찍고 있고 <특수본> 홍보도 하고 있고요.

쉬지도 않고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간 거예요?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계약을 했더라고요.

당신을 엄청 신임하나 보네요. 이제 <특수본> 개봉도 얼마 안 남았죠?
네. 11월 24일 개봉이에요. 다들 고생하면서 찍었고 재미있게 잘 나온것 같아요. 완성된 필름은 아직 못 봐서 저 역시 기대하고 있어요.

남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라 분위기가 좀 달랐겠어요. 이미 <실미도>에서 경험했겠지만 그때랑은 다른 영역에 서 있기도 하고.
성동일 선배가 워낙 분위기 메이커라 다른 배우들과 초반부터 친해질 수 있었어요. 덕분에 술도 무지하게 마셨고요.

<시라노 연애조작단> 찍을 때도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무지하게 마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배우들과 술을 마시면서 촬영한 건 시라노가 처음이었어요. 그때는 분위기를 즐기면서 술을 마셨다면 이번에는 완전 술꾼들 모임이었죠. 다들 주당이라 뭔가 좀 찌들어 있는 술자리였다고 해야 하나.

지난달에 주원을 만났는데 당신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반짝반짝하더라고요.
주원이랑은 원래 친분이 있었지만 나이 차이도 있고 서로 바쁘다 보니까 사적인 자리까지 갖고 그러진 못했어요. 이번에 같이 작품 하면서 많이 가까워졌죠. 뭐든 열심히 해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친구예요. 말도 엄청 일찍 놓더라고요. 하하, 덕분에 더 편하게 촬영했죠.

한동안 좀 말랑말랑한 역할을 하더니 다시 거친 형사로 돌아왔어요. 시나리오가 꽤 들어왔을 텐데 또다시 형사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는 않아요.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마음이가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려고 해요. 드라마에서 두 번, 영화에서도 몇 번 했으니까 형사 역할을 많이 하긴 했네요. 형사처럼 생겼는지, 자꾸 그 역할이 들어와요.

이번 영화에서는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죠.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형사 김성범 역을 맡았어요. 거칠고 투박하지만 의리 하나 끝내주는 인물이죠. 물론 욕도 잘하고요. 잔인하게 살해된 동료 경찰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되는데 본능적으로 단순 사건이 아니라는 걸 직감해요. 이야기가 꽤 흥미진진하게 풀려나가요.

영화 홍보기간이라 다시 <특수본> 배우들을 만나고 있겠네요.
영화 찍을 때는 자주 보자, 했는데 서로 일이 바쁘니까 쉽지가 않더라고요. 얼마 전에 <놀러와>를 찍느라 다 한자리에 모였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1박 2일>은 이제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꼈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지금은 할 이야기가 없으면 그냥 안 해요. 편하게 하려고 해요. 방송 만드는 사람은 애가 탈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까지 신경 쓰니까 좀 힘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촬영 갈 때 ‘이번 주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이제는 ‘놀다 와야지’ 하면서 가요. 고민 안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니까 그걸 재미있게 봐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