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영화제에서 영화평론가와 영화지 기자들은 누구보다 바쁘다. 봐야 할 영화는 많고 시간은 한정돼 있고 몸은 하나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물었다. 그 바쁜 와중에 그래도 꼭 챙겨볼 영화가 무엇이냐고. 그들의 체크리스트를 참조해 영화제 스케줄을 짜보자. 참, 아래 영화 중 <만추>와 <증명서>, <카멜리아>, <김지미 회고전>은 2표 이상을 받았음을 귀띔한다.

● 이화정 – <씨네21> 기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소를 팔러 가서 되레 소와 함께 인생을 알게 된 남자. 동물 애호가인 임순례 감독의 따뜻한 시선으로 완성된 영화.
증명서 <비포 선라이즈>를 중년의 토스카나 버전으로 만들면 이 영화가 된다. 압바스 키아로 스타미의 유려한 영상과 줄리엣 비노시의 사랑스러운 연기의 완벽한 조화.
13인의 자객 미이케 다카시가 리메이크한 시대극. 야쿠쇼 코지, 이하라 츠요시, 야마다 다카유키 등의 포스 넘치는 캐스팅도 기대 지점.
대지진 중국 대중영화의 대표 감독 펑 샤오강의 화제작. 대지진을 중심으로 한 모녀의 화해라는 점에서 중국의 현재를 조명해볼 수 있는 영화.

● 조원희 –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현존하는 독립영화계의 스타들이 총출동. 풀버전 감상 기회 많지 않음. 구하라는 안 나오나?
창피해 <귀여워>의 댓구. 김꽃비의 열연을 다시 한번 기대하게 만든다.
사운드 오브 노이즈 음악으로 테러를. 원하지 않는 음악을 듣게 되는 시대에 보내는 일종의 우화.
허스크 오랜만에 개성 있는 살인마의 등장.

● 태상준 – 필름프로그래머, 영화평론가
제브라맨 2 6년 만에 돌아온 <제브라맨>의 속편. 영화제 영화는 진지하고 따분하다는 속설을 확실하게 뒤집는 미이케 타카시의‘ 유쾌통쾌발랄’ 한 SF물이다.
만추 통산 세 번째로 리메이크되는 한국 멜로 영화의 고전.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 연출, 현빈, 탕웨이 주연이라는 점만으로도 궁금증을 마구 자극한다.
악마를 보았다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김지운 감독의‘ 디렉터스 컷’. 도대체 얼마나 잔인하기에? 이제는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 김도형 – <무비스트> 기자
길소뜸 김지미, 한국 여배우 최고의 연기 중 하나. 이산가족을 통해 전쟁의 비극 다룬 임권택 감독의 걸작.
카멜리아 위시트 사사나티엥, 유키사다 이사오, 장준환 등 태국, 일본,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감독들이 만든 폐막작. 부산을 무대로 한 독특한 러브 옴니버스. 강동원이 지나치도록 아름답게 등장한다니 벌써부터 설레는 여성 팬들 많을 듯!
방독피 김곡/김선의 영화는 늘 신선한 충격을 준다. 문화와 정치를 비틀고 남다른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본다.

● 듀나-영화평론가
불나비 김지미 회고전 중 단 한 편만 보려면 뭘 고르면 좋을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한 추천. 최대 걸작 같은 건 아니지만 은근히 싱겁게 재미있다. 만든 사람들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라아바난 아이슈와라 라이야! 당연한 이유를. 검우강호오우삼보다는 공동감독 수차오핀 때문에. 오묘한 장르적 재미가 있었다.
드림홈 이 홍콩 호러 영화에 대해 은근히 험악한 소리를 많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