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쌩쌩 부는 밤거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잰 걸음을 옮기다 마주치는 오뎅 국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포장마차는 내 방 이불 속 만큼이나 정겹고 따뜻하다. 겨울의 오랜 친구, 오뎅을 담은 음식들.

1. 스시조 | 오뎅탕
일본에서 오뎅은 가다랑어포로 우려낸 국물에 식자재를 넣은 모든 국물요리를 가리킨다. 새우, 고래고기, 샥스핀 등 들어가는 재료도 무궁무진. 지난겨울, 오뎅 프로모션으로 주말을 따뜻하게 했던 스시조의 오뎅탕은 풍성하다. 새우와 홍합, 무, 청경채, 소의 힘줄인 스지, 가운데 구멍 뚫린 길쭉한 오뎅 지쿠아, 직접만든 흰살생선 오뎅인 사츠마 아게 등이 들어가고 정종을 넣은 육수는 개운하다. 150년 전통의 유서 깊은 오뎅 전문점 다이후쿠를 포함, 일본 현지의 맛있는 오뎅집을 순회하고 돌아와서일까, 작년보다 더 맛있어졌다.
가격 6만 8천원(홀런치 기준)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동 87 웨스틴조선서울 20층 문의 02-317-0403

2. 오뎅바 | 모듬오뎅
홍대 롯데시네마 뒷길이라는 상대적으로 외진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단골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겨울밤에 어울리는 선술집 같은 분위기 때문일 테다. 청양고추와 무, 북어, 그리고 정체를 밝힐 수 없다던 특별한 젓갈로 맛을 낸 국물은, 오뎅 국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겨울이면 큰 솥에 매일 끓여내야 할 정도로 인기폭발이다. 7가지 종류의 오뎅에 계란, 고구마까지 들어간 차림새가 정답다. 6천원에 오뎅사리를 추가할 수 있는데 새로 주문한 것과 다름없이 푸짐하다.
가격 1만5천원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주말에는 새벽 5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70-30 문의 02-333-1139

3. 댕구우동 | 오뎅우동
홍대 최고의 사누키 우동 전문점으로 꼽히는 댕구우동은 제대로 된 우동을 만드는 곳이다.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인 카가와 현에서 인정받은 곳인 만큼 오뎅을 내놓을 때도 우동면을 잊지 않는다. 멸치와 다시마, 가다랑어포로 우려낸 맑고 뜨끈뜨끈한 우동 국물만으로도 든든한데 탱글탱글한 면발 옆에 오뎅 꼬치까지 다소곳이 자리했으니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즉석에서 오뎅탕에 우동면을 넣어 즐길 수 있는 즉석오뎅우동도 겨울철 인기메뉴다.
가격 6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204-1 문의 02-333-9244

4. 야베 | 아츠아츠오뎅
도쿄의 주방에서 3년, 그리고 청담동의 여러 식당에서 몇 년을 보낸 오너가 첫 가게로 자리를 잡은 곳은 의외로 봉천동이다. 문 연 지 2년이 더 되었음에도 원목으로 단장한 실내는 갓맞춘 교복의 칼라처럼 단정하다. ‘뜨거워’란 뜻의 ‘아츠아츠’가 붙은 야베의 아츠아츠 오뎅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부분은 하루 종일 우려낸 오뎅 국물이다. 오뎅 안에 오징어가 든 이카마키, 살짝 구운 구멍 뚫린 오뎅 치쿠와 등이 정성이 가득한 탕 속에 어우러진다.
가격 1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관악구 은천동 944-34 문의 02-873-9301

5. 만게츠 | 일본오뎅나베
마땅히 먹고 마실 곳 없이 떠오르지 않는 명동에서 점심에는 저렴한 가격의 규동과 돈부리를 선보이는 식당으로, 저녁에는 안주가 맛있는 이자카야로 변모하며 많은 이들에게 구세주가 됐던 만게츠가 8월 초에 2호점을 열었다. 저녁 메뉴인 일본오뎅나베는 국물이 옅은 간사이식 오뎅으로 일본에서 가져온 10개 종류의 어묵이 퐁당퐁당 담겨 나온다. 잘 우려낸 다시다와 가다랑어포에, 어묵 맛이 자연스럽게 밴 국물은 깔끔하다.
가격 1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충무로2가 61-9 문의 02-3789-9356

6. 주하이 | 누룽지오뎅탕
경복아파트 뒷골목을 4년 넘게 지켜온 주하이는 편하게 갈 수 있는 동네 술집이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운동화 뒤축을 질질 끌면서 와도 좋은 곳 말이다. 연예인이 간간이 눈에 띄는 것도 아마 그런 분위기 때문일 거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오뎅탕이지만 부산오뎅과 누룽지, 청양고추, 각종 야채, 팽이버섯, 쑥갓 등 들어가는 게 제법 많다. 좀 더 맵게 먹고 싶다면 청양고추를 더 넣어달라고 말하면 된다. 노릇하게 익은 누룽지와 오뎅의 궁합은 썩 괜찮다.
가격 1만8천원 영업시간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2동 277-1 문의 02-512-9765

7. 싱꼬 | 일본수제오뎅
얼마 전 논현동에 2호점을 낸 싱꼬의 수제오뎅탕은 육수부터 까다롭다. 대파와 멸치, 가다랑어포의 고유의 풍미가 살아나도록 한 번 구운 뒤에 우려내고, 깨끗한 물과 말린 표고버섯을 불려서 나온 액을 육수로 쓴다. 싱꼬는 드물게 오뎅을 직접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오징어살에 전복 내장을 갈아 넣어서 만든 만두 모양 오뎅 안에는 밤이 들었고, 양배추 안에 두부와 고기를 다져놓은 오뎅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두 시간 동안 졸인 달걀과 무가 정성 어린 싱꼬표 오뎅탕의 정점을 찍는다.
가격 2만1천원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7-10 문의 02-515-0633

8. 콩나무숲 | 두부오뎅뚝배기
건강 식품으로 두부의 매력이 재조명받던 2006년, 강남 복합오피스텔에 자리를 튼 콩나무숲은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기로 이름났다. 바닷가에 공장을 짓고, 바로 옆 바다에서 끌어온 물을 두부 간수로 사용하는 거래처에서 가져온 콩나무숲의 두부는 화학조미료 없이도 맛있다. 찌개와 탕류가 그립던 차, 두부에 오뎅을 넣으면 어떨까 해서 태어난 것이 이제는 대표 메뉴가 된 두부오뎅왕뚝배기다. 꽃게, 새우, 주꾸미 같은 해물과 버섯이 듬뿍 들어간 것이 과연 대표 메뉴의 자태답다.
가격 2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28-11 문의 02-582-5466

9. 간사이오뎅 | 스지오뎅
오뎅 전문 이자카야를 표방하며 2000년에 문을 연 간사이오뎅에는 낯선 메뉴가 있으니 바로 스지오뎅이다. 스지는 소의 힘줄 부위를 가리키는 말로, 일본 사람들이 오뎅을 먹을 때 즐겨 사용하는 부위지만, 스지만 들어간 메뉴는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드물다. 재료는 단출하다. 스지와 곤약, 두부, 그리고 감자가 전부다. 족발이 떠오르는 쫄깃한 젤라틴 식감의 스지가 노란 어묵처럼 보이는 이유는 삶은 스지를 가다랑어포 육수에 담가 색이 뱄기 때문이다. 겨자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가격 1만7천원 영업시간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17-31 문의 02-595-3909

10. 센 롤인 | 해물오뎅탕
뉴욕 거리에 흔하다는 아시아 퓨전 요릿집이 한국에 있다면 바로 센 롤인 같지 않을까. 각종 롤에 샐러드, 사시미, 초밥, 라멘, 카레, 생선조림 등 100개에 달하는 가짓수로도 성이 안 차 매주 4천9백원의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성실함은 센 롤인이 8년 넘게 롱런할 수 있던 이유다. 40년 전통의 부산 미도어묵의 오뎅을 매주 한번씩 택배로 받고 대하, 가리비, 문어에 생홍합으로 맛을 낸 국물을 사용하는 롤인의 오뎅탕은 말 그대로 그릇에 담긴 바다 같다.
가격 1만8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27-12 문의 02-749-4277

11. 후라이드 로봇 | 얼큰오뎅탕
‘과음하는 우리 손님 좋은 손님’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클래식로봇, 건담, 짱가 피규어가 한데 모였고 만화와 그림이 가득한 곳. 후라이드 로봇은 긴 겨울밤 양껏 취해도 좋은 곳이다. 따라서 오뎅탕도 얼큰하다. 일반 오뎅탕과 고추장찌개의 중간쯤이라고 할까. 고추기름과 깐풍기 소스를 넣은 국물은 알싸하고, 대림어묵의 자태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후라이드 로봇은 홍대에서 드물게도 건물 6층에 자리해 있다. 한번 들어가면 나가기 힘든 곳인 건 확실하다.
가격 1만2천원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4-29 문의 070-4238-7484

12. 펄 | 매운오뎅꼬치볶음
이태원동 옆 보광동에서 자란 오너는 이태원에도 ‘한국 사람’이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버거와 파스타 같은 식사부터 90가지에 이르는 퓨전요리를 갖춘 펄은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오뎅도 빼놓지 않았다. 닭고기를 베이스로 해 각종 야채로 맛을 낸 육수에 특제소스가 들어간 펄의 매운오뎅꼬치볶음은 겨울밤 가장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메뉴 중 하나다. 친근한 오뎅꼬치에 라면, 달걀, 쌀떡볶이 등 밤이면 생각나는 재료가 가득하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가격 1만4천원 영업시간 오후 5시부터 아침 7시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26-16 문의 02-749-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