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이 곧 시작된다. 패션 트렌드에 관해 그 누구보다 예민한 촉수를 가진 디자이너, 모델, 바이어 등 패션 피플 40명에게 다가올 계절을 위해 눈여겨본 것이 무엇인지 들었다. 이들이 뽑은 34개의 아이템을 확인할 즈음 이번 가을, 겨울에는 무엇을 쇼핑할지 감이 좀 올 것이다.

16 들거나, 메거나
뽀빠이가 울고 갈 만큼 다채로웠던 줄무늬와 강렬한 색상의 향연은 잠시 잊자. 지금은, 클래식이 선사하는 단아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가방을 즐길 때다. 랑방 쇼의 여인처럼 어깨에 메는 대신 장갑을 낀 손으로 가볍게 쥐어도 좋고, 가방을 드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 미우 미우처럼 옆구리 사이에 끼어도 좋다. – 양현호, ‘MCM’ 마케팅 담당

17 검은색 말고 빨간색
빨간 장갑, 빨간 클러치백, 빨간 앵클부츠, 빨간 슈트를 입은 모델이 눈을 꽉 채웠다. 처음에는 붉은색 입술만 보였다. 그런데 점점 시야가 넓어지더니 에르메스가 보여준 ‘올 레드’의 매력이 눈에 들어왔다. ‘올 블랙’ 슈트 못지 않게 멋지다. – 이준성, 메이크업 아티스트

18 우아한 원피스
벨트로 허리를 잘록하게 조이고 진주 목걸이로 우아함을 곁들인 도나 카란 컬렉션의 원피스, 미니멀리즘 선구자답게 간결한 디자인을 선보인 세린느 컬렉션의 원피스. 닮은 듯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원피스는 둘 다 갖고 싶을 만큼 탐난다. 다음은 니트 스웨터다. 화사한 색감의 캐시미어 니트를 선택한다면 보온성과 시선을 둘 다 잡을 수 있다. 여기에 모피 베스트, 모피 머플러 등을 매치하면 보다 우아해진다. – 김지영, 홍보 대행사 ‘컴플리트 케이’ 이사

19 똑똑한 재킷
얇은 카디건이나 셔츠를 입고서 가을을 만끽하고 싶지만 낙엽 떨어지기 무섭게 찬바람부는 겨울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겨우내 입을 두꺼운 외투를 서둘러 입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가죽 소재의 재킷이나 점퍼를 쇼핑 리스트에 넣고 싶다. 부드럽고 가벼운 양가죽 소재라면 더더욱!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겨울에는 코트 안에 입을 수도 있다. 보온 효과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 최진우, 캐스팅 디렉터

20 도트무늬의 매력
지난달, 마크 제이콥스의 가을/겨울 컬렉션을 입고 화보 촬영을 했다.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도트무늬 의상이 한가득 있었는데 그중 단연 돋보인 것은 니트 스웨터였다. 안에 입은 하얀 셔츠의 칼라를 꺼내 매무새를 다듬고, 데님 팬츠를 입은 후 포니테일 머리 위에 베레모를 쓰면 매력적인 복고풍 여인이 된다. 혹은 펜슬 스커트와 찰랑거리는 웨이브 헤어스타일로 히치콕 영화의 여주인공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송경아, 모델

21 테일러링 셔츠
톰 브라운이 이번 시즌부터 여성복을 선보였다. 옷장 안에 톰 브라운의 셔츠를 50여 벌쯤 걸어둔 마니아로서 그의 쇼가 궁금했다. 남성복에서 갈고 닦은 재단 솜씨는 여전했고, 셔츠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젠 여성들이 즐길 차례다. 격식이 필요한 장소에는 펜슬 스커트를, 캐주얼을 연출할 때는 시가렛 팬츠를 입고서 옥스퍼드 슈즈까지 신는다면 중성적인 매력까지 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서울에도 톰 브라운의 단독 매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 우종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2 팔색조 모피
가을/겨울 시즌이면 어김없이 런웨이 곳곳에 등장하는 모피. 그중 풍성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모피 소재의 재킷과 코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입생로랑의 컬렉션에서 프레야 베하가 입고 나온 새하얀 모피 케이프와 시스루 블라우스, 팔라초 팬츠 룩은 멋있지만 실생활에서는 부담스럽다. 대신 반팔 티셔츠와 데님 팬츠를 모피와 매치하면 어떨까? 여기에 머플러와 장갑으로 포인트를 줘도 좋겠다. 아니면 펜디 컬렉션처럼 단정한 스커트에 풍성한 여우털 재킷을 걸쳐 고급스러운 클래식 룩을 완성해도 훌륭하다. – 한혜연, 스타일리스트

원색에 대한 예찬이 남달랐던 지난 봄/여름 시즌에는 촬영 때마다 원 없이 원색을 입었다. 이제 막 시작된 가을/겨울 시즌 촬영에도 이 원색의 물결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컬러 모피 재킷은 블랙 미니드레스, 와이드 팬츠, 데님까지 두루 어울리니 베이식 코트만큼이나 실용적일 것 같다. – 김원경, 모델

매년 겨울 등장하는 것이 모피지만 이번에는 남다른 개성을 갖췄다. 기존의 무거운 스타일에서 벗어난 가벼운 레이어링 기법과 컬러 모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제이 멘델의 코트도 모피 베스트를 겹쳐 입은 듯 보이지만 보디 부분에 모피를 장식한 코트다. 녹색과 갈색을 배색한 마르니의 모피 제품들도 멋지다 – 권혜민, 편집숍 ‘분더샵’ 바이어

23 “케이프를 입어요.”
2011 가을/겨울 주목할 만한 룩은? 자로 잰 듯한 빈틈없는 디자인보다는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이 눈에 띈다. 둥근 어깨선은 아래로 내려오고, 코트, 재킷, 스커트의 실루엣은 낙낙한 편이다. 가을/겨울 주력 아이템인 판초, 케이프, 니트, 패딩의 경우 레이어링으로 무거워 보이지 않는 리듬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필수 아이템을 꼽는다면? 칼바람을 막는 데는 두꺼운 패딩 점퍼만 한 게 없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산을 올라야 할 것만 같은 밋밋한 디자인 대신, 알렉산더 왕이 선보인 케이프형 패딩 점퍼를 추천한다. 보온성은 말할 것도 없고 소매와 헴라인을 변형한 스타일까지 훌륭하다.
가을/겨울에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 3인은? 먼저, 알렉산더 왕과 조셉 알투라자의 계보를 이을 프라발 구룽을 들 수 있다. 2010 CFDA의 ‘보그 패션 펀드’ 수상자인 그는 이번 시즌 이브닝 드레스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파리 쿠튀르의 부활에 한몫한 부샤라 자흐도 주목할 만하다. 간결한 실루엣을 바탕으로 강렬한 색상과 줄무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토머스 테이트. 런던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로 미니멀리즘을 구조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능력을 가졌다.
– 김재선, ‘10 꼬르소 꼬모’ 마케팅팀

24 하이힐을 단 로퍼
플랫폼 스트랩 슈즈에 이제 그만 작별을 고하고 싶었던 찰나, 나의 마음을 콩닥거리게 만드는 새로운 슈즈 하나를 만났다. 그것은 바로 하이힐을 단 로퍼다. 마치 교복 밑에 신었던 단화처럼 생겼지만 뒤에는 굽이 달려 있는 로퍼는 단정하면서도 성숙한 분위기를 풍긴다. 토즈, 마크 제이콥스, 입생로랑, 타미 힐피거에서 비슷한 느낌의 하이힐 로퍼를 만날 수 있는데, 그와 사랑에 빠질 때 조심해야 할 한가지는 적당히 두께감이 느껴지는 굽이 달려 있어야 로퍼 고유의 멋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울 소재의 펜슬 스커트에 신으면 정숙한 가을 여자로 변신할 수 있겠다. – 박선영, <얼루어> 패션 디렉터

25 팬츠보다는 롱 스커트
몇 시즌째 롱 스커트의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롱 스커트 구입에 지갑을 열어도 아깝지 않을 듯하다. 여기에 바이커 재킷을 입으면 강렬한 인상을, 스웨터를 입으면 포근한 캐주얼 룩을 완성할 수 있다. 황금 비율을 위해 짧은 재킷만 고수했다면 틀을 깨는 ‘롱 롱’ 실루엣 조합으로 롱 코트, 롱 티셔츠 등과 함께 연출하면 어떨까? – 요니, ‘스티브J&요니P’ 디자이너

롱 스커트의 유행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중 릭 오웬스의 저지 소재 롱 스커트와 양가죽 소재 재킷은 환상의 궁합! 여기에 로퍼나 스니커즈를 매치하면 ‘무심한 듯 시크한’ 파리지엔이 될 수 있다. 키가 작아서 롱 스커트는 주저하고 있다면 하이힐 펌프스나 앵클부티와 함께 드레스업 스타일로 접근해도 좋겠다. 참고로 A라인보다는 아래로 점점 좁아지는 V라인의 롱 스커트가 키를 커 보이게 한다. – 최혜련, 스타일리스트

26 “미니멀 코트를 입어요.”
2011 가을/ 겨울 시즌 주목할 만한 룩은? 단연 자로 잰 듯 반듯한 미니멀리즘!
필수 아이템을 꼽는다면? 간결한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코트. 단, 조건이 있다. 화려한 장식이 없는 코트일 수록 재단이 중요하다.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어색한 실루엣은 사절, 몸에 꼭 맞는 핏이 중요하다. 훌륭한 재단 솜씨를 보여준 세린느의 피비 파일로 의상처럼.
연출 방법은? 펄럭이는 맥시 스커트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미니멀한 코트와 환상의 조합을 보여주는 건 역시 펜슬 스커트다. 혹은 1970년대의 스타일을 재현할 수 있는 가늘고 긴 스모킹 팬츠를 추천한다.
이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룩이 있다면? 색다른 미니멀리즘을 즐기고 싶었는데, 에스닉과 미니멀리즘이 만난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에서 답을 찾았다. 간결한 실루엣의 의상은 세상에서 에스닉 패턴을 가장 잘 연출하는 드리스 반 노튼의 솜씨 덕분에 다채롭게 변신했다. 금빛 자카드 소재와 형형색색의 프린트가 재킷, 팬츠, 원피스, 스커트 등에 표현되었다. – 이현이, 모델

27 가늘고 긴 실루엣
이번 시즌에는 ‘롱앤린’이 강세다. 여성의 실루엣을 가늘게 강조하기 위해서는 롱 스커트와 롱 재킷, 롱 카디건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맥시 스커트에는 짧은 상의를, 맥시 롱 코트나 카디건에는 벙벙한 팬츠보다는 레깅스나 쇼츠를 선택해 안정감 있는 룩을 완성할 수 있다. – 정미선, ‘노케 제이’ 디자이너

28 70년대의 향수
엄마의 옷장에서 막 꺼내 입은 듯한 디자인이 2011년 버전으로 재해석됐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을 본 후 느낀 관전평이다. 그중 당장이라도 입고 싶은 것은 1970년대 풍 와이드 팬츠. 토리버치는 치마인지 바지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통이 넓은 팬츠를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검은색 토트백과 앵클부츠를 매치하면 세련된 시티 룩으로 제격이다. – 박소영, 제일모직 홍보

29 가을에는 캐멀 재킷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캐시미어 소재의 캐멀 재킷이다. 유연한 형태와 온화한 색상이 어우러져 클래식한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쉽게 스타일링 할 수 있어 실용성도 만점이다. H라인 스커트, 원피스, 와이드 팬츠, 시가렛 팬츠 등 어느 하나 안 어울리는 것이 없다. – 정지은, ‘캘빈 클라인 컬렉션’ 홍보 담당

30 소년과 소녀 사이
2011 가을/겨울 컬렉션 부록 준비로 런웨이 사진을 검색하던 중 쇼핑 항목 1순위를 발견했다. 바로 아크네의 윙팁 옥스퍼드 슈즈! 남성 슈즈를 복사한 듯한 중성적인 디자인에 높은 웨지힐 슈즈까지 더해 여성스러움도 놓치지 않았다. 바람 부는 초가을, 낙낙한 케이블 니트 스웨터와 시가렛 팬츠를 입고서 파스텔 색상의 양말까지 매치해 신으면 성숙한 프레피 룩이 탄생할 듯하다. – 김미진, <보그> 패션 에디터

31 바짓 자락을 휘날리며
나풀나풀, 펄럭펄럭 움직이는 율동감이 매력적인 와이드 팬츠. 미니멀리즘과 클래식이 사이 좋게 어우러진 이번 트렌드와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트렌치코트를 입고서 벨트를 하면 클래식 룩으로 손색없겠다. 반면, 외투 대신 촘촘하게 짠 니트에 클러치백을 들고 걷는다면 프렌치 감성의 캐주얼 룩도 문제없다. – 강미희, ‘듀 메이드’ 홍보 담당

32 니트의 계절
가을은 보들보들한 니트 스웨터를 즐길 수 있어 반갑다. 다양한 니트 스웨터가 항상 등장하지만 매번 그 디자인과 소재는 미묘하게 다르다. 이번 시즌 바잉을 위해 눈여겨본 결과 배꼽까지 오는 짧은 길이의 스웨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깨끗한 화이트 셔츠를 안에 입고서 롱 스커트 위로 빼서 입는다면 단정한 오피스 룩으로 제격일 듯 하다. – 김정임, 편집숍 ‘디테일’ 바이어

가을이 오면 포근한 니트 스웨터로 자연스레 시선이 향한다. 실용적인 디자인 때문에 어느 옷과도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담백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가을에는 클래식한 것보다 개성있는 디자인에 주목했다. 그래서 마커스 루퍼의 스웨터가 눈에 들어온다. 스팽글 장식으로 완성된 공작새, 익살스러운 유령 등 재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질 좋은 소재까지 갖춘 덕분에 올 가을, 두고두고 입을 듯하다. – 민경은, 편집숍 ‘수퍼노말’ 팀장

33 밀리터리 룩의 변주
카키 색상을 멋지게 소화해내는 밀리터리 룩을 추천한다. 벙벙한 야상점퍼가 밀리터리 룩의 전부는 아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을 살펴보면 다채로운 밀리터리 룩을 발견할 수 있는데, 안토니오 마라스는 야상점퍼 소매에 여우털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고, 버버리 프로섬은 펠트 소재의 카키색 팬츠 슈트로 절도의 미학을 보여줬다. 옷장 속에 있는 야상점퍼를 지금 당장 응용하고 싶다면 원피스, 머플러, 앵클부츠로 오피스 룩을 완성한 이둔의 컬렉션을 참고하길. – 이재훈, ‘쟈니해잇재즈’ 홍보 담당

34 “트렌치코트를 입어요.”
2011 가을/겨울 주목할 만한 룩은? 많은 컬렉션에서 조합의 묘미가 펼쳐졌다. 찬바람 불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모피, 모직, 가죽 등 이질적인 소재와 색상의 조화가 한데 어우러진 것이다. 발렌시아가는 스커트와 톱 위에 가죽을 덧댄 독특한 헴라인을 선보였고, 루이 비통은 모피와 가죽을 적절히 섞어서 S&M 룩을 완성했다.
필수 아이템을 꼽는다면? 트렌치코트. 내 몸에 꼭 맞는 질 좋은 트렌치코트 하나면 가을 내내 마음이 두둑한 법이다. 트렌치코트의 정석이 식상하다면 이질적인 소재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을 추천한다. 가을의 로맨티스트가 될 수도 있고, 감각적인 여인이 될 수도 있다.
트렌치코트 활용법은? 데이트를 위한 트렌치코트 활용법을 제안한다. 여성스러운 매력을 위해서는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와 시폰 소재의 블라우스를 입고, 허리 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벨트를 사용하면 좋다. 반대로, 중성적인 매력을 원한다면 코트의 깃을 살짝 세우고, 깔끔한 터틀넥 혹은 셔츠를 입는다. 로퍼나 옥스퍼드 슈즈까지 더한다면 완벽하다. – 최보인, ‘BNX’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