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의 <슈퍼스타K3>와 MBC의 <위대한 탄생2>가 각각 금요일 밤 11시, 10시에 방영되며 본격 대결을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SBS는 SM과 JYP, YG가 팔을 걷어붙이고 ‘스타 발굴’에 나선 <K팝스타>를 링에 올린다고 한다.

‘슈퍼위크’ 기간에 돌입한 <슈퍼스타K3> 5회와 <위대한 탄생2>가 첫 전파를 탄 다음 날,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는 소위 예비 스타라고 불리는 그들의 이름으로 가득했다. 네이버 핫토픽 키워드에는 ‘신예림 절대음감’, ‘신지수 제 2의 김그림’, ‘위대한 탄생2 시청률’이 올라와 있었고 신지수, 손예림, 신예림, 박장현, 유나킴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이던 이들의 이름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1위부터 10위까지를 점령하고 있었다. 다음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신지수 행동 논란’, ‘박정현 모창’이 다음 메인 화면에서 하루 종일 내려올 줄을 몰랐다. 이쯤 되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이 낯선 이름들에 대해서 슬슬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케이블 채널의 태생적 한계처럼 느꼈던 시청률 5%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우승자인 서인국과 허각뿐 아니라 조문근, 박세미, 존박, 장재인, 김지수 등을 모두 정식 가수로 데뷔시킨 <슈퍼스타K3>는 같은 날 방영된 <위대한 탄생2>보다 시청률을 살짝 앞서며, 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뒀다. 사실 이승철이 “저 나이에 노래에 블루스가 있다”고 평을 했던 손예림, 아델(Adele)의 ‘Rolling in the Deep’을 마치 자기 노래인 양 부르며 윤종신으로부터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허각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신지수를 비롯, 지난 시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실력의 도전자를 쏟아내는 <슈퍼스타K3>를 보며 “남은 인재가 있겠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위대한 탄생2>의 출연자들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MR 없이 노래를 시작했는데도 반주와 음이 딱 맞아 박정현으로부터 ‘절대음감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14세의 신예림은 당장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라도 마주칠것 같은 친근한 외모에 뛰어난 춤과 노래 실력을 보여줬다.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Top12에 들었던 티티라우, 한국혼혈 싱어송라이터인 샘 카터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닉 조시 등 런던 오디션의 도전자들 역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도전자의 실력’은 프로그램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기본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문제에서 다른 행보를 걷는다. 가장 많은 오디션 참가자 수와 역사를 보유한 <슈퍼스타K>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소스다. 지난 시즌의 출연진과 무대를 참고화면과 선례로 언급하면서, 별 다른 설명 없이도 ‘이런 상황이다’를 납득시킬 수 있다. 조별 과제에서 다소 독단적으로 팀을 나누고, 가사를 여러 차례 잊어버린 박장현의 파트를 과감히 건너 뛴 신지수가 시즌2의 김그림과 바로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속도감과 연계성에 있어서는 ‘깨알 같다’는 말 외에 표현할 말이 없는 뛰어난 편집 실력도 <슈퍼스타K>의 강점 중 하나. 13년 지기 듀오 ‘10키로’를 보고 심사위원 성시경이 ‘오사카의 만담콤비 같다’고 하자 바로 일본 개그프로그램의 자료 화면을 삽입하고 대기 중인 두 사람이 노는 장면에 일본어 더빙을 입혀 싱크로율 100%를 이끌어낸 센스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슈퍼스타K>에 비하면 <위대한 탄생>은 우직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템포가 느리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평가만 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내가 저 친구를 가르쳐줄 수 있겠다’고 마음이 가는 도전자들을 뽑아 차근차근 함께 나아가는 멘토-멘티 제도를 보여주기에는 알맞은 속도다. ‘고슴도치도 내 자식이 예뻐 보인다’는 표현을 떠오르게 하는 멘토-멘티 제도는 심사위원 윤종신이 다정하게 도전자들을 ‘챙기는’ 정도에 그치는 <슈퍼스타K>에서는 볼 수 없던 심사위원과 출연자 사이의 유대감을 보여주며 사제 관계에 익숙한 한국인의 정서에 어필한다. 멘토-멘티 관계였던 신승훈과 셰인이 함께 부른 ‘I Believe’가 시즌 1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K 팝스타>는 앞의 두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 9월 2일 양현석과 박진영이 직접 등장해 기자간담회를 가진 <K 팝스타>는 오디션 프로그램 중 최초로 뉴욕, 런던, 도쿄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남미 지역까지 순회할 예정이긴 하지만 흥미로운 그림이 나올지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의심의 눈초리르 거두기 어렵다. 이미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이 존박, 권리세등 시즌 내내 화제가 됐던 출연자들을 해외에서 발굴한 상황에서 <K 팝스타>가 강조하는 ‘현지 오디션’이 막강한 무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하지만 YG의 양현석, JYP의 박진영, 그리고 SM의 보아가 심사위원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분명히 획기적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내 가요프로그램 출연’을 상품으로 걸 때, ‘제 2의 닉쿤과 빅토리아를 찾는다’ 는 <K 팝스타>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을 보여주겠지만, 시청자들이 한글이 서툰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감정적 이입을 할 수 있을까도 물음표가 그려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진정성’이다. 표정만 바라봐도 정말 ‘좋아서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출연자들, 그리고 심사위원처럼 흐뭇한 미소로 그들의 재능을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가 그들의 과거를 들으며 눈물 흘리고, 탈락하지 않기를 바라며 열심히 문자 투표에 참가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지는 연예인들의 진심보다 훨씬 ‘진짜’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3>가 방송 초반, 편집조작 논란에 시달리고, <위대한 탄생> 시즌 1에서 자신이 키우는 걸그룹 멤버를 출연자의 백댄서로 등장시킨 심사위원 방시혁, 앨범 발표 사실을 숨기고 출연한 노지훈이 비난을 피하지 못했던것은 그런 이유다. <슈퍼스타K3>와 <위대한 탄생2> 모두 ‘실력 있는 출연자들’이라는 가장 든든한 토대는 갖춘 것처럼 보인다. 시청자들이 브라운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제작진의 진심과 연출력에 달려 있다.

New Series

1.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
<하이킥3>가 출연진만 바뀐 ‘자기복제’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계상, 강승윤, 이종석, 크리스탈, 이적, 고영욱 등 ‘시트콤 연기’가 기대되는 새로운 얼굴들 투성이다. 9월 19일 첫 방송. MBC.

2. <코미디 빅리그>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의 신작. 상금 1억원을 목표로 11팀이 개그 배틀을 펼친다. 박준형, 박휘순, 유세윤, 안영미, 정주리 등 한국의 내노라하는 개그맨들에 일본 개그맨 팀까지 등장한다. 9월 17일 첫 방송. tvN.

3. <막돼먹은 영애씨9>
시즌 8에서 파혼을 당한 영애 씨는 사장에게도 미움을 사 직장까지 잃을 판. 말 그대로 9질9질, 99절절, 9리고 9차한 새 출발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영애 씨에게 로맨스는 찾아오겠지? 금요일 밤 10시. tvN.

4. <Law&Order : 성범죄 전담반 10>
가슴이 도려진 채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 사이버 세계에서 스트립쇼로 인기를 끌었던 여인의 실종 등 ‘성범죄’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프로파일링의 스릴을 배가시킨다. 10월 6일 1화 방송. FOX.

5. <뱀파이어 검사>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사용해 강력범죄를 해결하는 뱀파이어 검사의 이야기.<최종병기 활>의 카메라 팀이 액션을 맡은 데에 이어 추리, SF가 삼박자를 이룰 예정. 연정훈이 주연을 맡았다. 총 12부작. 10월 2일 첫 방송. O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