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에게는 밥이 최고라지만 만날 먹는 흰 쌀밥은 지겹다. 그래서 차려봤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리소토 열두 접시.



1. 구운농어와 전복리소토, 그리고 오렌지미소 | 보흐 드 메흐
시푸드 레스토랑 보흐 드 메흐의 욕심과 정성을 짐작할 수 있는 메뉴가 바로 전복 리소토. 가락시장에서 매일 아침 가져오는 전복은 한쪽은 바삭하게 팬에, 한 쪽은 참숯에 구워 향을 더했다. 생선육수가 밴 밥은 별다른 양념을 더하지 않아도 간이 맞는다. 접시를 내오자마자 기분 좋게 코끝을 감싸는 오렌지 향기의 정체는 오렌지즙과 정종, 미소를 섞어 만든 소스. 상큼한 오렌지 맛, 고소한 된장 맛이 숟가락을 옮길 때마다 따라온다.
가격 4만7천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4-18
문의 02-549-9806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월요일 휴무

2. 레드와인으로 맛을 낸 매콤한 돌문어리소토 | 나소 앤 골라
‘질겨서 씹기 어렵다’고 오해받지만 사실 적정 시간 데우면 조직이 연해져 말랑하니 씹어 먹기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 바로 문어다. 다리 하나가 사람 팔뚝만 하다는 돌문어 다리가 올라간 나소 앤 골라의 쌀 색깔은 레드와인으로 색을 내어 마치 팥밥같이 붉다. 작고 맵기로 유명한 페페로치니를 썰어 넣어 리소토치고 보기 드물게 매운 향이 나는 것도 특징. 매콤한 농도는 조절 가능하다니 취향대로 주문하길.
가격 2만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3-15
문의 02-3444-3374
영업시간 정오부터 새벽 1시까지

3. 만초리소토 | 파티오42
‘만초’는 이탈리아 말로 ‘소고기’라는 뜻이다. 소고기를 메뉴 이름으로 사용한 것만 봐도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본 끝에 나주의 한 목장에서 가지고 왔다는 소고기는 부드럽고 연하다. 닭육수에 쪄낸 고기의 깊은 맛을 살리는 것이 바로 밥. 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오일을 베이스로 지은 담담한 맛이 주인공인 고기를 돋보이게 하는 훌륭한 조연역할을 한다. 카르파초, 포마지오, 스테이크 등 ‘만초’ 사랑이 느껴지는 메뉴가 포진해 있다.
가격 1만9천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67-23
문의 02-518-2242
영업시간 정오부터 새벽 1시까지

4. 비빔밥 모양의 크림소스리소토 | 엘본 더 테이블
비빔밥 리소토를 처음 봤을 때 리소토라는 표현을 빌린 비빔밥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물인 줄 알았던 게 바질과 래디시를 채로 썬 것이고, 고추장인 줄 알았던 게 토마토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귀여운 계란프라이의 정체는 메추리알. “비벼 먹는다는 것만 빼면 이탈리아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크림리소토예요.”새콤달콤한 토마토와 쌀의 궁합이 고추장과 쌀의 궁합만큼 훌륭한 것은 물론이다.
가격 별도 주문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0-5
문의 02-547-4100
영업시간 정오부터 밤 11시까지

5. 포레스트리소토 | 피프티
‘숲의 리소토’라는 동화 같은 이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포레스트 리소토의 초록 빛깔은 갈아낸 시금치와 포항초에서 기원했다. 경상북도 포항에서만 재배되는 재래종 시금치 포항초는 일반 시금치보다 키가 작지만 향과 맛은 훨씬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밥 위에 일렬로 누워 있는 정체불명 삼형제는 바로 그뤼에르 치즈. 냄새와 맛이 강한 그뤼에르 치즈를 이렇게 큼지막하게 썰어놓아도 될까 하는 우려도 잠시, 향긋한 시금치와 밥, 새우, 방울토마토 등 다른 재료와 사이좋게 어우러진다.
가격 1만8천5백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36-1
문의 02-544-8050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6. 아스파라거스와 수비드한 전복리소토 | 모모타로우
청담동의 명소였던 슈밍화의 도널드 김 셰프가 홍대로 왔다. 사케&와인 다이닝 바인 모모타로우의 리소토는 밥부터 다르다. 찰기가 있는 한국 쌀은 본토 리소토의 식감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이탈리아 수입 쌀 80%, 보리 20% 비율로 밥을 짓는데, 부드러운 전복살과 우유거품이 다소 까칠할 수 있는 밥과 대비를 이루며 각자의 장점을 살린다. 아스파라거스는 작년, 국내최초로 자색 아스파라거스 재배에 성공한 전남 강진군의 다지원에서 가져왔다.
가격 1만5천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4-29
문의 02-3141-3121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7. 모차렐라와 구운 호박 토마토 리소토 | 르 카페
디자이너 출신의 오너가 3년간 파리에서 요리 공부와 실습을 하고 돌아온 후 가게를 차린 것이 도산공원의 르 카페다. ‘익숙하고 자신 있는 요리’만 메뉴판에 올렸다는 설명처럼 오랜 시간 손에 익은 요리를 부엌에서 ‘뚝딱’ 하고 만들어냈을 것 같은 것이 바로 르 카페의 리소토. 큼지막하게 썰어낸 호박과 가지, 직접 만든 토마토 소스, 친숙한 모차렐라 치즈가 어우러진 리소토는 맛도 모양도 ‘홈메이드’ 그 자체다. 물론, 엄마가 해주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가격 1만4천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1-9
문의 02-544-3700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자정까지

8. 오마르 그리예 | 남베 101
붉은색 랍스타와 샛노란 밥 색깔이 빨강, 노랑 꽃이 촘촘히 핀 화단을 보는 것처럼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운다. 그릴에 구운 바닷가재의 부드러운 살점을 올리브오일, 레몬주스, 다진 토마토와 바질을 넣은 소스에 찍어 먹는다. 사프란으로 색을 낸 리소토는 스페인의 볶음밥, 파에야처럼 조리했다. 르 꼬르동블루 숙명여대 교수로 오랜 시간 활약해온 로랑 셰프가 직접 개발한 남베101의 신메뉴다.
가격 7만 5천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대신동 50-7
문의 02-365-0101
영업시간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9. 블루크랩리소토 | 마리오
접시가 액자인 양 떡하니 놓여 있는 꽃게 한 마리를 본 순간 당황했다. 이미 방송에도 몇 차례 출연한 바 있다는 마리오의 블루크랩리소토에 들어간 게는 눈에 보이는 한 마리만이 아니다. 꽃게 향을 진하게 내기 위해 껍질을 갈아 특제 소스를 만들고, 밥알 사이에는 친절하게 발라낸 게살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밥 위에 올라간 꽃게도 발라 먹기 편하게 이미 한 번 손을 거친 상태이니 손가락을 빨며 게살을 발라내야 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크림리소토지만 청양고추와 양파, 마늘에 밥을 볶아낸 덕에 끝맛이 개운하다.
가격 2만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3-19
문의 02-514-8003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10. 버섯보리리소토 | 라 칸티네타 아마노
야채와 밥, 그리고 스테이크가 한 접시에 올라간 라 칸티네타 아마노의 리소토는 단품메뉴로 분류하기에 아깝다. 그보다는 한 접시에 압축된 코스 메뉴 같달까. 쌀이 아닌 보리로 밥을 지은 것이 특징인데 정제된 쌀보다 고소하고 씹는 맛으로 눈물 나는 ‘보릿고개’ 시절의 ‘그’ 보리에서 승격한 보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직접 손질하고 숙성시킨 오리 스테이크의 고기 육즙을 뒤집어쓴 보리밥은 호화롭다는 느낌이 들 정도. 백만송이버섯, 황금송이버섯 등 온갖 종류의 버섯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 역시 보리와 잘 어울린다.
가격 2만5천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2-19
문의 02-542-4315
영업시간 정오부터 자정까지(일요일 휴무)

11. 소꼬리찜샤프란리소토 | 에이스토리
한 가게가 5년 넘게 가로수길을 지킨다는 것은 마왕에게서 공주를 구해낼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이 필요하다. 가게 문을 연 지 6년째에 접어든 에이스토리는 그런 ‘용자’다. ‘왜 굳이 소꼬리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으니 사골 중에서도 진국을 우려낼 때 사용하는 게 소꼬리라는 설명이 돌아온다. 부드럽게 뼈에서 떨어져 나오는 고기를 발라 먹는 일은 조금도 수고롭지 않다. 한국 사람의 누룽지 사랑을 염두에 두고 팬에 쪄낸 밥의 색깔이 노란 까닭은 사프란을 사용해 색을 냈기 때문이다.
가격 2만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5
문의 02-511-6179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12. 오징어먹물리소토 | 베키아 앤 누보
아는 사람은 계속 찾는 베키아 앤 누보의 비밀병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한 오징어 먹물이 몸에 좋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와인과 야채, 그리고 특별 소스로 먹물의 비릿한 향을 잡고 버터와 치즈로 고소한 맛을 냈다. 새우, 갑오징어, 관자살 등 온갖 해산물이 탱글탱글 씹힌다. 매일매일 먹고 싶은 맛이지만 남자친구와 있을 때만큼은 참길. 오징어 먹물이 입가와 이에 묻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가격 2만7천원(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동 87
문의 02-317-0022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