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조명 아래 제품이 가지런히 진열된 매장에서 곱게 화장을 한 점원에게서 메이크업을 받고 난 뒤에는 여지없이 지갑을 열게 된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구입한 제품을 집에 와 발라보면 색상이 너무 강해 일상에서 소화할 엄두를 내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 그래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현아의 화장품 쇼핑에 동행했다.

그녀가 구입한 것들

1. 시세이도의 아이래쉬 컬러 길이가 짧은 속눈썹까지 힘있게 올리고 컬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1만8천원.
2. 로라 메르시에의 시크릿 카뮤플라지피부 톤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다크 서클을 효과적으로 가린다. 7.7g 4만6천원.
3. 샤넬의 비타뤼미에르 아꾸아 미세한 입자가 피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볍고 투명한 피부가 완성된다. 30ml 6만8천원.
4. 겔랑의 란제리 드 뽀 인비져블 스킨퓨전 파운데이션 새틴처럼 곱고 섬세한 질감의 리퀴드 파운데이션. 얇고 가볍게 발리면서 피부에 착 달라붙는다. 30ml 7만2천원.
5. 베네피트의 레몬-에이드 눈가의 칙칙함과 붉은 기를 감춰 눈매를 밝고 또렷하게 만드는 아이크림. 피부에 쏙 스며들지만 촉촉함은 오래 남아 있다. 2.7g 3만원.
6. 엠브리올리스의 콘센트레이티드 크림 밀크 에센스, 로션, 크림, 프라이머의 기능을 두루 갖춘 멀티크림. 보습력이 뛰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애용하는 제품. 75ml 3만9천원.
7. 바비 브라운의 롱웨어 젤 아이라이너 에스프레소 잉크 젤 타입의 아이라이너. 눈꼬리를 길게 빼거나 라인을 두껍게 그릴 때 사용하기 좋다. 3g 3만4천원.
8. 바비브라운의 울트라 화인 아이라이너 브러쉬 젤 아이라이너 전용 브러시. 3만2천원.
9. 베네피트의 이레이즈 페이스트 다크 서클과 피부 결점을 감쪽같이 감추는 크림 타입의 컨실러. 덕분에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발라도 깨끗한 피부 표현이 가능하다. 4.4g 3만9천원.
10. 바비 브라운의 아이섀도 에스프레소 32호 색상이 진하고 번지지 않아 아이라이너 위에 덧바르거나 아이라이너 대신 사용한다. 2.5g 3만2천원.
11. 슈에무라의 글로우 온 M 소프트 애프리콧 521 오렌지 색상의 블러셔. 입자가 곱고 투명한 느낌이라 하얗고 보송보송한 피부와 잘 어울린다. 4g 3만3천원.
12. 바닐라 코의 프라임 프라이머 클래식 모공과 잔주름을 감추고 피지 분비를 조절하는 프라이머. 번들거림을 막아 아침에 한 메이크업이 하루 종일 유지된다. 30ml 1만8천원.
13. 나스의 카리오카 크림 아이섀도 섬세한 크림 텍스처를 가진 아이섀도. 발색이 잘되고 뭉침 없이 매끄럽게 발린다. 3g 3만4천원.
14. 로라 메르시에의 언더 아이 퍼펙터 눈 밑에 컨실러를 바르기 전에 사용하는 다크 서클 전용 아이크림. 토코페롤과 레티놀 성분이 칙칙한 눈가를 밝힌다. 2.2g 3만5천원.
15. 맥의 미쓰 누드 색상의 립스틱. 스모키 메이크업을 할 때 하나만 발라도 좋고, 다른 색상과 섞어서 바르기도 좋다. 15ml 2만2천원.
16. 맥의 립글라스 클리어 쫀득쫀득한 질감의 립글로스. 립스틱이나 립글로스 위에 덧바르면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입술을 표현할 수 있다. 15ml 2만2천원.
17. 아벤느의 트릭세라 크렘 에몰리앙뜨 건조한 피부에 즉각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메이크업을 하기 좋은 피부 상태로 만든다. 200ml 3만3천원.
18. 맥의 스티플링 브러쉬 187호 염소 털로 만든 파우더 전용 브러시. 6만2천원.
19, 20. 이니스프리의 에코 네일 컬러 26호, 30호 가격 대비 발색과 광택도 훌륭하다. 10ml 2천5백원.
쇼퍼백은 롱샴(Longchamp).

1. 파운데이션을 살 때는 맨 얼굴로 간다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 파우더를 구입할 때는 가능하면 맨 얼굴에 직접 발라보는 게 좋아요. 메이크업을 한 상태라면 매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테스트를 부탁하세요. 광대나 볼처럼 얼굴의 넓은 부위에 펴 발라 본래 얼굴 색과 잘 맞는지도 꼭 확인하고요. 파운데이션은 피부에 잘 발리는지, 들뜨지 않고 흡수가 잘 되는지, 피부결과 피부 톤을 보정하는 효과가 뛰어난지를 보고 결정해요. 투명하고 가벼운 듯한 느낌을 주면서 잡티나 피부 톤을 보정해주면 가장 좋겠죠. 파운데이션은 메이크업을 처음 했을 때와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피부에 흡수됐을 때 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테스트 후 바로 구입하지 않고 피부에 바른 채로 좀 시간을 보낸 뒤 색을 확인한 후에 구입해요.”

2. 블러셔 색상은 피부 톤에 맞춘다 “요즘은 블러셔도 파우더 타입부터 젤, 크림, 스틱, 틴트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해요. 저는 피부에 발랐을 때 보송보송한 느낌이 나는 걸 좋아해서 파우더 블러셔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크림 타입의 블러셔는 경계가 생기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펴 바르기가 쉽지 않고, 피부 타입이 지성일 경우 피부를 더 번들거리게 하는 단점이 있어요. 물론 피부가 좋다면 피부의 고운 결과 광채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요. 블러셔 색상은 피부 톤에 가까운 뉴트럴 계열을 많이 사용해요. 바르면 마치 태닝한 피부처럼 보이는 색상처럼요. 핑크나 코랄 컬러로 포인트를 줄 때도 뉴트럴 색상을 베이스로 먼저 발라요. 그래야 피부 톤과 블러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거든요. 과감한 컬러에 도전하고 싶을 때도 피부톤과의 궁합을 고려해야 돼요. 순박한 시골처녀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면요. 블러셔를 살 때는 브러시에 묻혀 가루를 살짝 털어내고 광대를 중심으로 부드럽게 두드려 발라 발색과 광택, 결이 어떤지 보세요.”

3. 피부 표현과 어울리는 질감의 아이섀도를 선택한다 “화장품 매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화려한 컬러의 아이섀도에 시선을 빼앗기기 마련이이에요. 하지만 컬러에 혹해 충동적으로 구매하면 꼭 후회하게 돼요. 색상만큼이나 질감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아이섀도를 고를 때는 자신의 ‘피부표현’과 잘 맞는지 살펴야 해요. 번들거림이 없고 매끈한 피부표현에는 은은한 펄을 함유한 아이섀도가 어울리고, 윤기 나는 피부에는 크림 질감의 아이섀도가 어울리는 것처럼요. 아이섀도는 조명에 따라 컬러나 질감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손등에 바르고 시간을 두고 지켜본 다음 구입해요. 매장의 환한 조명을 등지고 제품을 테스트하거나 자연광이 비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실제의 색을 대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그렇다 보니 화장품 쇼핑을 할 때면 늘 지금처럼 손등이 팔레트처럼 변하곤 해요.”

4. 립스틱은 색상뿐 아니라 질감도 꼼꼼히 살핀다 “립스틱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고르게 발리는지와 립스틱 고유의 색상이 잘 표현되는지를 보고 선택해요. 발랐을 때 입술이 건조해 보이거나 반대로 심하게 번들거리는 립스틱은 구입하지 않는 게 좋아요. 촉촉한 정도와 질감은 시간이 좀 지나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손등에 여러 제품을 바르고 돌아다니면서 비교해봐요. 립글로스는 도톰하게 발리면서도 투명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선호해요. 립스틱 위에 윤기를 더하기 위한 립글로스라면 어떤 립스틱 컬러와도 잘 어울리는 게 좋겠죠. 투명한 립글로스나 잔 펄이 들어간 누드 톤의 립글로스처럼요.”

5. 아이 메이크업은 번지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게 최고다 “마스카라는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기능이나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여러 제품을 직접 발라보고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걸 고르는 게 좋아요. 컬링 효과가 좋으면서 번지거나 가루가 떨어지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요. 아이라이너는 원하는 라인이 잘 그려지고 눈가에 번지지않는 제품을 선택해요.”

6. 브러시는 세트보다는 낱개로 구입한다 “메이크업을 잘 하고 싶다면 제품에 맞는 브러시를 사용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촬영을 다닐 때마다 메이크업 브러시를 한가득 들고 다닐 만큼 제품별로, 브랜드별로, 기능별로 다양한 브러시를 가지고 있어요. 좋은 브러시를 고르는 기준은 브러시 모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 다음은 각각 용도에 맞는 제품을 고르면 되겠죠. 묶음으로 된 브러시보다는 가지고 있는 제품과 화장법에 따라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좋아요. 거의 매일 촬영을 하다 보니 브러시를 매일 세척하는데, 브러시 전용 클렌징 폼보다는 일반 샴푸를 더 애용해요. 크림 섀도를 바를 때 사용하는 브러시는 식기 세척제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7. 컨실러는 실크처럼 부드럽게 발리는지 확인한다 “스스로 ‘컨실러 홀릭’이라 표현할 만큼 컨실러를 애용해요. 새로운 컨실러가 나오면 바로 구입해서 써볼 정도죠. 컨실러를 테스트할 때는 뭉치지 않고 매끄럽게 잘 발리는지, 바르고 난 다음 피부가 촉촉한지를 살펴요. 뻑뻑한 컨실러는 눈 밑에 뭉쳐서 주름을 더 도드라지게 하거든요. 보통 눈가에는 두 종류의 컨실러를 사용하는데, 촉촉한 질감의 붉은색 컨실러를 베이스로 바르고 매트한 질감의 피부 톤보다 한두 단계 밝은 컨실러로 마무리해요.”

8. 메이크업 제품과 궁합이 잘 맞는 기초 제품을 고른다 “소위 ‘화장발’이 잘 받으려면 메이크업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니에요. 메이크업 제품과 궁합이 맞는 기초 제품을 바르는 게 우선이죠. 그래서 메이크업을 시작하기 전에 모델이 바르고 온 기초 제품을 클렌징으로 말끔히 지우고 제가 가지고 있는 기초 제품을 바르죠. 메이크업이 잘되는 기초 제품을 어떻게 고르냐고요? 그건 평생 짝을 찾는 것과 비슷해요. 가지고 있는 메이크업 제품과의 궁합이 맞아야 하는 만큼 많이 써보고 경험하는 게 좋겠죠.”

9. 출장을 뷰티 쇼핑의 기회로 삼는다 “국내에서 화장품을 살 때는 백화점도 가고, 드럭 스토어도 자주 들러요. 메이크업 브랜드의 경우는 로드숍을 주로 이용해요. 제품의 종류도 많고 매장도 넓어서 마음 편하게 써볼 수 있으니까요. 자주 많이 사면 할인도 해주고요. 요즘은 해외 브랜드를 파는 온라인쇼핑몰도 많지만 눈으로 제품을 직접 보고 사용해보기 전에는 믿지 않아서 온라인쇼핑은 즐겨 하지 않아요. 외국으로 출장을 갈 기회가 있으면 미국에 가면 맥 프로스토어에 들러요.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제품이 많거든요. 런던의 스크린 페이스나 찰스 폭스는 분장용 제품을 파는 곳이라 비정상적으로 긴 속눈썹이나 형광색 보디 페인팅처럼 재미있는 제품을 만날 수 있어요. 일본의 드럭 스토어는 아이디어 제품도 많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이것저것 사봐요. 특히 뷰러와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같은 아이 메이크업 제품 중에 괜찮은 게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