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스캔들>을 보며 알게 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훈남 배우들이 움직일 때마다 펄럭거리는 도포 자락이 참 아름답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공부를 하고 여러 상황에 마주 칠 때 길어 올리는 고전의 글귀가 참 깊다는 것이었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 과 문학동네 고전문학전집은 오래된 글의 맛을 현대어로 충실히 옮겨 놓은 책으로, 친절한 해설을 함께 실어 이해를 돕는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한시 미학 산책>, <고전 산문 산책>과 문학동네 고전문학전집은 오래된 글의 맛을 현대어로 충실히 옮겨 놓은 책으로, 친절한 해설을 함께 실어 이해를 돕는다.

<성균관 스캔들>을 보며 알게 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훈남 배우들이 움직일 때마다 펄럭거리는 도포 자락이 참 아름답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공부를 하고 여러 상황에 마주칠 때 길어 올리는 고전의 글귀가 참 깊다는 것이었다. 논어에 나오는 ‘군자불기(진리를 탐하는 군자라면 갇혀 있는 그릇처럼 편견에 치우쳐선 안 된다)‘, ’학즉불고(지식이 협소한 사람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쉬우니 학문을 갈고 닦아야만 한다)‘, ’무우불여기자’,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벗으로 삼지 말라는 말은 중국 중원에서 만난 ‘국부상약무상약’보다 더 귀에 쏙쏙 들어왔고, 이걸 본 친구들이 나와 연을 끊진 않을까 겁까지 났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독서 문화는 기형적이다. 서양의 고전, 특히 영미문학과 프랑스문학은 탐독하면서, 우리 고전은 외면하기 십상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홍길동전>, <전우치전>이지만 어린 시절 본 배추도사 무도사식의 만화나, 강동원의 전우치 말고 제대로 된 책을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어렸을 때야 쉽게 풀어 쓰거나 삽화를 잔뜩 곁들인 책을 읽었다 치지만, 각색과 축약이 아닌 원문 속 홍길동과 전우치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건 조금 부끄럽다. 우리 고전은, 늘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는 친구처럼 홀대를 받는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한문으로 된 글을 그대로 읽을 수 없게 된 시대의 변화도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고전은 ‘현대어역’으로 불리는 ‘번역’이 필요하다. 작년부터 출간한 문학동네의 고전문학전집 출간은 그래서 새삼 반가웠다. 문학동네 고전문학전집은 ‘한국 고전의 귀환’을 알리는 작품이다. 국내 한문학과 국문 전문가들로 구성된 편집위원들은 ‘몇몇 전문가의 연구실에 갇혀 있던 우리의 위대한 유산을 널리 공유하는 것’이 이 책의 취지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고전을 읽기 쉬운 현대어로 바꾸면서도 충실하게 해석과 주석을 달아놔, 배경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뇌세포에 불이 반짝반짝 들어온다. 지금까지 출간된 우리 고전 중에서는 단연 으뜸. 이 고전문학전집은 <서포만필>, <한중록>, <숙향전>, <홍길동전 전우치전>, <흥보전 옹고집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집 목록에는 독특하게도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이 있는데, 조선 시대의 음담패설을 모아놓은 것이다. 서점에서 몇 장만 넘겨도 박장대소할 만큼 의뭉스럽고 해학적인 표현이 많다. 집안이 반대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숙향전>도 놓치기 아깝지만, 꼭 읽어봐야 할 것은 <한중록>과 <서포만필>이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의 수필집 <서포만필>은 당대 지식인의 고민과 취향, 또렷한 생각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 사극에서 보던 답답한 선비의 모습이 아닌, 시대를 읽는 진취적이고 날카로운 눈으로 써 내려간 그의 글은 현대사회에서도 유효한 혜안을 건네준다.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남긴 <한중록>은, 마력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보이는 책이다. 남편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했고, 어린 정조를 위해서라도 소리 죽여 살아가야 했던 여인의 한스러운 글은 어떤 추리소설보다 섬뜩하고, 그 어떤 역사소설보다 드라마틱하다. 궁중 여인의 문장은 실화가 주는 아픔을 녹였다가, 다시 끓어오르게 한다. 많은 사극에서 다뤄진 사도세자의 죽음이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이 책 안에 있다. 홀로 남아 차라리 일찍 세상을 떠날 것을 소망하던 아내의 글은 우리 고전의 걸작이 되었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한시 미학 산책>, <고전 산문 산책>은 각 권 3만원이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우리 고전 입문서로 이만한 것이 없다 싶다. 문학의 정취가 고아하게 살아 있는 한시의 매력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 한두 편씩 읽으면서 시를 음미하기 좋다. 시의 해설은 물론 작가의 설명, 작품 배경까지 꼼꼼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채 책장을 열어도 좋은 책이다. 같은 시리즈인 <고전 산문 산책>은 ‘조선의 문장을 만나다’라는 부제처럼, 조선의 후기 문인 23명의 고전산문 160여 편을 담았다.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 등당대의 문장가부터 저자가 높이 평가한 이용휴, 노긍, 남종현의 글의 세계를 조명한다. 한 장 한장 넘기며 선비들의 문장에 눈과 가슴을 맞추다 보면 오랜만에 문학적 포만감이 느껴진다. 고이 남겨서, 대대손손 물려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