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있어 서울이 더 넓어졌다. 복잡한 강남을 벗어난 곳에 아틀리에를 마련한 디자이너들. 이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세계와 꼭 닮은 한적한 동네에 숨어서 각자의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쇼룸과 작업 공간 사이에 서 있는 SLWK의 두 디자이너 이현석과 이인우. 오후 네 시, 햇살이 만든 자연 조명이 그들의 아틀리에를 가득 채우는 시간이다.

쇼룸과 작업 공간 사이에 서 있는 SLWK의 두 디자이너 이현석과 이인우. 오후 네 시, 햇살이 만든 자연 조명이 그들의 아틀리에를 가득 채우는 시간이다.

 

SLWK

소공동 9개월 차
시간이 멈춰버린 좁다란 골목, 소공동 맞춤 양복점 거리. 독학으로 옷 만드는 법을 깨쳤다는 젊은 디자이너 이인우와 이현석의 SLWK도 이 골목 어딘가에 있다.
물론 그들도 이 골목의 법칙에 따라 디자인과 패턴, 재단과 재봉까지 직접 하는 전통적인 공방 제작 방식으로 옷을 만든다.

인테리어의 포인트 높은 천장과 오후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 이 공간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피규어와 독특하게 생긴 거울, 의자 같은 작은 소품들. 의자는 재료를 구해 서 직접 만들었다.

이 동네 서울에서 개발되지 않은 몇 안 되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동네의 작업 방식이 좋다. 천천히 걷는 것처럼 옷을 만드는 분들에게 많이 배운다.

강남에는 없는 이 동네만의 분위기 부수고 다시 짓지않고, 그대로 둔 오래된 벽돌 건물들. 그 건물들에서 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이 골목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조차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동네에서만 할 수 있는 일 차도 잘 다니지 않는 밤에 한국은행 앞길을 걸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탐나는 다른 동네 소공동을 떠날 생각은 없다. 우리가 작업하는 데에 이만한 곳은 없으니까. 하지만 재미있는 건물이 많은 북창동도 흥미롭긴 하다. 뭔지 모르게 단단하고 견고해 보이는 건물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탐나는 다른 동네 소공동을 떠날 생각은 없다. 우리가 작업하는 데에 이만한 곳은 없으니까. 하지만 재미있는 건물이 많은 북창동도 흥미롭긴 하다. 뭔지 모르게 단단 하고 견고해 보이는 건물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디자이너 김기량이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바깥쪽이 쇼룸, 안쪽이 작업실이다. 별다를 건 없다. 안이건 밖이건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 간결한 공간이다.

디자이너 김기량이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바깥쪽이 쇼룸, 안쪽이 작업실이다. 별다를 건 없다. 안이건 밖이건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 간결한 공간이다.

 

SHOJI AMI

이화동 2년 차
쇼지아미의 디자이너 김기량은 모노톤의 말갛고, 세련된 옷을 만든다. 일부러 멋 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그녀의 옷은 단순해서 더 아름답다. 한쪽 공간이 텅 비어 있는 그녀의 하얀 아틀리에에 갔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인테리어의 포인트 여백. 이곳을 온통 옷으로 꽉 채워두고 싶지는 않았다. 한쪽 공간은 완전히 비우고, 책상 하나만 뒀다. 작업실과 쇼룸 사이의 벽은 아무렇게나 부숴서 두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이 동네 조용하게 작업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다. 그래서 이 아틀리에도 매장이라기보다 작업실이라는 게 더 맞다. 디스플레이를어떻게 하면 좋을지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냥 마음대로 꾸몄다. 그런데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즐겁다.

강남에는 없는 이 동네만의 분위기 강남과 비교했을 때 이곳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업적이지 않다는 것. 물론 상업적인 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강남은 너무 상업적인 부분만 강요하는 것 같다.

이 동네에서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요즘은 너무 추워서 못하고 있지만 한동안 자전거를 타고 동대문까지 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낙산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탐나는 다른 동네 이곳과 비슷한 분위기의 조용한 동네가 좋다. 부암동이나 성북동 같은.

 

부암동 언덕을 넘어 찾아간 임선옥의 아틀리에. 작업실 벽을 가득 채우는 독특한 소품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또 신기하게 어울린다.

부암동 언덕을 넘어 찾아간 임선옥의 아틀리에. 작업실 벽을 가득 채우는 독특한 소품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또 신기하게 어울린다.

 

IM SEONOC

부암동 2년 6개월 차
임선옥은 예술적인 감성을 타고난 디자이너다. 언젠가 장례식을 성대하고 유쾌한 이벤트로 해석한 임선옥의 전시를 본 적이 있는데, 참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부암동에서 그녀는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조용히 옷을 만든다. 그래서 그곳에서 만든 그녀의 옷에는 그녀만의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테리어의 포인트 전시나 컬렉션에서 썼던 독특한 소품을 아틀리에 곳곳에 뒀다. 지금 천장에 걸려 있는 석고 슈즈도 전시에 썼던 것이다. 그런데 수시로 바뀐다. 지금 이 상태도 얼마 전에 바꾼 것이고,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

이 동네 여기로 이사 오기 전부터 가끔 부암동 언덕을 오르곤 했는데, 그때 이런 곳에 아틀리에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강남에는 없는 이 동네만의 분위기 가로수길에 있을 때는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드나들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사람들의 의견을 듣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정체성의 혼란이 오더라. 이 조용한 동네에서는 진짜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일이 더 좋아졌다.

이 동네에서만 할 수 있는 일 청운동과 삼청동까지 쉬엄쉬엄 걸어 내려가서, 그곳에 있는 갤러리들을 돌아보는 것.

탐나는 다른 동네 한동안 지금 꼼 데 가르송 매장이 생긴 한남동 길 근처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곳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을 보니 안 가길 잘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