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패션 타임머신은 1950~60년대로 날아갔다. 관능적인 가슴 라인, 잘록한 허리선, 우아한 풀 스커트의 1950년대 스타일과 버튼 업 코트, 화려한 색감, 부풀린 헤어의 1960년대 스타일의 교집합은 여성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2010년식 레이디라이크 룩을 탄생시켰다.

가녀린 허리 아래로 한없이 풍성하게 퍼지는 풀 스커트에 우아함을 더하는 토트백을 매치하는 1950년대 레이디라이크 룩이 돌아왔다.

1, 2 소가죽 소재의 장갑과 가방은 가격미정, 니나리치 액세서리(Nina Ricci Accessory). 3 호피무늬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는 45만원, 지방시 바이 다리 인터내셔널(Givenchy by Dari International). 4 밍크 장식의 체인 목걸이는 가격미정, 니나리치 액세서리. 5 스웨이드 소재 앵클부츠는 가격미정, 아이그너(Aigner). 6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H라인 원피스는 가격미정, 질 스튜어트(Jill Stuart). 7 리본 벨트 장식의 원피스형 코트는 59만9천원, 레니본(Reneevon). 8 밍크 후드 장식의 울 소재 케이프는 78만8천원, 아페쎄(A.P.C.).

9 울 재킷은 30만원대, 빈폴 레이디스(Bean Pole Ladies). 10 실크 스커트는 39만8천원, 미니멈(Minimum). 11 토트백은 2백29만원, 란셀(Lancel). 12 헤어밴드는 3만원대, 레나 크리스(Rena Chris). 13 스웨이드 펌프스는 50만원대, 말로 레즈(Maloles). 14 양가죽 펌프스는 14만8천원, 엘리자벳(Elizabeth). 15 밍크스누드는 39만9천원, 에스 쏠레지아(SSolezia).

이번 시즌 런웨이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누가 환생했나’였다. 섹시한 캣아이 메이크업과 풍만한 가슴 등 숨막히는 관능미로 시대를 매혹했던 브리지트 바르도, 육감적인 몸매에 카리스마 넘치는 당당한 태도로 글래머 레이디의 역사를 새로이 쓴 에바 가드너,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던 귀족적인 우아함의 그레이스 켈리, 클래식한 퍼스트 레이디룩의 표본으로 손꼽히는 재클린 케네디 등 내로라하는 세기의 패션 아이콘이 런웨이 곳곳에서 오버랩되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1950년대와 1960년대를 풍미한 스타일 아이콘이라는 것. 재미있는 점은 동시대의 스타일을 책임졌던 이 패션 아이콘들의 서로 다른 매력이 2010년에 하나의 교집합을 이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조우는 여성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왜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스타일이 만났을까. 터질 듯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선의 관능미를 선택하는 대신 코르셋에 몸의 자유를 상납해야 했던 1950년대와 직선적인 실루엣과 화려한 패턴, 색감 등 젊음의 멋을 선택하는 대신 아찔한 여성미는 다소 포기해야 했던 1960년대 스타일은 각자 나름의 아쉬움이 있었던 듯 보인다. 아마도 그걸 눈치 챈 디자이너들이 고민했던 것이 아닐까? 20세기 패션에 있어 매력적인 요소들이 넘쳐나는, 또 시대의 흐름과 함께 연계성을 갖고 변화했던 두 시대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동시에 부각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이 고민은 관능적인 동시에 우아하고 또 한층 젊은 2010년식 레이디라이크 룩을 탄생시켰다. 그것도 누구는 1950년대를, 누구는 1960년대를 더 강조하는 방법으로 다채롭게 리믹스한 채로 말이다. 반갑게도 두 시대가 만나 한껏 극대화된 여성미를 누릴 찬스는 지금의 우리에게 찾아왔다.

1950년대 스타일의 부활을 이끈 대표적인 쇼는 브리지트 바르도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의 OST가 흐르는 가운데 펼쳐진 루이 비통 컬렉션이었다. 가녀린 허리선 아래로 한없이 풍성하게 펼쳐진 풀 스커트, 커다란 단추를 단 모래시계 실루엣의 코트와 재킷, 리본 장식의 구두, 앙증맞은 토트백을 들고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을 보는 순간 우아함의 시대가 돌아왔음을 직감했다. 브리지트 바르도를 대표하는 캣아이 메이크업과 부풀린 헤어를 재현하는 대신 단정하게 빗어 넘긴 헤어와 깨끗한 메이크업으로 모던함을 강조한 점이 쇼를 더욱 근사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그레이스 켈리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평생을 A라인 스커트만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레이스 켈리의 지극히 여성스럽고도 귀족적인 면모는 쇼 곳곳에서 묻어났다. 어찌됐건 한 가지 명백한 점은 이번 시즌 마크 제이콥스가 심취한 루이 비통의 풀스커트 덕분에 드디어 스커트의 유행 패턴이 새로워질 조짐이라는 점이다.

큼직한 헤어밴드 위로 동그랗게 부풀린 헤어스타일을 연출한 프라다 쇼의 모델은 얼굴만 봐서는 딱 1960년대 숙녀들이었다. 하지만 재치 넘치는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는 1950년대의 관능미를 여기저기 숨겨놓았다. 가슴라인을 봉긋하게 솟아오르도록 새침하게 프릴장식을 한 코트와 드레스는 직접 입어보지 않는 한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본디 글래머러스한 몸매처럼 연출해주는 마법을 부린다. 커다랗게 붙은 둥근칼라와 버튼 장식의 코트, 페이턴트 가죽소재, 기하학적인 패턴의 1960년대 요소들은 숨겨진 관능미와 만나 새로운 여성성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브리지트 바르도를 떠올리게 하는 모델들을 런웨이에 올린 니나리치 컬렉션도 볼만하다. 가슴라인을 섹시하게 드러내는 뷔스티에, 벨트로 허리선을 조여 완성한 모래시계 실루엣의 펜슬 스커트 슈트, 풍성한 꽃잎 장식을 활용한 원피스와 스커트 등 한층 로맨틱한 디자인을 강조한 의상은 이브닝 룩을 위한 스타일링에 활용하면 제격이겠다. 비슷한 콘셉트이지만 오히려 복고풍을 강조한 쇼도 있다. 바로 로샤스 컬렉션. 1960년대의 색 드레스(Sack Dress, 자루 모양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벌룬 원피스, 통이 넓은 7부 소매가 달린 버튼 업 코트, 판탈롱 팬츠 등은 1960년대를 그대로 추억하기 딱 좋다.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에 깃든 1950년대 무드는 세련됨으로 눈길을 끈다. 밀리터리 룩과 1950년대의 허리를 강조한 실루엣의 만남이라! 밀리터리풍 재킷에 매치한 검은색 풀 스커트와 카무플라주 무늬와 꽃무늬가 근사하게 조화된 X라인 원피스는 지금 당장 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밀리터리, 레이디라이크, 1950년대 무드의 세 가지 콘셉트가 클래식하게 조화된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에는 진짜 멋쟁이들이 탐낼 만한 스타일링 팁이 가득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노란색, 보라색, 주황색 등 화려한 색감의 미니드레스로 1960년대의 앙증맞은 소녀 스타일을 선보인 미우 미우 컬렉션도 감각적이었다. 비록 직접 입진 못하더라도 러플 헴라인, 주얼 장식, 퍼프 소매, 리본 장식의 하이 칼라 등 일명 ‘미우 스타일’의 새로움을 더해 한층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레이디라이크 룩을 완성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쇼! 모피 칼라를 덧댄 코트와 케이프, 가죽 원피스, 베레모, 롱 장갑 등으로 에바 가드너의 당당한 우아함을 강조한 로에베 컬렉션과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의 티피 헤드런과 재클린 케네디의 클래식 룩을 A라인 실루엣으로 변화시킨 듯한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은 한결 담담하게 1950~60년대의 스타일을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컬렉션에서도 엿볼 수 있듯, 이번 시즌 1950~60년대 무드를 즐기는 비법은 이 두시대의 감성을 적절히 섞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슴 골이 살짝 드러나는 뷔스티에 톱에 풀 스커트를 입었다면 단추가 강조된 간결한 라인의 코트를 걸쳐 관능미와우아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방법으로 말이다. 여기에 토트백을 들고 앞코가 뾰족한 스틸레토 힐 슈즈를 신는다면 이번 시즌 또 하나의 메가 트렌드인 클래식 룩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