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는 달콤한 발라드를 부르지만 성시경은 분명히 시니컬한 나쁜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나쁜 남자 에피소드’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성시경은 나쁜 남자가 아니었다.

니트 카디건은 송지오 옴므(SongZioHomme). 팬츠는 재희신(JeheeSheen). 반뿔테 안경은 데렉램 by한독(Derek LambyHandok).

니트 카디건은 송지오 옴므(SongZioHomme). 팬츠는 재희신(JeheeSheen). 반뿔테 안경은 데렉램 by한독(Derek LambyHandok).

스튜디오에 들어선 성시경은“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죠?”라며 아는 척을 했다. 나는 성시경과 이미 두 번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첫 번째 만남은 그가 1집 냈을 때, 두 번째 만남은‘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로 인기의 절정을 구가하고 있을 때였다. 두 번의 만남을 통해 내가 성시경에게 신기하게 느꼈던 것은‘ 말의 스피드감’이었다. 질문을 끝내기가 무섭게 답을 내놓는 그는 역시 똑똑한 남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와 나눴던 얘기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너무 오래 적 일이다. 내 기억 속에 있는 것은 오히려 <무릎팍도사>에서 입바른 말을 하던 성시경이었다. ‘유승준의 입국을 허락해야 한다’는 얘기 때문에 그는 입대 전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나 역시 ‘어쩌면 저렇게 겁이 없을까‘ ’어쩌면 저렇게 자신만만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느끼남인 줄 알았더니 솔직하네’라고,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성시경에게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질문을 던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에게 묻고 싶었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발라드를 부르고 있지만, 사실 당신은 나쁜 남자가 아니냐고.

스스로도 성격이 시니컬하다고 생각하나요?
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다정한 성격과 냉소적인 성격이 공존해요.

여자에게 착한 남자인가요, 나쁜 남자인가요?
그건 여자에게 물어봐야죠.

스스로 생각하기엔 나쁜 남자에 가까워요?
누나가 있어서인지 저는 다정함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요. 나쁜 남자처럼 행동하지 못해요. ‘김치찌개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지 못해요.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죠. ‘커피 마셔. 여기 커피 맛있더라’라고 말 못해요. 그보다는 그녀가 ‘이거 좋다’라고 말할 때, 그걸 해주는 걸 좋아해요.

사랑고백은 직접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저는 고백은 잘 안 해요. 남자가 ‘우리 사귀자’고 하면, 여자가 ‘그래’, 그러고 나서 손 잡는 애들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게 웃긴 거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은 계약이 아니잖아요. 함께 있으면 마음이 떨리다가 손을 스쳤는데 어쩌다 잡아버렸고. 뭐 이렇게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날 만나주겠니?’라는 질문은 절대 못해요.

하지만 여자들은 애정을 표현하는 남자를 좋아해요.
물론 사귀는 도중에는 표현을 잘해요. 정말 잘해요. 이벤트도 잘하는 편이고요. 그런데 사귀기 전에는 못해요. 자신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라디오 방송은 잘하면서 TV출연할 때는 떨리는 것과 비슷하죠. 콘서트는 하나도 안 떨려요. 너무 행복해요. 관객이 모두 내 편이잖아요. 여자도 마찬가지예요. 내 여자가 되면 잘해주죠. 저는 여자 연예인 전화번호를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식사라도 한번 하실래요?’ 아,절대 못해요. ‘저 친구도 날 좋아하는구나’라는 확신이 없으면 한 발걸음도 못 다가가요.

바람 피워본 적 없어요?
없어요. 흔히 ‘어장관리’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어장이 없어요. 한 여자를 사귀면 그녀에게 올인하는 스타일이고요. 예전에 저희 라디오 작가가 ‘네가 이렇게 거지일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짝사랑을 해본 적은 있나요?
그럼요. 티를 못 내고 혼자서만 좋아하다 끝내죠. 최근에는 여자를 만날 기회조차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연애 얘기가 피부에 와 닿지 않네요. 저는 여자를 한번 만나면 오래 만나고, 헤어지면 만난 기간보다 더 오래 있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어요.

짝사랑의 대상이 되어본 적은 있나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짝사랑 얘기를 하니, ‘사랑질량보존의 법칙’이 생각나네요. 저는 커플의 애정도를 100%로 봤을 때, 어느 한쪽이 20%만 좋아해도 다른 한쪽은 그를 80%나 좋아해서 사랑이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비율이 50 : 50이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죠. 그래서 참 화가 났던 적도 있어요. 고등학교 때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제가 잘해줄수록 스스로 힘들어지는 거예요. 나는 잘해주는데 해준 만큼 못 받았으니까. 항상 그녀에게 아쉬운 마음이 있었던 거죠. 그러다가 헤어지게 됐어요. 그런데 이별한 후에야 그 친구가 저희 집 앞에서 기다리는 거예요. 너무 화가 났어요. 진작 잘해주지 싶었거든요. 그러다 다음 여자 친구가 생겼어요. 그런데 저는 그녀에게 잘해줄 수가 없는 거예요. 예전 여자 친구를 미처 못 잊었기 때문이었죠. 신기한 건 그때 그 친구가 저에게 목을 맸다는 사실이어요. ‘아,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갑자기 마음이 허탈해지는 거죠.

가수가 제대를 하면 보통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당신은 왜 음반 작업을 미루고 콘서트부터 시작했나요?
제가 게을러서요. 그리고 이제는 ‘언제까지는 음반을 내야겠다’고 계획하면서 기일에 맞춰 음반을 만들고 싶진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가슴에 가득 차서 밖으로 터져나올 때 음반을 내고 싶었어요. 회사엔 미안하죠. 제가 음반을 안 내니까 누군가는 저에게 ‘배부른 소리’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저 배 안 불러요. 군대 있는 2년 동안 2백만원밖에 못 벌었어요. 그래도 이번 앨범은 천천히 공들여서 내고 싶어요. 이번에는 자작곡을 많이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 돼서 앨범 작업이 더뎌지고 있어요. 자꾸 ‘나중에 하자’고 미루게 돼요.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모티프를 잡기도 힘들지만, 모티프를 잡았다 해도 디테일을 완성하는 게 쉽진 않아요.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고 있어요. 그러다 만든 곡이 <시크릿 가든> O.S.T로 쓰이게 된 거예요.

드라마 O.S.T작업은 재미있었나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드라마 음악을 만들 건가요?
재미있었어요. 즐겨 보던 드라마라서 작업하기가 수월했어요. 이미 정해진 스토리가 있으니까 거기에 맞추어 부르면 되잖아요. 저는 ‘너는 나
의 봄이다’를 제가 현빈이라고 생각하면서 불렀어요. 길라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