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의 <얼루어>에디터가 지난 한 달간 친환경적인 삶에 도전했다. 이 중에는 채식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장바구니
사용하기와 같이, 모두가 알고 있지만실천하지 못했던 방법도 있었고, 유기농 화장품 체험기, 하이브리드 차 시승기처럼
친환경적인 소비의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방법도 있었다. 한 달이 지났을 때 에디터들의 삶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어쩌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작은 용기도 얻었다. 에디터의 리얼 에코라이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리폼의 재발견

내 재봉틀은 옷장 뒤 구석자리에 몇 년을 그렇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태였다. 재봉틀과 함께 샐 수없이 많은 밤을 보내던 대학 시절이 끝남과 동시에 재봉틀을 멀리하기 시작했으니까. 심지어 리폼이라는 건 매일 재봉질을 하던 그 시절에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안 입는 옷은 옷장 깊은 곳에 두고, 그 중에서도 절대 입지 않을 거라 확신이 드는 옷은 과감히 버렸다.그 결과, 안 그래도 비좁은 옷장에 하릴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옷이 절반이다. 블라우스 하나 걸기도 버거운 이 사태를 도저히 참을 수 없던 어느 날, 비장한 각오로 옷장 앞에 앉았다. 옷을 하나하나 꺼내어 분류를 시작하는데, 언제 어디에서 샀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낯선 옷을 몇 벌이나 발견했다. 신기한 일이다. 어쨌든 입지 않는 옷을 찾아내 큰 봉투에 담았다(물론 상태는 멀쩡한 것들이 대부분이므로 헌 옷 수거함으로 넣을 예정). 그런데 그 봉투에 담지 못하고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옷도 몇 벌 나왔다. 지금은 절대 입을 용기가 안 나는 디자인이지만 소재는 최고인 실크원피스, 프린트는 예쁜데 입으면 목 부분이 뭔가 허전한 남자 티셔츠, 그리고 못 입게 된 밀리터리 점퍼의 보슬보슬한 방한용 안감 코트. 그래서 차마 버리지 못한 이 옷들을 리폼 해보기로 했다. 물론 여전히 삐뚤삐뚤한 재봉 실력 때문에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고쳐 만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며칠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실크 원피스는 길게 잘라서 스카프로, 목 부분이 허전한 남자 티셔츠는 목걸이 장식을 달고, 밀리터리 점퍼의 안감 코트는 보송보송한 재질을 활용해 노트북케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원피스를 스카프로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가위로 간격만 잘 맞춰 자르고, 자른 천의 끝만 올을 몇 개 풀어서 살짝 빈티지한 느낌을 주면 끝이다. 아무래도 좀 심심한 것 같아 바늘상자 안에 굴러다니는 방울 몇 개도 달았는데, 걸을 때마다 방울이 통통 튀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다음은 남자 티셔츠에 목걸이 장식 달기. 우선 티셔츠에 달 목걸이를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외국 잡지에서 본 이름 모를 브랜드의 부직포 목걸이를 참고로 부직포에 반짝이는 장식을 몇 개 달아서 캐주얼한 목걸이를 만든다. 그리고 이 목걸이를 티셔츠에 꿰매 달면 된다. 스커트에 이 티셔츠를 입으면 특별히 차려 입지 않아도, 뭔가 차려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 보송보송한 안감 코트로 노트북 케이스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천을 직사각형으로 잘 자르고, 뒤집어서 꿰매고, 지퍼를 달기만 하면 된다. 참고로 지퍼는 특별히 초록색으로 달았다. 그리고 아까 그 방울 장식을 여기에도 몇 개 붙였다. 이렇게 세 가지 옷을 수선하는 데 걸린 시간은 4시간 내외. 특별한 기술 없이, 요란한 장식 없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진짜 입고 쓸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 리폼이 뭔가 거창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건 내 고정관념이었던 거다. 그리고 오랜만에 뭔가 만드는 재미도 새로웠다. 이 재미가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당분간 내 재봉틀이 좀 바빠질 것 같다. 에디터 이윤주

육식주의자, 채식주의자 되다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사실 다이어트 때문이었다. 고기를 덜 먹으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덤으로 불쑥 올라오는 여드름도 줄겠지? 솔직히 시작은 이게 다였다. 평소 삼시 세 끼 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육식 사랑이 넘치는 내가 채식을 자청한 것이 기특했는지 편집장은 동기부여가 될 거라며 책 한 권을 건넸다. 마이클 폴란의 <잡식 동물의 딜레마>. 딱 봐도 골치 아픈 책이었다. 채식 도전 1주일 동안이 책은 책상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었다. 나는 오로지 고기만 안 먹기를 전제로 내세웠다. 생각보다 쉬웠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고기가 든 음식만 피하면 되는 거였다. 생선도 먹고, 유제품도 먹고, 야채도 먹고, 먹을 수 있는 건 많았다. 그런데 2주째 접어들자 조금만 피곤해도 고기를 안 먹어서 그런가, 피부가 푸석해도 또 고기를 안 먹어서 그런가, 괜한 핑곗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무심코 책상 위에 있던 <잡식 동물의 딜레마>를 집어 들었다. 뭐가 딜레마인 거지? 아무거나 다 먹어서? 정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유기농인지 아닌지, 수입산인지 국내산인지만 확인할 뿐 정작 그 재료가 하나의 음식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 문제는 내 몸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음식사슬(먹고 먹히는 자연의 먹이사슬처럼 음식에도 땅에서부터 사람의 식탁으로 이어지는 음식사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이 어떻게 회전해야 모두에게 이로운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하나만 쉽게 요약하자면 건강한 생태는 태양광선이 풀을 자라게 하고, 그 풀을 소가 먹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결국 그 풀 자체가 소고기 못지않은 영양분을 갖게 된다. 하지만 파괴된 생태계는 풀 자체도 건강하지 못하고, 소도 풀이 아닌 정체불명의 사료를 먹고, 항생물질을 많이 먹은 소를 다시 사람이 먹고, 결국 전체적인 순환은 파괴된다. 비인간적으로 사육되고 도축 당하는 동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 문제는 더 커지며 환경 파괴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진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너무도 창피했다. 이를 계기로 나의 채식 도전은 전면전을 맞았다. 살이 빠지거나 여드름이 덜 나길 기대하는 마음도 줄었고, 고기를 먹고 싶은데 억지로 참기보다는 별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번 에코 라이프 체험을 통해 느낀 점은 한국인의 대표 음식에는 기본 식재료로 고기가 많이 들어가고, 육수를 우려내 국물 맛을 내거나 소스나 양념을 만드는 경우도 너무 많더라는 것. 나도 모르게 육수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때도 있었지만, 마지막 주가 되자 고기 냄새가 살짝 역하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구역질은 썩은 고기나 배설물처럼 우리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에 대해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나도 모르게 육식에 대한경각심이 생긴 것이다. 물론 고작 한 달의 시간과 책 한 권이 나의 모든 생각을 바꿔놓을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 에코 라이프를 통해 육식의 폐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아마도 예전처럼 고기를 즐겨 먹진 않을 거라는 것이다. 아, 그리고 몸무게 2kg감량이라는 기대 이상의 소득도 얻었다. 에디터 박선영

세상에서 가장 손쉬운 에코 라이프

한 달간의 에코 라이프 체험을 앞두고 <얼루어> 편집부원 모두 울상을 지었지만, 나는 활짝 웃었다. ’일회용품 쓰지 않기’는 한 달 동안 젓가락과 텀블러를 가지고 다녀야 하니 얼마나 귀찮을까. 고기 먹지 않기? 생각만해도 허기가 질 정도로 나는 육식주의자다. 한 달 동안 자전거 타기? 오우, 마이 갓! 편집부 모두가 이토록 고생을 하는데, 나는 평소 쓰던 화장품을 유기농 화장품으로 바꾸기만 하면 에코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무엇보다 생활 습관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 ‘난 참 운이 좋아’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후배들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는 거였다. 민감성 피부의 후배는“유기농 화장품 사용했다가 피부 뒤집어지면 어떡해요”라고 말했고, 여드름 피부의 후배는“유기농 화장품이 피부에 안 맞는 사람이 꽤 많대요”라고 말했으며, 한 후배는 실제로 유기농 화장품을 사용하고 피부 트러블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미국의 유명한 뷰티 컨설턴트 폴라 비가운은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에서“천연 및 유기농 화장품 속 식물 추출물보다 일반 화장품 안에 있는 합성 성분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나? 부작용이 밝혀지지 않은 식물 추출물보다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 받은 화학 성분이 더 안전하다는 얘기다. 뷰티 지식이 부족한 나는 유기농 화장품이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졌으니 피부 자극이 없는 순한 성분으로만 이루어졌을 거라 믿었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약도 없을 텐데…. 하지만 나는 내 피부를 믿고, 유기농 화장품을 사용해보기로 결심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다양한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트러블을 일으킨 적이 없는 피부니까.

막상 유기농 화장품을 사용하려니 어떤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을 쓰는 것이 좋을지 헷갈렸다. 그때 뷰티 에디터가 추천한 것이 온뜨레의 제품이었다. ”지구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친자연주의 코즈메틱 브랜드도 유기농 화장품이 아닌 경우가 있으니 진짜 유기농 제품을 사용해야만 지구 환경에 도움이 돼”라고 말하며 온뜨레를 추천했던 것. 식물 추출물로 만들었다고 해서 다 유기농 화장품은 아니다. 유기농 화장품은 유기농 인증 기관의 인증 마크를 획득한 제품을 의미하는데, 재배 시 화학 처리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만 인증 마크가 주어진다. 또한 제품에 에코 인증 마크가 있다고 해도 다 유기농 제품은 아니다. 제품 성분에 에코 인증 마크가 있는지, 제품에 인증마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 화장품은 석유에서 추출한 미네랄오일이 함유되어 있고, 유통기한을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방부제를 첨가하며, 바를 때 기분 좋게 하는 색소나 인공 향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분은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데, 유기농 화장품에는 미네랄 오일 대신 식물성 오일을 함유되어 있으니 피부에 자극이 덜하고 건강한 피부를 갖게 된다. 온뜨레의 제품은 모두 유기농 인증 마크를 획득한 제품. 여러 가지 브랜드의 제품 중에서 나는 나뛰렐 도리앙(NaturelleD’orient)의 소프트닝 페이셜 로션와 데일리 크림, 그리고 소비오(SOBIO)의 알로에베라 아이 컨투어와 모이스춰라이징 젤을 선택했다.솔직히 걱정이 됐다. 노처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유•수분 밸런스. 그런데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만 가지고 악건성인 내 얼굴의 유분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제 와 고백하자면, ’일주일만 써보고 건조해지면 편집장에게 못하겠다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푸석푸석해진 내 얼굴을 보면 그녀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온뜨레의 유기농 화장품 풀세트를 사용한 지금 나는“유기농 화장품이 일반 화장품에 비해 유분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특히 나뛰렐 도리앙은 전 제품에 피부 재생 효과가 뛰어난 아르간 오일이 함유되어 있어 내 피부를 한층 건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뛰렐 도리앙의 소프트닝 페이셜 로션을 바르면 얼굴이 땅겼다. ‘아, 수분이 부족한가? 얼굴이 왜 이렇게 땅기지?’라고 생각하며 피부를 만졌는데, 이상하게 얼굴은 촉촉했다. 알고 보니 로션에 리프팅 효과가 강력한 성분이 들어 있어서 얼굴이 땅기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후배들의 걱정처럼 유기농 화장품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흔히 에코 라이프는 의미 있지만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유기농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내 생활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이토록 손쉬운 방법으로도 에코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에디터 박훈희

양손에 시장가방을!

결혼 후 늘어난 식구만큼 잦아진 마트 방문과 엄청난 양의 식재료를 들어 옮겨야 할 때는 남편 도움이 절실하다. 그래서 마트는 늘 남편과 함께 간다. 문제는 남편의 비닐봉투 사랑! 여기저기 쓸모가 많다면서 계산대에서 남편은 언제나 여분의 비닐봉투를 요구한다. “비닐봉투 필요하세요?”“네, 2장이오.” 그러곤 익숙하게 환경부담금 50원 혹은 100원을 내곤 한다. 이런 비환경적인 행동을 되돌아보게 한 이는 친정엄마. 평소 음식물 쓰레기며, 종이 한 장도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는 엄마와 오랜만에 함께 장을 보게 됐는데, 엄마는 비닐봉투를 돌려준 뒤, 부피만 차지하는 과자 상자는 내용물만 빼내고, 무게와 크기를 고려해 준비해간 시장가방에 알뜰하게 담았다. 그때부터 나의 시장가방 사랑이 시작됐다. 우선 마트에 가기 전에 집에 있는 모든 시장가방을 챙겼고, 장을 볼 때는 낱개 위주로 사서 마트에서 제공하는 공짜 비닐팩에 담았다. 이렇게 비닐팩에 담아 오면 위생적이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담을 때 재활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부피가 너무 클 때는 상자를 적극 활용하고, 과자는 박스를 아예 버리고 온다. 대용량 제품이 대부분인 코스트코에서는 처음부터 카트에 물건을 실었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시장가방을 애용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마트에서는 시장가방을 가져오면 50원, 100원씩을 돌려주던 환경보증금 환불 서비스를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 이는 다른 동네 마트도 마찬가지. 결국 시장가방을 깜빡하고 두고 간 날에는 공짜 비닐봉투에 모든 물건을 담고 양손 가득 제품을 안고 나올 수밖에! 약간의 불편함이 더해진 이후로 시장가방의 개수에 맞춰 식재료를 적당히 구입하고, 대형 마트를 찾는 횟수도 줄였다. 대신 동네 슈퍼의 배달 서비스를 애용한다. 먼저 장을 보고식재료를 종이상자에 담아두면 아파트로 배달해주는데, 종이상자를 하나만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비닐봉투의 사용도 줄고 불필요한 포장도 버리게 된다. 덕분에 주말마다 분리 배출하는 재활용품 양이 줄었고, 대형 마트를 배회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에디터 안소영

자전거 타고 출근하기

집에서 회사까지의 거리 6.2km. 그 중 양재천을 끼고 달리는 평지가3.3km. <얼루어>에 새롭게 합류한 첫 달이기도 하고, 편집부 내 유일한 남자라는 타이틀도 한 몫해서 야심 차게 기획안을 냈다. ’한 달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이왕 타기로 한 거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싱글기어 픽시 바이크로 도심을 폼 나게 내달리고 싶었다. 자전거 전문가도 그 정도의 거리면 싱글 기어로도 다닐 수 있겠노라며 남자의 로망을 자극했다. 원하고 바라던 파란색 자전거는 아니었지만 그린 캠페인에 어울리는 녹색의 리퍼블릭 바이크를 손에 넣으니 태어나 처음으로 출근길이 기다려졌다. 비라도 오면 어쩌나, 초등학생 시절 소풍 전날에도 하지 않았던 기도를 하고 잠들었다. 출근 첫날, 상쾌한 양재천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앞서 달리던 스판 유니폼을 입은 18단 자전거를 추월하며 승부욕도 불태웠다. 헬스 클럽을 처음 등록했을 때의 의욕 충만한마음으로 속도를 올렸다. 의욕만큼 올라갔던 속도는 두 번째 언덕에서 무너졌고, 걸어 다닐 땐 언덕으로 보이지도 않았던 세 번째 언덕을 넘으면서 후회가 밀려왔다. 등은 땀으로 젖기 시작했고, 피부를 보호하겠노라고 발랐던 자외선 차단제 때문에 얼굴이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관리되지 않아 파인 곳이 많은 자전거 도로와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로 인해 그나마 내달릴 수 있는 평지에서도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자전거용 벨이 없어 앞에 사람이 지나갈 때에도“잠시만요”라고 하면 비킬 생각은 안 하고 뒤돌아보는 바람에 결국 마지막 500m정도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출근을 했다. 총 소요시간이 40분. 버스로 출근할 때보다 10분이 덜 걸렸다. 이게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회사에 도착해서 흘린 땀을 식히는 데 20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이것마저 장점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상황이 돼버렸다. 어차피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나 하나 안 탄다고 버스의 운행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과연 이게 친환경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숨을 헐떡이며 내뱉는 이산화탄소가 환경에는 더 안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으로 일주일 정도 타니까 슬슬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살이 빠졌다. 저녁을 굶은 것도 아닌데 몸무게가 2kg빠졌다. 매일 꾸준히 땀으로 독소를 내보내서인지 얼굴 빛도 환해졌다. 처음엔 안 하던 운동을 한 탓에 온몸이 뻐근했는데, 이젠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가뿐해졌다. 일단 한번 달리면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이 되는 것도 자전거 출퇴근의 장점이다. 몸에 붙는 팬츠를 즐겨 입기에 다리에 근육이 붙는 건 그리 환영할 일은 아니지만, 이젠 언덕도 자전거로 오를 수 있을 정도의 힘도 생겼다. 무엇보다 버스 안에서 졸면서 보내던 50분이 자전거 위에서 도심 속의 바람을 만끽하는 40분으로 바뀐 게 좋았다. 여전히 나 혼자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전거를 타면서 절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게 되고, 이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것처럼 전에는 생각지도 않던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 그게 얼마만큼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서 협찬 받은 자전거를 반납할 때에 맞춰 자전거 한대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멋을 아는 남자의 로망, 탈 때는 힘든데 사람들이‘저 자전거 예쁘다’고 하면 페달이 절로 밟히는 픽시 바이크로. 에디터 황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