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모두 자신의 시간을 걷는 배우들이 있다. 이제 만개하려는 어린 배우들과 우리나라의 전설이 된 여배우 7인이 조금씩 다른 얼굴과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달콤한 의미가 이 안에 있다. 아름답다.

블라우스와 귀고리는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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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 어떤 미소

처음에는 미소가 가득한 눈을 들여다봤고, 그 다음에는 예쁜 곡선을 그린 눈썹에 시선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녀를 감싸고 도는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건 역시 꼿꼿한 등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어깨인 것 같다. 어깨를 숨기면 가녀리고 섬세해 보였고, 어깨를 드러내고 카메라를 마주할 때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너무 일찍 은퇴한 배우였고, 오랜 후에 다시 나타나 패션 잡지의 발행인으로 동시대의 여자들과 호흡했던 여자. 문득 발행인 시절에 그녀가 남긴 글이 떠올랐다. 강하고 부드러운 여자가 되기를 격려했던 말들과 아름다운 태도에 대해서. “나이는 누구나 먹는 것이지만, 아름답게 나이 드는 건 중요해요. 순수함을 잊지 않기를 바랐어요, 나는.” 문희가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게 커지는 것 같아. 나는 어릴 때는 어리석고 순수한 게 바보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까 그게 좋았구나 싶어요. 나이가 들면 세상을 더 잘 알게 되잖아요. 둘 다 있어야 해, 사실은.” 한국 영화의 전성기에서 물러나 추억의 이름이 된 여배우는 지금까지 여배우로 불린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나는 사실 배우 생활을 6년밖에 하지 않았어요. 그사이 많은 작품을 했지만 짧은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이 나를 여배우로 기억해주죠. 고마운 일이에요. 난 은퇴한 지 벌써 40년이나 되었거든요.” 배우를 떠난 후의 문희의 삶은 알려지지 않았다. 결혼과 동시에 은퇴를 했고, 그 후의 삶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과정은 결국 얼굴에 새겨진다.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그녀가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걸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여자로서 내 삶을 살았어요.” 그녀의 말을 증명하듯, 그녀의 옆에는 그녀를 꼭 닮은 딸과 어린 손녀가 서 있었다. <얼루어>의 촬영이 끝난 후, 아주 특별한 가족 사진을 촬영했다는 건 우리만 아는 일이다.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그 안에 있었다.

원피스는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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