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야 여름이지만, 여름이라서 좋은 것도 참 많지만 여름이 사람을 가장 지치게 만드는 계절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1 서정적인 추리 작가 렌조미키히코의 . 2, 6 기리오 나쓰오의 하드보일드 작품 , . 3 스티븐 킹의 호러 집대성 . 4 세계 최초의 팩션으로 불리는 . 5 단편집 .

더워야 여름이지만, 여름이라서 좋은 것도 참 많지만 여름이 사람을 가장 지치게 만드는 계절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슬기로웠던 눈의 힘이 풀리고, 소파보단 마룻바닥과 친해지고, 가끔은 집에 들어오는 도어록 번호도 생각이 안 난다. 더위로 늘어진 모공은 토너로 조이고, 한없이 늘어진 뇌세포는? 추리소설로 다시 팽팽하게!

지금 책상 위에는 이달에 나온 추리소설 신간 다섯 권이 놓여 있는데, 모두 일본에서 온 책이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추리소설의 인기가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런 토양이다 보니 해마다 출간되는 추리소설도 많고, 수준도 높다. 일본 서점 직원들이 뽑는 ‘서점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상, ‘에도가와 란포’ 상, ‘일본추리작가협회’ 상, ‘일본미스터리 문학대상’ 등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상도 많아서, 우리나라까지 오는 책은 대개 허리띠에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 서점 직원들이 뽑는 상으로 유명한 ‘서점대상’의 2011년 수상작은 추리소설이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라는 책으로, 기괴하고 오싹한 추리소설이 아닌 유쾌하고 밝은 추리소설이다. 밥 먹으면서 읽어도 체하지 않는다.

일본 추리문학계를 이끄는 다양한 작가와 수준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역시 단편집을 권한다. <빨간 고양이>는 역사와 전통의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단편을 모은 책이다. 영화 <고질라>의 원작자인 가야마 시게루가 쓴 ‘해만장 기담’과 렌조 미키히코의 ‘돌아오는 강의 정사’를 비롯한 열여섯 작가의 작품 열여섯 편이 실려 있다. ‘돌아오는 강의 정사’ 또는‘ 회귀천 정사’로 불리는 이 단편은 일본 추리소설의 판도를 바꾼 대단히 유명한 작품이다. 렌조 미키히코는 꽃을 주제로 한 ‘화장 시리즈’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는데, 하드보일드가 득세하는 추리소설계에서 아름다운 문장과 우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일본 추리문학의 한 계보를 만들었다. 온다 리쿠 등 여성 추리소설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렌조 미키히코를 말하곤 한다. 추리소설도 아름다웠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이달 출간된 <회귀천 정사>에는 이 ‘화장 시리즈’ 중 5편이 들어 있다. 기리오 나쓰오는 정통 추리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포착하는 까닭에 사회파 작가로 평가받는다. 황금가지의 추리문학 전집인 ‘밀리언셀러 클럽’으로 출간된 <아웃>은 해외에 번역 출간되어, 일본인으로는 권위 있는 추리문학상인 에드거 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기리오 나쓰오의‘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여성 탐정이 등장한다.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책 제목처럼 추리소설계에서 여성 탐정은 한참 소외되어 있는데, 이 무라노 미로는 여성도 하드보일드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인물이다. 미스 마플이 작은 마을에 앉아서 사건을 해결한다면, 이 미로는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이달에는 사라진 AV 여배우를 추적하는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과 미로의 아버지 무라젠의 청년시절을 그린 <물의 잠 재의 꿈>이 함께 출간되었다.

일본 추리소설을 너무 봐서 질렸다면 회심의 미소와 함께 조르주 심농의 <탐정 매그레> 시리즈를 권한다. 열린책들에서는 세계적인 추리 소설‘ 매그레 반장 시리즈’를 내는데, 모두 75권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너무 많을 것 같다고?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100권도 부족한 것이 추리소설의 매력이다. 이미 애거서 크리스티의 국내 팬들은 총 80권의 해문출판사 시리즈를 독파한 것처럼 말이다. 매그레 반장을 만날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심농에 대한‘ 버즈북(Buzzbook)’인 <조르주 심농: 매그레 반장, 삶을 수사하다>를 먼저 보는 것도 좋다. 20개의 필명으로 400편을 웃도는 소설을 쓰고, 약 20개의 필명을 지녔으며, 1만 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했다는 괴짜 작가의 삶과 문학 세계, 매그레 반장의 탄생을 둘러싼 이야기와 흥미로운 기록들이 실려 있다. 게다가 이 책은 7백50원밖에 하지 않는다. 224쪽이나 되는 이 책이, 7백50원이다.

스티븐 킹의 <죽음의 무도>와 <인콜드블러드>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고통의 밤을 서늘하게 식혀줄 것이다.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작가 트루먼 카포티를 21세기 주요 작가로 만든 <인콜드블러드>는 논픽션 문학의 최고로 손꼽히는 작품. 1959년, 그는 캔자스 주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일가족 네 명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과 수감된 범인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몇 년간의 인터뷰로 자료는 수천 매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졌다. 살인자의 사형으로 마침표를 찍는 이 책은 ‘세계 최초의 팩션’이라고 불리는데, 인간의 내면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동안 마음은 이루 말할 수없이 복잡해진다. 스티븐 킹의 <죽음의 무도>는 도대체 미스터리와 호러가 왜 우리를 사로잡는지, 세계적인 미스터리 작가가 된 그가 사랑하고 열광했던 미스터리의 기록이 들어 있는 수상한 책. 스토리텔러의 무서운 이야기에 여름밤 새는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