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을 갤러리로 만들 수 있을까? 한 세대의 예술을 손에 넣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인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사진집 한 권이면 그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 슬프고 아픈 날의 위로가 되어주고 삶을 빛나는 영감으로 채워주는 마법같은 책. 스무 명의 사람이 각별히 아끼는 사진 책을 향한 애정어린 추천사.

[Landscape] Various Artist
좋은 사진 전시를 보고 나면 꼭 도록을 사둔다. 웬만한 사진집 가격을 훌쩍 뛰어넘을 때도 있지만 전시에 대한 감동 때문에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신기하게도 그냥 사진집보다 더 애착이 간다. 에거에셔와 배병우의 전시, 국내외 작가들의 풍경사진을 전시한 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 이용석(올림푸스 한국 전략기획팀)

[Thomas Struth] 토머스 스투르스
지난해 말,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던 토머스 스투르스. 지금까지작업한 사진들을 모은 이 거대한 사진집에는 현대 사진의 거장, 토머스스투르스의 긴 세월과 숭고한 예술혼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의 작업도 실려 있어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 성은진(현대갤러리 홍보팀)

[The Polaroid Book] Various Artist
현대 카드 프리비아타셴팝업 스토어가 열렸을 때 구입한 사진집. 포토그래퍼 수백 명의 폴라로이드사진전을 2만 원 정도의 가격에 손 안으로 옮겨놓은 것 같아서 선뜻 구입했다. 누드나 패션 사진부터 일상적인 오브제까지 사진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구성했는데, 특히 폴라로이드 특유의 ‘찰나’가 담겨 있는 묘미가 있다. 폴라로이드를 만든 에드윈랜드(Edwin Land)의 사진도 실려 있다. – 손주리(피 알원 미디컴)

[Lillian Bassman] 릴리안 바스만
처음 이 책을 보는 순간 반해버린 아티스트.잡지의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아트 디렉터 알렉세이 브로도비치의 제자 중 한 명인 릴리안바스만의 사진집이다. 사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과 이해력, 감수성을 볼 수 있다. 미국 유학시절 몇 권을 구입했는데 후배들에게 빌려주고 결국 받지 못했다. 지금은 이 한 권만 남았다. – 안진호(포토그래퍼)

[Africa] 허브 리츠
사진을 전공할 때 가장 좋아하던 포토그래퍼가 윌리엄 클라인(WilliamKlein)과 허브리츠(HerbRitts)였다. 이들의 흑백 사진을 굉장히 좋아했다. 이유를 굳이 말로 표현하면 패션 사진이면서도 패션 사진 같지 않은 느낌때문에. – 정유선(<문학동네> 마케팅)

[Workers] 세바스티앙 살가두
전 세계의 가장 원시적인 수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가장 극적인 모습을 담은 세바스티앙 살가두(Sebastiao Salgado)의 사진집. ‘우리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연민으로 가득 찬 여느 다큐멘터리 기록과 달리 긍정적이고 담대한 시선이 엄청난 스케일과 힘으로 담겨 있다. 사진 속의 그들이 숭고한 삶의 지표를 가르쳐주는‘신’처럼 느껴지곤 한다. – 이호영(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마케팅팀)

[Runway] 래리 핑크
뷰티 에디터는 컬렉션에 가도 백스테이지에 있을 때가 많다. 뷰티 신은 주로 무대 뒤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런웨이라고 하면 무대 위의 한 순간만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안팎으로 대단한 활기와 소란함이 느껴진다. 래리핑크(LarryFink)의 런웨이 사진을 모은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모습 그대로다. – 정애경(<보그걸> 뷰티 에디터)

[카메라의 눈] 제임스 스탠필드
제임스 스탠필드(JamesStanfield)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간판 사진작가다. 이 책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행하는 사진집 중에서도 최고작품을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 지구란 행성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이 행성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라고 믿는 가치관이 그대로 느껴진다. 게다가 틈틈이 사진을 찍은 순간의 기록과 사진에 담긴 사건의 전후 사정을 적어놓아 사진을 보는 사람의 호기심도 채워준다. – 장성원(금융 컨설턴트)

[Sarah Moon] 사라문
독일 여행중에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사진인데도 굉장히 회화적이었다. 그땐 유명한 포토그래퍼인지몰랐고,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는데 서울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그녀가 그녀였다. 찾아가서 본 전시회의 사진은 또 다르게 다가왔다. – 이상환(광고 카피라이터)

[Immediate Family] 샐리 만
샐리 만(Sally Mann)은 미국의 순수사진작가다. 이 작품은 그녀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로‘직계 가족’이란 이름처럼 자신의 세 아이를 찍은 것이다. 아이들의 누드를 주제로 한까닭에 처음 발표했을 때 미국 내에서 꽤 논란이 되었다. 지금 MOMA를 비롯한 여러 현대미술관에 그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데,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종종 꺼내서 들여다본다. – 안형준(포토그래퍼)

[Laou Ailleurs] 박재성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고, 파리에서 활동하는 그의 사진에서는 어디에도 정주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이방인의 시각을 볼 수 있다. 작가를 만났을 때,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다시 사진을 시작하는 건 스스로를 굴 속에 빠뜨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은‘여기 또는 그 어딘가’라는 의미로, 속하지 않고 떠돌 수밖에 없는 사진가로서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최연하(<델피르와 친구들> 전시 큐레이터)

[Still Life] 어빙 펜
패션 포토그래퍼로 유명한 어빙펜이지만 나는 왠지 그의 정물작업에 애정이 간다. 는 1930년부터2000년까지 꾸준하게 이어진 정물 사진을 담은 책이다. 그는 이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는데, 어빙 펜이 패션상업작가에서 순수 작가로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음식, 담배 꽁초, 잡동사니까지 담겨있는데 모든 사진에 아름다움과 힘이 있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가치가 있다. – 권은영(북 디자이너)

[In High Fashion: The Conde Nast Years, 1923~1937]
에드워드 스타이컨(Edward Steichen)이야말로 미국에서 패션사진이라는 장르를 혁신적인 예술의 형태로 전환한 최초의 사진작가라고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사진집에서 <베니티 페어>와<보그> 수석 사진가 시절 그가 창조한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엄청난 노력과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극적이고 신비로운 조명, 모던한 구도와 포즈. 작품을 볼 때마다 그가 리처드 아베돈 같은 후배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느끼곤 한다. – 김미루(아티스트)

[Pictures] 팀 워커
솔직히 털어놓으면 이 책은 내 책이 아니다.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하는 친구의 책인데, 화보의 영감을 얻기 위해 빌렸다. 그리고 이 재기 발랄하고 유쾌한 포토그래퍼 팀 워커(Tim Walker)가 풀어놓은 환상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이 책은 여자 혼자 들기 버거울 만큼 크고 무거운데, 그 핑계를 대고 끝까지 돌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 윤가진(<얼루어> 뷰티 에디터)

[집시, 바람새, 바람꽃] 한금선
초보 컬렉터는 훌륭한 작품을 찾아내는 데 힘쓰지만,베테랑은 훌륭한 작가를 찾아내는 데 힘쓴다. 작품은작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통계로 봤을 때 한금선은 훌륭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 강철(<서울 포토> 디렉터)

[Juergen Teller] 유르겐 텔러
여행 중에 우연히 들른 중고 서점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에 구입한 패션 포토그래퍼 유르겐 텔러(JuergenTeller)의 책이다. 그때는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책인지 몰랐는데, 절판되어 해외에서도 상당히 희귀한 책이라고 했다. 패션 포토그래퍼로서 내가 추구하고 싶은 스타일과 감성이그대로 담겨 있다. – 김영준(포토그래퍼)

[On-Air] 김아타
김아타는 세계적인 순수 사진작가다. 나신의 모델을 유리 상자 안으로 집어넣고 찍은‘ 뮤지엄 프로젝트’나 마오쩌둥과 마릴린 먼로의 아이스조각을 녹여 돌에 이끼로 부활시킨‘온 에어 시리즈’…. 그의 사진 결과물, 그 모든 것이 물질적으로 치열한‘ 리얼’이라는 것이 놀랍다. 사진집 는 영원한 존재가‘ 사라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금도 에디션 넘버를 만들지 않는다. 한 점의 사진은 한 점의 회화처럼 세상에 오직 한 개만 존재한다. – 김지수(<보그 코리아> 피처 디렉터)

[Araki Gold] 아라키 노부요시
골목에 앉아 깨진 수박을 먹는 여자의 사진을 보고 난 정말 아라키 노부요시(ArakiNobuyoshi)가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고 이 사람의 사진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구입한 그의 사진집 이이것이다. 너무 마음에들었지만 고충은 있다. 강렬한 사진이미지 때문에 집에서도 숨기듯 꽂아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힘주어 말하지만 이건 예술 작품이다. – 최태형(다음커뮤니케이션 기획팀)

[Once]빔 벰더스
<바그다드 카페>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등빔 벤더스(WimWenders)의 영화는 영상이 주는스토리텔링이 압권이다. 그가 여행을 다니며 촬영한사진을 담은 책 에는 감독의 구조적인 앵글과영상 미학을 스틸로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Every Photois the First Frameofa Move.” 그의 말처럼이 사진들이 모두 영화의 단초가 되었을 것이다. 여행 중마주친 사물, 사람, 풍경 사진에‘ Once’라는 제목으로그가 직접 쓴 글도 함께 실려 있다. – 황진영(<얼루어 코리아> 편집장)

[Exhibit A] 기 부르댕
상업 사진과 패션 사진에 대해 별로관심이 없었지만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에서 본 기부르댕의 전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패션 사진의 새로운 재미와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방가르드적 사진 구조는 미장센을 갖춘 연극적 요소와 컨템퍼러리한 면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30~40년 전의사진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구자적인 모습. 그 감흥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사진집을 구입했다.내가 구입한 최초의 패션 사진집이다. – 한성필(비주얼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