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을 기다리면서 몇몇 아티스트에게 편지를 띄웠다. 답장은 시간차를 두고 왔지만 이들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만날 게 분명하다.

지산의 셋째 날이자 마지막 밤의 헤드라이너인 스웨이드와의 전격 인터뷰!

지산의 셋째 날이자 마지막 밤의 헤드라이너인 스웨이드와의 전격 인터뷰!

 

2003년 해체했던 스웨이드는 최근 베스트 앨범을 내며 재결합했다.

2003년 해체했던 스웨이드는 최근 베스트 앨범을 내며 재결합했다.

 

suede

스웨이드가, 스웨이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에 서는 걸 볼 줄이야. 라인업에 스웨이드의 이름이 올라온 후로 쭉 이 생각만 했다. 그리고 궁금한 것들을 리드 보컬 브랫 앤더슨에게 물었다.

사실 팬으로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먼저 재결합 이야기를 물어야겠죠. 2003년에 해체했으니까, 어떤 껄끄러운 일도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아주 도태된 상태에 빠졌던 거죠. 다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살릴 수 있을 만한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필요했는데, 그래서 결과적으로 밴드를 해체한 겁니다. 해체 이후 우연히 런던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청소년 암 기금 모금 행사 측으로부터 다시 스웨이드라는 이름으로 행사에 참여해줄 수 있냐는 제의를 받았고, 멤버들에게 연락했더니 모두 해체에 대해서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unfinished business)’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그동안 스웨이드로 나름 노력하고 이룬 모든 것을 스웨이드답지 못하게 흐지부지 끝내버렸다는 후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 활동과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죠?
첫 결성 때와 이번 재결합의 개념은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처음 밴드로 뭉쳤을 때는 2년여의 시간을 늘 함께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결속력이 강한 밴드로 성장하는 시기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1990년대 브릿팝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어요. 그런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가 보여주고자 했던 음악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노래였지, 90년대 영국 음악에서 느껴지는 맥주에 절어 휘청거리는 영국스러움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초라하면서도 그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 거친 현실도피의 사운드로 진정한 나 자신에 대해 노래하는’ 스웨이드가 개척해놓은 게 기존의 것들과 타협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기존의 모든 획일적인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어요.

지난 런던 공연에서는 매일 한 앨범을 통째로 연주했잖아요. 매우 부러워하면서 유튜브로 봤어요. 그 후에는 미국으로 날아가 코첼라 페스티벌에 섰고요.
솔직히 말한다면, 미국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마치 독을 든 성찬주를 마시는 것과 같은 기분입니다. 미국 팬들은 항상 ‘어메이징’했죠. 하지만 미국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공연 기기를 도난당하고, 그로 인해 법적 분쟁에 휩싸이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미국의 저주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첼라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은 굉장했어요. 마치 미국에서 지난 시절 겪었던 모든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죠. 개인적으로 코첼라 페스티벌은 매우 수준 높은 록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지난달 발매한 베스트 앨범 를 자주 듣고 있어요. 하지만 예전에 앨범을 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 베스트 앨범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예전에 발매했던 는 말 그대로 싱글곡들을 모아놓은 앨범으로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를 제대로 대변한다는 느낌은 아니었죠. 싱글로 발매된 곡 외에도 좋은 앨범 수록곡이 많았으니 한번쯤 스웨이드를 대표할 수 있는 곡을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베스트 앨범을 위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모든 스웨이드 자료를 모조리 뒤졌어요. 버나드와 나는 함께 먼지 쌓인 예전 카세트테이프와 사진 자료를 하나하나 꺼내어 다시 검토했죠.

스웨이드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하는 건 뭐죠? 베스트 앨범을 만들면서 다시 생각해봤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줄곧 사람들이 ‘The Wild Ones’가 스웨이드를 연상하게 하는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야말로 최고의 스웨이드 곡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회화 작품을 베스트 앨범의 커버로 사용한 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
내가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굉장한 팬입니다. 그녀가 너무 고맙게도 그림의 사용을 허락해주었죠.

앨범을 듣다 보면 이번 지산에서의 세트 리스트가 궁금해지는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밴드로선 사실 무대에 대해 완벽한 준비를 한다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모험을 감수하며 곡을 선택하고, 그 반응이 어떨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고, 기회가 된다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다른 밴드들의 무대를 보고 싶군요.

당신이 록 페스티벌에서 보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어디에서든 순수하게 오로지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특히 아시아의 여러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지산 공연 후의 활동 계획은 어떤가요? 지산 공연을 마지막으로 또 헤어질 거라는 루머도 있는데 믿어도 되는 것인지 직접 듣고 싶어요.
곡을 아주 조금, 정말 조금 만들어놓기는 했어요. 하지만 곡을 발표하는 것에 있어서는 예전 앨범 때처럼 온전히 완벽한 음악이 나왔을 때 생각해볼 문제고, ‘적당히 만들어낸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일단 올여름은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매우 바빠요. 솔직히 말해서, 사실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로 무언가를 만들어놓지도 않았어요.

여전히 “스웨이드가 정말 오는 거야?”라고 믿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요.
이렇게 전해줘요. ”We are very much looking forward to seeing you all at the end of July.”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이는 프리실라 안은 둘째 날 그린 스테이지에 선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이는 프리실라 안은 둘째 날 그린 스테이지에 선다.

 

priscilla ahn

해마다 지산은 여신을 배출해왔다. 지난해 코린 배일리 래에게 잠시 빼앗긴 타이틀을 다시 찾아올 게 분명한 프리실라 안.

먼저 2년 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의 기억에 대해 묻고 싶어요. 지난번이 좋지 않았다면 다시 오는 일은 없었을테죠.
물론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공연 자체도 만족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와서 공연을 봐주어서 좋았죠. 특히 할머니께서 제 공연을 처음 보셨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관객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른 거예요. 정말 좋아하는 패티 스미스를 백스테이지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수줍어서 말도 걸지 못했던 것도 생각나네요.

호흡이 척척 맞았던 밴드 멤버 제임스 블랜튼이나 웬디 왕과 이번에도 함께하나요?
제임스 블랜튼은 시아(Sia)와 투어 중이에요. 안타깝지만 이번엔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아요. 웬디 왕은 이번에도 베이스 기타로 참여하고, 절친한 친구이자 굉장한 피아니스트인 개리 후쿠지마와 호흡을 맞출 거예요. 이번 공연에도 드러머는 없는데, 공연이 너무 부드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사이 결혼도 했잖아요! 늦었지만 축하해요. 결혼은 많은 것을 바꾸죠.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특히 사랑에 관한 곡이 많던데요.
고마워요! 결혼이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에 관해 노래하는 곡이 많이 수록된 것 같기도 해요. 단순히 행복한 사랑만이 아닌, 사랑의 밝고 어두운 양면의 모습에 관해 말이죠. 우린 지난 5년 동안 함께해왔고, 그동안 사랑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죠. 이런 모든 경험에서 새 앨범에 대한 영감을 얻었어요.

뮤지션이 불행해야 관객이 행복하다는 말 혹시 들어봤어요? 불행해야 좋은 곡이 나온다는 말을 농담처럼 해요.
솔직히 털어놓자면 결혼한 후로 곡을 쓰는 게 더 어려워졌어요. 우울한 기분이 들 때 곡 작업이 더 잘되곤 했는데, 결혼한 이후엔 이런 감정에 빠져들 겨를이 없었어요! 아마도 곡을 쓰는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결혼이 음악적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준 거라고 생각할래요.

유독 다른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즐기는 것 같아요.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커버하기도 하고, 함께 작곡도 하고 피처링도 하잖아요. 어떤 아티스트와의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앤드류 버드와 함께 공연한 건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정말 그의 모든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너무 떨리기도 했죠. 저의 좋은 친구인 에이모스 리와의 공연은 늘 좋아요. 그의 목소리는 너무 멋져요. ‘Black River’를 듀엣으로 부르곤 하죠.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의 테마는 ‘Green’이에요. 당신의 ‘In a Tree’나 ‘Rain’ 같은 곡이 겹쳐지네요.
오, 정말요! 물론 환경에 관심이 많아요. 어려서부터 도시가 아닌 숲과 야생의 자연에 둘러싸인 시골에서 자랐고, 항상 숲속을 거닐면서 놀곤 했어요. 현재 살고 있는 LA의 집도 나무가 우거진 정원이 있어요. 자연은 언제나 영감을 주죠.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드라마에 음악이 쓰이면서 당신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건 사실이죠. 하지만 TV가 없어서 직접 보진 못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여전히 TV가 없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남편이 출연한 <하우스>도 보지 않았던 건가요!(프리실라 안과 결혼한 배우 마이클 웨스턴은 <하우스>에서 하우스의 사립탐정인 루카스 역을 맡았다.)
봤어요! 본방송이 아닌 남편의 매니저가 보내준 DVD로 봤죠. 지금은 TV가 있지만 남편과 나는 TV로 스포츠 중계만 보는 편이에요. 다른 드라마를 보지만 역시 DVD로만 보고 있어요.

올해 발매한 두 번째 앨범은 악기도 더 다양해지고 사운드가 풍성해졌던데요.
그 공을 프로듀서인 이단 존스에게 돌리고 싶어요. 그는 매우 재능 있는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죠. 음악의 세부적인 파트들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음악을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 어느 쪽에서 어떤 악기의 소리가 나와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귀를 가졌어요.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부분들을 세심하게 짚어주곤 했어요. 특히 이번 앨범은 대부분의 녹음을 테이프에 했기 때문에 사운드에서 더욱 풍부함과 깊이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앨범의 제목도 이죠. 어떨 때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껴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의미해요. 이전엔 미처 몰랐었던 제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 말이에요. 아직 뮤지션으로도, 인간으로도 완전한 성숙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떤 면에선 영원히 그러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어느 순간 멈춰서 “그래. 이게 바로 내 모습이야. 영원히”라거나 “앞으로의 내 음악은 쭉 이럴 거야”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아요. 난 변화를 좋아해요.

당신의 음악은 시간을 거스르는 것 같아요. 1집과 2집 사이에 시간이 꽤 길었는데, 어떤 시간의 흐름은 찾지 못했어요.
일부러 그렇게 추구했던 것은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1960~70년대 음악을 매우 좋아하고, 이 시대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실제로 기타를 잡고 연주하는 스타일은 아무래도 70년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기타 연주실력이 더 나아진다면 전혀 다른 사운드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데뷔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죠?
처음엔 내 자신과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에 대해 너무나 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했었고, 주위에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간섭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음악이 ‘예술’이고, 그 예술엔 어떠한 일방적인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싱어송라이터로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도 바로 그거예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 붓고, 절대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자신의 확신과 믿음을 흔들도록 하지 말라는 것.

참, 요즘 한국에는 비가 정말 많이 와요.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기간에 비가 올지도 모르겠어요.
비가 온다면 부디 무대 위에 텐트가 있길 바라요! 그렇지 않다 해도 판초나 우비를 입고 그 안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해도 상관없지만, 무엇보다 관객 분들이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새 앨범에 수록된 ‘Rain’이란 곡을 부를 수도 있겠네요! 한국 관객들은 뮤지션들과 정말 적극적으로 소통해줘서 좋아요. ‘아리랑’을 다시 함께 불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9mm parabellum bullet

일본의 록 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9mm 파라블럼 블릿(이하 9mm)의 공연을 보러 갈 땐, 마음 단단히 먹는 것이 좋겠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라이브 공연 영상을 한번 찾아보길.

먼저 열렬하게 환영합니다. 지산 공연을 앞둔 심정부터 물어볼까요?
공연이 끝나면 밴드를 시작하고 싶어질 만큼의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록 페스티벌의 특성상, 지산에는 9mm를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우리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들어준다’는 점은 우리에겐 상당히 기쁜 일이에요. 이런 관객과의 만남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9mm의 라이브 퍼포먼스는 강렬하기로 유명하죠. 무대에 올라갈 때 가장 의식하는 것은 무엇이죠?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즐기는 것입니다! 소리를 내는 것을, 끝까지 즐기죠.

멤버 중에 록 페스티벌의 가장 뜨거운 팬은 누구죠?
페스티벌은 멤버 모두가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아마도 베이시스트인 카즈히코일 것 같네요. 서머소닉 공연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까지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매우 공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밴드 활동을 하면서 대중성을 얼마나 염두에 두나요?
그 곡의 매력, 혹은 개성이 오해 없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의식해서 만들긴 합니다. 예를 들면, BPM이 빠른 곡은 ‘속도’를, 복잡한 편곡은 그 ‘복잡함’을 확실히 전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식이 어떤 친밀감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네요.

일본의 록 밴드를 대표하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느껴질까요?
그런 의미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9mm는 일본 안에서도 ‘기세가 좋은 밴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과 후지 록 같은 대규모 록 페스티벌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이 있다면 무엇이죠?
페스티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난 분위기… 싫은 점은 같은 시간에 다른 무대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네요.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또한 페스티벌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만.

페스티벌에 싱얼롱이 빠질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일본어 가사는 우리에게 어렵죠. 꼭 한 소절을 외워야 한다면?
‘새로운 빛(아타라시이 히카리)’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최신 앨범의 타이틀 곡이고, 지산에서도 꼭 연주할 겁니다. 메인 코러스의 가사는 ‘새로운 빛 속으로 너를 데리고 갈 거야(아타라시이 히가리노 나카니 키미오 즈레테 이크노사)’입니다. 곡 중에 네 번 등장하기 때문에, 그 부분만 기억해서 공연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공연을 볼 때 또 뭘 준비하면 좋겠어요?
’9mm의 라이브를 본다’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공연장에 와주었으면 해요.

 

지산의 밴드들, 그리고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심장을 쿵쿵 뛰게 할 라인업

DAY 1
Chemical Brothers 이미 2007년 페스티벌을 통해 거대한 ‘화학’작용을 보여준 화학 형제. 이들의 음악은 제정신으로 듣는 것보다 한 30퍼센트 정도 정신을 내놓고 듣는 게 중요하다. 30분 전 미리 준비한 소량의 알코올을 복용하길 권장한다. 꼭 들어야 할 앨범 시간이 없다 : 〈Brotherhood〉, 시간이 많다 : 모든 앨범
Envy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코드 전개 위에 핑크플로이드와 같은 서정성, 스노패트롤과 같은 비장함으로 몰아붙이며 절규하다가 모든 것을 소진한 후에 한 점이 되어 사라진다. 추천 하드코어, 스크리모 팬들을 위한 올해 최고의 선택.
The Music 부러질 듯이 강한 베이스라인 위에 흐르는 서정적인 기타 라인과 보컬의 하모니가 매력적인 더 뮤직은 올여름을 마지막으로 해체한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반드시 다운로드 www.themusic.co.uk에서 마지막 노래 ‘Ghost Hands’를 무료다운로드 중. 싱얼롱을 준비하자.
Qururi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하지만 이들의 사운드스케이프는 그 이상이다. 신청곡 ‘하이웨이’는 꼭 불러주세요~.

Day 2
Arctic Monkeys 오아시스가 12년 동안 지켜온 데뷔앨범 최단시간-최다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후 고공행진은 계속되었다. 이른 데뷔와 성장 속도로만 보자면 비틀스 못지않은 속도를 자랑하는 악틱 몽키즈는 올여름 명실상부한 최고의 헤드라이너이다. 주의사항 네 번째 앨범을 낸 중견가수이므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귀엽다’고 말하지 말 것.
Feeder 무조건 ‘Feeling a Moment’다. 이 곡을 부를 때, 빅탑 스테이지에 모인 관객들이 모두 테마 코러스를 함께 노래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서정과 난동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주의사항 물론 미국산 펑크 냄새 물씬 나는 ‘Just a Day’ 같은 곡 부를 때는 ‘슬램’하는 일부 관객 요주의.
Thieves Like Us 2명의 스웨덴인과 1명의 미국인이 각각 파리, 밀라노, 베를린에 흩어져 살면서, 활동은 주로 파리를 근거로 하는 그야말로 멀티컬처럴한 팀. 미디엄-스몰 비트 정도의 우아함을 가지고 있다.

Day 3
Suede 보컬 브랫 앤더슨의 목소리가 지산의 너른 벌판 위에 펼쳐지는 순간,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신앙고백을 하듯 그들의 히트곡을 따라 부르고 있을 것이다. 복습과 예습 ‘Trash’, ’Beautiful Ones’는 이번 페스티벌 최고의 싱얼롱 타임이 될 듯.
Incubus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린킨 파크 등의 같은 캘리포니아 출신 밴드들처럼 타이트하고 실험적인 리듬 위에 거의 랩에 가까운 노래를 쏟아내는가 하면, 히트곡 ‘Drive’와 같이 서정적인 팝 멜로디로 여심을 흔들기도 한다. 한마디 사실상 거의 헤드라이너급.
Jimmy Eat World 에모 펑크의 대중화에 앞장 선 밴드인 만큼 생소한 이들에게는 쉽고 훌륭한 입문서. 엔비의 에모 사운드가 처절하고 눅눅하다면, JEW의 에모는 그들의 고향 애리조나의 강렬한 햇빛에 말린 듯 간결하고 담백하다. 대표곡 ‘Sweetness’, ‘The Middle’
CSS ‘섹시하게 살긴 힘들어’라는 뜻의 이름과는 정반대로 이번 뮤지션들 중 가장 후줄근한 모습으로, 그러나 가장 귀엽고 발랄한 모습으로 춤추고 노래할 것이다. 유수 페스티벌 초청 1순위에 드는 댄싱퀸이 되었다. 당부말씀 ‘Left Behind’ 뮤직비디오를 보고 CSS 춤의 기본 정신을 익혀, 너무 멋지거나 섹시하게 춤추지 않도록.

글 | 박성도(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