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쓰이고 버림받은 쓰레기에 예술적 생명력을 부여한‘리사이클 아트’는 현재 미술계에 유행하는 새로운 표현 방법이다. 재료의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현대인의 소비적인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 새로운 방식의 예술은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예술이 될 수 있고, 자원의 재활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리사이클 아티스트에도 두 부류가 있다. 쓰레기와 일상적 소비재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할 뿐 정작 환경의식은 흐릿한 부류와 예술 작품을 통해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류. 톰데이닝어(Tom Deininger)는 후자이다. 버려진 담배꽁초로 만들어진 예쁜 조개, 담배 필터로 창조된 토끼 형상, 병뚜껑과 플라스틱 용기 등 일상 소비재가 재료인 성조기, 그리고 인형과 장난감으로 가득한 모네의 정원 풍경 등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톰 데이닝어는 미국의 과도한 소비문화를 보여주고, 대중에게 환경문제를 환기시킨다. “예술가는 안테나이고, 커뮤니케이터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작업은 은유적이죠. 내 작품을 통해 대중이 환경문제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톰 데이닝어는 스스로 실천하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저는 스스로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들에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안건을 제시하고, 수많은 지역 환경 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어요. 가능한 한 지역 제품을 구입하고, 유기농 농장을 지키려고 노력하죠. 채식을 하고,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면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탑니다. 무엇보다 저는 내 아이들을 친환경적으로 교육시킵니다”라고 말할 정도. 그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2살 때부터였다. 어렸을 때 수영을 즐기던 강이 너무 오염되어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느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라고, 톰 데이닝어는 그날의 일을 회상한다. “휴가 때마다 서핑을 해요. 거기서 주차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바라보면서 쓰레기가 아니라 껍데기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의 물체를 저의 시각을 통해 변형시켜 받아들인 거죠.”

톰 데이닝어의 상상력이야말로 일상 소비재를 작품으로, 삶의 쓰레기를 예술로 만드는 근원이다. 그의 작품은 공익적 목적의 예술이라도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그는 그림과 회화, 사진, 조각 그리고 비디오 아트를 비롯한 영상 작업 등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저는 항상 새로운 작업 형태를 찾고 있어요. 이건 음악을 듣는 것과 비슷해요. 한동안 어떤 밴드의 음악에 빠져 듣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새로운 밴드의 음악을 듣고 즐기잖아요. 최근에는 비디오 아트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영상 작업을 실험해보고 있어요.” 2011년에는 톰 데이닝어가 어떤 기상천외한 형태의 예술을 선보일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