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 비만이라는 체형 결점을 가진 두 에디터가 서로 다른 유행 아이템의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 똑 떨어지게 맞춤 재단된 남성복 느낌의 테일러드 팬츠(Tailored Pants)와 잘록한 허리에 무릎 아래로 갈수록 여유롭게 퍼지는 풀 스커트(Full Skirt), 그들의 쇼핑은 성공했을까?




테일러드 팬츠의 두 얼굴


올 가을/겨울 컬렉션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드디어다리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스키니팬츠가 가고 한결 여유롭고 우아한테일러드 팬츠의 시대가 돌아온 것이다. 복사뼈까지 오는 길이에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라인의 팬츠를 선보인 세린느, 발목으로 갈수록 좁게 디자인된 스텔라 맥카트니의 모직 팬츠, 물 흐르듯 떨어지는 입생 로랑의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물론 스키니의 유행을 선도했던 발맹까지 테일러드 팬츠로 눈을 돌렸으니, 이제 판도는 분명해졌다. 이처럼 이번 시즌의 테일러드 팬츠는 슈트에만 매치할 수 있는 단순하고 정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소재와 색상, 실루엣 등의 요소가 보다 다채롭게 녹아든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더 높아진 허리선과 다리를 타고 흐르는 우아한 라인이 티셔츠나 스웨터 등의 베이식 의상과 만나 세련됨을 발산한다. 그야말로‘저주받은 하체’의 표본인 나에게 이보다 반가운 것이 또 있을까. 잘 붓는 종아리 때문에 스커트는 물론이거니와 스키니팬츠를 입어도 ‘잘 빠진 실루엣’을 기대할 수 없던 다리를 교묘히 가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말이다.

잔뜩 부푼 마음을 안고 쇼핑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팬츠는‘ 무조건’ 입어보고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 눈대중도, 점원의 달콤한 속삭임도, 팬츠에 대한 고정관념도, 정교하게 계산된 팬츠의 실루엣을 꿰뚫어볼 수 없다. 또 제아무리 예쁜 디자인의 팬츠라도 자신의 체형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옷이라면 지겹도록 좋아하고 만져보고 입어봤던 터라, 이 단순한 사실은 더욱 충격이었다. 첫 번째로 선택한 타임의 베이지색 스트레이트 팬츠가 몸에 잘 맞고 날씬해 보일 거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과했던 것이 바로 소재였다. 하늘거리는 얇은 모 혼방 소재가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의 군살을 감추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비슷한 실루엣의 검정색 팬츠는 도톰한 모 100%의 소재로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의 군살을 매끈하게 가려 한결 날씬해 보였지만‘ 내 것’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엉덩이부터 발목까지 떨어지는 일자 다리를 감추긴 해도, 어딘지 모르게 답답해 보였다. 나인식스 뉴욕의 스트레이트 팬츠는 보다 몸에 예쁘게 맞고, 캐멀색도 마음에 드는 데다 신축성이 있는 도톰한 면 혼방 소재라 움직임도 편했는데, 의외로 키가 작아 보여 당황하고 말았다. 다리를 감추는 스트레이트 팬츠는 키가 작은 사람보다는 큰 사람이 입었을 때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폭이 넓은 스트레이트 팬츠에 대한 집착은 잠시 접어두고, 마인의 시가렛팬츠를 골랐다. 신축성이 좋은 폴리우레탄 소재에 담백한 회색과 간결한 라인이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하지만 다리를 넣는 순간,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신축성 있는 소재의 시가렛팬츠가 두꺼운 다리와 만나 우스꽝스러운 스키니팬츠로 변해버렸던 것. 그러나 클로에의 시가렛팬츠는 달랐다. 벙벙해서 뚱뚱해 보일것 같았는데 입는 순간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부드럽게 떨어지는 곡선이 일품이었다. 발품을 파느라 점점 다리가 부어 오를 때쯤, 드디어 딱 맞는 팬츠를 찾아냈으니 바로 띠어리의 슬림한 스트레이트 팬츠! 모와 면, 폴리우레탄 혼방 소재로 살갗에 닿는 느낌도 좋고 신축성이 있어 활동하기도 편했다. 무엇보다 허벅지는 꼭 맞아떨어지면서 무릎에서 종아리, 발목까지는 살짝 여유롭게 떨어지는 슬림한 라인이 길고 늘씬한 다리를 연출한다. 짙은 남색에 보일 듯 말 듯한 핀 스트라이프 무늬가 여기에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더 볼 것도 없이 과감히카드를 꺼냈다. 띠어리의 테일러드 팬츠를 시작으로 올가을에는 습관처럼 몸에 밴 대학생스타일에서 벗어나, 클로에나 스텔라 맥카트니가 선보인 세련된 팬츠 룩을 내 시그너처 스타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득 안은 채로 말이다.

결론짓자면, 하체가 통통하다고 해서 무조건 ‘가리는’ 실루엣을 찾지 말고, 보다 효과적으로 장점을 드러내고 단점을 감추는 디자인의 테일러드 팬츠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키가 작은사람은 다리라인을 슬쩍 드러내는 팬츠를, 키가 큰 사람은 우아하게 흐르는 낙낙한 라인의 팬츠를 고를 것. 여기에 고급스러운 니트 스웨터나 캐주얼한 티셔츠를 매치해 테일러드 팬츠가 주는 세련된 매력을 부각하면 더 근사하다. 에디터 김주현



1체크무늬 모직 팬츠는 20만원대, 클럽 모나코(ClubMonaco). 2 울 혼방 소재의 팬츠는 1백만원대, 마우리지오 페코라로(Maurizio Pecoraro). 3 모직 소재의 팬츠는 가격미정, 리스트(List). 4 면과 모 혼방 소재의 팬츠는 18만8천원, 나인식스 뉴욕(96NY). 5 모와 면, 폴리우레탄 혼방 소재의 팬츠는 39만8천원, 띠어리(Theory).




이 죽일 놈의 풀 스커트 사랑


5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나는 거의 매일 풀 스커트만 입었다. 이유는 분명했다.허리를 조이고 무릎 아래로 갈수록 꽃봉오리 피듯 점점 퍼지는 실루엣의 풀스커트는 허리가 가늘고 골반이 지나치게 작은 반면 허벅지와 무릎은 육상선수처럼 튼실한 나의 오묘한 체형을 감쪽같이 커버한다. 거기다 남들에게 ‘넌 참 여성스러운 것 같아’라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나의 성향을 제대로 만족시킬 만큼 우아하다. 이런 이유로 각양각색 풀 스커트의 치맛자락을 신나게 나풀대며 나의 매력을 어필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니스커트와 미니드레스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풀 스커트는 죄다 옷장 속으로 직행해야만 했다. 소녀시대가 쇼츠를 입고 늘씬한 다리를 흔들어대며 ‘소원을 말해봐~’ 할 때, 입을 삐죽거리며 풀 스커트의 유행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시즌 거짓말처럼 그 소원이 이뤄졌다.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1950년대의 여성스러운 실루엣에 클래식한 멋까지 더해진 풀 스커트가 금의환향한 것이다. 루이 비통, 펜디, 드리스 반 노튼 등의 런웨이를 우아하게 채운 풀 스커트를 보자 파블로프의 개처럼 뜨거운 흥분이 몰려왔다. 그러곤 풀 스커트의 부활을 어떻게 제대로 즐길지 전술을 짜내기 시작했다. 풀 스커트라고 무조건 두 팔 벌려 환영할 이유는 없다. 풀 스커트는 어떤 패턴이냐 어떤 장식이 들어갔느냐 또 길이가 어디까지 오느냐 등등 디자인에 따라 체형 결점을 보완하거나 부각하는 정도의 차이가 크므로 잘 골라야 한다. 그리고 우아한 반면 자칫 나이 들어 보이는 위험 부담도 있다. 또 스커트 길이가 길기 때문에 아우터와의 조화도 중요하다. 이런 여러가지의 상황을 숙지한 후 본격적인 풀 스커트 쇼핑에 나섰다.

루이 비통이나 펜디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서클 형태의 풀스커트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가의 스커트에 지갑을 열 형편은 못되기에 맛보기로 펜디의 쇼룸으로 향했다. 고급스러운 트위드 소재와 풍성한 주름은 정말 근사했지만 만약 이 스커트를 산다면 스커트를 반으로 접은 다음 아랫부분은 다 잘라내야 할 만큼 길었다. 모델이 입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내가 입으니 작은 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쟁이 똥자루 같아 보였고, 도톰한 소재 때문에 굵은 발목은 더 도드라져 보였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이번 시즌 풀 스커트는 무릎 아래로 길게 내려 입는 것이 유행이라지만 자신의 키와 다리 모양을 고려한 길이와 소재를 골라야 즐겨 입을 수 있다는 것. 아쉬움을 달래며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번 시즌 또 하나의 트렌드인 레이스 소재를 덧댄 레니본의 스커트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허리에 잔잔한 셔링 장식을 넣은 덕분에 주름이 한결 자연스럽고, 코트에 매치하면 레이스 헴라인을 슬쩍슬쩍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그럼 한번 입어 볼까? 무릎 아래로 착 퍼지는 적당한 볼륨감, 걸을 때마다 살랑거리는 레이스, 아우터와의 믹스앤매치 연출에도 유용할 것 같다. 그런데 안감이 대어 있긴 하지만 얇은 소재의 특성상 다소 통통해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좀 더 도톰한 소재를 찾아보리라 마음 먹고 있는데, 새로운 디자인의 풀스커트가 눈에 들어 왔다.사다리꼴 모양의 여러 장의 천을 세로로 덧대 이어 붙인 아이잗 컬렉션의 고어 스커트였다.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플레어스커트의 일종인 고어 스커트도 충분히 풍성한 볼륨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허리와 골반 부분은 적당히 붙고 아래로 갈수록 꽃잎처럼 활짝 퍼지는 이고어 스커트는 모직과 실크 혼방 소재여서 형태가 더 또렷이 드러났다. 게다가 조금 섹시해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캐주얼한 흰색 티셔츠와 매치하면 자유분방한 멋을, 캐멀색 울 스웨터와 매치하면 클래식한 분위기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마음에 들었다.

다음은 루이 비통 쇼에서 점 찍어둔 체크무늬 스커트와 비슷한 디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숲 매장에서 발견한 포켓 장식의 체크무늬 스커트는 풀 스커트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포켓이 있어 아래로 퍼지는 실루엣을 적당히 잡아줄 뿐만 아니라 한결 발랄해 보인다. 또 앞부분에 잡힌 주름 장식과 허리 밴드 디자인이 볼록한 배를 가려주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풀 스커트의 유행을 주도하는 체크무늬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광택이 살짝 도는 빳빳한 새틴 소재에 회화적인 프린트를 입힌 페라가모의 풀 스커트는 어떨까. 앞뒤, 옆까지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잡힌 넓은 주름은 직접 입으니 훨씬 넓게 퍼지는 효과를 드러냈다. 앞쪽보다 뒤쪽이 살짝 길기에 여성스러운 분위기도 돋우고, 패턴이 들어가있어 화려함도 부각하는 느낌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추상적인 프린트가 있으면 좀 더 성숙해 보인다는 점과 골반이나 엉덩이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종아리가 굵은 사람은 다소 뚱뚱해 보일 수 있다는 점. 주름이 넓게 퍼지면 퍼질수록 스커트 이외의 부분 즉 허리, 종아리, 발목은 더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역으로 생각해 자신 있는 부분을 더욱 드러내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풀 스커트 쇼핑에서 성공하는 비법이다. 또셔링 장식이 만들어낸 잔잔한 주름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대신 통통한 허리나 똥배를 가리지는 않으므로 허리가 얇고 골반이 작은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반면 넓은 주름은 허리 부분을 누르는 효과가 있으며 풍성하게 퍼지는 실루엣 덕분에 종아리가 가는 사람의 늘씬한 다리를 더 우아하게 빛낼 수 있다.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옷장을 열어보았다. 몇 년 묵은 수십 장의 풀스커트를 보니이 아이들을 새롭게 변신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특히 붉은색의 타탄체크무늬의 풀스커트는 지금 유행하는 회색의 풀오버 스웨터에 매치하면 예쁠 것 같다. 스커트 길이가 무릎 아래로 훌쩍 내려오니까 애매하게 다리를 자르는 앵클부츠나 부티보다는 앞코가 날렵한 스틸레토 슈즈를 신어 발등을 드러내는 것이 다리가 더 길어 보이겠다. 그리고 여기에 작은 토트백을 들어 더 우아하고 클래식하게 변신시키는 거다. 아, 더 나이 들어 보이려나? 세월 앞에선 풀 스커트를 향한 집착 같은 사랑도 조금은 사그라진다. 에디터 박선영

1 실크 소재의 고어 스커트는 32만8천원, 아이잗 컬렉션(Izzat Collection). 2 면 소재의 체크 스커트는 10만원대, 숲(Soup). 3 면과 나일론 혼방 소재의 레이스 스커트는 52만9천원, 레니본(Reneevon). 4 울 트위드 소재의 풀 스커트는 가격미정, 펜디(Fendi). 5 실크 소재의 풀 스커트는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SalvatoreFerraga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