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덥더라도, 하나도 싫지 않다. 록 페스티벌은 더위가 머리 끝까지차야 제맛이니까. 지산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일찍 만났다. 모두의 끝인사는 같았다. “지산에서 봐요.”

이병훈 음악 감독, 진아, TJ

본격, 우쿨렐레 피크닉 우쿨렐레 피크닉
하와이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우쿨렐레 피크닉의 2집 개봉박두. 우쿨렐레 소리가 들리면 여름인 줄 아세요.

드디어 숙원하던 하와이에 다녀왔다면서요?
본고장의 페스티벌에 다녀왔죠. 세키구치 밴드의 세키구치 아저씨가 주최하시는 페스티벌 보러 갔다가 얼결에 노래까지 한 곡 했어요. ‘초여름 소리’를 불렀죠.
팀의 변화가 한눈에 보이는데요? 새 멤버가 들어왔군요!
프로젝트 그룹이니까, 멤버가 바뀌는 건 당연해요. 계피는 학업 때문에 한 곡만 참여했어요. 새로운 멤버인 IS의 진아는 야금과 보컬, 우쿨렐레, 퍼커션 그리고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죠. IS는 세 쌍둥이로 이루어진 그룹이잖아요.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해요. 얼굴 보고 뽑았다고.
록 페스티벌 속에서 우쿨렐레 피크닉을 열어야 할 텐데요.
록 페스티벌은 누가 더 관객들을 미치게 하느냐에 대한 싸움인데, 우리는 휴식을 주는 음악이죠. 볼륨이 크다고 감동이 큰 건 아니죠. 자연의 소리는 감동이 달라요.
6월에 새 앨범이 나와요. 우선 1집으로 우쿨렐레를 띄웠잖아요?
작년에는 소리를 알리고 싶었다면, 이제 우리의 음악을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리메이크 곡은 2곡만, 11곡을 새로 만들었어요. 우쿨렐레를 좋아해서 만났지만, 우리가 우쿨렐레만 하는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각자의 색깔이 들어 있어요.
우쿨렐레 대중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는데, 표창장이라도 받았나요?
정말 우쿨레레 한 대 팔릴 때마다 우리한테 커미션이라도 줘야 해요! 이번에는 가야금이랑 우쿨렐레를 함께 넣은 곡이 4곡인데, 소리가 정말 예뻐요. 믹싱을 할 때 EQ를 전혀 넣지 않았어요. 7월에 열리는 국제 우쿨렐레 페스티벌에서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해요. 세션까지 다섯 멤버가 하와이로 떠나요. 이 구성으로 지산까지 갈 거예요.
TJ는 작년 지산에서 최다출연 기록을 세웠죠. 무려 7번이었던가?
7번 공연하고 3일 내내 있었는데, 56시간 동안 만취상태였던 것 같아요. 아침에 눈 떠보니 장기하랑 풀밭에 누워 있더라고요. 댄스 경연 대회 나가서 1등도 하고 그랬다는데, 이 모든 일이 3일 만에 일어났죠. 이번에도 비틀즈 카피밴드‘ 타틀스’로 한번 더 공연해요.
우린 늘 여름에 만나네요.
그거예요. 우리 음악이 여름이면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해요.

김현호, 정중엽, 장기하, 이민기, 이종민

장기하와 참 잘생긴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의 얼굴들의 정규 앨범이 발표된 지난 6월 9일의 아침 풍경. 그들의 2집 활동은 <얼루어>의 촬영으로 시작되었다. 이제 보니 참 잘생긴 얼굴들이다. 스튜디오에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가 울려 퍼졌고, 문득문득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감독 장기하의 첫 뮤직비디오는 다른 밴드의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더군요!
뮤직비디오를 잘 만들고 싶어서 모니터링을 많이 했는데, 우리 음악에 맞는 느낌을 못 찾았어요. 그래서 경험은 없지만, 우리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만들었어요.
2집에서 꾀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죠?
혼자 작사, 작곡, 편곡을 맡아서 하던 것에서 밴드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아직도 최종 결정은 장기하가 많이 해요.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또 작곡가이기도 하니까.
미미시스터즈와의 합의 이혼 후, ‘얼굴들’이 더 잘 보이는 건 사실이죠.
더 밴드적인, 록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려고 했어요. 모든 악기가 선명하게 잘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베이스는 지금 뭘 하지? 하고 들어보면 아주 잘 들리게요. 그리고 그런 이상에 근접한 결과가 나왔어요. 김창완 밴드의 하세가와 요헤이가 객원 기타리스트 겸 공동 프로듀서예요.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라는 생각을 말씀드리면 이런 사운드, 이런 악기, 이런 기계를 쓰면 어떠냐는 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셨고 많은 도움이 되었죠.
밴드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겠죠?
그 답 중 하나가 녹음을 합주로 했다는 거예요. 합주를 몇 달 하고, 녹음은 단 3일 만에 끝났어요. 일반 녹음인지, 합주 녹음인지 사람들이 알아봐줄 거라고 생각해요. RATM의 노래를 들으면, 이건 정말 합주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음악이거든요. 다 같이 빨라졌다가 다시 맞춰지는 미묘한 차이와 힘. 그런 걸 담고 싶었고, 뭐랄까 더 신나요.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에 만족해요.
성공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고들 하죠. 장기하의 경우엔 어땠나요?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많이 알려져서 좋지만 또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는데, 그 모든 게 음악에 들어 있어요. 유명세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도 곡을 만들면서 이겨내려고 했어요. 작년 지산 공연에서 만취한 장기하를 봤다는 제보가 많았는데. 작년 첫 공연이 지산이었어요. 상반기를 통째로 쉬었거든요. 몸도 마음도 늘어진 기분이어서 54일간 금주라는 유례없는 극약처방을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술을 끊고 정신 차리는 기간을 둔거죠. 공연 자체는 실수가 없었어요. 문제는 그날이 다시 술을 마시는 날이었다는 거죠. 멤버들과 마시고, 다른 밴드와 마시고, 남의 텐트에 앉았다가 쫓겨나고. 코린 배일리 래 공연을 가장 기대했는데, 봤다고 할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이번 록페스티벌 공연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어떻게 셋 리스트를 짤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무대를 펼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어요. 밤 공연을 한번 해보고 싶긴 한데, 낮 공연의 매력이 있거든요‘. 러너스 하이’라는 거 있잖아요. 더위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공연으로 한마음이 될 때, 그건 우리와 관객분들이 함께 만드는 거죠. 작년 공연과 이번 공연은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2집이 록 페스티벌에 더 어울리는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제는, 포크록 밴드가 좀 아니에요. 그냥 록 밴드?
그나저나 ‘그렇고 그런 사이’는 어떤 사이인 거예요?
그건 그러니까, 이렇고 저런 게 섞인 그렇고 그런 사이죠. 다 알면서.

눈 크게 떠 델리스파이스
델리스파이스가 컴백한다. 그것도 지산에서. 새 앨범 준비가 한창인 델리스파이스를 만났다. 음반 작업에만 매진하고 싶어서, 사진은 다음에 찍겠다고 했다. 혼자 만나서 미안하지만, 혼자 만나서 내심 좋았다.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앨범은 얼마나 진행되었어요?
반 정도. 다 만들어놓은 것을 의도한 대로 작업하는 과정이에요. 사실 9월에 낼 앨범이라 우리가 의도한 기간은 더 길어요. 지금 우리가 고생하고 있는 건, 지산에 충실하려는 마음 때문이죠. 6월에 앨범 작업을 마치고, 7월 한 달 동안 지산 록 페스티벌을 준비할 거예요.
앨범이 나오는 시점은 언제예요?
앨범은 지산 공연하고 두 달 후쯤. 신곡은 한두 곡 정도만 할 거예요. 신곡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요. 신곡을 하면 경청을 하잖아요. 그럼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지죠. 새 앨범의 가제는 있어요‘. 오픈 유어 아이즈’.
눈 크게 뜨고 보라는? 혹 비주얼 록 그룹으로의 변신?
그건 이미 예전에 했고! 이제는 음악으로 승부해야죠. 하하. 우리는 아직 LP, CD세대라서 그런지 곡 수가 적으면 미안한 감이 있어요. 12곡은 넘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앨범에 곡이 너무 많아도 그래서 딱 열 곡으로 맞추기로 했죠.
너무 오랜만에 나온 앨범인데, 처음부터 오랜 휴식을 의도했나요?
쉬고 싶었던 건 본의였어요. 1997년 데뷔 후 쉰 적이 한 번도 없어서, 한번쯤 깊은 휴식기를 가지고 싶었죠. 그동안 음악도 멀리했고, 음악 하는 사람도 좀 멀리했어요. 윤준호는 자전거 열심히 타고 말이죠. 덕분에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처음 델리스파이스 만들던 생각이 많이 났어요. 둘이 얼굴 맞대고 집에서 콩닥콩닥 작은 녹음기 들고 음악 만들면서, 우리끼리 좋아하던 기억.
무엇보다 궁금한 건 새 앨범이죠. 과정은 순조롭나요?
우린 서로의 귀를 전적으로 신뢰해요. 원래 앨범 준비하고 그럴 때 예민해지고, 그게 알게 모르게 서운함으로 남기도 하는데, 요즘처럼 분위기가 좋았던 적이 없어요. 다만 작업에 영향 받는 게 싫어서 다른 사람들은 잘 안 만나요.
델리스파이스의 기본적인 기저는 외로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변해갈까요?
쉬는 동안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느꼈던 외로움이나, 멜랑콜리한 감정을 음악에 담아내는 것. 그게 우리 음악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느끼고 경험하지 않은 것들도 표현할 줄 아는 게 바로 연륜이라고 생각해요. 죽어봐서 죽는 연기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다양한 감정에 대한 우리의 표현력이 더 좋아졌어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나 키워드는 뭐죠?
이번 앨범에는 특히 여러 색깔이 있어요. 델리스파이스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있죠. 진정한 재출발이라고 생각해요.
록 페스티벌에서 좋아하는 장면도 있고, 싫어하는 장면도 있겠죠?
나는 늘 해 질 무렵이 좋아요(김민규). 전 관객석 뒤쪽에서 보이는 자유로운 풍경이 좋아요(윤준호). 해마다 록 페스티벌 문화가 바뀌는 것 같아요.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놀다 가더라고요. 싫어하는 장면은 무등 타는 여자. 설마 공연 내내 그러고 있진 않겠지?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무겁지 않냐고.
컴백 무대를 마친 후에는 뭘 할 거예요?
델리스파이스로 공연할 때는 민규는 늘 공연만 하고 바로 떠났었어요(윤준호), 이번엔 좀 놀 거예요(김민규).

이정길, 전규호, 하현우, 김기범

이 만화경 같은 세상 국카스텐
‘라이브의 황제’라는 질문에 다른 답을 했다면 지금 당장 이들의 공연을 봐야 할 차례.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진담처럼 농담하고, 농담처럼 진담을 했다.

다들 물어봐달라고 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샤우팅을 하죠?
목청도 크지만, 노래도 정말 많이 불렀어요. 고등학교 때는 노래만 불렀어요. 계속, 그냥 계속.
다들 노래만 부르고, 드럼, 베이스, 기타만 치신 거 맞죠?
다들 기타만 치고, 베이스만 치고, 노래만 불렀는데 드러머 정길인 아니었어요. 정길의 원래 꿈은 바텐더였던 게 분명해요. 강남역 엉클29라고 아시려나.
1집만으로 이렇게 성공한 밴드는 드물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어요?
우린 요즘 너무 세련되어져서 걱정이에요. 지렁이 같았는데 지금은 지네 정도로 발전했죠. 잃은 건 청춘이죠. 유명해졌다는데 툭하면 잘못 나와요. ‘국가스텐‘, ’한현우’ 막 이렇게 나온다니까요. 그래도, 우리 공연은 늘 매진이에요. 7월 악스홀 공연도 정말 빨리 매진되었어요. 고맙죠.
국카스텐은 파도 파도 숨겨놓은 게 제일 많을 것 같은 밴드죠. 도대체 2집은 언제 나와요?
음, 열심히 하겠습니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국카스텐 음악을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가장 직접적인 음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붉은 밤’이나 ‘꼬리’는 공들여서 만들었고, ‘거울은’ 좀 쉽게 만든 곡이에요. 정말 열심히 작정하고 만든 곡은 ‘붉은밤’과‘ 꼬리’예요. 하지만 가장 쉽게 만든 게 대중에게는 가장 잘 전달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실력을 안 늘리려고 노력해요. 가사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너무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가사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책을 읽는 것처럼, 가사집을 들고 한번 읽어보면 의미를 알 수 있어요. 왜 어렵다고 하는지, 난 정말 모르겠어요. 정말 어려운 시를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겠죠. 뭐 우리 멤버들도 안 읽겠지만.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록 정신이란 뭐라고 생각해요?
록 음악이라는 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활개치고 다니는 게 어울리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좀 그렇고 싶어요.
하현우는 라디오 진행도 하고 있죠.
<난장>이라는 프로그램에 ‘파자마 시간’이라고 해서, 트레이닝복 입고 질문하는 시간이 있어요. 하루는 백두산 형님이 나왔어요. 그런데 트레이닝복 입고 있으니 저를 개그맨으로 보신 거예요. 나중에 인사했더니 “국카스텐? 그래 잘 지냈어?”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너 로커가 어떻게 츄리닝을 입고 있어? 옷에‘ 찡’이 하나도 없잖아!” 사실 우린 거의 트레이닝복 차림이에요.
음악 활동과 함께 다른 걸 병행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성대를 잃어버리거나, 다리가 잘리거나 하면 글을 써보고 싶긴 한데, 그때까진 음악을 할 거예요,
또 거침없는 언변으로도 유명하죠.
인터뷰 중 그런 질문도 받아봤어요. “언제 첫경험을 해봤냐” 그래서 “우리가 부활보다 낫다”고 대답했죠.
다른 밴드와 가장 다른 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해요?
강원도에서 음악을 했잖아요. 음악 하는 사람도 없고, 산밖에 없으니까 우리끼리 음악만 한 거예요. 그게 세상에 나왔을 때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하현우) . 그냥 느끼는 대로 했어요(이정길). 그냥 지금 아이패드가 갖고 싶어요. 방법 없나(전규호). 내 손에 익숙한 게 먼저 나오거든요. 그걸 익숙하지 않게 바꾸면, 그게 국카스텐 음악에 더 맞아요. 어렵게 치려는 거랑은 다른 거죠(김기범).
멤버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은 누구죠?
처음 노래를 만들 때는 무조건 베이스로 시작해요. 요즘은 우리가 드럼 라인을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라이브 때 보면 실수를 제일 많이 하고요! 아무튼 우린 최고라서 만난 게 아니고, 최고가 되고 싶어서 만났어요. 원래 잘했던 사람은 전규호 형뿐이에요. 국카스텐의 무게추죠. 우린 백만 개의 풍선 같은 인생이라 놓으면 확 날아가는데, 형이 우리가 날아가지 않게 늘 꽉 잡아줘요. 절대 실수하지 않아요. 또 사운드 중에 기타가 가장 크거든요. 노래를 노래답게 만들죠.
바로잡고 싶은 오해도 있을 텐데요?
첫 번째, 나는 허세 마인드로 쓰지 않아요. 나는 솔직하고 순수하게, 스스로 많은 고통을 경험하면서 쓰고 있어요. 있어 보이기 위한 가사가 아니에요. 두 번째, 우리가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버르장머리가 너무 있어서 문제예요.
무대에서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뭐예요?
무대 위에서‘ Rock&Roll!’ 소리치는 것. 우리랑 진짜 안 울려요. 갈 길이 멀죠. 일단, ‘2집은 내고 죽자’라는 생각이에요. 아무튼, 지산에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