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도 11월, 자꾸 이소라의 노래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지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혼자 땅을 파느니 밝고 즐거운 남의 사랑이야기라도 듣는 것이 낫다.

(왼쪽 부터) , <She Loves Me>,

(왼쪽 부터) <로미오와 줄리엣>, <She Loves Me>, <로미오와 줄리엣>

가을 타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도 11월, 자꾸 이소라의 노래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지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혼자 땅을 파느니 밝고 즐거운 남의 사랑이야기라도 듣는 것이 낫다. 이런 마음을 알아챘는지 올가을에는 달콤한 로맨틱 공연들이 포진해 있다. 그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11월 10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She Loves Me>. 토니어워드 3개 부문,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5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She Loves Me>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녀의 사랑을 담은 뮤지컬이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조지와 아말리아는 앙숙 사이. 이 둘에게는 각자 편지로 사랑을 키워나가는 상대가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날, 상대와 첫만남을 가진 이 둘은 자신이 소울메이트라고 믿었던 편지 속 주인공이 서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웅다웅하던 두 사람이 차츰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과정을 로맨틱하게 담았다.

편지를 매개로 한 <She Loves Me>의 사랑이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면 요즘 감성에 걸맞는 로맨틱 연극도 기다리고 있다. 2010년과 올 상반기에 걸쳐 많은 연인의 사랑을 받은 로맨틱섹시코미디 <달콤한 원나잇>이 10월 27일, <발칙한 로맨스>라는 새 제목을 달고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올 예정인 것. 서로에게 고교시절 첫사랑인 수지와 봉필. 이별 후 결혼을 하고 유부녀로 살아가던 수지에게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성공을 거둔 첫사랑 봉필이 연락을 해온다. 문제는 봉필의 유명세 때문에 호텔방이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는 것. 밀실에 둘만 남은 남녀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 재회의 설렘 등 공감할 수 있는 남녀간의 코드를 코믹하게 묘사했다. 옛사랑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발칙한 로맨스>의 주인공들뿐만이 아니다.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2006년 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로도 큰 사랑을 받았던 <연애시대>는 이혼을 한 이후에 정작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남녀의 이야기. 지난 9월 23일 대학로에 오른 연극 <연애시대>는 탤런트 박시연의 첫 연극 출연작이기도 하다. 사산이라는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한 후, 친구처럼 지내는 두 주인공은 상대방의 새로운 연애를 응원하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옛 연인의 새로운 상대를 향한 질투,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 후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등 헤어진 연인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감정의 꾸러미들이 11월 20일까지 펼쳐진다.

좀 더 장엄한 사랑이야기를 원한다면 11월 10일 막을 올리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가 있다.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와 이집트의 여제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는 세기의 러브스토리 중 하나. 연출은 다름아닌 니나가와 유키오다. 50년 넘게 현역에서 활동하며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리어왕> 연출을 맡았던 그의 셰익스피어는 일본의 전통적인 요소를 가미한 연출법으로 이름 높다. 그의 첫 내한공연이기도 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여주인공은 일본의 여성가극단인 다카라즈카 소속의 아란 케이가 맡았다. 재일한국인 3세이기도 한 그녀의 목소리는 정치적 음모와 술수, 뜨거운 사랑이 한데 공존하는 격정적인 역사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올가을 무대에 오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것 하나뿐만이 아니다. 고전 중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립발레단에서 선보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는 이미 무척 익숙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용수들의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사와 노래 없이 오로지 손끝의 떨림과 눈빛으로 비극적인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전할 국립발레단의 몸짓에 주목하자. 공연은 10월 27일부터 30일, 나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펼쳐진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맛봤다면 이제는 웃을 차례. 남장여인이 사랑에 빠지며 일어나는 소동들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4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 역시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1601년 새해를 맞아 영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공작을 환영하기 위해 만든 만큼, 시종일관 경쾌한 템포를 유지하는 기분 좋은 작품이다. 11월 17일 강동아트홀에서 첫 공연을 가진 후 12월 11일까지 계속된다.

New Performance

1.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영애씨는 바쁘다. 드라마가 시즌 9를 찍은 것도 모자라 국내 최초 오피스 뮤지컬을 선보인다. 회사의 PT가 경쟁사에 유출된 지금, 회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영애씨뿐이다. 박성광이 함께 출연한다. 11월 18일 오픈. 컬쳐스페이스 앤유.

2. 연극 <레드>
미국 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삶을 그린 연극. 영화 <글래디에이터>, <애비에이터>의 작가가 대본을 쓴 <레드>는 64회 토니어워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강신일이 마크 로스코를 연기한다. 10월 14일부터. 이해랑 예술극장.

3. 페스티벌 <제 4회 서울국제바흐페스티벌>
바흐의 음악이 꽃핀다. ‘골덴베르크 협주곡’과 바로크 음악의 거장인 르네야콥스가 지휘하는 ‘b단조 미사’를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클래식 팬들에겐 최고의 기회다. 10월 23일부터 31까지. 예술의전당.

4. 콘서트 <세종솔로이스츠 내한공연>
‘최고의 앙상블’로 꼽히는 세종솔로이스츠가 2년만에 한국을 찾는다.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비롯해 그리그와 시벨리우스, 한국 가곡과 민요 메들리를 세계 정상의 현악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11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 연극 <쥐의 눈물>
전작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국과 일본 관객을 사로잡았던 정의신의 신작이 도착했다. 전쟁터를 유랑하는 연예극단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쥐의 시각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우화적 작품이다. 10월 14일부터 23일까지.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