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모두 자신의 시간을 걷는 배우들이 있다. 이제 만개하려는 어린 배우들과 우리나라의 전설이 된 여배우 7인이 조금씩 다른 얼굴과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달콤한 의미가 이 안에 있다. 아름답다.

원피스는 미우미우(Miu Miu).

김새론 열한 살 인생

수업이 끝난 뒤, 김새론이 왔다. 좋은 필모그래피를 키만큼 쌓아가고 있는 이 대견한 배우는 촬영 스케줄 때문에 운동회를 빠진 게 제일 억울하다. 200m를 달릴 수도 있고, 높이 뛰기에도 나가고 싶은데. 다른 친구가 선발되었다고 작은 한숨을 쉰다. 내년에는 꼭 긴 다리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위로했지만, 과연 김새론이 운동장을 뛸 수 있을까? 내년에는 부디 촬영이 없어야 할 텐데. 김새론은 아역 배우라고 치부하기에 황송할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지금까지 작품에서의 존재감은 다른 연기자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누구를 닮아 예쁘냐는 우문을 들을 때면 그녀가 하는 대답은 “엄마랑 아빠”.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감사하다”, 연기를 위해 예쁜 모습을 포기해야 되는 건 “익숙하다”. 김새론은 또렷하게 이야기했다. “연기를 하려면 자기 자신을 망가뜨려야 해요. 자기 모습을 가꾸는 데만 신경쓰면, 보는 사람들에게 연기가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연기를 하려면 자신을 조금씩 포기해야 한다는 건, 도대체 언제 알게 되었을까. 배우니까 한 작품, 한 작품을 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깨닫는다. 대신 좋은 점도 있는데, 영화 찍을 때는 망가지니까 예쁘게 보이고 싶으면 배우 김새론이 아니라 그냥 김새론으로 돌아가면 된다. 숙제 걱정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는 이 작고 완벽한 여배우는 빨리 어른이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이 좋아요. 천천히 연기자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