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안부를 전하고, 이메일로 카드를 보내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손으로 정성스레 편지를 써 우표를 붙이던 과거의 아날로그적 소통이 그리워진다. 개인적으로 받은 생일 카드부터 성탄과 신년 카드, 행사 초대장까지.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내가 받은 최고의 카드’를 함께 펼쳐보며 그 마음을 달랜다.

1 2006년 겨울, 까르띠에 홍보 이사로부터 받은 까르띠에 크리스마스 카드. 까르띠에의 연말 카드는 두고두고 간직하게 되는데, 브랜드의 시그너처 주얼리를 이용한 감각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이 해에 받은 카드 역시 까르띠에의 아카이브 작품 중 하나인 한 쌍의 앵무새가 주인공이었다. 이 앵무새 브로치 사진을 담은 카드를 정글의 나무 숲을 모티프로 컷오프한 봉투에 담아 보냈는데, 그 공들임이 ‘왕의 주얼리’ 까르띠에답다. – <얼루어> 편집장 황진영

2 장 폴 고티에 2011 봄/여름 컬렉션 초대장. 3D 안경까지 동봉한 이 초대장을 보고는 혁신적인 컬렉션을 기대했다. 휘황찬란한 3D 쇼, 뭐이런건 없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의상 곳곳을 장식한 3D 입체 프린트!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 아쉬움에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패션 에디터 송선민

3 2009년 에르메스 홍보팀으로부터 받은 연말 카드다.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에르메스 부티크를 형상화한 이 팝업 카드를 열 때마다 환상적인 놀이터에 온 기분이 든다. 마법사가 나오는 동화에 여전히 집착하는 나의 ‘5세 기질’을 발동시킨달까. 패션 에디터 최서연

4 이 카드는 열어보지 않아도 정성스러운 손 글씨의 편지가 적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깃털 달린 만년필의 카드를 열자, 역시 ‘항상 고마운 용이 감독께’라는 문구가 보였다. 지인이 보내준 2009년 연말 카드였는데, 그 덕분에 훈훈한 연말을 맞을 수 있었다. 근사한 카드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행복한 일이었다. – 영화감독 용이

5 2009년 연말, 샤넬 홍보팀으로부터 날아온 이 멋진 카드는 앞으로도 여전히 내 서랍 속에 자리할 것이다. 샤넬 넘버5 향수를 모티프로 반짝이는 골드 색지를 실로 이은 디자인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쿠튀르적인 면모를 제대로 전달했다. 카드의 내용도 특별했다. 똑같이 옮겨 적은 카드와는 다르게 또박또박 손글씨로 써내려간 진심 어린 메시지는 이 카드를 더욱 감동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 <엘르> 뷰티 디렉터 강옥진

6 다양한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는 직업상, 또 다양한 브랜드의 행사 초대장을 접하게 된다. 모두 특색 있게 잘도 만들지만 소노비의 2011 봄/여름 컬렉션을 소개하는 행사 초대장은 유독 마음에 들었다. 초대장을 열면 튀어나오는 소노비의 가방이 그려진 예쁜 디자인 덕분인지 행사에 대한 반응도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래서 나의 ‘행운의 초대장’으로 임명한 후, 신주단지 모시 듯 고이 모셔두고 있다. – 홍보대행사 코네스 최정인 과장

7 가죽 지도인 존 갈리아노 컬렉션의 초대장은 선배에게서 얻은 거다. 파리 컬렉션에서 돌아온 선배 책상 옆을 지나다 ‘와, 멋있어요! 선배!’를 한 세 번 연발했더니 내 차지가 되었다. 아직 한 번도 해외 컬렉션을 가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선배는 때가 돼서 가면 더 멋진 게 많이 보일 거라고 말해주었다. 이 초대장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사진으로, 영상으로만 봤던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 의상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기대한다. 그때가 되면 막내 패션 에디터의 흥분된 컬렉션 관람기를 독자들도 읽을 수 있겠지! – <얼루어>패션 에디터 김주현

8 사실 이건 2011 봄/여름 론칭하는 프레디(Freddy)의 브랜드 소개 동영상을 담은 CD 케이스다. 박음질로 정성껏 만든 이 패브릭 케이스를 보자마자 나의 보물 창고에 넣어두었다. 그러곤 다시 꺼내 내가 찍은 화보 B컷 사진 뒤에 편지를 쓴 후, 양쪽 포켓에 하나씩 넣었다. 이렇게 완성된 특별한 카드는 내 남편에게 도착했다. 아내가 밖에서 얼마나 멋진 일을 하고 있는지, 왜 마감 때는 청소를 할 수 없는지 아마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어쨌건 감각적인 프레스 키트를 만든 프레디는 우리 부부에겐 잊을 수 없는 패션 브랜드가 되었다. – <얼루어> 패션 디렉터 박선영

9 ‘Happy Birth Day!’가 팝업 영상처럼 마구 튀어나오는 홀로그램 카드는 파리에서 온 생일 축하 카드다. 일상이 지루하다던 팔자 좋은 대학원생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파리로 날아가더니, 내 생일에 맞춰서 카드를 보내왔다. 깨알같은 글씨로 물론 ‘자랑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퐁피두 서점에서 샀단다. 어쨌든 먼 곳에서 일부러 날짜 맞춰 보내준 마음도, 그 카드도 예뻐서 볼 때마다 행복해진다. – <얼루어> 패션 에디터 이윤주

10 며칠 전 받은 ‘MCM크랙 레드만 컬렉션’의 프레스 키트에 들어 있던 엽서다. 아티스트 크랙 레드만과 MCM이 협업한 가방 컬렉션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이 엽서에는 ‘상하이’와 ‘홍콩’에서 MCM가방을 메고 있는 크랙 레드만의 만화 캐럭터가 그려 있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디자인이 누군가에게 엽서를 쓰면 함께 전해질 것만 같다. – <보그걸> 패션 에디터 이혜민

11 지난 가을, 밀란 컬렉션 기간에 안토니오 마라스가 보내준 세컨드 라인 ‘ I’m Isola Marras’의 초대장. 동그란 나무 상자를 열면 나비가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이 예쁜 초대장을 받고 안 가볼 수가 없어서 좁다란 골목길을 찾아갔더니이 나비처럼 신비한 공간이 펼쳐졌다. 카드에 구멍을 낸 후 실로 엮은 아이디어는 언젠가 카드를 직접 만들게 될 기회가 있다면 활용해보고 싶다. – <얼루어>패션 에디터 이윤주

12 2010 가을/겨울 겐조 컬렉션의 초대장. 나뭇잎이 잔뜩 들어가 있는 이 서정적인 쇼 티켓은 뜯어보지도 않았다. 나뭇잎이 흐트러지면 아까울 것 같아서.이 티켓을 들고 들어간 겐조의 런웨이에는 낙엽과 앙상한 나무들, 그리고 그 쓸쓸함을 채우는 꽃무늬의 보헤미안 룩이 만개했다. 근사한 초대장 덕분에 더욱멋진 쇼로 기억된다. – <얼루어> 패션 디렉터 박선영

13 평소 플랫슈즈는 절대 신는 법이 없지만 이 빨간 플랫슈즈는 내 책상 한켠에 꽂혀 있다. 플랫슈즈의 대명사, 레페토가 만든 파티 초대장이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템을 디자인 모티프로 활용한 센스가 돋보인다. 이 빨간 구두는 나를 어떤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까 기대하면서 하루에 한 번씩 쳐다보곤 한다. – <마리끌레르> 패션 에디터 장보미

14, 17, 18 디자이너인 친구 ‘오곡밥’이 해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직접 만들어 보내주는 신년 카드들. 2008년 ‘행운의 키워드 뽑기 퍼즐 카드’에서 ‘Beautiful’을 뽑았던 나는 당장에 달려가 비싼 10회 피부 관리 쿠폰을 질러버렸다. 한껏 물 오른 외모로 불타는 연애를 했던 행운의 해였다. 2009년엔 ‘윌리웡카 황금 티켓 카드’를 받았다. 이 카드를 받은 기분은 100만분의 5라는 황금 티켓 확률에 당첨된 것만 같은 짜릿함 그리고 달콤한 그 자체였다. 그리고2010년, ‘안녕 안경 카드’. 낯선 숫자조합인 2010년을 맞아 2001년~2009년도의 가운데 숫자 ‘00’과 작별해야 하는 아쉬움을 안경으로 위트 있게 표현한 기발한 카드가 도착했다. 매해 손수 만든 카드로 특별한 한 해를 열어주는나의 고마운 친구, 2011년에도 보내줄 거지? – 그림책 편집자 서필선

15 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온도계를 모티프로 한 카드의 정체는? 바로2009년 유니클로 히트텍의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행사 초대장이다. 후배 패션에디터가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달라고 졸랐다. 간결한 디자인임에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래서 유니클로 히트텍이 대박 난 게 아닐까? – <디자인 탱크> 디자이너 손미숙

16 원래 ‘블링블링’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 스팽글 달린 옷도 잘 안 입는다. 그러나 한 장에 1천8백 개의 큐빅이 박힌 앱솔루트 보드카의 파티 초대장은 어쩐지 버리고 싶지가 않았다. 미러볼처럼 반짝이는 초대장을 요리조리 흔들어보곤한다. 역시 겨울이라서가 아닐까. – <얼루어> 피처 에디터 허윤선

19 처음에는 그냥 스카프 선물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라메르의 한국 론칭10주년 기념 행사 초대장이었다. 스카프 가장자리에는 행사 장소와 일시 등이 적혀 있다. 이 참신한 디자인의 초대장을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나. 꼭 목에 두르지 않아도 이 스카프를 볼 때마다 라 메르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브랜드의 전략(?)에도 홀딱 넘어갔다. – <얼루어> 뷰티 에디터 한은경

20 처음으로 파리 컬렉션에 갔던 2010 가을/겨울 시즌. 다른 도시보다 더 예술적이고 세련된 쇼 티켓을 보며 ‘역시 파리다’ 했었다. 그중에서도 나의 동심을한껏 자극했던 츠모리 치사토의 풍선 초대장. 바람을 넣으면 빵빵해지는 캐릭터가 무척 귀엽다. 그 시즌 츠모리 치사토 쇼의 테마는 ‘어린 왕자의 크리스마스’였다. 봄에 파리에서 만났던 그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가 새삼 새록새록 떠오른다. – <보그걸> 패션 에디터 이혜민

21 <얼루어> 박선영 선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이 모셔둔 멋진 카드 없어?”라는 선배의 질문에 속사포처럼 쏟아낸 말은 “선배, 제가 드린 엽서는버리셨어요?”였다. 그렇다. 이 엽서는 내가 2009년에 선배 생일날 선물한 거다. 이진경 그림 엽서 중 선배와 어울리는 ‘패셔너블한 1급 기능사의 집’을 고르고 또 골라서. 때로는 누군가에게 받은 카드보다 내가 세심하게 골라서 보낸 카드가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다행히 선배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괜히 코끝이 찡해온다. – <메종> 인테리어 에디터 정수윤

22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2011 봄/여름 컬렉션 초대장. 파리 전체 지도에서 시작해 알렉산드르 다리 옆 쇼장 위치가 표시된 상세 지도로 끝나는 초미니 지도책이다. 마르지엘라가 떠났어도 마르지엘라의 위트는 여전하다. 그러니 이 기발한 초대장을 ‘평생 소장’ 하는 건 마르지엘라의 열혈팬인 내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패션 에디터 송선민

23 로저 비비에의 아시아 홍보 디렉터로부터 받은 2008년 신년 카드. 이 멋진 일러스트는 로저 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부르노 프리소니의 작품이다. 아마도 이 해에 로저 비비에에서 선글라스 컬렉션을 론칭하기에, 이 그림을 신년 카드의 얼굴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받는 이에게 보낸 이를 기억하게 하는 카드 역시 홍보의 수단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얼루어> 편집장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