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갈 수 없다는 <짝패>의 드라마 촬영장으로 놀러 갔다. 몸이 얼어붙을 듯 추웠지만 처음으로 사극 연기를 선보이는 천정명, 한지혜, 이상윤은 기분 좋은 설렘과 열기로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촬영이 다음 날 동틀 때까지 이어졌지만, 세 사람의 얼굴은 대낮처럼 화창했다.




# 천정명


촬영장의 천정명은 별로 말이 없었다. 온통 여배우 틈에서 촬영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인지, 그는 자신의 순서를 기다릴 때도 ‘배우 천정명’이라고 새겨진 감독 의자에 앉아 대본을 읽거나, 대나무봉을 돌리는 등 무술 연습을 하면서 보냈다. 그는 민초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어서는 ‘민중 사극’을 표방한 것이 좋아서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 대규모 민란을 예고하고 있는 <짝패>에는 강도 높은 액션 장면이 따라올 예정이라 무술 연습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 무기로 칼을 쓸지, 봉을 쓸지 정해지지 않아서 둘 다 연습하고 있어요.”




# 한지혜


이날 촬영 분량이 가장 많았던 한지혜는 아침 일찍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촬영장에 꼬박 있었다. 신기한 건, 그럼에도 피곤한 기색이나 지친 기색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한지혜는 말끝마다 예쁘게 웃었고, 그때마다 촬영장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한복이 예쁘죠? 제가 출연자 중에서 옷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답니다.” 남자 배우의 얼굴에 하나하나 주름이 늘어가며 생기는 삶의 페이소스를 보는 것이나 시간에 따라 무르익어가는 여배우들의 분위기를 지켜보는 것은 관객으로서 참 즐거운 일이다. 예쁜 보조개와 눈웃음, 활달한 제스처와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무는 애교 있는 웃음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사랑스러운 여인은 이제 더 평화롭고 깊어졌다. 그녀가 사극 연기를 위해 배운 사군자를 그리고, 먹으로 글씨를 쓰고, 거의 NG도 내지 않고 매끄럽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얼마 전 결혼했다는 사실을 잠깐 잊어버렸다.




# 이상윤


낮에 촬영이 없던 이상윤은 어둠과 함께 왔다. 분장차에서 분장을 마치고 나온 그는 조선시대 저잣거리에 나가면 여인들이 뒤집어쓴 쓰개치마 틈으로 훔쳐보며 설레어했을 만한 모습이었다. 작년 봄, 이상윤과 인터뷰를 했을 때 그와 사극이 어울릴 것 같다고, 그것도 문인보다 무인이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바로 그가 시간을 뒤로 달린 듯한 그 모습으로 눈 앞에 선 것이다. “<짝패>는 제가 너무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