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침침한 태피스트리와 가구로 가득 찬 베르사유에 일침을 가했던 제프 쿤스의 거대한 강철 조각 풍선 강아지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은 솔직하게 반짝이는 디스코 걸이다!

피그먼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펄 아이섀도에만 의지하지 말고 눈 앞머리에 과감하게 피그먼트로 포인트를 주면 파티에서 좀 더 돋보인다. 1, 2, 3 맥 5 쿨 쓰릴씨커스 피그먼트 글리터. 5개 컬러의 미니 피그먼트로 구성. 6만원. 4 샤넬 레 티사쥬 드 샤넬 트위드 푸치아 5.5g 6만4천원. 5 맥 6 트위스트 오브 타탄 아이섀도우. 롤드 골드 5.3g 6만6천원. 6 바비 브라운 미니 바비 브라이트4g 9만8천원대. 7 에뛰드 하우스 쁘띠 달링 네일즈 HD 빔 판타스틱 하트 펄 탑코트 2천원. 8 에스쁘아 퍼펙트 아이 컬러 팔레트 브라운 스모키 5만원. 9 디올 미노디에르 001 그레이 골드 9g 8만9천원.

브리티시 록이나 스웨디시 팝이 지겨워질 때쯤이면 신기하게도 디스코 음악이 듣고 싶어진다. 아마도 스트레스 수치가 상당히 올라갔을 때일 확률이 높은데 이럴 때 디스코 디바인 도나 서머의 핫 스터프(Hot Stuff)나 립싱크의 펑키타운을 들으며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피식 미소를 짓곤 한다. 물론 전신 거울 앞에서 블링블링한 톱이나 팬츠를 입고 하이힐을 꺼내신은 후 아찔한 아이라인을 그리고 ‘토요일밤의 열기’ 무대를 한바탕 재현하고 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미국의 가벼운 음악 디스코가 결코 가볍지 않은 스트레스의 무게를 덜어준다. 음악평론가들은 대체로 디스코에 대해 춤추기 위해 소비되는 햄버거 같은 음악이라며 비판일색인데, 기자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비지스조차 가볍고 부드러운 팝에서 디스코 음악으로 방향을 틀면서 1970년대 후반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지 않았나. 영국 국민가수 엘튼존은, 폴 매카트니는, 배리 메닐로는 어땠냔 말이다. 고민하는 청춘들만 공유했던 음악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만한 디스코 음악은 그렇게 널리 퍼지며 사랑받았고 최근까지도 인기 스타 가수들에게 녹아들어 세계 시민의 무념무상을 독려하고 있다. 솔직히 우리는 가끔 이런 게 필요하다.

음악을 모르고 춤을 못 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 디스코 퀸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메이크업 제품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물론 파워숄더 재킷이나 시퀸 장식의 섹시한 미니 드레스, 큼직한 주얼리, 브론즈 컬러의 부티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눈썹은 두껍고 또렷하게 그리고, 반짝반짝하는 펄이 가득한 립스틱, 자신에게 어울리는 피그먼트와 펄 아이섀도 팔레트를 준비한다면 신디 로퍼나 레이디 가가가 부럽지 않을 만큼 주목받는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드림걸스>의 비욘세를 떠올려보자. 이 룩의 핵심은 팝 컬러와 내추럴 컬러의 절묘한 비율의 믹스와 스파클링 아이템의 사용이 관건이다. 한눈에 튀는 원색 아이템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으니 컬러 포인트는 눈이나 입술 중 한 곳에만 사용하도록. 스파클링 아이템 역시 눈두덩 전체나 얼굴 전체에 사용하기보다는 아이라인이나 언더라인, 혹은 입술에만 포인트로 사용해야 과하지 않은 사랑스러운 룩이 완성된다. 전형적인 느낌에서 탈피해 조금 더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다면 이번 시즌 유행색인 실버 섀도를 눈두덩 전체에 바른다. 투명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메탈릭 골드 섀도나 피그먼트 역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신선한 디스코 룩으로 찬사 받을 수 있다. “제이슨 우는 이번 컬렉션에서 많은 금박을 사용했어요. 그래서 저도 메이크업에 이 느낌을 반영하고 싶었어요.” 제이슨 우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시아 피에로니의 말이다. 그녀는 눈과 광대뼈에 하이라이트를 주기 위해 메탈릭 골드와 실버 피그먼트를 사용했다. 만일 피그먼트를 물과 섞어 사용하면 페인팅한 것 같은 효과를 줄 수도 있다. 록산다 일린식 쇼의 메이크업을 맡은 루시아 파이커(Lucia Pica)는 글리터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한다. “디스코 스타일로 메이크업하는 것은 매우 모던하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럴 때 저는 글리터 성분을 고수하죠. 맥의 제품들은 이런 것을 잘 반영하고 있어요.” 쇼에 쓰이진 않았지만 최근에 출시된 맥의 트위스트 오프 타탄 아이섀도우 중 롤드 골드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당신을 가장 빛내줄 제품이다. 밝은 실버펄로 연출되는 슈퍼슬릭 리퀴드 아이라이너 녹터널과 함께 가장 주목할 만한 아이템.

에스쁘아의 퍼펙트 아이 컬러 팔레트 역시 골드 다이아 언더펄이 구성되어 있어 쉽고 자연스럽게 디스코 룩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골드 핑크빛 리퀴드 펄인 베니피트 걸 미츠 펄을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워진다. 그러나 역시 바비 브라운의 미니 바비 브라이트 만큼 디스코 룩에 충실한 아이템은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 붐을 일으킨 컬러풀한 팔레트의 미니버전으로 은은한 시머부터 강렬한 메탈릭까지 다양해진 질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시세이도의 루미나이징 사틴 아이 컬러 트리오의 자유분방한 컬러와 마끼아쥬 루즈 에나멜 글래머의 유리구슬 같은 반짝임도 디스코 룩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창백한 피부 톤에 블랙, 그래픽적인 라인, 입술 위의 메탈릭한 펄감, 베이지색 입술, 강렬한 광택에 신경 썼죠.” 랑방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팻 맥그라스의 말처럼 아무튼 기본은 두껍고 진한 눈썹과 힘을 준아이라인, 메탈릭한 펄감을 눈두덩 위, 혹은 입술 위에 입히는 것이다. 더불어 헤어는 에이미 와인하우스 덕에 다시 한번 유명해진 부폰 스타일을 시도해봐도 좋겠다. 스프레이 한 통을 다 쓴 것 같은 한껏 부푼 머리를 얌전하게 묶어놓은 스타일에는 왠지 모를 섹시한 분위기가 있다. 반짝이는 네일 에나멜과 메탈 톤의 리퀴드 아이라이너, 새롭게 만들어진 파스텔 톤의 컬러 피그먼트들까지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는 지금, 디스코 룩이 섹시함을 넘어서 묘할정도로 예쁘게 다가오는 것은 다채로운 컬러 때문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진화된 섀이드와 질감 때문이다. 덧붙여 조언하자면 파티에서 춤을 추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의상보다 메이크업에 좀 더 공을 들이는 것이 좋겠다. 곁에 있는 사람과 눈빛을 교류하며 속삭이는 상황에서 오롯이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서 이만한 것이 없으니까.

10 맥 5 너티 리틀 바이스 네일 락커. 5색 미니 네일 래커로 구성 5만원. 11 겔랑 키스키스 펄 글로스 울트라 샤인 822 아메티스트 펄 6ml 3만6천원. 12 시세이도 마끼아쥬 루즈 에나멜 글래머 RD387 글로스3.8g, 립스틱 2.1g 3만8천원. 13 베네피트 걸 미츠 펄 12ml 4만5천원. 14 맥 슈퍼슬릭 리퀴드 아이라이너 녹터널 1.8ml 3만원. 15 디올 스킨플래쉬 리미티드 골드 에디션. 006 골드 글로우 1.5ml 4만원. 16 맥 4 쿨 쓰릴씨커스 피그먼트 글리터. 6만원. 17 코리아나 글램3 퍼펙트 홀리데이 스페셜 키트 4만8천원. 18 베네피트 프라울 7.5g 4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