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껴왔던 렌즈가 어느 날부터인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난시 교정용 렌즈를 껴도 또렷이 보이지 않고 렌즈로 인한 부작용이 하나둘 늘어갔다. 그렇다고 안경을 다시 쓰고 싶지는 않고, 라식 혹은 라섹 수술을 이제 진짜 감행해야 하는 걸까?

지인들의 수술 후기
주변의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안을 둘러보는데 안경을 안 써도 선명하게 보이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오랫동안 모니터를 봐도 눈이 뻑뻑하지 않아서 좋아”, “선글라스를 살 때 도수를 맞추지 않아도 되니까 좋더라” 등 수술 후에 찾아온 편리함에 대해자랑을 늘어놨다. 좋은 얘기만 들려주니 안 좋은 점을 캐묻고 싶어졌다. “라섹은 엄청 아프다던데 괜찮아?” “눈안에 유리 조각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돼. 눈으로 느끼는 통증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거니까 통증이 훨씬 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야간에 빛이 번져 보인다는데 불편하진 않아?” “수술 후 몇 달 동안은 밤에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 가로등 불빛이 민들레 홀씨처럼 사방으로 퍼져 보이거든. 차츰 나아지다가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와.” 수술 후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라식 시술을 받은지 10년이 넘은 지인에게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지 물었다. “수술 직후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시력이 떨어진 적은 없어.” 이미 수술을 받은 지인들이 들려준 훈훈한 후기에 용기를 얻기는 했지만, ‘의사들은 다 안경을 쓰고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직접시력교정술을 경험한 의사들을 만나면 확신이 설 수 있을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안과의사의 수술 후기
류익희 원장은 2007년 8월에 라섹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기 2년 전에 아내가 먼저 라섹 수술을 했어요. 2년 정도 경과를 지켜봤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 수술을 결심했어요. 수술 전에 안경을 썼었는데, 환자들이 의사는 안경을 쓰면서 환자에게만 수술을 받으라고 하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어요. 수술을 받고 경험담을 들려주면 더 설득력이 있겠다 싶었죠.” 라섹의 무시무시한 통증은 사실일까?“라식은 통증이 거의 없지만 라섹은 수술 후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힘들어요. 눈이 화끈거리고 눈에 모래알이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져요. 무통라섹도 있지만 통증의 정도가 줄었을 뿐 통증은 다 있어요.” 라식과 라섹이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나는 걸까? “라식이 양파껍질을 한 꺼풀 벗기고 깎은 다음 다시 덮는 방식 이라면, 라섹은 표면의 일부를 깎는 것이라고 보면 되요. 라식은 미세한 칼날이나 레이저로 각막에 얇은 절편을 만들어 절편을 열고 레이저를 쏘는 반면, 라섹은 레이저로 각막의 상피세포만 엷게 벗겨내고 레이저를 접사해요. 수술 후 상처가 아물 때까지 2~3일 정도 치료용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요. 라섹은 상처 부위가 노출되기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회복이 더디며, 수술 후 각막의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각막혼탁이나 안구건조증이 올 위험이 있어요.” 렌즈에 긁힌 상처때문에 각막혼탁이 와서 한동안 시력이 떨어진 경험이 있던 터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몇 년 전부터 라섹 수술을 할 때 세포증식과 조직재생을 억제하는 약물인 마이토마이신을 희석해 점안하며 각막혼탁을 예방하고 있어요. 하지만 고도근시 환자가 라섹 수술을 받고 약물 처방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거나 자외선 차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각막혼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혼탁이 발생하면 근시와 난시가 생겨 시력이 저하되고 뿌옇게 보여요. 증상이 초기 단계라면 안약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하지만, 심하다면 태반의 가장 안쪽 층인 양막이식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죠.”

수술 후 시력이 떨어진다면 재수술을 받아야 할까? 수술이 불가능하다면 콘택트렌즈를 낄 수도 있을까? 평소에 렌즈를 주로 끼는 사람에게 평생 안경을 써야 하는 상황은 절망적이다. “수술 후 5년이 지난 환자 3%에게서 시력이 약간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어요. 하지만 수술 전 시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이 경우 안약으로 약물치료를 하거나 재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재수술은 각막 두께가 두껍고 첫 수술에서 각막을 깎아낸 정도가 적고 시력이 조금 떨어진 경우에만 가능해요. 재수술이 불가능하면 RGP렌즈를 착용하는데, 드림렌즈처럼 밤에만 착용하면 낮에는 렌즈를 착용하지 않아도 시력이 유지되는 렌즈예요.” 개선할 방법이 있다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라식과 라섹 수술을 받은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야간에 시야가 흐려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도 물었다. “야간에 불편한 것은 라식과 라섹이 동일해요. 한동안은 불빛이 사방으로 퍼져 보여요. 한 달 정도부터 안정이 되다 6개월 후에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와요. 환자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왔는데, 막상 제가 수술을 하니까 계속 이렇게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되더라고요. 눈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때까지는 야간에 운전을 할 때 약간 불편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수술 후 각막이 얇아져 눈 속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각막의 중앙 혹은 중앙 아래 부위가 불룩하게 앞쪽으로 튀어나오는 각막확장증이나, 수술 중 각막이 고르게 깎이지 않아 각막 표면이 뒤틀리는 현상이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라식과 라섹 수술은 수술 중 레이저의 열이 직접 가해지기 때문에 수술 후 안구건조증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데, 일정 기간 인공눈물을 사용하면 대부분 회복되요. 여자 환자의 경우는 수술 전에 장기간 렌즈를 착용해왔기 때문에 그로 인한 안구건조증이나 안구 내 염증, 세포손상 같은 질환을 이미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술 후 안구건조증이 많이 나타나고 치료 기간도 긴 편이에요.” 수술 후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는 야간 불 번짐 현상과 안구건조증, 행여나 일어날지 모를 시력저하와 각막혼탁, 그리고 각막확장증 같은 무시무시한 합병증까지,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합병증에 대한 정확한 자료와 치료법이 이미나와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됐다.

그렇다면 어떤 시술법을 택해야 할까? “수술 전에 유전자검사와 각막CD및 MRI촬영, 시신경 단층촬영 등 세밀한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맞는 수술법을 결정해요. 각막의 두께와 근시와 난시의 도수, 눈의 크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라식은 통증이 전혀 없고 라섹에 비해 회복 기간이 짧아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각막이 얇다면 라섹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8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여서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한 경우 안내렌즈삽입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안내렌즈삽입술은 눈을 째고 홍채의 앞 혹은 뒤에 특수콘택트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이에요. 각막을 깎아내거나 동공을 건드리지 않으므로 안구건조증은 없지만 녹내장, 백내장, 염증과 감염의 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에요. 라식은 수술 다음 날부터, 라섹은 3일 후부터는 일을 할 수 있고, 라식은 3~4일 후, 라섹은 일주일 후부터 모니터를 볼 수 있죠. 예전에는 라식 수술을 할 때 칼날을 이용해 각막절편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레이저를 사용해 정확도를 높여 부작용이 줄면서, 라식과 라섹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예요. 눈의 상태와 회복 기간, 통증에 대해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되지요. 라식은 수술 후 눈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 각막절편이 분리될 위험이 있어서 운동선수에게는 권하지 않아요. 라섹은 수술 후 6개월간 자외선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많다면 피하는 것이 좋아요.”

수술을 결정했다면

1 정확한 검사를 위해 수술 전 소프트렌즈는 최소 4일, 하드렌즈는 최소 2주간 착용하지 않아야 한다. 수술 전 과음이나 과로는 금물이다. 임신과 녹내장이 의심될 경우에는 미리 의사와 상의한다.

2 수술 후 관리는 수술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한데, 공통적으로 수술 후 1주일 동안은 눈을 세게 감거나 비비면 안 된다. 자는 동안 눈을 비빌 위험이 있어 자기 전에 플라스틱 안대를 착용한다. 라식은 3일간, 라섹은 2주간 착용한다. 세안과 샤워는 라식은 2일 후부터, 라섹은 4일 후부터 가능하다. 피부 화장은 라식은 2일 후부터, 라섹은 4일 후부터 가능하지만, 눈 화장은 라식은 1주 후, 라섹은 2주 후부터 가능하다. 라섹은 수술 후 6개월 간 외출 시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3 병원을 선택할 때는충분한 검사장비와 최신 수술 기계를 갖춘 곳인지, 수술기록을 공개하는 곳인지, 수술 전과 수술 후의 기록을 갖고 있는지, 국제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학술활동을 하는 병원인지, 레이저 장비에 대한 유지와 보수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아보고 결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