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11인의 패셔니스타들. 그들의 20대도 지금처럼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채 완성되지 않은 풋풋함이 있는 그 시절 그때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뉴욕, 데비와 결혼하기 2년 전.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그녀가 찍어준 사진.


8. 김석원 |앤디앤뎁 디자이너(나이 20+21)


20대 시절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로 뉴욕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과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문화와 패션을 가슴으로 경험하고 머리로 받아들였다. 26살에는 데비와 결혼했다. 20대 시절의 모습은 뉴욕의 실용적인 스타일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흰색 면 티셔츠에 빈티지 리바이스 517 부츠컷 팬츠를 입고 다녔다. 빈티지 숍에서20~30달러에 산 모터사이클 부츠와 함께.

20대 시절 최고의 관심사는 내 기억으로는 10대 시절의 남다른 외도(?)로 인해 20대에는 다른 또래보다는 미래에 대한 목표가 확실했다. 나의 브랜드를 언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직접 운전해서 미국 횡단 여행을 하고 싶다. 패션에 대한 열정은 그때와 변함없지만 나에게 다시 20대가 주어진다면 부전공으로 산업디자인 혹은 가구디자인을 포함한 공부를 하고 싶다.

20대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20대 유학 시절 이후의 나와 그 전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면 된다. 그때는 지금에 비해 많이 유연하지 못했다. 하지만 20대 때의 그러한 노력 때문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취향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대에 했던 모든 노력과 경험을 사랑한다.



1. 얼마 남지 않은 20대 때였다. 인도에서 촬영 중. 2. 첫 컬렉션 리허설 때. 가장 설레던 순간이다. 3. 두 번째 컬렉션의 피날레 무대. 쇼가 막 끝났을때 가장 행복하다.  4 파리에서 스물네 살의 나. 이때 유럽에 처음 가봤다.


9. 최범석 |제너럴 아이디어 디자이너(나이 20+14)


20대 시절은 나의 꿈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 꿈을 계속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2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20대 시절의 모습은20대 초반에는 일본 스트리트 스타일에 심취해서 데님 팬츠에 블레이저 재킷을 많이 입었다. 20대 중반에는 밀리터리와 빈티지에 푹 빠져 있었다. 20대 후반에는 어두운 컬러의 스타일링을 많이 했었다.

20대 시절 최고의 관심사는 다른 나라의 패션, 그리고 나의 컬렉션이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반드시 아프리카 여행을 하겠다. 아직도 그때 아프리카 여행을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

20대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진짜 나이는 서른넷이지만 내 안의 나이는 그때도, 지금도 스물하나다. 그래서 별로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말수가 좀 적어졌다. 그리고 생각이 좀 커졌다.



1986년에서 1988년 사이.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앞에서 클럽에 가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하이힐과 드레스를 챙겨서 여행을 떠난다는 건 생각도 못하던 시기였다. 난 휴양지에 갈 때도 미니드레스나 하이힐을 챙겨 가서 입고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또는 희한하게 쳐다보곤 했다.


10. 이보현 |수콤마보니 디자이너 (나이 20+27)


20대 시절은 공부 중이었다. 20대 초반에는 학교에서, 20대 중 후반부터는 회사에 다니며 실제 디자이너로서의 공부를 했다. 20대 시절의 모습은 20대 초반에는 일본 스타일에 푹 빠져 있었다. 청계천 광교 근처에 있었던 맞춤옷 가게에서 참 많은 옷을 구입했었다. 20대 중 후반부터는 여성스럽고 섹시한 룩을 즐겼다. 심플한 리틀 블랙 드레스에 검은색 하이힐, 까맣게 태닝한 피부가 나의 대표적인 스타일이었다.

20대 시절 최고의 관심사는 즐기는 것. 음악과 친구들, 그 시대를 즐기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공부, 자기 계발을 더 열심히 하겠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주어진 그때를 흘려 보냈던 게 가끔 후회가 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영어를 정말 열심히 배우고 자기 계발에 힘쓸 것 같다.

20대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모습이나 취향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평상시에는 편안한 룩을 즐기고, 꾸며야 할 때는 열심히 치장하는…. 지금도 친구들을 사랑하고 음악을 즐기는 한결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 20대에 비해 치아 교정으로 얼굴이 좀 유해진 것이 달라진 점이랄까. 사고방식은 많이 변했다. 20대 때는 가치관이나 신념이 확립되지 않아서 좀 우유부단했다. 이제는 우유부단함이 거의 없어지고 생활이나 사업에 나의 생각을 소신껏 반영해 살아가고 있다.



1, 2. 사진은 23세. 여의도 근방. 꿈이 넘치던 그 시절 모델이 되기 위해 막 서울에 올라와서 모델학원에 등록하자마자 찍은 사진. 나에겐 무척 의미 있는 사진이다.


11. 노선미 |모델(나이 20+18)


20대 시절은 스물세 살 때 모델 일을 시작했다. 20대 후반에는 외국에서 모델 활동을 하느라 30대가 다가오는 걸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다. 20대 시절의 모습은 머리가 길 때도 있었고, 아주 짧은 쇼트 커트였을 때도 있었다. 아직은 나만의 색깔이 뭔지 모르고 방황했던 시절이랄까. 사실 그래서 그때 내가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20대 시절 최고의 관심사는 오로지 일이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어린 나이에 해외에 나가서 일했을 것 같다. 나이가 많아서 특별히 더 불편한 것은 없었는데, 나이 어린 친구들과 함께하다 보니 아무래도 조바심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20대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정말 여유로워졌다. 그 시절에는 쓸데없이 고집 피우고, 괜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했다. 지금은 모든 것에 대해 성급하게 다가가기 전에 일단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은 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항상 무언가 못 마땅한 게 많았다.



1. 물결 머리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 마돈나처럼 풍성하게 하는 것이 대세였는데, 나는 좀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했다. 2. 라인을 강조한 1980년대 스타일의 메이크업. 물론 직접 했다. 3 파라 포셋처럼 머리를 한 대학 졸업식 사진. 그날도 헤어와 메이크업을 직접 했다. 친구들의 메이크업도 많이 해줬다.


12. 이경민 |메이크업 아티스트(나이 20+29)


20대 시절은 대학 때는 그림에 미쳐 있었다.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로 카페 포스터를 그리기도 하고, 백화점 문구 제품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3학년 겨울방학 때 충무로의 한 매니지먼트 에이전트에서 신인 여배우들의 프로필 사진 촬영 때 메이크업을 하게 되었다. 최수지, 이응경, 박영선 최진실 등과의 인연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20대 시절의 모습은 지금은 ‘스키니’라고 부르는 ‘당고 바지’를 입고, 아빠 옷에서 떼어낸 ‘뽕’을 어깨에 달고 다녔다. 마돈나나 신디 로퍼처럼 머리는 커다랗게 부풀리고, 메이크업은 ‘쎄게’ 하던 시절이었다.

20대 시절 최고의 관심사는 그림, 그리고 메이크업. 어릴 때부터 친구들의 메이크업을 해주는 게 즐거웠다. 촌스러운 화장을 하고 다니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메이크업을 해주곤 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취미로만 그치기에는 열정이 꽤 컸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림을 더 열심히 그리고도 싶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외국에 가서 활동해보고도 싶다. 그리고 일 때문에 많은 놓쳐버린 딸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20대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20대 시절의 나는 한없이 긍정적인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신중하게 고려하기보다는 일단 무조건 먼저 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지금도 긍정적인 면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많이 차분해졌다.



1. 요즈음 다시 유행하고 있는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그때도 입었다. 아마도 경주에 놀러 갔을 때인 것 같다. 2. 셔츠스타일의 원피스에 벨트로 포인트를 줬다.


13. 심연수 | PR 에이전시 브랜드 폴리시 이사(나이 20+20)


20대 시절은 미팅, 소개팅하느라 바빴다. 멋 내고 디스코테크에 가기도 하고. 그냥 일하는 게 신나서 회사에 다니는 시절이었는데, 퇴근하면 동료들과 거의 매일 술 마셨던 기억이 난다. 20대 시절의 모습은 용산 보세 타운, 이대 앞, 명동에서 열심히 옷을 샀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압구정 골목을 지날 때면 작은 옷 가게에서 옷을 만지작거리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패션이 유행이어서 어른스럽게 보이려 했었다. 그리고 액세서리는 꼭 유치하게 치렁치렁 했다.

20대 시절 최고의 관심사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 것인가. 그리고 모든 사람의 공통 관심사인 연애와 결혼.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유학을 가고 싶다. 요즘은 조기 유학을 많이 가지만 그때는 20대 때 유학을 많이 갔었다.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꼭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

20대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물론 내 모습도 많이 변했고, 세상도 많이 변했지만 가장 많이 변한 건 사고방식이다.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살아온 결과인 것 같다.



1. 피렌체 시내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코코라는 사진가가 찍어준 사진. 이 사진 한 장으로 코코와는 아직까지 안부를 묻는 친구가 되었다. 2 피렌체 근교인 엠폴리 역. 너무 추웠던 기억이 난다. 3 슈콤마보니 디자이너 이보현과 파리에서 일하는 서꽃님과 함께 밀라노 돌체앤가바나 바에서.


14. 장민영 |매그앤매그 디자이너(나이 20+20)


20대 시절은 이탈리아에서 학업과 프리랜서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없는 시절이었고, 현재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20대 시절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모습도 있었고, 참 여러 가지시도를 해봤다. 워낙 클래식한 룩을 즐겨 입는 편이었기에 지금과 그다지 많이 다른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20대 시절 최고의 관심사는 지금 생각하면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나만의 디자인 세계를 펼칠 ‘왕국’을 갖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많은 사람과 만나는 것보다, 조심스럽게 사귄 친구와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편이다. 그 혈기왕성했던 시기에 여러 가지 색다른 경험을 더 많이 했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20대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지금은 그때보다는 확실히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에 대한 기준이 비교적 분명해졌다. 생활은 좀 더 단순해진 것 같다. 늘 한결같단 말을 많이 들어왔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점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