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내한 공연을 매년 한다. 마돈나도 온다고 한다. 자미로콰이는 내한을 열댓 번은 했을 것 같다.

(위) 한국에서 만날가능성이 전무하다는 비관론이 팽배한 U2. (아래) 자미로콰이의 내한공연은 국내 공연 기획사와 자미로콰이측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위) 한국에서 만날가능성이 전무하다는 비관론이 팽배한 U2.

(아래) 자미로콰이의 내한공연은 국내 공연 기획사와 자미로콰이측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내한 공연을 매년 한다. 마돈나도 온다고 한다. 자미로콰이는 내한을 열댓번은 했을 것 같다. 밥 딜런도 비슷하다. 양치기 소년 통신에 따르면 그렇다. 왜 내한 공연에는 항상 양치기 소년들이 등장할까? 그리고 왜 그럼에도 찾아오지 않는 늑대들이 존재하는 걸까? 자미로콰이는 수많은 공연 프로모터가 오랫동안 구애를 했지만, 정작 그를 움직인 것은 그가 사랑하는 자동차 브랜드였다. 한국에 잘 오지 않았던 가수를 한국에 올 수 있게 하는 데에는, 혹은 아시아 투어가 잡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쑥 한국을 오게 만드는 데에는 돈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랜 신뢰 관계 같은 것이 필요한데, 한국처럼 짧디짧은 공연 역사를 가진 나라에선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앞서 이야기한, ‘양치기 소년’들은 성급하고 경솔한 신생 기획사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한국에 올 마음이 있었던 가수를 잡기 위해 비현실적인 개런티로 경쟁에 뛰어드는 경우다. 경쟁자들을 돈으로 물리치고 계약금을 지불하면 자연스럽게 높은 티켓 판매와 투자자와 스폰서가 동반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이 무모한 스릴러는 대부분 ‘공연 취소’ 통보로 끝나기 마련이다.

U2의 매니저 폴 맥기니스는 홍콩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왜 U2가 아시아 투어를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시아에는 우리 공연을 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거의 없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아시아’ 안에 일본은 포함되지 않는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했던 한국에는 스타디움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대형 공연을 위한 장소가 부족하다. 방문 가능한 날짜에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서 내한 공연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U2처럼 엄청난 규모로 진행되는 대형 투어의 경우, 장소와 더불어 그들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해당 국가에 존재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해주고, 그들이 원하는 퀄리티를 맞출 수 있는 공연 프로모터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없으면 공연을 쉽게 할 수가 없다.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은 팬들에게서 나온다. 폭발적인 수요가 있다면 자본은 움직인다. U2와 마돈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도시에서 매진 공연을 펼치지만, 한국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그 어떤 해외 팝스타보다 전 세계에 많은 팬을 거느렸던 마이클 잭슨이 유일하게 공연장의 빈자리를 봐야 했던 곳이 서울이다. 주인공이 누가 됐든 내한 공연에서 5만 명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확률은 현재 팝시장에서 앨범을 10만 장 이상 판매할 확률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세상물정을 아는) 공연 기획자들이라면 설사 라디오헤드나 콜드플레이가 온다 해도 티켓을 3만 장 이상 팔 수 있다고 쉽게 공언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선 여전히 작은 시장이다. 그러므로 이런 스타들이 한국을 스쳐 지나가는 기회가 생기더라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라디오헤드의 경우 오랫동안 내한 공연이 이뤄지지 않자 기이한 루머들이 생산되었다. 대부분은 사실 무근이다. 인기 있는 록 밴드가 일본에 올 때 한국에 들렀다 가는 일이 90년대에 몇 차례나 있었는가? 우리의 내한 공연 시장이 열린 지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5~6년이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대다수의 브랜드는 여전히 한국 시장을 모르거나 이제 막 한국이라는 시장을 알아갈 무렵인 것이다. 공연 시장에서 우리는 아직 그런 위치에 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용감하게 페스티벌의 문을 열었던 용자들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대형 공연 후원이 브랜드의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대다수의 해외가수의 공연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봐야만 했을 것이다.

투어를 다닌 곳만 다니는, 까다롭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Keith Jarrett)은 2010년 거짓말처럼 서울 땅을 밟았고 내한 공연을 가졌다. 그의 많은 팬조차 내한 공연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기에 이것은 대단히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연 기획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키스 재릿의 측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수년간의 노력 끝에 한국 공연을 한번 생각해보자는 답변을 얻었을 때에도 돌다리를 건너듯 조심스럽게 일을 추진했다. 그 공연은 몇 개의 문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집념과 노력의 결정체였다. 확신하건대, 그는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보고 싶지만 아직 보지 못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선, 그리고 그것이 놀라운 뉴스가 되지 않으려면 이런 과정들이 필요하다. 서두에 언급한 ‘양치기소년’들의 경솔한 입과 마음, 그리고 음악에 대해선 말만 앞서고 정작 공연이나 음원이나 음반은 유료로 구매할 의사가 없는, 혹은 냉소적이고 냉담한 음악팬들로는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일이다. 물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끊임없이 내한 공연을 기획해줄 자선사업가 같은 공연 기획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