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며 재테크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보험을 거부한 여자의 터닝 포인트! 지금까지 즐겁게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즐겁게 살기 위해, 보험 한 개도 안 든 여자가 생애 첫 보험을 찾아 나섰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월급의 반은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인생을 즐기라고. 그러나 나는 받은 월급을 족족 쓰는 것으로 당신의 딸이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여자임을 증명해버렸다. 그런 내게도 원칙은 있어서, 절대 빚은 지지 않았고, 돈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서 쓰다 남은 돈이 모여 꽤 목돈이 되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한번씩 어머니에게 거금을 쾌척했다. 나중에 시집갈 때 뽑아갈 기둥뿌리에 보태라고 깔깔대면서. 그런‘ 경험적 소비’가 내게 해로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개미가 돈을 모으느라 하지 못한 것을 누렸고, 눈부신 여름을 몸소 즐긴 베짱이가 나중에 배는 고프더라도 정신적으로 더 풍요로울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모으는 대신 적극적으로 소비한 덕분에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한 꽤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체득한 많은 것이 다시 나의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Greedis Right. Greed Works. Greed Clarifies, Cuts Through, And Captures The Essence of The Evolutionary Spirit!”라고 외쳤던 영화 <월스트리트(TheWallstreet)>의 게코처럼 나는 자신 있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소비는 옳다! 이 선동적 문구가 잡지 에디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알고 있었다. 신나게 소비하는 20대를 보냈다면 눈앞에 닥친 30대에는 보다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고, 지금까지 즐겁게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즐겁게 쓰면서 살기 위해서 최소한의 안정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험을 들고, 미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단 두 개의 보험은 부모님이 들어준 운전자보험과 직장 건강보험 뿐이었다. 그 희귀하다는 보험 한 개도 안 든 여자가 바로 나였다. 만30세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 드디어 보험을 들겠노라고 결심했다.

보험 초급 과정 : 내 몸은 소중하니까
‘보험’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바로 의료보험이다. 내 한 몸을 지키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정망. 나역시 보험을 들기로 마음먹은 순간 가장 먼저 의료보험을 떠올렸다. 암은 대표적인 성인병이다. 즉, 중년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이다. 하지만20대와 30대의 암이 마치 도시괴담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스트레스 많은 현대 여자들은 병을 달고 살았고, 알고 보니 자궁에 물혹과 근종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왔다. 거기다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보니 스키장에서 인대가 끊어졌다거나, 술 마시고 집에 가다 넘어져서 팔을 삐었다는 영웅담도 속출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생명에 지장은 없어도 인생은 사건과 사고의 연속. 언제든지 사람은 아플 수 있고 다칠 수 있다. 그리고 질병은 곧 돈을 의미한다. 때문에 보험을 한 개도 안 든 여자 외에 보험을 딱 한 개만 들었다는 사람들은 의료실비보험일 때가 많다. 나는 보험설계사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죽은 다음에 받는 위로금은 필요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살아 숨 쉬는 동안 의료비로 고생하지 않는 거예요. 죽은 다음에 10억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의료실비보험이 필요해요. 그리고 암도 무서워요.”

사실 지금까지 보험을 시도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동창, 누군가의 친척이라는 말에 이끌려 보험설계사를 만나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회사 로비 어딘가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간 며칠 뒤, 내 코앞에 야심차게 내미는 보험 설계의 금액은 나를 질리게 했다. 이건 이래서 필요하고, 요건 이래서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내가 받은 금액은 20만~60만원 사이를 오갔다. 보험에 이렇게 많은 돈을 넣으면 소소하나마 붓고 있는 적금은 어떻게 하고, 택시는 어떻게 타고, 맛있은 음식과 따뜻한 코트와 예쁜 슈즈는 어떻게 하라는 건가. 보험설계사들은 늘 당장 사인하기를 원했고, 나는 어머니와 상의해보고 정하겠다고 했다. 그럼 그들은 지금 당장 어머니와 통화하게 해달라고 하고, 나는 어머니가 지금 통화 불능 상태라고 한다. 이건 늘 일어나는 실랑이였기에 나는 다시 보험 설계사에게 덧붙였다. “보험료로 한 달에 10만원 이상을 낼 수는 없어요. 이 점 꼭 기억해주세요.”

몇 번 설계서가 오가면서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 알게 되었다. 우선 내게는 암이나 당뇨, 고혈압과 관련한 가족력이 전혀 없었다(할아버지, 할머니 감사합니다!). 그 말은 암보험을 들되, 이른 나이부터 모든 암을 강력하게 보장해주는 암보험을 들 필요성이 적다는 걸 의미했다. 또 만 29세라는 나이는 암보험을 들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기에 한 달에 5만~10만원 선이면 꽤 보장이 많은 암보험을 들 수 있었다. 보험설계사에게 부탁하면 여기에 의료실비보험(실손 의료보험)을 추가할 수 있는데 보통 1만~2만원만 넣으면 충분하다. 역시 젊은 나이기 때문에 만기환급형 보다는 순수 보장형, 즉 매달 일정한 금액이 보험료로 빠져나가고 소멸되는 것이 낫다. 이것으로 지금까지 해드린 것도 없는 엄마 아빠한테 짐은 되지 않게 되었다.

Editor’s tip
의료실비보험과 암보험은 약관을 잘 살펴서 중복되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항목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의료실비보험은 적은 금액으로 보험사고가 보장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최소보험료를 초과해 저축형 보험 상태로 되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암보험과 의료실비보험 모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드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 30세를 한 달 앞둔 만 29세는, 보험사에서 30세로 친다. 나이를 반올림할 줄이야. 보장성 보험은 한살이라도 어릴 때 들어야 보험료가 낮아지는데, 나의 20대 특수는 이미 지나간 후였다.

보험 중급 과정 : 내 돈은 소중하니까
보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 관련 보험을 들고 나니 곧 다가올 연말정산에 관심이 갔다. 연말정산을 벌써 몇 해째 하고 있건만, 연금이나 저축에 관해서는 늘 공란으로 남겨두는 게 조금 찝찝하긴 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맘때면 전문가들은 맞춘 듯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연말 소득공제를 잘 받는 노하우는 연금저축보험처럼 절세 효과가 있는 금융상품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절세 효과가 있는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을 일명‘세테크’라고 부른다. 세금으로 내는 돈으로 차라리 종잣돈을 만들거나 노후를 보장받는 게 낫다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한다. 10년간 매월 25만원씩 내면 65세부터 월 228만원을 예상 수령할 수 있다는 광고 문구는 꽤 솔깃하다. 연말정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으로는 보장성 보험과 연금저축보험이 있다. 이 중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은 전 금융기관에서 가입한 연금저축 상품을 합해 분기별 3백만원 이내에 납부할 수 있는데, 소득공제 효과가 매우 큰 편이라 소득공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꼭 챙겨야 할 보험이다. 한도 3백만원만 지킨다면 불입한 돈을 100% 소득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내년부터 소득공제 한도가 4백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이미 가입했더라도 불입한 금액의 합이 3백만원이 안 될 경우, 부족한 만큼 납입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금액은 꽤 짭짤한데, 예를 들어 연소득이 1천2백만원〜4천6백만원인 사람은 49만5천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보장성 보험은 종신보험, 자동차보험, 의료실비보험 등 만기 후 받는 금액이 납입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보험을 말하는데 이런 보장성 보험은 보험료에서 연 1백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소득이 1천2백만원〜4천6백만원인 사람이 보장성 보험에 1백만원을 넣었다면 16만5천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세테크’가 목적이라면 최대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최소의 납입금이 얼만지 계산해봐야 한다. 이와 같은 연금저축보험은 굳이 보험사를 찾아가지 않고 자주 찾는 은행에만 가도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고, 가입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인터넷뱅킹용 보안카드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핑계로 찾아가서 슬쩍슬쩍 필요한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답해준다.

Editor’s tip
연금저축보험은 직장인이 되면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MUST HAVE 보험이다. 연간 3백만원 범위 내에서 소득공제를 전액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나만 빼고 모두가 하고 있었던 보험이다.

보험 고급 과정 : 내 미래는 소중하니까
“재테크 안 해?” “응” “보험 안 들어?” “응” 도대체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고 물어오면 이렇게 답하곤 했다. “돈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이 시키는 걸로 할 거야. 설마 나보단 잘 알지 않겠어?”그러나 당장 결혼 계획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앞으로의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래서 보다 적극적인 재테크로서의 보험을 찾기 시작했다.

보험을 들 때 알아두어야 할 기본 수칙이 있다. 보험사별로 5대 수칙을 세우기도 하고, 9대 수칙을 세우기도 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아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 것. 보험 상품이라는 게 지인의 소개가 잦다 보니 꼼꼼하게 비교하지 않고 권해주는 대로, 즉 자신의 필요보다 설계사 또는 보험사에게 유리한 상품을 가입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둘째, 보험의 특성상 빨리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 저축성 보험의 경우 복리가 적용되어 이자에 이자가 붙어 목돈 마련이 빨라지기 때문이고, 보장성 보험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많은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월 보험료의 총액은 월급의 10% 이내일 것. 그 이상이어도 현명한 재테크가 아니라는 뜻이다. 넷째, 자신이 보험을 드는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 지금까지 내가 보험을 들지 않은 이유 중에90%는 건강에는 관심 있지만 재테크에는 통 관심 없는 내게 보험사들이 자꾸 종신보험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다섯째, 자신의 성별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할 것. 남자는 종신보험을 일찍 드는 경향이 있지만 여자는 유방암, 자궁암, 갑상선 등 여성 질환에 유리한 의료 실손을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여섯째, 건강보험 하나는 반드시 들어야 하며 보장기간은 길수록 유리하다. 일곱째, 탄탄한 보험사를 선택할 것. 장기 플랜으로 보험을 들고 있는데 보험사가 휘청거린다면 아무래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수칙을 가슴에 심어두고, 재테크로서의 보험을 고려하고 있다면 변액연금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 노후보장과 투자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변액연금은 펀드처럼 보험사의 투자 실적에 따른 투자 수익률에 따라 나중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는 금융상품성 보험이다. 때문에 여느 펀드처럼 투자 수익이 떨어질 위험은 있지만, 장기투자상품의 특성상 10년 이상 운용하면 주식투자 및 예금 이자율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험을 즐기지 않는다면 원금 보장성 변액연금을 통해 펀드와 저축, 연금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 이 중 변액 유니버설보험은 목돈으로 만들어서 찾아서 사용해도 되고 연금으로 전환해서 사용해도 된다. 납입기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10년 이상은 납입해야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고 목돈도 마련이 된다.

Editor’s tip
보험에서 망설이기 쉬운 것이 종신보험이다. 보험료도 비싼 데다, 지금 당장 20대인데 60대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돈을 넣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이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보험설계사들은 대신 정기보험을 권유한다. 정기보험은 종신보험과 달리 정해진 기간만 보장받고 소멸되기 때문에 사망보험금이 1억원인 65세 만기 정기보험은 월 보험료 4만~5만원 정도다. 종신보험의 경우 그 세 배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