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덥더라도, 하나도 싫지 않다. 록 페스티벌은 더위가 머리 끝까지 차야 제맛이니까. 지산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일찍 만났다. 모두의 끝인사는 같았다. “지산에서 봐요.”

링구, 몬구, 샤드

링구, 몬구, 샤드

지산의 밤, 청춘의 밤 몽구스
4집 앨범을 낸 몽구스는 작정하고 유명해질 거라고 말했다. 군대도 다녀왔겠다, 어쨌든 홀가분한 마음과 넘치는 기운으로 몽구스는 실컷 뛰었다.

막 나온 새 앨범이 반응이 좋아요.
이번 앨범의 문구가 뒤돌아보지 않을 용기, 후회하지 않을 젊음이에요. 후회하지 않을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 이 정도면 된다는 생각을 뒤집고 뒤엎으면서 만들었어요. 4집이잖아요. 유명해지고 싶어서 작정하고 만들었어요. 평점이 지금까지보다 낮은 별 세 개 반인 걸 보니 성공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지누(히치하이커)가 프로듀서를 맡았죠.
우리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작업은 정말 즐거웠죠. 이전 앨범과 가장 많이 다른 점이 지누나 팝펑크 같은,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는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이 늘었다는 거예요. 또 마음가짐의 차이도 있죠. 군대도 다녀오고 회사도 옮겼으니 멋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우리 마음은 늘 열려 있어요.
100곡을 만들고 10곡만 실었다면서요? 그 과정이 치열했겠는데요?
우리는 앨범 작업하면서 많이 싸워요. 그래서 꼭 싸우기 전에 밥 먹어요. 밥 먹어야 기운 나서 잘 싸우니까. 또 싸우고 나서 밥 먹으면 밥맛도 없잖아요.
작년 지산은 어땠어요?
작년에는 몽구스가 아닌 다른 그룹으로 무대에 섰는데, 록 페스티벌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거 우리 자린데.’ 우리가 공연을 안 할 땐, 다른 사람의 공연을 보는 게 예전만큼 즐겁지 않아요. 그런 것도 있어요. 공연은 몇 시간을 해도 괜찮은데, 다른 팀 공연을 보면 허리 아파요.
지산의 밤은 무척 덥죠. 공연 끝나면 뭘 할지 생각해봤어요?
지산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나이키 BMX 존에 갈 거예요. 물론 공연 끝나고. 손가락 다치고 그럼 안 되니까. 그리고 예쁜 누나들이 술 마시자고 하면 술 마실 거예요. 아무튼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있을 거예요.
그런 몽구스에게 묻고 싶군요. 록 페스티벌의 준비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반바지, 선글라스, 통기타. 솔로인 마음… 이건 좀 아닌가?
이번 록 페스티벌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뭐죠?
앨범 내고 첫 페스티벌이라 재미있는 것 많이 하고 싶어요. 4년 만에 만나서 하다 보니 모든 게 다시 새롭게 느껴지죠. 록 페스티벌의 묘미 중 하나는 싱얼롱인데, 이번 앨범은 한 번만 들어도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어요. 굳이 꼽는다면, ‘서울의 밤, 청춘의 밤’.

 

정훈태, 김신의, 이인경, 공태우

정훈태, 김신의, 이인경, 공태우

여름을 흔드는 바람 몽니
몽니를 부린다는 말은 고집을 피운다는 뜻이지만, 공연에서 몽니를 부른다는 건 곧 계절의 서정과, 일상의 환영과, 세상을 걸으며 마주치는 온갖 마음을 듣는 일이다.
정말 이름처럼 고집스러워요?
‘몽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뜻과 상관없이 아주 귀엽고 예쁜 여자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좀 고집이 센 편이기도 했어요. 밴드 활동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죠. 앨범을 낼수록 느껴요. 몽니가 보컬의 음악이 아니라, 밴드 모두의 음악이라는 것을요. 멤버들이 쓴 곡으로 노래를 할 때도 다른 느낌을 받거든요. 이 친구들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의미가 있고, 그게 또 밴드라는 생각이 들어요.
록 페스티벌을 보는 것과 하는 것, 어느 쪽을 더 좋아해요?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하죠. 일단 록 페스티벌 하면 시원한 생맥주부터 생각나요. 예전에는 록 페스티벌은 그냥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 안에 패션도 있고 라이프스타일도 보이고. 그런 걸 보는 재미도 있죠. 이번에는 텐트를 치고 놀고 싶었는데, 벌써 모두 마감이더라고요.
팬들은 히트곡 위주의 세트 리스트를 원하고, 뮤지션은 가장 최근 음악을 연주하길 원하죠.
우리는 다 함께 즐기는 음악을 할 생각이에요. 기대하는 곡들을 들을 수 있을 거고, 또 가장 록 페스티벌에 맞는 방식으로 편곡하고, 액션도 선보일 거예요. 점프 같은 것? ‘웃장’ 까기 같은 거? 하하. 늘 지산 록 페스티벌이 열릴 때는 정말 더울 때거든요. 말도 안 되게 더워요. 그러니 뭔가 시각적으로도 시원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록 페스티벌의 특징은 내 팬만 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몽니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도 있겠죠. ‘언제까지 내 마음속에서’라는 곡으로 사로잡아야 하나? 연기자들이 연기에 몰입해서 감정이 살아 있는데, 저는 그 노래를 할 때마다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요. 또 그럴 때 전달이 잘 되더라고요.
실제의 기억을 늘 떠올려요?
가사는 대체로 제 경험이죠. 두세 시간이면 그냥 써요. 전 보기보다 세상 경험이 많아요. 좋아했던 여자 아이가 세상을 떠난 적도 있죠. 그 아이를 떠올리면서 만든 곡이 ‘소나기’예요.
몽니와 다른 록 그룹을 구별하는 ‘서정성’은 누구에게서 오는지 궁금했어요.
역시 보컬이 아닐까요? 하하. 결국은 모든 것이 경험이 아닐까 생각해요. 얼마 전에 들국화 트리뷰트 앨범에 참여해서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불렀거든요.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세상은 그렇게 이야기하지’라는 가사가 특별히 더 와 닿는 건, 그 가사에 실제의 삶이 묻어나기 때문이죠.
몽니의 여름은 록 페스티벌 외에 뭐가 있죠?
6월에 단독 공연이 있고, 사실 우리는 이미 다음 작업을 하고 있어요. 벌써 네 곡을 썼어요.

 

이기용, 이소영

이기용, 이소영

모험의 계절 허클베리 핀
피터팬처럼 응석을 부리지 않아도, 허클베리 핀은 시간의 노쇠함에서 자유롭다. 새 앨범을 앞에 둔 허클베리 핀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출발선에서 막 달리고 싶은 근육의 떨림마저 느껴졌다. 그들은 간단하게 말했다. 오랜 시간을 견디는 견고한 음악을 지었고, 지금 미칠 지경이라고.

홍대 록밴드 1세대로 불리죠. 모든 것을 지켜본 셈이에요.
1995년부터 음악을 했는데, 최근 10년 중에서 올해가 가장 흥미로운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 많은 밴드가 새 앨범을 낼 내죠. 무엇보다 에너제틱한 한 해가 될 것 같은데, 우리가 가장 높은 곳에 설 거예요.
새 앨범이 아주 대단할 거라는 소문을 들었어요.
오랜 시간 준비했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이 앨범을 능가하는 앨범이 나오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난 4집 앨범의 마스터링을 끝내고 이제 우리에게 없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어요. 모자란 부분을 채워서 더 강해지고 싶었죠. 그게 섹시함과 흥분이었어요.
어떤 부분은 힘을 주고, 어떤 부분은 덜었을 것 같은데요?
엄숙함을 버렸어요. 공연장이 숙연한 것에 싫증이 나요. 힘을 준 부분은 비트죠. 드럼을 제외한 나머지 소스를 걷어내도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지죠. 음악을 하면서, 뛰어난 밴드들이 1집과 2집 이후에 기가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게 정말 싫었어요. 우린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음악에 대한 헌신과 에너지가 제곱이 되고 있어요.
유독 앨범 작업이 길어졌다면서요?
녹음만 5개월. 우리보다 늦게 나왔다가 일찍 가는 밴드들, 여럿이었죠. 완성된 앨범을 한번 엎었어요. 사운드가 성에 안 찼어요. 가장 훌륭한 음반은 가장 오래 들을 수 있는 앨범인데, 여기 오면서도 새 앨범을 들었어요. 타이틀은 ‘빗소리’인데 록적이면서 싱얼롱을 유도하는 곡이죠. 우선 7월 2일에 상상마당에서 발매 공연을 해요.
12년간 함께해온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요.
가끔 사귀냐는 오해도 받는데, 밴드가 12년을 가기도 어렵지만, 연인이 12년을 가는 것도 어렵잖아요. 그런데 그걸 둘 다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우린 그냥 잘 맞아요.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마지막 무대가 있을 거 아녜요. 여전히 같이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5집이 안 되면 음악계를 떠날 건가요?
김작가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하긴 했죠. 나는 내 몸이 반응하지 않으면 후진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세포 하나하나에 반응이 와요. 그만큼 우린 지금 미칠 지경이에요.

 

손에 든 사진 순으로 광석, 나인, 이랑, 용린, 정아

손에 든 사진 순으로 광석, 나인, 이랑, 용린, 정아

밝아도 좋죠 디어 클라우드
흐린 날에도 구름의 뒷면은 늘 밝다. 디어 클라우드는 좀 더 밝아지기로 결심했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빛나는 순간을 주겠다고.

다음 주면 새 앨범이 나와요. 이름은 정했어요?
‘브라이트라이트’. 밝은 빛이에요. 그저께 마스터링 녹음을 마쳤고, 벤 폴즈의 공연을 봤죠. 어제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어요. 용마공원에서 회전목마 사이를 뛰어다녔죠. 사실 우린 술은 잘 못 마시는 밴드예요.
반전인가요? 갑자기 밝아진 이유는?
밝은 것도 잘한다는 것도 보여주려고? 하하. 그건 아니고. 사람이 슬프려면, 기쁠 때도 잘 알아야 한다는 글을 읽었어요. 상반된 감정을 가져가는 게 의외로 매우 잘 어울린다는 건, 이번에 안 거예요. 공연을 할 때나 연주를 할 때 우리 팬들은 늘 차분한데, 그 사람들의 마음을 좀 더 움직이고 싶었어요. 물론 우리는 여전히 진지하죠. 진지한 사람에게 가슴 벅찬 순간이 찾아온다면, 더 눈부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을 담았어요.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을 한다면, 어쩌면 지산에서 가장 조용한 공연이 될 수도 있겠어요.
우리 팬들은 가사를 다 아는데도 입만 움직여요. 싱얼롱을 안 해요. 팬들도 아주 진지해요. 그래도 이번엔 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리듬 아래 로우가 강해졌고, 처음으로 스트링 녹음을 했어요. 건반도 다양하게 썼죠. 타이틀곡 ‘널 위해서라고’는 록 페스티벌에 잘 어울릴 거예요. ‘슥’ 지나가는 부분에 힘을 ‘빡’ 넣었거든요. 비싸게 녹음한 명품 연주예요. 슬픈 곡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예요. 이 곡은 7분 동안 슬퍼요.
데뷔 후 5년째죠. 변하지 않은 건 무엇인가요?
우리는 여전히 밤 열두 시에 만나서 합주를 해요. 각자 일을 하다 밤에 만나서 3~5시간씩 연주해요. 앨범을 만들 때는 곡을 쓴 사람이 가사를 쓰고, 모든 곡의 저작권료는 똑같이 나눠요. 농담으로 ‘공산밴드’라고 해요. 그래서 팀 분위기가 항상 좋은 것 같아요. 하하. 다른 밴드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적극 추천하죠.
공연할 때 가장 긴장하는 사람은 누구죠?
보컬 나인. 누구 앞에서 노래를 해야 한다는 것에 항상 긴장을 하는데, 긴장해야 또 공연이 잘된다고 하죠. 지산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오래 기다려왔어요. 디어 클라우드의 이름으로 록 페스티벌에 나가는 건 처음이죠. 작년 지산에서는 케밥을 먹기 위해 40분을 기다렸고, 탐스 CEO를 봤고, 양동이에 술을 들고 다니면서 권하는 사람들을 피해 다녔어요.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은, 밝든 어둡든 위로의 노래죠. 요즘 위로하고 싶은 건 뭐죠?
등록금 투쟁하는 대학생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가수들도 위로가 필요할 것 같아요. 9월 초에는 단독 공연과 전국 클럽투어를 할 예정이고 10월에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 겨울에는 다시 단독 공연을 할 거예요. 지산에서는 우리가 가장 조용한 밴드일지 모르지만 GMF에서는요, 우리 공연에서 점프하고 슬램하고 그래요.
요즘도 공연할 때 발끝을 보던데요?
그래야 집중이 잘돼요. 섬세한 감정선을 유지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하긴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들을 위한 밴드죠.
저희도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