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재료로 매혹적인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를 흔히 ‘리사이클링 아티스트’라고 칭한다. 여기, 예술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표현한 리사이클링 아티스트 5인을 소개한다. 기존의 재료에서 벗어나 좀 더 특별한 것을 찾는 창작의 고뇌 속에 일상 소비재를 아름다운 작품으로 환생시킨 이들의 작품은 아름답고, 진지하며, 때로 유머러스하다.

조각가 지용호, 폐타이어에 제2의 생명을 불어넣다

“살아 있는 고무나무에서 추출한 고무액을 인공적으로 가공해 타이어로 재탄생되지만 제 역할을 다하고 무작정 폐기되는 수많은 타이어를 보면서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연민을 느꼈고, 새로운 생명을 주고 싶었습니다”
– 지용호의 작가 노트 중에서

폐타이어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 ‘뮤턴트’ 시리즈로 해외에서 주목받은 조각가 지용호는 쓰레기를 재활용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리사이클링 아티스트이다. 하지만 지용호는 자신이 친환경작가로 불리길 거부한다. 뮤턴트 시리즈가 대중에게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인간의 이기심을 경계하는 의지를 작품을 통해 표현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뮤턴트’ 시리즈를 창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용호는 “내가 사용하는 재료가 폐타이어일 뿐이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환경 메시지는 아니다. 하지만 작품은 일단 완성되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내 작품을 보는 대중이 환경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만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뮤턴트의 모습은 자연의 거대한 순리에 따라 탄생한 적자생존으로서의 뮤턴트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반역이라는 인간의 파괴적 행위에 의해 곧 사라지고 멸망해갈 슬픈 생명체의 모습에 다름 아닌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다만 그가 친환경작가라는 타이틀을 꺼리는 이유는 그의 예술세계가 친환경적인 의미에 갇혀버릴까 두려워서다.

“타이어로 만든 작품의 장점은 한번 보면 잊기 힘들다는 거다. 단점은 거기서 그친다는 거고. ‘타이어로 만들었네? 재활용한 건가?’라고 생각하고는 작품에서 쉽게 등을 돌린다.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제대로 감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용호는 뮤턴트의 몸을 공격적으로 형상화하지만, 뮤턴트의 눈만은 외롭고 슬프고 약하게 만들어낸다. “인간의 이기심을 통해 만들어진 변종은 인간보다 우월하지만 반면 외롭고 슬프다. 그래서 눈을 만들 때에는 아크릴 재료를 사용해서 영롱한 느낌을 강조했다.” 현재 그가 창조하고 있는 뮤턴트는 더 이상 변이된 동물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뮤턴트를 이미 150점 이상 만들었다. 동물에서 시작해서 사람까지 작업했으니 뮤턴트 시리즈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콘셉트의 작업도 시도하고 있다. 최근 2인전이나 공동 작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 중이다.” 지용호가 뮤턴트 이후에 선보일 작품은 어떤 것일까? 그것이 리사이클링 아트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그의 작품은 앞으로도 인간의 이기심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완성될 것 같다.

모자이크 아티스트 제이슨 머시어, 과소비를 비판하다

캠벨수프 캔과 바나나, 필름 등으로 형상화된 앤디 워홀, 컴퓨터의 부품을 조합해서 완성한 레이디 가가, 코즈메틱 제품으로 꾸며진 머라이어 캐리. 유명인의 포트레이트 작품을 창조하는 제이슨 머시어(JASON MERCIER)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아티스트다. 그는 작품의 재료로 인물이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을 이용한다. 초상 작품 안에 모델의 이미지뿐 아니라 그의 삶이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제이슨 머시어의 작품은 친환경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팝아트처럼 보이지는 않나? 이에 대해 제이슨 머시어는 “나는 항상 유명 인사의 문화를 관심 있게 지켜봐왔다. 유명인을 무조건 따르고 좋아하는 ‘셀러브리티 문화’가 미국 사회 저변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처럼 나 역시 죄책감을 느낀다.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감상은 각기 다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작품에 셀러브리티 문화, 낭비, 과잉소비, 쓰레기, 그리고 일회적인 소비가 만연한 문화에서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명백한 언급이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친환경의식을 갖는 데 예술가가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예술가들이 작업을 통해 좀 더 창의적이고 세련된 방식의 재활용의 예를 보여준다면,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가져오는 거니까. ‘1-800-GOT JUNK’ 같은, 친환경기업이나 기업과 함께하는 광고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리사이클링 아트를 시작하면서 제이슨 머시어는 쓰레기 부자가 되었다. “나는 예술작업을 하면서 쓰레기를 모아놓게 되었다. 냄비뚜껑, 플라스틱 부엌 도구, 칫솔, 젓가락 등을 작품에 재활용한다. 레이디 가가 작품에는 전기제품의 회로와 보드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것은 전자폐기물을 다시 사용한 좋은 예다”라고 덧붙였다. 제이슨 머시어는 작품으로 대중을 환기하는 동시에 스스로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는 환경애호가가 되었다.

골판지 아티스트 마크 랭건, 환경운동가가 되다

마크 랭건(Mark Langan)은 다양한 쓰레기 중 골판지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일명 ‘코러게이티드 아트(Corrugated Art)’를 선보이는 예술가다. 쓰다 버린 골판지에 예술혼을 불어넣는 마크 랭건은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환경 메시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Gold Coast Recycling‘’ Evergreen Fibres Inc‘.’ Carusa Hershman’ 등 친환경 기업과 환경 단체의 로고 작업에 다수 참여했다. 현재 에코아이템을 취급하는 여러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그는 예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경우다.

적극적으로 에코 캠페인을 펼치는 마크 랭건이지만 골판지 예술을 시작했던 처음부터 친환경 아티스트였던 것은 아니다. “환경의식 때문에 골판지 아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표현 수단의 하나로 골판지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저 골판지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작업을 계속하면서 재활용 정신도 생기게 됐다. 골판지 아트를 하면 할수록 나는 쓰레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현재는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그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생각하고 구입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었다.” 때로는 예술행위가 예술가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기도 하는 모양이다.

골판지 예술 작품을 거듭 만들어내면서 그는 친환경작가가 되었다 “예술은 소통의 수단, 그 이상이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일으키고,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예술을 통해 그린과 관련된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이것 좀 봐요. 얼마나 창의적인가요? 왜 이렇게 활용하지 못하나요?’라고. 골판지는 곳곳에 널려 있다.” 마크 랭건은 한국에 있는 독자들에게도 말을 건넸다. “<얼루어> 독자 여러분, 제 인터뷰를 읽는 동안 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작품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고, 당신의 삶에도 아주 작은 변화라도 생기길 바라요. 지구는 하루가 달리 작아지고 있어요.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지금 시작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