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이라는 노화의 징후가 가장 처음 나타나는 곳은 눈가 피부이다. 그래서 이 민감하고 연약한 피부를 위한 크림을 선택할 때에는 더 꼼꼼해질 수밖에 없는데, <얼루어>의 뷰티 에디터 세 명이 라프레리의 신제품, 쎌룰라 아이 크림 플래티늄 레어를 3주간 테스트했다. 40만원이 넘는 이 크림, 어땠을까?

예민한 내 눈가에 캔디

고영양의 아이 크림을 눈가에 바르면 어김없이 비립종이 올라오는 탓에 솔직히 아이 크림과는 별로 친하지 않다. 초민감성 피부여서 비립종이건 뭐건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데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니까. 이런 불상사가 생겼을 때는 아이 크림사용을 중단하고 각질을 제거하는 토너를 사용하면 신기하게도 눈 밑은 다시 평평해진다. 그래서 이번 테스트도 솔직히 망설여졌다. 수분 크림 베이스의 아이 크림이라면야 걱정 없이 쓱쓱 바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성분으로 가득 찬 고가의 아이크림은 독이 될 수도 있는 내 피부를 원망하면서. 42만 8천 원. 비싸다. 고로 불안하다. 그래도 직업적 호기심 때문에 이 아이 크림에게 말을 걸었다. 사랑해줄 테니 잘 봐달라고. 쎌룰라 아이 크림 플래티늄래어는 마치 런던의 본햄스 경매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크리스털 작품, 혹은 라리크의 땅드르 키스나 베르사체의 브라이드 크리스탈 향수처럼 화장대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쎌룰라 플래티늄 크림과 마찬가지로) 뿌듯해지는 뭔가가 있다.

영롱한 보석 같은 자태를 잠시 감상하다가 뚜껑을 열었을 때, 은은한 꽃 향기가 흘러나왔고 이내 눈을 감았다. 그리고 희지 않은 탁한 컬러의 아이 크림에스패출러를 살짝 담그고 정성스럽게 내용물을 약간 떠냈다. C존 전체에 얇게 바르기로한 나의 선택은 옳았다. 눈가가 즉각적으로 팽팽해졌고 거울을 보니 전보다 환해진 C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크 서클 부위에 한 번 더 아주 얇게 바르자 칙칙한 눈가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왜일까? 펄 베이스의 반짝이 메이크업 베이스를 발라도 가릴 수 없고 떠 보이기만 했던 눈밑 칙칙함이 아이 크림으로 보정된다? 메이크업 성분의 베이스를 넣은 게 아닐까?’하는 걱정은 제품을 1/3통을 썼을 무렵 사라졌다. 눈가가 탱탱하고 환해진 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눈가가 아무리 탱탱해져도 풀을 바른 것만 하겠으며, 펄 하이라이트를 바른 것보다 더 환해질 수는 없지 않겠나.이유는 조금 더 복잡하다. 끈적이거나 번들거리지도 않고, 버섯주름같이 뻗어나가던 눈가의 미세한 주름이 3주 만에 옅어졌고, 눈가의 건조함이 완화되었음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에서도 이런 덤은 없다. 꽤 가치 있어 보이거나 잠자는 욕망을 깨우는 물건을 만나면 꼭 엉뚱한 상상력이 발동한다. 테스트를 하는 이 직업을 그만두더라도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충분한 양을 사용할까? 월급을 쪼개서라도 사야 할까? 답은 마음속에 있지만 여전히 평범한 샐러리맨에게는 무리다. 그래서 더욱 갖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텍스처&질감 ★★★★★
수분감 ★★★
탄력감 ★★★★
주름 개선도 ★★★
환해진 정도 ★★★★★
평점(별 5개 만점)
뷰티 에디터 강미선

문제성 눈가, 종착지를 찾다

무엇보다 해를 거듭할수록 도톰하게 자리 잡아가는 아이백이 문제였다. 혈액순환이 안 된 탓인지 아침만 되면 특히 심해지는 보기 싫은 이 타원형주머니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부과 시술도 고려해봤지만 민감한 눈가에 레이저가 닿는 것도 불안했다. 레이저로 인한 자극 때문에 눈가에 시퍼런 멍이 드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니까(실제로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거기에 웃을 때마다 생기는표정 주름까지 더해졌는데, 눈의 앞머리와 꼬리 부분에 집중적으로 생기는 자글자글한 세로 주름을 당해낼 아이 크림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서른 해를 훌쩍 넘긴 눈가 나이가 그대로 드러나게 될 위기였다. 하지만 최고의 손놀림을 자랑하는 에스테티션의 공들인 마사지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붙였던 고가의 아이 마스크도, 최첨단 기술력의 신제품 아이 크림도 나의 눈가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결국 ‘한번 망가진 피부는 되돌리기 힘든 것인가’라는 한탄만 남긴채 나의 초라한 눈가는 한없이 나이만 먹어갔다. 그러던 중 ‘화이트 캐비어 일루미네이팅 시스템’이라는 문구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피부가 조금 검고 칙칙한 편이어서 그런지 유독 ‘일루미네이팅’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는데, 눈가 피부를 환하게 밝혀준다는 뜻임을 눈치 챈 즉시 제품 사용에 돌입했다.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케이스를 연 순간, 이 제품이 왜 그토록 일루미네이팅을 강조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텍스처 안에들어 있는 반짝이는 펄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라프레리 특유의 다이아몬드 성분이 들어 있는 파우더인데, 빛 반사 효과 때문에 눈가를 즉각적으로 환해 보이도록 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화이트닝 효과까지 선사한다. 실제로 발라보니, 바른 즉시 눈가가 환해 보이는 느낌이 들긴 하더라.다이아몬드 파우더 덕분에 칙칙한 눈가가 금세 밝아질 것 같긴 하나,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었다. 어쨌든 야근한 다음 날 아침의 다크 서클로 컨실러를 덕지덕지 바르는 수고만큼은 당분간 줄일 수 있을것 같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사용감인데, 촉촉하고 쫀득한 질감이눈가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 10점 만점에 9점은 족히 줄 수 있을 수준이다.하지만 처음 며칠 동안은 사용감 덕분에 눈가 부위의 메이크업이 잘 먹는것 말고는 별다른 효과를 느낄 수 없었다. 급한 마음에 팔자 주름 부위에도 사용했는데, 이미 자리 잡은 팔자 주름이 하루아침에 매끈해질 리 없었다. ‘이미 상한 피부에는 정답이 없는 것인가’라는 또 한번의 한탄이 이어질 즈음, 자주 만나는 친구로부터 눈가가 팽팽해진 것 같다며, 무슨 시술이라도 했냐는 반가운 찬사를 듣게 되었다. 그날 컨디션이 좋아서 피부가 좋아 보였다고 흘려듣기에는 친구의 발언이 너무도 구체적이었다.

‘과연 나의 눈가 피부에도 빛을 보는 순간이 오는 것인가?’ 그 후부터는 더욱신이 나서 제품을 바를 때 눈가 전체에 커다란 원을 그리는 마사지를 겸하기 시작했고, 틈나는 대로 눈가를 지압했다. 그래서일까?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용한 지 3주가 지나고 난 후부터는 저녁때가 되어도 아침에 제품을 바른 직후처럼 눈가 피부가 환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또 아침에아이 크림을 발라도 오후만 되면 눈가가 건조하곤 했는데, 그 시간이 오후 2시에서 4시, 6시로 늦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눈가가 땅기는 느낌 때문에 미스트를 뿌리거나 화장한 위에 아이 크림을 덧바르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웃을 때마다 생기던 자글자글한 주름이 한층 완화된 느낌이었는데, 주름의 개수가 줄었다기보다 주름의 흔적이 약간 옅어졌다고 하는 쪽이 더 맞겠다. 가시적인 개선도는 거울 앞에서 눈가를 뚫어져라 비춰봐야 겨우 눈치 챌 정도로 미미하지만, 그동안 사용했던 아이 제품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만족도는 확실히 높은 편이다.

텍스처&질감 ★★★★★
수분감 ★★★★
탄력감 ★★★
주름 개선도 ★★★★
환해진 정도 ★★★★★
뷰티 에디터 윤가진

내 눈에 플래티늄 효과

라프레리 쎌룰라 아이 크림 플래티늄 래어. 몇 년 전 쎌룰라 플래티늄 크림이 출시되었을 때 몇 번의 사용만으로도 높은 만족감을 느껴, 10ml 샘플 통을 아직도 보관 중인 라프레리 플래티늄 라인에서 아이 크림을 선보였다(사실 에디터는 평생 다크 서클로 놀림을 받아온 터라, 아이 크림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물론, 플래티늄이라는 희귀하고 값비싼 보석을 화장품에 적용했으니 당연히 가격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라프레리의 VVIP 고객 중 한 명이 쎌룰라 플래티늄 크림을 바르고 비행기를 탔는데, 뉴욕까지 가는 14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건조함을 느끼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숙면을 취한 것처럼 피부가 건강해 보였다는 일화에 에디터는 또 한번 귀가 솔깃해졌다.

모든 스킨케어 제품이 그러하듯, 화장품은 꾸준히 정성껏 바를 때 그 효과가 배가 된다. 라프레리 쎌룰라 아이 크림은 아침저녁으로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발랐다. 고영양의 아이 크림을 너무 많이 바르면 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침 얼마 전에 속눈썹 연장술을 받아서 눈가피부가 극도로 건조하고 예민해져 있었다. 사막에서 수분 크림이 빛을 발하듯, 플래티늄의 핵심 성분인 소프트 포커스 다이아몬드 코어 파우더는 어둡고 처진 내 눈가 피부에 3일 만에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이 크림을 바르는 내내 컨실러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눈가의 피로한 기색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크림 안에 함유된 은은한 펄 입자가 다크 서클을 커버하는 줄 알았는데, 제품을 사용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밤에도 눈가 피부가 눈에 띄게 환해 보였다. 다크 서클 때문에 그간 자주 들었던 ‘피곤해 보인다’는 말도 덜 듣게 되었고, 컨실러 대신 눈가 피부에 조심스레 펴 바르던 파운데이션의 양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은 크림도 에센스도 아닌, 마치 휘핑 크림을 연상시키는 쫀득하면서 가벼운 질감이다.

특히 피부에 닿았을 때 시원하면서도 눈가 피부를 쫀쫀하게 잡아주는 느낌은 놀라웠다. 그래서일까? 속눈썹 연장술 이후 늘어난 미세한 잔주름이 사라졌다. 아이 크림 구입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던 엄마 덕분에 스무 살부터 웬만한 브랜드의 아이 크림은 다 써봤는데,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내는 제품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다크 서클부터 잔주름, 탄력, 눈가 부기까지! 멀티플레이어의 아이 크림으로 얼마 전까지 고민하던 다크 서클 시술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다만 아이크림 치고는 크림통이 묵직하고 큰 편이라, 남편이 페이스 크림으로 오해하고 무작정 얼굴에 바를까봐 걱정된다.

텍스처&질감 ★★★★★
수분감 ★★★★
탄력감 ★★★
주름 개선도 ★★★★
환해진 정도 ★★★★★
뷰티 에디터 안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