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의 시간을 견디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아쉽지 않은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영화도 보여주고
밥도 차려주는 착한 비행기가 아니던가. 후다닥 타고 내리기 바빴던 비행기에서 천천히 노는 법을 낱낱이 찾아봤다.

마스크팩, 혼자 붙일 것인가?
항공기의 불이 꺼져 있는 나이트 타임에 화장실에 가려다, 하얀 마스크팩을 붙인 여자의 얼굴을 보고 혼비백산했다는 이야기가 여전히 들린다. 마스크팩이 건조한 기내 뷰티 케어에서 빠지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지만 혼자서는 민망한 게 사실. 아시아나 항공에서 제공하는 ‘차밍 서비스’를 신청해보길.선 정되면 스튜어디스들이 마스크팩 서비스는 물론 네일 케어, 메이크업까지 제공한다. 운이 좋으면 모두 함께 마스크팩 한 장을 붙일 수도 있다. 다 함께 하면 창피한 게 아니다. 국제 기내서비스 대상인 ‘머큐리 상’을 수상한 바로 그 서비스.

결국 누가 먼저 차지하냐는 문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코노미 클래스라면 어느 자리에 앉느냐가 중요해진다. 짧은 비행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 받지 않는 창가 좌석이 좋지만, 장거리 비행이라면 통로 좌석이 여러모로 낫다. 특히 좌석의 한 블록이 시작되는 앞자리나 비상문 앞 좌석은 명당으로 유명하지만, 위급 시 기내승무원을 도와야 하기에 젊은 여자에게는 잘 안 주는 경우가 많다. 기종마다 좌석이 다 달라서 어떤 자리가 최고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땐 seatguru.com을 접속해보길. 날짜, 편명, 출발지와 도착지만 넣으면 비행기 투시도가 펼쳐진다. 초록색은 Good Seat, 빨간색은 절대 앉아선 안 될 Poor Seat. 좌석을 파악한 후에는 해당 항공사웹사이트에서 미리 좌석을 지정해두길. 적어도 카운터에서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27C라고요? 맙소사, 그 자리는 등받이도 안 내려가잖아요!”

Special Meal, First
기내에선 높은 고도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된다. 기내식이 부담스러워 샐러드나 요거트만 먹곤 한다면, 기내 특별 메뉴를 신청해보길. 저염식, 저열량식, 채식주의자 메뉴부터 과일 도시락, 유대인을 위한 종교식까지 항공사별로 다양한 특별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에어뉴질랜드는 20여 가지 특별식이가능한데,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사도 아시안 스타일과 유제품과 달걀을 포함한 락토 오보(Lacto Oveo), 비건(Vegan)이 나뉘어 있고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메뉴, 매운 아시아 스타일까지 있다. airlinemeals.com을 방문하면 여행자들이 직접 찍어 올린 기내식 사진들이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니, 직접 보고 고를 수도 있다. 여기에 더 좋은 것은, 일반 기내식보다 이와 같은 특별식 서빙이 먼저라는 것.

재워주세요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이집트산 면으로 만든 파자마나 구스다운 이불을 제공하는 일이 흔하다. 루프트한자 항공, 콴타스 항공, 싱가포르 항공 등에서 제공하는 파자마는 착륙 후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귀한 손님 편한 복장으로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가라는 의미인데,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이코노미 클래스라면 직접 챙겨 입을 수밖에. 긴 비행에서 수면은 매우 중요한데, 잠을 잘 자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예민해지고, 서비스 만족도 또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승객을 잘 재우기 위해 애를 쓴다. 아시아나에서는 ‘Time to Sleep’이라고 불리는 기내 숙면 음악 서비스와 음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셀러리, 부추, 브로콜리, 새송이 버섯 등을 재료로 만든 잠 잘 오는 음식과 제프리 톰슨이 작곡한 잠 잘 오는 음악 ‘Ambient Music For Sleep’을 들으며 좋은 꿈을 꾸길.

셰프, 함께 타요
스튜어디스들이 펴낸 책에서 이구동성으로 가장 큰 고충으로 꼽은 것이 ‘원하는 메뉴가 떨어졌다고 성내는 손님’이라는 걸 보면 비행기 안에서도 먹는 문제는 꽤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항공사의 히트 상품으로는 영양 쌈밥, 뽕잎 국수, 삼계탕, 녹차죽, 아구찜 등이 있다. 그러나 항공사의 최신 트렌드는 바로 셰프와 함께 하늘을 나는 것. 이미 만든 음식을 데우는 것일 뿐, 조리하지는 않는 기내식을 보완하기 위해 요즘 기내에 셰프가 탑승해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기내 셰프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얼마 후면 셰프가 기내에서 스시를 쥐어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미 몇몇 항공사에서 하고 있다.

A380은 누구?
‘2011년 6월 꿈의 비행이 시작됩니다. 대한한공 A380’. 최근 볼 수 있는 대한항공 광고카피다. A380은 에어버스에서 출시한 최신형 항공기. ‘코스모스위트’로 이름 붙은 퍼스트 클래스, ‘프레스티지 실리퍼’로 불리는 비즈니스 클래스와 등받이가 118도나 젖혀지는, 현존하는 최고의 이코노미 좌석을 가지고 있다. 모든 좌석에 충전용 USB포트를 탑재해서, 남미까지 날아가도 배터리 걱정 없이 아이팟과 아이패드 등을 돌릴 수 있다. 가격이 3천8백억에 달하는 이 비행기의 도입은 항공사의 자랑이자 자존심이 되었는데, 작년 대한항공이 인천~파리 추가 노선을 얻은 것도 이 A380 도입 덕분이었다. 올해 5대가 도입될 A380은 6월 홍콩 노선으로 시작해, 방콕, 뉴욕, LA, 파리 노선으로 확대될 예정. 한편 라이벌인 보잉사에서 내놓은 B787은 A380에 비해서 체격은 작지만 역시 최신 기종의 비행기로 ‘드림라이너’로 불리는데, 기체 50%이상을 탄소 복합 소재로 만들어 보다 환경 친화적이다.

기내 속 뷰티 파우치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과 퍼스트 클래스 승객 위주이긴 하지만, 비행기에서 증정하는 뷰티 파우치(Amenity Kit)는 꽤 쏠쏠하다. 아시아나 항공과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은 불가리 제품을, 싱가포르 항공은 향수와 립밤, 보디로션, 페이셜 미스트, 클렌징 타월이 들어 있는 페라가모의 ‘투스칸 소울’ 제품을 준다. 기내 불가리 파우치에는 립밤, 페이셜 로션, 보디로션, 핸드크림, 물티슈가 들어 있어 기내 뷰티 케어로서 충분하다. 록시땅, 비오템도 기내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다. 루프트한자 항공은 라프레리의 키트를 증정하고, 대한항공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몬다비 가문에서 소량 생산하는 브랜드 ‘다비’를 준다. 포도와 와인 성분에 녹차, 라즈베리를 넣어 만든 페이스크림, 아이 젤, 립밤이 들어 있다

동시상영 영화관
최신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추억의 명화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것도 좋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쇼를 보는 재미도 있다. 요리 솜씨보다 입담으로 더 유명한 셰프 앤서니 보뎅이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그 나라 음식을 체험하는 <노 레저베이션>은 교양 프로그램인데도 박진감이 넘친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책 <쿡스투어>를 냈다.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는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단편영화의 대중화와 단편 배급의 장을 표방하는 국내 유일의 국제경쟁 단편영화제로, 매년 선정된 작품을 기내에서 볼 수 있다.

진짜 비행기 주점
술 좀 한다면, 또 술 맛을 좀 안다면 비행기는 훌륭한 주점이다. 캐세이패시픽 항공은 고유의 창작 칵테일을 제공해 늘 한두 잔씩 먹게 된다. 에어뉴질랜드나 에어프랑스 등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의 국적기는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도 10종이 넘는 와인을 서빙한다. 최근 아시아나는 막걸리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대한한공은 퍼스트 클래스 승객에게 최고급 샴페인인 로랑 페리에를 따라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 높은 고도에서는 지상보다 훨씬 빨리 취하므로 만취는 금물.

일단 두 손은 가볍게
여행과 출장의 고수일수록 짐을 가볍게 한다. 포털에 뜨곤 하는 ‘연예인 공항 패션 사진’ 중 누구도 면세점 쇼핑백을 줄줄 달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게다가 여행 중 짐이 행방불명되는 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사고. 가능하다면 기내용 트렁크 사이즈로 짐을 챙기길. 두 손이 가벼워야 마음도 가볍다.

빌려주세요
꽂혀 있는 신문, 주간지 외에도 책, 카드, 바둑판 등을 빌릴 수 있다. 개인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 잡기 전에는 이런 대출 대여 시스템이 매우 중요했지만, 이제는 아는 사람만 빌리는 까닭에 책 상태는 매우 좋다. 주로 베스트셀러나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 도서를 가지고 있다.

내 귀의 귀마개
이착륙 시 귀가 찢어지는 고통을 자주 느끼는 편이라면 귀마개를 하나쯤 챙겨두길. 압력을 유지해줘 고통을 덜 수 있다. 항공기들은 항공법에 따라 응급 약부터 간단한 수술도구까지 갖추고 있다. 비행기에서 아이를 받았다, 간단한 수술을 했다는 의사의 증언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 비행기에 따라 기내에 중환자실이 있을 때도 있다. 일반 병원 중환자실을 옮겨놓은 듯한 기내환자수송실(PTC)이 그것이다. 안 아픈 게 제일이긴 하지만.

DJ, 음악을 들려줘요
아무리 좋은 영화와 쇼를 많이 상영하더라도 복병은 있다. 건조한 기내 때문에 연달아 영화를 보면 눈이 금세 피로해진다는 것. 그럴 땐 계속 인공눈물을 넣기보단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편이 낫다. 항공사의 음악 채널은 알고 보면 모두 전문가에게 의뢰해 세심하게 선곡한 프로그램이라 틀어놓으면 여행의BGM으로 훌륭하다. 이륙할 때 흘러나온 ‘Overjoyed’가 새삼 좋았던 것처럼.

PC방 세팅 완료
하늘 위에서 끊김 없이 콸콸콸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면? ‘비행기안인데 이제 대서양 지났어’라고 트윗을 올리거나 친구들과 카톡으로 채팅을 즐길 수 있다면? 기내 안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을 ‘플라이넷’이라고 부른다. 루프트한자 항공은 세계 최초로 무선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4만 피트 상공에서 통화뿐만 아니라 이메일 송수신, 인터넷 검색, 동영상 다운로드 등을 할 수있다. 모든 클래스에서 무선랜을 이용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지만 무료는 아니다. 1시간 10.95달러, 24시간 19.95달러. 마일리지로 지불할 수도 있다.

쇼핑, 쇼핑, 쇼핑
다양한 쇼핑 루트가 생기면서 예전보다는 매력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기내 면세점 쇼핑은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특히 부모님이 올 때 양주나 한 병 사와라, 하신다면 가장 쉽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기내다. 아저씨 단체 관광객이라도 마주친다면 술이 동나기 십상이라서, 출국행 비행기에서 주문하고 입국행 비행기에서 받을 수 있게 신청해두는 것도 좋다. 기내 면세점에서만 파는 뷰티 제품 묶음이나 트래블 세트를 공략하는 것도 좋다.

거대한 우체통
도통 할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여행지에서 구입한 예쁜 엽서에 편지를 써보길. 기념 삼아 구입한 엽서는 집에 가면 짐이 되어버린다.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간단하게 인사를 전하고 이 우편물을 스튜어디스에게 건네주면 대신 발송해준다. 엽서가 없다면 편지지를 달라고 요청하면, 항공사 로고가 들어있는 편지지와 봉투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