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기다린 것을 알기라도 하듯,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온 박재범. 음악과 춤을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힙합 키드의 챔피언을 향한 도전이 시작됐다.



검은색 슬리브리스 티셔츠는 크롬하츠(Chrome Hearts). 팬츠는 아디다스 오리지널 바이 제레미 스콧.

화보 촬영장에 가수가 있으면‘오늘은 가수를 촬영하는 날’이라는 걸 누구나 눈치 챌 수 있다. 큰 소리든 작은 소리든, 그들은 끊임없이 흥얼대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춤추기 때문이다. 그들의 등 뒤에는 언제나‘나 지금 음악신과 접신 중이에요’라는 아우라가 신호등처럼 켜져 있다. 낯가림이 심해 처음 몇 분 동안 내숭을 떨어도 소용없다. 어떤 장르건 음악만 틀면 금세 정체가 탄로난다. 오디오의 볼륨을 높이는 순간, 가수들은 몸에 전기가 들어온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손발을 절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깨는 들썩이고 발은 드럼을 친다. 촬영장에서 재범은 가수였다. 스태프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넓은 스튜디오의 수많은 의자를 놔두고 입구 계단참에 걸터앉아 어깨로 리듬을 맞추며 R&B를 읊조리고 있었다.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링을 하지 않은 평소의 재범은 카리스마 넘치는 짐승남이 아니라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자신의 팬덤이 모성애에서 출발했다는 재범의 말에 수긍이 갈 만큼 무대 밖 그의 모습은 사랑스러우리만치 귀엽고 천진하다. 하지만 그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하면서 그토록 많은‘누나’가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단지 모성애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는 객관적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소년 같은 얼굴은 만화보다 곱고 춤과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강철처럼 단단하다. 그러나 질문이 하나 둘 거듭되는 동안 밑도 끝도 없이 그저 한 곳만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순수한 영혼을 마주하자, 그가 혹독하게 단련하고 무장한 것은 식스팩이 아니라 음악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신이 내린 재능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스스로를 엄격하게 채찍질하는 그의 모습에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변함없이 그를 기다리고 믿어준 팬들이야말로 그가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의 팬들 역시, 재범의 이러한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것이리라.



후드 집업은 코데즈컴바인 포맨(Codes Combine for Men). 복싱 글러브는 리복(Reebok).

ALLURE 오늘 복서 콘셉트 어땠어요?
재범 사실은 MMA, UFC 잘 챙겨 보거든요. 추성훈 선수 경기도 꼭 챙겨 봐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트레이닝 받아서 저도 한 번쯤 링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ALLURE 복싱이나 격투기 같은 운동 한 적 있어요?
재범 어렸을 때 2년 정도 태권도를 배웠어요.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무렵이었는데, 두 살 위인 형이랑 스파링을 하게 됐어요. 키 차이가 나서 얼굴을 계속 맞는 바람에 끝나고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ALLURE 함께 비보잉 하는 크루나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운동은 없어요? 남자들은구기 종목 같이 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재범 제 친구들은 저랑 같이 운동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저랑 운동하면 힘들어서 춤을출 수가 없대요. 제가 원래 한 곳에 오랫동안 있으면 규칙적으로 살거든요. 일어나서 먹고 운동하고 밤에 연습하고. 하루 일과가 그것밖에 없어요. 운동도 항상 목표를 정해놓고 해요. 푸시업 100 개, 윗몸 일으키기 100개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친구들이 저랑 같이 운동을 하면 밤에 춤을 출 때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들 해요. 그래서 웨이트는 항상 혼자서 하고 나중에 춤 연습만 같이 해요. 아크로바틱처럼 같이 해야 하는 것들 있잖아요.

ALLURE 한창 팬미팅 중이죠? 아시아 지역을 계속 투어 중인 것 같던데.
재범 네 맞아요. 한국을 시작으로 필리핀, 싱가포르에서 팬미팅을 가졌고 앞으로 상하이,태국 등에서도 팬들을 만날 예정이에요.

ALLURE 많이 왔다 갔다 하면 피곤하겠어요.
재범 원래 비행기 타는 걸 제일 싫어했는데 이젠 익숙해졌어요. 최근 두세 달 안에 비행기를 15~20번 탄 것 같아요. 지금은 비행기가 흔들려도 여유 있게 하던 일을 계속해요.

ALLURE 시차 적응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 비행기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법이나, 시차적응 노하우는 생겼나요?
재범 그런 건 잘 안 생기더라고요(웃음). 원래 비행기에서 되게 못 자요. 밤을 새우면 비행기에서 잘 수 있겠지 생각해서 예전에는 항상 비행 전날 밤을 새우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타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가사를 써요. ‘Bestie’도 비행기 안에서 쓴 곡이에요. 곡을 쓰다가 완성 못한 것들은 비행기에서 잘 써지더라고요. 인터넷에 접속할 수도 없고, 전화기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집중할 수밖에 없잖아요(웃음).

ALLURE 해외 팬미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어디인가요?
재범 필리핀에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 PD분들이 저를 객석으로 데리고 갔었는데, 팬들이 갑자기 다가와서 뽀뽀를 하는 거예요. 한 분 한 분씩 정말 많은 분이 와서 뽀뽀를 했죠.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서는 그냥 팔을 만지거나 손을 잡는 정도잖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 필리핀에서는 뽀뽀를 하면서 인사를 하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나중에는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까지 오셔서 뽀뽀해도 되냐고 물어보셨어요(웃음).

ALLURE 하하. 국내 도입이 시급하네요. 그런데, 지난번에 팬미팅 때 보니까 재범 씨가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 같던데요? 카리스마적인 짐승남이라기보단 수줍어하는 소년 같았어요.
재범 여자분이 한 7천 명 있다 보니까, 수줍어하는 게 당연하죠. 사실 정말 쑥스러웠어요. 무대에서 는 카리스마 있게 하고, 평상시나 토크를 할때는 편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ALLURE 혹시 남자랑 있을 때와 여자랑 있을 때 태도가 달라지는 타입인가요? 여자 중에는 그런 사람 많은데.
재범 그런 건 잘 없어요. 친구들이랑은 너무 편해서 문제죠. 장난도 정말 많이 치고요. 여자들이랑은, 솔직히 팬들 외에는 여자들이랑 같이 있을 기회가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ALLURE 흠, 잘 빠져나가시는데요?
재범 (당황하며) 아니 그게, 왜냐하면, 생각이 잘 안 나서 그래요. 아마 이런 게 다른 것 같아요. 여자들 앞에선 방귀 안 끼는 정도?

ALLURE 하하하. 알겠어요. 영화 <하프네이션>에 출연한 걸로 알고 있는데, 촬영은 잘 끝났나요?
재범 네 잘 끝났어요. 정확한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여름쯤에 개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ALLURE 연기를 처음 한 건데, 어땠나요?
재범 준비 기간이 짧아서 많이 아쉬웠어요. 같이 출연하는 배우 중에 캘리라는 여자분이 있는데, 할리우드 영화에 여러 편 출연한 분이에요. 그분이 조언도 해주고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줬어요.

ALLURE 감정 신도 있었을 텐데,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재범 소리를 지르며 화내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일단 저는 힘든 줄 모르고 연기했는데, 나중에 제 연기를 보시는 분들이 힘들지 어떨지는 장담 못하겠네요. 장르 자체가 배우의 연기보다는 춤이나 카메라 앵글이 더 중요한 영화인 건 확실해요(웃음).

ALLURE 복귀 후에 공연장에서는 자주 보이는데, TV에는 잘 출연하지 않는 듯해요. 당분간 어떤 활동에만 주력하겠다, 생각해둔 게 있나요?
재범 일단은 무조건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팬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그래서 제 음악을 팬들이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요. 멋진 음악이 준비된 후에, 시간도 맞고 기회가 된다면 TV가 됐든 콘서트가 됐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무언가를 꼭 해야겠다, 계획하는 건 없어요.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일, 그러니까 친구들이랑 제음악을 공연하는 일을 바로 지금 하고 있으니까요.

ALLURE 이렇게 직접 음악 콘셉트를 정하고, 춤을 짜고 하는 게 즐겁기도 하겠지만 혼자서 모든 걸 하려니 막막하거나 힘들진 않나요?
재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어요. 이번에 곡이 이런 스타일이니까 머리는 이렇게, 의상은 이렇게, 하는 식으로 정해놓진 않아요. 어떤 노래를 공연하게 되면 의상 콘셉트나 헤어스타일보다 최대한 가사 전달을 잘하고 열정적으로 잘 부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어셔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크리스 브라운 뮤직 비디오를 엄청 많이 봤어요. 그걸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차차가 비트를 만들고 그걸 들려주면 제가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가사를 쓰고 하는 작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다른 사람들을 참고하거나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것을 만들어가는 게 훨씬 즐겁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지금 제 머리 스타일도 잡지에서 시안을 찾은 게 아니라 제가 상상한 걸 직접 그려서 완성한 거예요. 왜냐하면 전에는 이런 머리를 했던 사람이 없으니까. 다만 100% 제가 전부 디렉팅 하는 건 아니고요 각 분야에 있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ALLURE 자신이 직접 쓴 가사와 음악은 마음에 드나요?
재범 ‘Bestie’ 가사를 보고 사람들이 유치하다고들 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솔직하게 썼어요. 가사를 쓰면서 노래 주제에 맞춰서 재미도 있고 라임도 잘 맞게 쓰려고 노력해요. 솔직히 어떤 노래들 보면 괜히 영어랑 섞어서 말이 안 되는 가사도 많잖아요. 제가 들어도‘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하고 생각되는 노래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두 가지 말을 다 쓸 줄 아니까, 최대한 말이 되게, 이해하기 쉬운 가사를 쓰려고 노력해요.

ALLURE 영어로 랩 쓰는 게 훨씬 편한데, 굳이 한국말로도 랩을 쓰는 이유는 뭔가요? 많이 어려울 텐데.
재범 어렵죠. 하지만 무조건 직접 써요. 제 실력대로, 제가 아는 단어 안에서 가사를 쓰는 거죠. 물론 다른 래퍼들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제가 제 가사를 쓰는 게 저한테 아주 중요하거든요. 자기 노래 가사를 직접써야 진짜 래퍼니까요.

ALLURE 엔터테이너로서 특별히 더 욕심 나는 부분은 없나요?
재범 모든 게 다 중요해요. 노래도 중요하고, 가사 쓰는 능력도 중요하고,무대에서의 표정 연출도 잘해야 해요. 저는 솔직히 다 잘하고 싶어요.

ALLURE 그 중에서 특별히 요즘 신경 쓰이는 부분은 뭘까요?
재범 노래 부를 때 표정을 좀 잘 지었으면 좋겠어요. 모니터링을 하면 노래 부르는 것에 열중하느라 가끔 표정이 이상할 때가 있더라고요. 찡그린다든지 하는 거요. 그리고 기타나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 피아노를 좀 배우다가 그만뒀는데, 곡 쓰는 작업을 하다 보니 요즘 피아노가 너무 배우고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좀처럼 안 나네요.

ALLURE 이제 슬슬 앨범 작업에 대한 욕심도 생길 법한데 마음이 조급해지지는 않나요?
재범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억지로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거든요. 첫 앨범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빨리 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준비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ALLURE 그때가 언제쯤일까요? 다들 너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재범 잘은 모르겠어요. 사실 지금 곡이 하나 있긴 해요. 저랑 차차가 같이 만들고 있어요. 몇 주 안에 녹음할 것 같아요. 이번에 곡이 되게 좋아서, 아마 그 곡이 타이틀 곡이 될 것 같아요. 차차가 작곡하고 제가 작사했어요. 힙합 R&B인데 한국 팬들이 좋아하실 만한 스타일이에요. 녹음하고 나면 안무도 멋지게 구성할 거예요.


팬츠는 코데즈컴바인 포맨.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