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모두 자신의 시간을 걷는 배우들이 있다. 이제 만개하려는 어린 배우들과 우리나라의 전설이 된 여배우 7인이 조금씩 다른 얼굴과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달콤한 의미가 이 안에 있다. 아름답다.

원피스는 김동순 울티모 (Kimdongsoon Ulti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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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효린| 성숙과 성장

아주 아름다운 배우에게도 아주 아름다운 여인을 연기할 기회가 자주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영화 속에서 배우들은 종종 자신이 아름답다는 걸 모르는 척 연기해야만 한다. 민효린은 <써니>에서 어느 학교나 한 명은 있었던, 예뻐서 다른 사람에게 미안해할 정도의 ‘절대 미녀’를 연기했다. 신기한 지점은 <써니>의 고등학생 연기가 비로소 배우 민효린을 성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민효린은 어린 얼굴이 콤플렉스라고 말했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어리게만 보이진 않는다. “<써니>는 갈 길을 헤매고 있던 나에게 길을 열어주었어요. 슬럼프 속에서 저를 꺼내준 고마운 작품이에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수지 역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캐릭터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게 없는 면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원래의 저는 무르고 무른 성격인데 수지는 말이 없고 차갑죠.” 그리고 민효린은 이 영화에서, 모든 여배우에게 잠재된 공포를 연기했다. 아름다운 얼굴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 “정말 무서웠어요. 몰입이 잘 안 되었어요. 마지막 윤정 선생님이 나온 장면은 그럼에도 수지가 잘살았다는 걸 보여주죠. 그래서 다행이었어요.” 민효린의 나이는 이제 스물여섯. 여배우로서 가장 좋은 나이이며 가장 중요한 나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얼굴은 10대 시절과 그렇게 다르진 않아요. 하지만 눈빛이 점점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여자는 나이가 들면 분위기가 변해간다는 걸 조금씩 알 것도 같고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오백만불의 사나이> 두 편의 영화를 겨우내 촬영해야 하는 민효린은 여배우의 자질은 외모가 아닌 결국 실력인 것 같다고 정리했다. “나이가 드는 게 좋아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옷과 메이크업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어요. 더 어렸을 때는 멜로 연기를 안 시켜줬지만 이제는 할 수 있어요. 여배우에게 최후의 보루는 실력. 실력이 없으면 배우로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 연기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 이것도 겪어야 할 과정일 거예요.”

드레스는 구찌(Gucci). 팔찌는 미네타니(Minet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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