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다’는 표현이 흰색 레이스 양말에 메리제인 구두를 신은 것처럼 낯선 요즘에도, ‘교양 있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진심이 여기 이렇게 있다.




[Article] 서정임 수석기자


2011년 8월 1일 창간한 <아티클>은 사람들의 ‘미술(Art)’을 바라보는 좋은 ‘글(Article)’을 담는 미술잡지다. 사람들의 일상에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잡지가 되고자 하는 <아티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미술잡지지만 미술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으려 한다.

A1. 20~40대의 작가, 큐레이터, 필자를 위한 장을 만들고 싶었다. 무겁지 않은 미술계의 트렌드를 정하면서도 나중에 특정 기획과 칼럼을 책으로 묶어도 될 만큼 좋은 기사를 전하려 한다.
A2. 편집부 모두가 <월간미술>, <아트인컬처>, <퍼블릭아트>, <미술세계>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한 미술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비평가로, 때로는 중개자로 한국 미술계에 꾸준히 참여해온 셈인데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는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편집독립권이 보장되고 저널리즘의 성격이 강한 매체에서 풀어내고 싶다는 점에서 함께하게 됐다.
A3. <아티클>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잡지, 그리고 미술만을 위한 잡지 사이에서 방향을 찾고 있다. 그런 고민 끝에 만든 코너가 ‘조감도’와 ‘오감도’다. 조감도는 미술 잡지 본연의 기능인 미술 비평을 중심으로 한 글로 채우는 지면인 반면, 오감도는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음악, 문학, 정치•사회 분야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의 글을 담는 지면이다. 음악평론가 나도원, 정치기자 출신의 신기주 기자 등 ‘미술 잡지’의 세계 밖에 있던 필자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카이스트 이진경 교수의 칼럼 및 인터뷰도 고정적으로 진행할 예정.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커버스토리’는 각 호의 주제에 맞춰 여러 필자의 글을 한데 모으는 구성으로, 역시나 다각도의 시각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A4. 같은 세대를 지나고 있는 예술가와 비평가들의 현실과 실제를 전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국내작가들, 중요도에 비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작가들을 선별해 책으로 묶어내고 싶다.




[g:] 이찬희 편집장


2010년 9월 <정글>에서 〈g:〉으로 새로이 태어난 <지콜론>은 디자인 ‘문화’ 잡지다. 디자인’만’의 문화가 아닌 문화의 맥락 속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더듬으려한다. <지콜론>이 글이 유난히 많은 디자인 잡지인 이유다.

A1. 같은 소비재임에도 패션과 음악, 영화는 항상 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반면 디자인은 디자이너들만의 전문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디자인의 비주얼과 테크닉에 대해 이야기하는 잡지들은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은 결국 그 디자인을 사용할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물건을 만들 때 외관과 기술적인 면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디자인을 둘러싼 안과 밖 모두, 디자인을 문화로 인지할 수있도록 자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A2. 잡지 기자와 출판 쪽에서 일을 하며 글쟁이로 지낸 나와 달리 주간인 이용제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으로, 문화를 시각적으로 보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둘이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문화와 디자인의 중간 지점을 찾게 된다.
A3. <지콜론>을 기획할 때 12개의 대주제를 정했다. 사람, 커뮤니케이션, 창의력, 사회, 음악 등 인류가 존재하는 한 중요하게 인식될 키워드들을 1년 단위로 디자인과 접목하여 풀어내려고 한다. 6월호의 키워드는 음악이었기 때문에 음반재킷 디자이너 15명의 인터뷰와 작업을 실었다. 이 외에도 디자인과 디자인을 둘러싼 주제를 가지고 디자이너들이 쓴 칼럼을 싣는 ‘Design Talk’,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엿볼 수 있는 ‘Designer’s B Cu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이너들이 그동안 지면에 소개할 수 없었던 글과 작업을 선보인다는 것, 그리고 디자인을 전문영역이 아닌 보편적인 문화로 소개한다는 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A4.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작년 3월, ‘모든 매체가 천안함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디자인 매체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아마 트위터에서는 개별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디자이너의 입장을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우리 매체가 사용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of K] 박용준 발행인


2011년 봄에 창간한 계간지 〈of K〉는 ‘우리는 한국 문화를 진지하게 소개한다. 이 진지함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잡지다. 그러나 ‘우리 것이 최고’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 ‘곰팡이’, ‘문’ 등 매 호 주어진 주제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전통과의 관계를 되짚어보면서 보편적인 한국의 정서를 찾으려 한다. 어쨌든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A1. 우리가 소비하는 한국 문화는 일회성의 행사로 끝나고 만다. 다들 ‘한국’을 주제로 무언가를 하면 뻔한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였다. ‘한국 문화’를 가지고 다른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잡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3년간의 준비 기간 동안 했던 여러 차례의 설문조사에서 99%가 이런 잡지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을 보며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다. 내가 한국의 전통문화와는 관계가 먼삶을 살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A2. 패션 광고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 후 출판물 디자인 회사 ‘아일’을 차렸다. 주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관한 작업을 해온 셈이다. 구찌와 프라다가 최고인 줄만 알고 살다가 한복 디자이너 담연 선생님과 함께 작업하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우리 문화를 바라보게 됐다. 기획을 보고 재미있겟다고 생각해 함께 일하게 된 조윤주 편집장은 오랜 기간 문화, 방송, 출판 쪽에서 활동해온 만큼 〈of K〉를 위한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최고의 파트너다.
A3. 잡지의 일관된 정서를 해치지 않는 광고(곰팡이가 주제였던 2호에는 화요 소주의 화보가 실렸다)는 잡지 디자인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한국인의 특성을 문화적 배경에서 찾으려는 구체적인 시도를 한다는 점이 〈of K〉가 가지고 이는 최대의 미덕이다. ‘왜 문지방에 서면 안 된다고 할까’, ‘왜 재래시장에 가면 푸근하고 반가운 기분이 들까’, ‘왜 속이 썩는다는 표현이 생겼을까’. 다 어떤 근원이 있을 텐데 그것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화보와 글을 통해 그 이야기를 세련되고, 비주얼적으로도 매력적인 방식으로 풀어갈 것이다.
A4. 책을 만들면서 느낀 건 ‘한국 문화’라는 좋은 콘텐츠를 우리가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of K〉를 시작으로 단행본과 문화 콘텐츠 사업도 시작하려고 한다.




[원피스] 이승헌 편집장


2008년 무가지로 시작해 10호를 발간한 <원피스>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남자가 만드는 문화계간지다. 파격적인 이미지와 상대적으로 절제된 텍스트가 뒤섞인 <원피스>는 지금 가장 재미있는 잡지 중 하나다. 영국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도 판매 중이다.

A1. 홍대에서 활동을 하면서 젊은 작가들, 혹은 작품 활동을 하는 친구를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이들을 소개할 만한 창구나 지면이 너무 없었다. 홍보나 비평이 아닌,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매체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원피스>를 기획하게 됐다. 유가지로 전환하면서 서점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4호부터다.
A2. 방송작가로 일하다가 ‘놀이터 프로젝트’를 비롯해 여러 프로젝트와 전시를 기획하는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에서 기획자로 활동했다. <원피스>의 미술 디렉터인 오창후는 미술을 전공하고 홍콩에 있는 바비인형회사에서 일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A3. ‘재미’ 아닐까. <원피스> 같은 잡지는 예술 하는 사람들이 볼 것 같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이들은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일상이 무료한 직장인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예술 잡지면 좋겠다. 거창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되고, 눈요기도 되고, 가끔은 야한 것도 나오니까. 예술을 공부하는 친구들은 ‘이런 작품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면 좋겠고. <원피스>에 작품이 실린 후에 전시나 다른 작업 제의를 받는 아티스트들도 있는데 그럴 때 처음 기획했던 ‘창구’의 역할을 제대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4. 남자 둘이 만들다 보니까 이미지가 세고 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주얼 잡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텍스트 분량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정치나 사회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애초에 우리가 하고 싶어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눈치를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9호에는 지율스님의 글을 싣기도 했다.




[깃] 주상연 편집장


<깃>은 1년에 두 번만 나온다. 1년이 주간지가 50권 넘게 쌓이는 기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1년에 두 권이라는 <깃>의 자취는 언뜻 미미해 보인다. 하지만 아티스트 인터뷰 매거진이라는 정의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인터뷰만으로 채우는 <깃>은 작가들의 육성을 담아 나르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A1. 미술잡지에서 다루는 예술가들은 ‘화제성’을 가지고 있다. 시간과 이슈를 초월해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을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지면의 필요성을 느꼈다. 1호는 책과 관련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인터뷰를 담았고, 2호에서는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내공 있는 화가, 목수들을 만나며 작업의 본질에 대해물었다. 3호는 경쟁적이고 투쟁적인 현대미술 작가 중에서 나무처럼 조용히 자신만의 뿌리를 내리는 예술가들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A2. 사진을 찍으며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은 순수예술로서의 사진 작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곳이다. 사진은 회화나 조각과 달리 책으로 인쇄됐을 때도 감동이 줄어들지 않는 예술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사진집’을 낸다는 것 자체가 작가에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는데 한국에는 사진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없다. 결국 직접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닻츠프레스(datzpress.com) 를 차렸고, 작년 경기도 광주에 ‘닻’ 미술관의 문을 연 것에 이어 사진작업실과 스튜디오, 출판공방이자 서재 역할을 하는 구의동 사무실을 마련하게 됐다.
A3. 주류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변두리에서 무언가를 쌓아가는 고집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작가가 없는 것을 보면서 그들 역시 소통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깃>이 한 권, 두 권 쌓이며 결국에는 그들의 작업과 내면을 기록한 유일무이한 아카이브가 되지 않을까.
A4. <깃>을 통해 비슷한 상황, 혹은 성향에 놓인 작가들끼리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리적 교류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 광주의 닻 미술관에서 <깃>에서 인터뷰한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F.OUND] 서옥선 편집장


김창완, 윤종신부터 김주하 아나운서, 뽀로로까지. 강렬한 인물 컷의 표지가 시선을 붙드는 <파운드>의 부제는 ‘People & Contemporary Lifestyle’이다.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인물들과 파티, 음악, 여행 등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파운드>는 매월 1일 발행하며, 얼마 전 1주년을 맞이했다.

A1.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스펙을 얼마나 쌓았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게 젊은이들의 ‘필수 조건’이 된 현실이 안타까웠다.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좋아하면서 재미있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잡지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지만, 자기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함으로써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결과가 <파운드>다.
A2. YG엔터테인먼트에서 발행한 힙합 매거진 <바운스>를 통해 기자 일을 시작한 이후 많은 음악 잡지, 웹진에 글을 기고해왔다. <파운드>의 기자 모두 문화의 다양한 요소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것에 한해서는 주장이 확고하다. 다들 ‘주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A3. <파운드>가 만나는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젊은 세대에게 바른, 옳은,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르침’ 이나 ‘훈계’와는 전혀 다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회의 룰과는 별도로 살고 싶은 대로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괜찮게,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의 예를 많이 보여주고 싶고, 그게 <파운드>의 의의라고 생각한다.
A4. 한국 아티스트들의 해외 무대 진출에 <파운드>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간의 인터뷰를 모아 단행본을 발간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팀과 10주년을 함께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