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코트가 화려한 예술 영역에 가까웠다면 이번 시즌 코트는 수리 영역쯤 되겠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어떤 변형된 공식을 끼워 넣어도 술술 풀리는 수학 문제처럼 극명한 멋이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재단과 소재가 만들어낸 완벽한 기본기에 클래식, 밀리터리 무드 등 트렌드 공식을 적절히 가미한, 이번 시즌 코트 입기의 매력적인 전략들.



잘 재단된 캐멀 코트는 이번 시즌 코트 트렌드를 이끄는 주춧돌이다. 간결한 디자인의 클래식 무드를 강조하거나 허리에 벨트를 둘러 밀리터리 무드를 살짝 가미하는 연출도 근사하다.

1. 울 소재의 턱시도 코트는 40만원대, 에스 쏠레지아(S Solezia). 2. 주름 장식의 모직 코트는 60만원대, 매긴(Mcginn). 3. 캐시미어 울 소재의 케이프 코트는 1백50만원대, 타임(Time). 4. 울 소재의 캐멀색 코트는 24만9천원, 탑걸(Top Girl).

5. 울 혼방 소재의 밀리터리 코트는 49만9천원, 제시 뉴욕(Jessi New York). 6.비대칭 라인의 모직 코트는 가격미정,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7.울 혼방 소재의 테일러드 코트는 30만원대, 코데즈컴바인 씨코드(Codes Combine C_Code).  8.비스코스와 면 혼방 소재의 코트는 1백68만원, 조셉(Joseph). 9. 여우털 칼라의 울 소재 코트는 97만8천원, 오즈세컨(O’2nd). 10. 모피 칼라 장식의 캐시미어 코트는 가격미정, 질 바이 질 스튜어트(Jill by Jill Stuart). 11. 더블 버튼 장식의 모직 코트는 30만원대, CC 콜렉트(CC Collect).

얼굴의 반을 덮는 치솟은 칼라, 두 팔을 넣어도 될 만큼 넉넉한 오버사이즈 소매, 동그랗게 부푼 코쿤 실루엣 등 기교 부리기 대장인 코트가 이번 시즌, 변해도 너무 변했다. 세린느, 구찌, 막스마라, 클로에, 지방시 등 코트를 메인 룩으로 선보인 어떤 쇼에서도 화려한 ‘과장’은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심심하리만큼 간결한 실루엣,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소재, 어깨와 팔에 꼭 맞는 완벽한 재단 등 ‘기본’이 빚어낸 코트의 멋이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했다. 보기에 그럴듯한 멋은 약해졌지만 실제로 걸치고 싶은 멋, 오래 두고 즐길 수 있는 멋이 있는 이번시즌 코트는 코트의 실용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밋밋하지만은 않다. 입었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테일러드 재단과 핏의 기본기에 더해진 밀리터리, 클래식, 미니멀리즘, 매니시 등의 무드가 맛깔스러운 양념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트렌드 무드에서 파생한 캐멀색, 단추와 포켓 장식, 부드러운 오프 컬러와 캐시미어 소재 등의 요소가 은근한 포인트를 살리고 있어 코트 선택의 묘미도 높인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앞서 강조했듯 탄탄한 기본기에 이번 시즌의 변형된 공식을 살짝 곁들인 코트를 선택해야 코트 실용 시대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코트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주자는 바로 캐멀색 코트다. 클래식 무드의 컴백으로 부각하기 시작한 캐멀색 코트는 따뜻한 색감 덕분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거기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실루엣과 만나 도시적인 세련됨도 풍긴다. 두툼한 캐멀색 코트를 유려한 실크 팬츠에 매치한 클로에, 턱시도 칼라를 덧대 매니시한 무드를 가미한 에르메스, 1960년대풍의 사랑스러운 캐멀색 코트를 선보인 로샤스와 프라다, 시가렛 팬츠와의 매치로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연출한 구찌, 고급스러운 겨울 젯셋 룩을 선보인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등에서 캐멀색 코트의 다채로운 향연을 만날 수 있다. 새롭게 캐멀색 코트를 장만할 계획이라면 칼라의 폭이 길고 가느다란 디자인, 단추 이외에는 어떤 장식도 없는 디자인,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 그리고 눈으로도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소재를 선택하면 이번 시즌 캐멀색 코트의 새로운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디자인은 밀리터리 코트다. 우선 일명 ‘야상’이라 불리는 캐주얼한 밀리터리 재킷은 잊자. 코트에 가미된 밀리터리 무드는 한층 클래식하다. 가죽 벨트로 허리를 조여 다리를 길어 보이게 연출한 아쿠아스쿠텀의 맥시 밀리터리 코트부터 차이나 칼라와 단추 장식으로 장교의 이미지를 부각한 막스마라, 트렌치코트를 세련되게 변형한 드리스 반 노튼, 붉은색 견장 코트로 사랑스러움을 살린 소니아 리키엘, 커다란 라펠의 미니 케이프 코트에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한 버버리프로섬의 코트까지, 클래식한 멋을 강조한 밀리터리 코트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 피플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이때 허리에 벨트를 두른다거나 실크나 시폰 소재의 셔츠를 입는 방법으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곁들이면 더욱 감각적인 밀리터리 코트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캐멀색 코트나 밀리터리 코트가 남들 다 걸치는 유행처럼 느껴진다면 완벽한 재단에만 심혈을 기울인 미니멀리즘 무드의 테일러드 코트를 선택하면 된다. 이번 시즌 메가 트렌드인 클래식, 미니멀리즘, 매니시 무드를 동시에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언제 입어도 안전하고 실용적이다. 단, 소재와 재단만큼은 자신의 보디라인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완벽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골라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테일러드 코트의 훌륭한 본보기는 세린느 컬렉션. 네이비색의 캐시미어 울 소재에 단추만으로 포인트를 준 세린느 컬렉션의 코트는 클린 룩의 정수를 보여준다. 포인트라곤 단추 하나뿐인 지방시의 테일러드 코트의 멋도 빼놓을 수 없다. 원피스처럼 보이기도 하는 스텔라 맥카트니의 회색 울 코트와 단추마저도 모조리 감춰버린 구찌의 테일러드 코트도 감탄을 자아낸다. 이 간결한 코트들이 그 어떤 화려한 장식의 코트보다 힘이 넘치고 창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재단과 소재를 강조한 코트의 탄탄한 ‘기본기’에 충실한 덕분이다.

실용적이긴 하지만 조금은 멋을 낸 디자인의 코트를 선택하고 싶다면 케이프 코트도 괜찮다. 키가 작은 편이라면 칼라가 크지 않고 길이가 짧은 더블 버튼의 케이프를, 키가 큰 편이라면 검은색 계열보다는 캐멀색이나 회색처럼 지금 유행하는 색감의 미디 길이 케이프도 근사하다. 좀 더 젊고 캐주얼한 코트를 입고 싶다면 겨울 스테디셀러인 피코트를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이번 시즌엔 칼라의 라펠이 너무 크지 않은 재킷 형태의 피코트가 인기라는 것을 기억해두자. 또 포켓이나 버튼, 견장 장식이 있는 피코트는 한결 어려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간결한 실루엣의 코트가 다소 고루하게 느껴진다면 모피 칼라를 탈부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택하거나 가죽 소재의 코트를 선택하는 것도 새롭다. 또 허리를 조이고 헴라인으로 갈수록 퍼지는 플레어 코트처럼 마치 원피스 같은 1950년대 무드의 코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코트는 겨울 멋의 정점이다. 제아무리 단벌신사라도 한 벌의 근사한 코트를 가졌다면 부러울 것이 없을 만큼! 그래서 코트만큼은 과감히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돈뿐만이 아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자신에 꼭 어울리는 코트를 선택하는 것, 유행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든든한 히든 카드로 꺼내 들 수 있는 디자인의 코트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투자다. 그리고 이번 시즌이야말로 그 투자를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코트의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