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기 전에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리스트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리스트 10 중에서 샤넬의 2.55를 사는 게 세 번째였는데, 얼마 전 그 3번을 리스트에서 지웠다. 아무리 맘에 들어도 친구에게 있는 옷은 절대 사지 않지만, 친구도, 친구의 언니도, 친구의 엄마도 메고 다니는 샤넬 2.55백은 괜찮다. 샤넬이니까. 나에게 샤넬 2.55백은 그냥 어른이 되면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상 같은 것이었다. 스무 살이 되면 아빠의 양복을 입겠다고 다짐하는 남자애들의 대책 없는 동경 같은 것처럼. 그런데 내가 백을 사고 얼마 후 샤넬이 대대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방 가격이 5%나 올랐다며 뉴스에서까지 호들갑을 떨어댔다. 가격이 인상되기 전부터 지방에서는 관광버스를 대절해 제품의 종류와 수가 많은 서울로의 원정 쇼핑이 유행하더니, 해외에서 싸게 사온 샤넬백 때문에 세관에서 압수당하는 백이 두 배는 늘었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도 들렸다. 점점 가격이 오르는 샤넬 백을 사고, 되팔아서 재테크를 한다고도 했다(누군가는‘ 샤테크’라 불렀다). 코코 샤넬이 살아 있었으면 세상의 모든 2.55백을 불태워 없애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이런 게 싫어서 칼 라거펠트가 계속 가격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