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수도 서울과 제주도, 6개의 광역시, 그리고 63개 시와 81개 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152개 지역을 다니기에 한 달은 너무 짧아서, 서울과 광역시를 제외한 매력적인 10개 도시를 고르고 다시 그 도시들의 10가지 얼굴을 살폈다. 고르고 고른 대한민국의 100가지 풍경을 전한다.

전주

전주한옥마을은 더 이상 전주의 전부를 대변하지 못한다. 갤러리카페, 부티크 호텔 등 모던한 취향이 내려앉고 있는 전주는 ‘전통’과 ‘모던’ 가운데에서 성공적으로 줄다리기 중이다.

1 | 한옥마을의 터줏대감, 학인당 |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학인당의 꼿꼿한 분위기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안주인 서화선 씨의 존재에서 비롯했다. 고풍스러운 가구와 오래된 가구, 조용한 정원은 마루를 걸레질하고 마당을 쓰는 그녀의 보살핌을 받는다. 왜 한옥을 ‘살아 있는 집’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만 같은 대목이다. 학인당의 본채는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2 | 가장 개인적인 찻집, 다호 | 공간에 도시처럼 인구밀도를 매긴다면 다호 찻집은 도쿄나 서울에 비교될 거다. 오너가 중학교 때부터 모았다는 다호의 수집품들은 인형, 테이프, 잡지, 장식품, 쿠션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중국, 아프리카 등 출신 국가도 다양하다. “시집와서 집을 보고 기절할 뻔했어요”라는 부인의 말이 거짓이 아닌 셈. 온갖 물건에 얽힌 사연을 생각하며 차를 홀짝이니 자꾸만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3 | 헌책방 거리 걷기 | 지난 2년간 전주의 대형서점 2개가 자취를 감췄다. 2006년 교보분고 전주점이 들어서며 2009년, 전주 최대 규모의 서점이었던 대한문고가 문을 닫은 것에 이어 올해 2월, 40년 전통의 민중서관 본점도 ‘항복’을 선언한 것. 전주 출신의 소설가 양귀자가 대표로 있는 홍지서림만이 토종서점의 명맥을 잇고 있다. 홍지서림이 위치한 경원동은 헌책방 거리가 형성된 곳이다. 먼지 쌓인 책 더미를 설레는 마음으로 뒤적였다.
4 | 막걸리 골목의 슈퍼스타 | 먹거리가 넘치는 전주는 막걸리에 관해서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삼천동, 서신동, 경원동, 평화동, 인후동 등 여러 개의 막걸리 골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막걸리 골목의 원조가 삼천동이라면 서신동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서신동 막걸리거리에서도 입소문이 난 옛촌막걸리는 맑은 막걸리 한 주전자와 안주가 포함된 세트 메뉴를 시키면 족발, 삼계탕, 두부김치, 해물전을 차려 내오는 인심 좋은 곳이다.

5 | 한옥숙박보다 게스트하우스 | 전주는 한옥에서 꼭 하룻밤 묵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도시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의 노란 고양이 또마(Ttoma)가 주인공인 또마하우스 앞에서라면 그런 의무감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2009년, 전주의 번화가인 전북대 앞 덕진동에 문을 연 또마하우스는 거품 없는 부티크 호텔이다. 또마가 그려진 베개를 베고 기분 좋게 잠을 청할 수 있다. www.ttomahouse.com
6 | 어항이 있는 갤러리카페 | 올 7월, 전주한옥마을에 등장한 2층 규모의 갤러리카페 꿈꾸는 기린은 재미있는 지점으로 가득하다. 작가를 선정할 때 한옥마을과 어울리는 작품인지를 우선시한다는 점, 행정상 주소가 ‘기린로’인 것에 착안해 기린 모티프 소품들을 가져다 놓은 것,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가 떠오르는 10년도 넘게 키운 거북과 진귀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수조가 있다는 것이 그렇다. 커피가 맛있는 건 물론이다.
7 | 전북최대의 아트그룹, 오스아트그룹 | 전북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주도하는 오스아트그룹은 건물 컨설팅과 전시, 카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그중 전주사람들이 ‘바람 쐬러 갈 때’ 찾는 곳이 소양면에 자리한 오스갤러리다. 넓게 조성된 정원과 높은 천장의 통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교외의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다. 전주의 대표사찰인 송광사와도 가깝다. www.osart.co.kr
8 | 한옥마을에서 서양의 근대건축양식을 엿보기 | 1908년, 짧았던 대한제국 시대에 완공된 전동성당은 호남지방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서양식 근대건축물이다. 붉은 벽돌과 둥근 천장, 가운데 종탑을 중심으로 양쪽에 솟아 있는 작은 종탑의 지붕은 비잔틴 형식으로 이국적이지만 주변의 다른 한옥건물들과 위화감 없이 어울린다. 조심스레 성당문을 밀고 스테인드글라스와 아치형의 돔이 근사한 내부를 살피는 일도 잊지 말아야한다.
9 | 전국 최초의 돌솥밥 | 우리나라 최초의 돌솥밥이 탄생한 곳도 전주라는 사실을 아는이는 얼마 없을 거다. 1980년 문을 연 반야돌솥밥은 전북도청이 이전함에 따라 중앙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돌솥밥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들에서 나는 곡식과 야채로 밥을 짓는다’는 ‘반야(飯野)’라는 가게 이름에 걸맞게 16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밑반찬은 보약에 가깝다. 직접 담근 한방모주와 썩 잘 어울리는 맛이다. www.bydfood.co.kr
10 | 지방동물원의 정취, 전주동물원 | 전주동물원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서 사라진 대관람차를 보고 싶어서였다. 1978년 개장 후 하마, 사자, 호랑이, 캥거루, 낙타, 반달가슴곰, 재규어 등 700마리가 넘는 희귀 동물이 보금자리를 튼 이곳은 지방 최대 규모의 동물원으로 이름 높다. 서울어린이대공원보다 훨씬 널찍하고 한가롭게 동물원을 구경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입장료가 단돈 1천3백원이다. www.zoo.jeonju.go.kr

안성

전국 3대 장터인 안성 장터의 고장 안성은 짐짓 과거의 영광에서 물러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안성은 수도권과 1시간 거리다. 각종 예술마을과 문화단지가 문을 열며 도시 자체가 하나의 테마파크로 거듭나는 중인 지금의 안성은, 그래서 분주하다.

11 | 농협이 운영하는 목장 | 안성목장은 넓다. 1969년 형성된 목초지의 넓이는 자그마치 39만 평. 농협에서 관리하던 안성목장은 최근 안성팜랜드로 이름을 바꾸고 개장을 기다리고있다. 소, 말, 양 등 가축과 함께 농축산체험을 하는 무무빌리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 팜이 들어설 예정으로 목장길과 목초지는 미루힐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다.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는 밤에 가도 좋은 곳이다. asfarm.nonghyup.com
12 | 안성의 비밀의 정원 | 아트숍과 갤러리, 공예체험과 식사, 공연, 가든바비큐, 숙박이 가능한 아트센터 마노가 처음 유명세를 탄 것은 마치 건물이 거꾸로 뒤집힌 것 같은 모양새의 갤러리와 옆으로 누운 모양새의 레스토랑 때문이었다. 서울의 아트센터처럼 세련되고 깔끔하지는 않지만 동상이 세워진 분수, 벽에 드리워진 넝쿨, 유럽풍의 소품으로 가득한 비밀의 정원을 거닐고 싶다면 방문해볼 만하다. www.mahno.com
13 | 안성목장 옆 편백나무숲 | ‘히노키’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편백나무는 나무들 사이에서도 건강한 나무로 손꼽힌다. 피부와 혈액순환에도 좋고, 심지어 살균과 탈취 능력까지 갖췄다. 안성목장 가는 길에 조성된 편백나무 숲길은 200미터 남짓으로 길지 않지만 인위적으로 가로수를 심은 그 어떤 길보다 아늑하다.
14 | 장독대가 장관을 이루는 서일농원 | 웰빙 열풍이 불기 전부터 꾸준히 ‘우리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온 곳들이 있다. 서일농원도 그런 곳 중 하나다. 1983년, 직접 야채를 기르고 장을 담그며 일궈온 서일농원은 500여 그루의 소나무와 200개의 장독대가 장관을 이룬다. 서일농원을 지켜온 서분례 여사의 손맛을 느끼고 싶다면 전통음식점인 솔리를 찾으면 된다. 된장불고기와 된장찌개를 달래, 무말랭이, 더덕과 함께 차려 내는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장아찌와 각종 장도 판매한다. www.seoilfarm.com

15 | ‘어흥’ 소리가 들리는 복거마을 |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산의 모양이 호랑이가 앉아있는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복거’마을이 된 이곳에는 호랑이를 비롯해 소, 사람 등 다양한 모티프의 벽화와 벤치, 조형물이 가득하다. 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는 마을의 벽은 소담하고 골목들은 호랑이 그림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쁘다.
16 | 허브농장 말고 허브마을 | 서울과 면적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인구는 50분의 1수준인 안성은 사람보다 산과 들판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도시다. 이제는 흔해진 허브‘농장’ 대신에 본격적인 허브’마을’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이런 지리적인 여유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전시된 허브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허브테라피 스파, 아로마테라피 카페와 허브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며 허브와 생활을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곳이다. 마음 씀씀이도 커서 입장료와 주차비도 무료다. www.thanks-nature.co.kr
17 | 풍산개 800마리 | 진돗개, 삽살개와 함께 토종개 3인방으로 꼽히는 풍산개 800마리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삼죽면 덕산리의 풍산개마을이다. 12년 전, 이기운 이장이 선물로 받은 풍산개 다섯 마리를 지극정성으로 키운 결과 지금의 ‘풍산개마을’이 됐다. 풍산개 분양은 물론 마을 사람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구매할 수도 있다. 아기 풍산개와의 산책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기다리고 있다. www.aspsdog.com
18 | 안성오일장 국밥의 맛 | 개성장터, 수원장터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장터로 꼽혀온 안성장터. ‘팔도 문물 중 안성장을 안 거치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듣던 안성장터의 명맥을 잇고자 안성에서는 지금도 매달 2일과 7일에 오일장이 열린다. 안성장터와 함께 자란 국밥집이 있으니 바로 4대째 이어 내려오는 안일옥. 지금은 안성장터국밥으로 이름을 바꾸고 시장에서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24시간 쉬지 않는 가마솥에서 진한 국물과 푹 고은 살코기가 어우러진 국밥 맛은 여전하다.
19 | 해먹에 누워 예술품 감사하기 | 머린골산 산등성이에 자리한 너리굴 문화마을은 하룻밤을 묵을 때 더욱 좋은 곳이다. 각종 문화체험을 하러 찾아온 아이들로 낮의 너리굴은 조금 소란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용한 오전, 혹은 해가 넘어가는 저녁에 펜션 앞마당의 해먹에 누워 마을 곳곳에 놓인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꿈 같다. 꽃사슴들이 뛰어노는 꽃사슴 농장을 산책해도 좋다. www.culture21.co.kr
20 | 고삼지에 피어나는 물안개 | 이른 아침의 고삼지는 고요하다. 엄연한 낚시터지만 낚시꾼보다는 피어나는 물안개를 담으려고 온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나무와 새가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고삼지는 안성의 첫 번째 얼굴이다. 낚시에 관심이 있다면 날짜별 조황 정보가 가득한 홈페이지를 방문하길. www.gosamji.com

경주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천 년의 왕조를 이어간 신라의 수도, 경주의 시간은 수심이 깊은 강물처럼 천천히 흐른다. 300년 넘게 전통주를 빚는 가문과 유네스코가 지정한 전통마을이 남아 있는 경주는 잘 익은 술처럼 향기롭고, 술병은 쉽게 비지 않는다.

21 | 가로수길 중에 최고 |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의 성취가 남아 있는 수도이기 때문일까. 경주에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세운 통일전이 있다. 1977년 삼국통일기념비를 비롯, 문무왕, 김유신 장군의 사적비 등을 모신 전각은 크지 않지만 그 앞에 펼쳐 있는 은행나무길은 경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다. 청주 플라타너스길, 담양 메타세콰이아길과 함께 전국 3대 가로수길로 꼽힌다는 이야기도 있다.
22 | 자연 연못의 정취, 서출지 | 신라 문무왕 때 만든 연못 안압지는 출토된 유물만 1만5천 점에 달한다. 하지만 안압지보다 100년 앞서, 경주 남산 기슭에 생겨난 자연연못인 서출지도 정취라면 안압지에 못지않다. 수백 살은 훌쩍 넘었을 것 같은 팽나무 고목과 배롱나무, 꽃은 졌지만 철이 지난 지금도 싱싱한 연잎, 폐가가 된 누각이 한데서 자아내는 풍광은 괜히 숨을 죽이고 목소리를 낮추게 될만큼 압도적이다.
23 | 유네스코가 사랑한 마을 | 초가집이 거의 자취를 감춘 이 땅에 마치 드라마세트처럼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이 담을 맞대고 마을을 이룬 곳이 있다. 2010년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은 양반이 주민의 다수를 차지한 반촌(班村)으로, 지금도 향교와 서당 및 유적들이 남아 있다. 500년을 전통의 경주손씨와 여강이씨 종가가 모인 이 곳은 마을 전체가 문화유산이니 하룻밤 묵으며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기를 권한다. 주민들의 생활터전임을 잊지말고 손님의 마음으로 조심스레 다녀가길. www.yangdong.invil.org
24 | 30가지 재료가 들어간 밥 | 채식전문점으로 이름 높은 다유는 전통과 웰빙이 사이좋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30여 종에 달하는 야채와 견과류가 들어간 채과밥과 콩고기. 정성스레 손질한 야채와 과일이 묵직한 유기그릇에 보기 좋게 담겨 나온다. 보문단지 주변의 천북면에 위치해 있다. www.다유.com

25 | 보문호수 산책로 걷기 | 선재미술관, 야외공연장, 경주월드 등이 자리한 보문관광단지를 개발하면서 만든 인공호수 보문호는 경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하이킹 코스이자 산책로다. 유원지의 대관람차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백조유람선에 몸을 싣자.
26 | 최부잣집의 술, 경주교동법주 |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말로 유명한 경주 최부잣집은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훌륭한 예다. 1947년 재산의 대부분을 독립운동과 영남대 설립에 환원하며 만석꾼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350년 전통의 가양주, 경주 교동법주가 이 오래된 명문가의 명성을 잇고 있다. 비법이 새어나갈까 여전히 가족들끼리만 술을 담그는 까닭에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만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수요량을 겨우 맞춘다고 한다. 그윽한 금빛과 향긋한 향은 유서 깊은 양반가문의 술로 손색이 없다. www.kyodongbeobju.com
27 | 열기구 타고 보는 경주 | 보문호수단지 내에 위치한 나르고랜드의 열기구가 작년, 전자동 식으로 바뀌었다. 150미터 상공까지 쭉쭉 올라가는 열기구는 바람만 없으면 최대 30명까지 탈 수 있다. 150미터 위의 세상은 경주를 한눈에 살펴보기에 충분한 높이다. 고소 공포증이 심하다면 미리 말해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으니 각오를 단단히 할 필요는 없다. www.nargoland.com
28 | 빵, 빵, 무슨 빵 | 경주빵, 찰보리빵 등 새로운 빵이 경주를 대표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경주 하면 황남빵이다. 밀가루와 달걀, 팥소만으로도 달콤고소한 맛을 내는 황남빵의 이름을 내세워 커다란 간판을 내건 빵집이 쏟아지는 와중에 정작 원조 황남빵집은 황오동 골목 뒤쪽에 자리해 있다. 낱개부터 20개 들이 세트까지 70년 역사의 동그란 빵이 조용히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29 | 경주에서 자연인으로 사는 법 | 들 ‘야’ 자에, 신선 ‘선’을 써서 ‘야선’이다. 흙을 이용해서 캔버스 천에 색깔을 입히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박정희 선생은 자연과 사는 법을 안다. 뜰에 난 맨드라미로 차를 끓이고, 버섯으로 요리를 하는 그녀는 서출지의 서정적인 풍광에 반해 14년 전, 경주에 정착했다. 똑같이 경주에 반한 미술가들과 매해 봄이면 야선미술제를 주최한다. 돌 위에, 천 위에 쓱쓱 그린 그림처럼 자연스러운 삶이다.
30 | 경주음식을 한곳에 | 올해 6월 문을 연 별채반은 경주의 전통음식을 정립하고 알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역사적 자료와 문헌을 토대로 6도 6개 장을 차리고 경주천년한우를 이용한 불고기, 경주 문복산에서 나는 산나물 곤달비가 들어간 비빔밥을 내놓는다. 지역문화를 브랜드화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별채반의 정성과 책임감이 섞인 음식 맛은 나무랄데가 없다. www.byulchaeban.com

포천

분당과 일산만을 경기도로 생각했다면 포천시의 자연은 ‘원시’에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전국 유일의 현무암협곡과 폐채석산을 문화단지로 변신시킨 아트밸리까지 포천은 가장 이국적인 경기도다.

31 | 배상면주가의 술 갤러리 | 산사원은 ‘술 갤러리’다. 본디 각 집안마다 특색 있는 술을 담갔던 우리네 가양주 문화가 일제강점기 이후 단절된 것을 살리기 위해 배상면주가에서 차린 곳이다. 산사춘, 대포 등 전통주 개발에 꾸준히 힘쓰는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곳이니 만큼 전시실과 가양주 교실, 전통술박물관 등 전통주를 향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산사원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술이 익어가는 장독대들이다. 옆을 걷기만 해도 바람에 묻은 술냄새에 취할 것만 같다. www.sansawon.co.kr
32 | 폐채석산이 문화단지로 | 버려진 동사무소, 지하상가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근래, 포천시는 아예 채석산 하나를 통째로 아트밸리로 꾸몄다. 질 좋은 화강암이 고갈되며 10년 가까이 버려졌던 채석산이 2009년, 전시관과 공연장, 레스토랑이 들어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폐채석산을 병풍으로 삼은 문화 공간이 됐다. www.artvalley.or.kr
33 | 산정호수의 가을길 | ‘산중에 있는 우물과 같은 호수’라는 예쁜 이름을 단 산정호수는 1925년 생겨난 이후 포천의 명소로 거듭났다. 명성산과 관음산에 에워싸인 서늘한 기후덕에 여름철이면 주변의 펜션이 가득 찰 정도로 피서객이 몰리는 산정호수의 가을은 조각공원의 작품과 단풍을 즐기기 좋다.
34 | 원시 포천의 흔적, 비둘기낭 폭포 | 국내 여행 좀 다녔다는 사람들조차 ‘본 적 없는 풍경이다’라고 혀를 내두르는 곳이 바로 비둘기낭이다. 겨울이 되면 수백 마리의 비둘기가 겨울을 나기 위해 모인다고 하여 비둘기낭이라는 이름을 얻은 폭포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굴과 청록빛 폭포수가 신비롭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이어 얼마 전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활>의 촬영지임이 알려지며 방문객이 급속도로 늘어난 통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을 정도라니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조용히 다녀오면 좋겠다.

35 | 전국 유일의 현무암협곡 | 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에 걸쳐 형성된 현무암 협곡은 ‘협곡’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기세 좋게 흐르는 한탄강 물줄기 뒤편으로 형성된 30~40m 높이의 수직절벽은 겸재 정선이 그린 총석정과 낙산사의 산수화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다. 30만 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형성된 협곡의 표면은 붓줄기보다 힘차다.
36 | 고지전의 그곳, 한탄강 | 한탄강은 철원, 포천, 연천 등지를 지나는 긴 강이다. 절벽과 협곡이 발달해 래프팅 프로그램이 유독 발달하기도 한 한탄강의 하류는 영화 <고지전>에서 애록고지로 표현된 백마고지가 실제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시체가 산을 이뤘다는 전쟁의 상흔이 남은 이 강을 가리켜 ‘한이 많아 한탄강’이라고 한다지만 한탄강의 한탄(漢灘)은 사실 ‘큰 여울’이라는 뜻이다. 50년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 다행히도 강은 평화롭다.
37 | 포천식 유기농음식 맛보기 | 물꼬방은 ‘유기농은 생명이다’를 외치는 곳이다. 그에 걸맞게 무농약, 유기재배 농산물 및 발효식품, 그리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곡물, 두부, 차를 판매하는 이곳은 경기으뜸맛집으로 꼽히기도 했다. 울창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튼튼하게 잘 지은 커다란 한옥 마루에 앉으면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텐데 물꼬방의 먹거리들은 원래부터 맛도 좋다. 청국장요거트와 콩튀김 된장탕수, 국수샐러드와 두부샐러드의 맛은 ‘정갈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www.mulggobang.com
38 | 아프리카 소리가 들린다 | 가장 태초에 가까운 자연을 품고 있는 아프리카와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원시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포천은 어쩐지 닮았다. 2006년 개관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아프리카 150여 부족에게서 수집한 예술품과 생활용품 전시, 아프리카 원주민의 춤공연 등 다양한 아프리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현지에서 공수한 각종 민예품도 판매하는데 코뿔소 다리를 몸통으로 삼은 스탠드, 얼룩말 가죽 카펫 등 다양하게 늘어선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이 진열된 또 하나의 미술관 같다. www.amoa.or.kr
39 | 가을에 걷는 백운계곡 | 2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연못과 폭포가 굽이굽이 흐르는 백운계곡은 여름 물놀이 장소로 좋은 곳이다. 그리고 계곡물이 줄어드는 가을이면 계곡은 백운산세를 따라 걷기 좋은 산책길이 된다. 계곡물과 함께 자란 나무는 가을에도 푸르고, 산책길의 초입에 있는 흥룡사에 들러도 좋겠다.
40 | 이동갈비의 원조 | 포천시 이동면은 두 가지로 유명하다. 바로 포천 약수로 만들어 숙취가 없고 깔끔한 뒷맛을 자랑하는 이동막걸리와 천연양념으로 유명한 이동갈비가 그 주인공이다. 이동갈비의 원조로 꼽히는 김미자할머니의 갈비는 3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양념갈비와 생갈비, 동치미 국수 등 7개 음식만이 올라간 단출한 메뉴판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포장도 가능하다.

충주

충주는 풍요롭다. 어디를 가나 산이 보이고, 어디를 가도 물이 흐르며, 심지어 왕족이 찾았다는 온천수도 콸콸 솟아난다. 가장 친 환경적인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충주가 답이라는 이야기다.

41 | 충주의 3대 휴양림 | 숲이 많은 충주시에서는 산림욕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휴양림이 인기다. 각각 1996년, 1997년 문을 연 봉황휴양림과 계명산휴양림에 이어 2008년 9월 문을 연 문성자연휴양림은 세 휴양림 중 가장 깔끔한 시설을 자랑한다. 숲 속의 집, 산동네 나무집 등 다양한 넓이의 통나무집에 머물며 진정한 산림휴양을 즐길 수 있으며, 깊은 산속 옹달샘의 명상센터와 관련된 테마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msf.cj100.net
42 | 깊은 산속에서의 명상 |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 10년째 200만 명이 넘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해온 고도원 씨가 충주에 명상원을 차렸다. 그 누구보다 건강한 내면에 관심을 가져온 이인 만큼 향기테라피, 댄스테라피, 부부학교, 단식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췄다. 100퍼센트 후원금으로 지은 명상원은 꿈사다리집, 하얀하늘집 등 후원자의 이름을 딴 개성 있는 건물들이 활기를 불어넣는다. www.godowoncenter.com
43 | 와인부터 전통주까지, 술박물관 | 중앙탑 공원 내에 자리한 리쿼리움은 술박물관이다. 술과 관련한 여러 권의 저서를 펴내고 디아지오코리아 부사장을 역임한 이종기 박물관장은 영국에서 양조와 증류학 석사 학위를 딴 진정한 애주가다. 와인, 맥주, 전통주 전시관으로 나누어진 리쿼리움은 각종 술 제조 도구와 진귀한 세계 각국의 술병, 맥주 오프너 등 전국팔도 애주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컬렉션들로 가득하다. www.liquorium.com
44 | 충주사과는 연구 중 | ‘충주사과’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충주에 사과과학관이 있을 줄은 몰랐다. 과수원에는 수십 종류에 달하는 다양한 사과나무 품종이 심어져 있고, 비닐하우스에는 사과나무가 자라는 데 방해가 되는 풀을 먹기 위해 풀어놓은 토끼들이 뛰어다닌다. 사과 기념품과 사과의 역사 등 사과투성이인 사과과학관은 미키마우스 대신 사과가 주인공인 디즈니랜드 같다. www.cj-apple.co.kr

45 | 성당에서 잠을 자요 | 온천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수안보성당은 1960년에 지었다. 본당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잘 관리한 넓은 잔디 정원과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돋보이는 높은 종탑이 성당을 돋보이게 한다. 특이한 점은 관광단지인 수안보 마을 내 자리해서인지 성당 부지 내의 두 건물에서 숙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사와 온천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www.sabsd.or.kr
46 | 충주호 | 충청북도의 세 도시, 충주, 단양, 제천에 걸쳐 있는 충주호를 제천사람들은 청풍호라 부르고, 충주 사람들은 충주호라고 부른다. 물론 어떻게 불러도 장미는 장미인 것 처럼 호수가 아름답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며 생겨난 호수로 역사는 짧지만 소양호 다음가는 규모에 월악산국립공원, 단양팔경, 청풍문화재단지 등 주변 볼거리가 풍부하다. 충주호를 끼고 보는 충주의 일출과 일몰은 언제나 일품이다.
47 | 충주사람은 비빔회를 좋아해 | 달천강을 옆에 둔 들림횟집은 메기, 쏘가리, 향어, 송어 등 민물고기 전문횟집이다. 충주에서는 회를 비벼 먹는 것이 일반적. 회를 주문하면 채썬 오이, 양배추, 상추, 쑥갓, 당근과 콩가루, 다진 마늘, 초장이 함께 나온다. 20년 노하우의 주인 자매의 말에 따르면 송어회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푸석해져서 먹지 못하게 된다고 하니 초장과 야채에 뚝딱 비벼 바로 먹도록 하자.
48 | 태조 이성계의 온천 |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태조 이성계가 자주 찾았다는 <조선 왕조실록>의 기록을 비롯해 숙종과 귀족들이 오간 수안보온천의 수질은 의심할 필요 없다. 하루에 4800톤이 넘는 온천수가 솟아난다는 사실도 솔깃하다. 아산스파비스나 테르메덴 온천 같은 세련된 시설은 없지만 이런 오래된 온천마을의 정취도 나쁘지 않다.
49 | 꿀과 사과가 흐르는 마을 | 재오개마을이 충주하니마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2009년 농촌테마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외국인 연구원과 전국 양봉단체가 다녀가고, 꿀벌아카데미를 운영할 정도로 양봉산업기술이 발달한 곳이니 들른다면 꿀 한 병 사는 것을 잊지 않길. 충주호와 월악산이 어우러지는 마을의 길목도 아름답다. <다모>, <상도>, <대장금>, <주몽> 등이 촬영지로 선택하기도 했던 곳이니 틀림없다. honeybee.go2vil.org
50 | 코스로 꿩고기 맛보기 | 닭이나 오리와 달리 성격이 날카로운 꿩은 기르기 힘든 동물이다. 꿩요리점이 보기 드문 것은 꿩의 이런 특성 때문이기도 한데 이 꿩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꿩요리 기능 보유자의 집으로 지정된 충주의 대장군이다. 28년 전통의 꿩요리 코스 전문점답게 꿩고기를 부위에 따라 샤브샤브, 육회, 꼬치, 불고기, 만두, 수제비 등 다양하게 요리하는데 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꿩고기로 육수를 냈다는 동치미는 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 대상 수상에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