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가수이 박지윤의 매일은 영화,음악,사진 등 예술적인 영감으로 가득하다. 영화 “청포도사탕” 에 캐스팅되어 촬영하는 틈틈이 새 앨범 작업을 상상하면서 기타를 치고 노래 가사를 쓰고 사진을 찍는 등 아이디어 작업으로 가득한 일상을 사는 박지윤에게 예술은 인생, 그 자체다.

화이트 셔츠와 니트 스웨터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와이드 팬츠는 H&M. 반지는 MDMZ. 데님 스트랩 슈즈는 게스 슈즈(Guess 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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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을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미모를 칭찬한다. “화면으로 봐도 예쁘지만,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예뻐요”라고. 그리고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들은 박지윤이 얼마나 진지한 성격인지 눈치 채고 만다. “영화 <청포도 사탕>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새 앨범은 언제 나오나요?” 등 흔한 질문에도 박지윤은 한참을 생각한다. 오랜 시간을 보내고도 막상 그녀는 입을 열면 한마디씩 조심스럽게, 느릿느릿, 단어를 골라서 답한다. “영화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청포도 사탕>을 연출하시는 김희정 감독님의 전작 <열세살, 수아>를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그러다가 <청포도 사탕>의 시나리오를 보게 되었는데 무척 마음에 들어서 감독님께 ‘저, 정말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죠. 감독님도 저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출연하게 되었어요. 저예산 영화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영화보다 삶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나 인간의 감정을 다룬 작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아직은 음악도, 연기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죠. 음악적으로는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은데, 연기는 아직 경험해야 할 것이 많아요. 물론 ‘앞으로도 작은 영화에만 출연할 거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박지윤이 이렇게 적극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신중한 성격은 여전했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벗어나 있던 몇 년 사이 박지윤은 달라져 있었다. 말수가 늘었고, 웃음도 많아졌다. 혹자는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박지윤에게 말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 어떤 것이었다. “말이 불편했어요. 말하는 게 늘 어렵고, 공포감이 있을 정도였죠. 말로 인한 상처가 커서 말하는 게 싫고, 말로 표현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작사를 하기도 하지만 노래 가사는 언어를 다듬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필터링된 언어잖아요. 그래서 사진이 더 좋았어요. 말이 아닌 사진으로 타인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굉장히 놀랍고, 저에겐 매우 특별했죠. 사진을 통해 분명히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지윤이 달라진 계기는 보스턴 유학 시절에 겪은 외로움 덕분이었다. “혼자 살아본 게 처음이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으로 살다 보니 인생이 참 피곤했었는데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다 보니,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마음의 빗장이 조금 풀렸죠. 조금 친절해졌어요.” 보스턴이란 도시가 타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던 ‘불친절한 지윤 씨’를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지닌 ‘친절한 지윤 씨’로 만들어준 셈이다.

오렌지색 니트 풀오버와 아이보리색 와이드 팬츠는 H&M. 골드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러 개의 체인 팔찌는 프라이빗 아이콘(Private Icon). 반지는 MDMZ. 웨지힐 슈즈는 스티브 매든(Steve Mad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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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이 보스턴으로 유학을 떠난 것은 사진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스턴에서 막상 공부한 것은 영상. 사진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여러 교수와 면접을 하면서 “이 정도 실력이면 학교에서 배울 필요 없다. 상업 사진이 아닌 예술 사진을 시작한다거나, 추천서가 필요해서 학교를 다니려는 게 아니면 굳이 사진은 전공할 필요가 없겠다”는 조언을 들어서였다. 박지윤이 이토록 사진을 잘 찍게 된 비결이 궁금했다. “많이 찍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저도 그렇게 배웠어요. 그러면서 실수도 해보고, 망쳐도 보고요. 카메라는 종류별로 다양하게 사용해봤어요. 롤라이 플렉스, 니콘 FM3A, 폴라로이드는 SX-70과 랜드 180, 그리고 라이카, 콘탁스 G2와 T3, 디지털 카메라는 캐논과 엡손RD1… 꼽다 보니 정말 많은 종류의 카메라를 써봤네요. 이렇게 써본 결과, 지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는 롤라이 플렉스와 니콘 FM3A예요. 깔끔하고 날이 선 결과물을 보여주는 라이카나 핫셀보다 화려하지 않고 날카롭지 않고 조금은 예스러운 느낌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롤라이 플렉스와 니콘 FM3A를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니콘 FM3A는 사진을 찍을 때 이미 결과물이 눈에 보일 정도로 손에 익숙해져서, 요즘은 니콘 카메라를 가장 자주 쓰게 돼요.” 그런데 최근 박지윤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리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사진에 대해서는 정체기를 맞았어요. 사람을 피사체로 찍고 싶어 하면서부터 사진에 좀 시들해진 것 같아요. 사람을 찍고 싶지만 성격상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제가 찍은 사진은 모두 누군가의 뒤통수였어요. 내가 찍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는데. 그러니 만족이 안 되고, 점점 찍지 않게 된 거죠. 최근에는 영상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보스턴에서 영상을 전공하면서 영화 연출이나 영화 촬영 수업을 들어서인지, <청포도 사탕>을 찍으면서 감독님이 연출하시는 모습을 꼼꼼히 보게 돼요. 공짜로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죠. 단편 영화요? 찍고 싶죠. 시나리오만 잘 쓸 수 있다면.”

현재 <청포도 사탕>의 촬영에 한창인 박지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연기였다. 그녀에게 연기는 어려운 도전이고, 재미있고 새로운 놀이다. “연기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그래서인지 거창한 답은 안 나와요. 지금으로서는 더 많이 경험해보고 싶은 어떤 것이죠. 반면 음악은 호흡과도 같아요. 무대에서 노래할 때 저 스스로 살아 있다고 느끼니까요. 무대에 서본 사람은 그 맛을 못 잊는 것 같아요. 뮤지션들이 ‘무대에 서는 맛을 알면 절대 잊지 못한다. 마약 같은 거다’라고 말하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음악을 하지 않을 때는 다른 공연을 보기가 힘들어요. 너무 하고 싶으니까요. 지금도 제 안에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못 견디겠다고 소리치는 제가 있죠.” 7집 앨범이 조용히 호응을 얻으면서 소극장에서 수차례 공연을 한 박지윤은 음악적 성향도 조금 달라졌다. “새 앨범을 어떤 음악으로 채울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 욕심이 생겼어요. 공연에 어울리는 곡을 두 곡 정도는 넣고 싶어요. 7집 앨범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앨범만 가지고는 공연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너무 조용한 곡들만 있으니까 공연의 재미가 떨어지잖아요. 뭔가 좀 신나고 뛰면서 놀 수 있는 곡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제 목소리가 그런 음악에 어울리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지만요. 어쨌든 2011년 안에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박지윤이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펑크 록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페이스북이나 마이 스페이스에 걸려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들이 속한 레이블의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그들이 친구들과 함께 한 음악 작업을 찾아 듣기도 해요. 그러면서 계속 마이스페이스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음악을 듣는 거죠.” 그녀의 관심사는 연기와 음악, 사진, 영상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맛의 세계에도 빠져 있는 중. “요리와 커피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요. 중학교 때 꿈이 파티셰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빵을 좋아하고, 실제로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티라미수와 고구마 케이크, 시폰 케이크 정도는 혼자서도 만들어요. 그런데 빵을 만들다 보니 푸드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학원도 참 많이 알아봤어요. 커피도 공부하고 싶어요. 저는 드립 커피를 마시는데, 한번 드립 커피를 마시면 그 풍미에 반해서 에스프레소 커피는 잘 안 마시게 되죠. 드립 커피를 마시다 보니 원두를 종류별로 탐구하게 되더라고요. 산지별 원두의 맛을 조금 더 알고 싶어서 공부 중이에요. 와인도 좋아해요. 몇 달 전에 부모님과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 호텔에서 2만원에 50가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시음회를 열더라고요. 아빠와 함께 참여했는데, 너무 즐거웠어요. 그렇게 다양한 와인을 한 번에 마셔볼 기회는 흔치 않잖아요.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마지막엔 진짜 취해버렸어요.” 박지윤은 또 한 걸음 나아가 있었다. 연기, 음악, 사진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면서 예술을 즐기던 그녀는 다음에 만날 때엔 영상 공부를 바탕으로 영화감독이 되어 있을지도, 커피 바리스타 혹은 파티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지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중독된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박지윤이 예민한 촉수로 뽑은 음악과 영화, 책과 사진가

Music 요즘 다시 듣고 있는 음악 5

1.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Maps’
영화 <청포도 사탕>의 ‘소라’ 캐릭터를 연구하다가 다시 듣게 된 음악이다. 브루클린에서 결성된 ‘예 예 예스’는 개러지 펑크 음악을 주로 선보이는 밴드다. 원래 펑크록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요즘 펑크 음악에 관심이 생기면서 더욱 자주 듣게 되었다. 강한 사운드의 ‘Maps’를 듣다 보면 몸을 흔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데, 나는 소심하게 머리를 흔들면서 듣고 있다.

2.시네마틱 오케스트라(The Cinematic Orchestra)의 ‘To Build a Home’
이 곡 역시 ‘소라’ 캐릭터를 연구하다가 다시 듣게 된 음악. 원래 좋은 곡을 만나면 한 곡을 무한반복해 듣는 습관이 있는데, 요즘 ‘To Build a Home’을 무한반복으로 들을 때가 많다. 시네마틱 오케스트라는 영국 출신의 뮤지션으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 밴드로, ‘To Build a Home’은 화려하지 않은 피아노 선율에 뮤지션의 감성적인 음색이 결합되어 마치 영화음악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투썸플레이스>의 광고에도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3.콜드 플레이(Cold Play)의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콜드 플레이는 너무 유명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고, 나 역시 그들의 모든 앨범을 다 좋아한다. 최근 새 음반을 들었는데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이 무척 마음에 든다. 내가 새 앨범 작업을 한다면, 이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신나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더 자주 듣게 되는 곡이다.

4.익스플로전 인 더 스카이(Explosion in the Sky)의 ‘The Earth is Not a Cold Dead Place(album)’
인스트루멘털 밴드인 익스플로전 인 더 스카이의 음악은 보컬의 음성이 없어서 더욱 가슴 벅차다. 보스턴에 있을 때 익스플로전 인 더 스카이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전자기타 연주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비 오는 날 들으면 더욱 좋은 곡이다.

5.토마스 쿡의 ‘솔직하게’
토마스 쿡이 <마이 엔트 메리>의 정순용으로 활동할 때부터 그의 음악과 목소리를 좋아했다. ‘솔직하게’는 토마스 쿡 2집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이다. 타이틀 곡은 두 번째 트랙인 ‘아무것도 아닌 나’인데 나는 이 곡이 더 마음에 든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곡.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신난다.

Movie 두 번 봐도 좋은 영화 5

1.<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수면의 과학>도 좋아했는데, 특히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기발한 설정,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 삶, 감정, 상처를 다루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대체로 이런 영화들은 본 후에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과 상처, 그리고 삶을 관조하면서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손길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2.<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2006)>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특이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은 영화. 막내딸의 ‘미인 선발대회’를 향해 가는 괴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로드무비인데, 배우들의 생생한 캐릭터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드웨인(폴 다노)’은 하고 싶은 말을 노트에 적어서 전달하는데, 이 영화는 그의 캐릭터 구현을 보는것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히 가치 있었다.

3.<공기인형(Air Doll, 2009)>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등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모두 좋아한다. 삶과 죽음을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영화들은 인생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공기인형>은 이전 작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인생을 성찰하는 면에서는 이전 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배두나 씨가 만난 할아버지가 읊는 시적인 대사가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행간이 넓어서 보기에 쉬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가슴에 깊이 남는 영화다.

4.<커피와 담배(Coffee And Cigarette, 2010)>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너무나 재미있었던 영화. 담배를 태우지 않는데, 나도 모르게 커피와 함께 담배를 태우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재미있게 보았다. 다양한 스토리의 옴니버스 영화인 이 작품은 스토리도 탄탄하지만, 잘 만든 영상을 감상하는 재미를 준다.

5.<썸웨어(Somewhere, 2010)>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첫 작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보면서부터 나는 그녀의 팬이 되었다. 최근작 <썸웨어>는 내가 보스턴에 있을 때 보았는데, 그녀의 섬세한 연출이 묻어나는 장면 하나하나를 굉장히 유심히 보았다. 열한 살 딸의 눈을 통해 영화 스타인 아버지의 공허한 삶을 보여준 영화. 한국에 아직 수입되지 않았지만, 수입된다면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 보스턴에서 자막 없이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영어 대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놓친 장면도 있을 것 같아서다.

Book 작사할 때 읽는 책

1.윤동주의 시
가사를 쓸 때에는 시집을 주로 읽는다. 소설의 언어보다 시 언어가 주는 감성이 더욱 따뜻하고, 울림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집은 윤동주 님과 김소월 님의 그것인데,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윤동주 님의 시집을 추천하고 싶다. 요즘 시대에는 접하기 어려운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서울>을 촬영하면서 북촌 가회동에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거닌 적이 있는데, 그 길도 정취가 남달랐다. 그 길의 끝에 ‘서시’의 시비가 있다.

2.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내가 가장 자주 읽은 책은 성경이다. <메시지>는 읽기 쉽게 쓰인 성경으로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스펙터클하게 다룬 소설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역사적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어서 틈이 날 때마다 읽는다.

3.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
나는 일본 소설을 무척 좋아하고, 특히 여성적인 감성이 물씬 묻어 나오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녀의 소설 중에서도 작사를 할 때 가장 영감을 주는 작품은 <낙하하는 저녁>이다. 가슴 아픈 사랑을 얘기하는 주인공 ‘리카’는 다른 여자 ‘하나코’에게서 자신을 떠난 남자 ‘다케오’의 흔적을 찾으며 슬픔을 달랜다. 후반부로 갈수록 속에 묵혀두어 더욱 아픈 ‘리카’의 슬픔이 느껴지는데, 이 슬픈 감정이 음악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4.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워낙 유명한 작가의 워낙 유명한 소설. 남녀 모두 좋아하는 소설로 여자 작가들의 문체와는 다른 남성적 문체가 마음에 든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유기적으로 버무려진 작품이다. 사랑의 기억은 잊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역시 쓸쓸하다. <상실의 시대>는 이런 상실의 씁쓸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5.C.S. 루이스의 <스쿠르테이프의 편지>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원작자인 C. S. 루이스의 소설. <스쿠르테이프의 편지>는 굳이 분류하자면 신앙서적이지만, 선입견을 걷고 보면 매우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이다. 악마의 시점에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악마 삼촌이 조카 악마 웜우드에게 인간을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하는 과정을 담았다.

Picture 영감을 주는 사진가

1.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
뉴욕 파인아트계의 총아 라이언 맥긴리. 내가 그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빛, 색감,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사진에서 뿜어 나오는 자유분방함 때문이다. 사진은 빛의 미학이란 말이 있듯이, 나는 빛을 잘 이용한 사진을 무척 좋아한다. 빛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진의 감성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감성이 배어 있으면서도 자유롭고 과감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는 그의 사진은 특별한 감성을 담고 있다.

2.린코 카와우치(Rinko Kawauchi)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표현한 그의 사진이 너무 좋아서, 나는 린코 카와우치의 사진집이 보이면 일단 구입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덕에 지금은 그의 사진집을 모두 소장한 팬이 되어버렸다. 사진 속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빛을 잘 이용한 린코 카와우치의 작품은 말로 표현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아름답다. 내 사진도 그녀의 사진을 닮았으면 좋겠다.

3.사라 문(Sarah Moon)
사라 문의 사진집만 보았을 때는 그녀의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초 그녀의 사진전에서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사진집에 실린 사라 문의 유명한 작품들은 대개 강한 컬러가 강조된 사진이 많은데, 갤러리에 전시된 사진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감성적인 톤의 작품도 섞여 있었다. 특히 그녀가 감독한 단편 영화는 내 감성을 자극했다.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다.

4.마크 보스윅(Mark Borthwick)
그의 사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바네사 브루노의 영상을 보았을 때였다. 사진가이자 음악가이며, 영상작가인 마크 보스윅이 바네사 브루노와 협업한 영상을 보면서, 그를 알게 됐다. 영상과 음악이 잘 조화를 이룬 바네사 브루노의 광고 작업은 음악과 사진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자극을 주었다. 빛을 많이 이용한 그의 사진 작업 스타일도 마음에 들지만, 음악과 시, 패션을 사랑하는 그의 라이프스타일도 나에게 영감을 준다.

5.마이클 케나(Michael Kenna)
원래 풍경사진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흑백 풍경사진을 선보여온 마이클 케나의 풍경사진만큼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풍경사진은 강렬하면서도 정적이다. 특히 일본의 곳곳을 찍은 작품만 묶어낸 사진집 <일본 에디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집이다. 일본 여행을 자주 했던 나는 그의 사진을 통해 일본을 다시 기억하곤 한다. 익숙한 곳을 새롭게 보여주는 그의 사진은 감동적이다.

블라우스는 토크 서비스(Talk Service). 데님 팬츠와 스트랩 샌들은 모스키노(Moschino). 반지는 MDMZ.

블라우스는 토크 서비스(Talk Service). 데님 팬츠와 스트랩 샌들은 모스키노(Moschino). 반지는 MDM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